공포가 부른 혐오…도 넘은 ‘노 차이나’

입력 2020.01.29 (08:14) 수정 2020.01.2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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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본 불매 운동 당시 등장했던 '노 재팬(NO JAPAN)' 포스터입니다.

이걸 패러디한 거겠죠?

이번엔 '노 차이나' 포스터가 등장했습니다.

일본 국기 대신 오성홍기가 들어갔고요,

보이콧 차이나, 코로나바이러스란 메시지와 함께 '죽기 싫습니다 받기 싫습니다'란 문구가 새겨졌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가 국내에 확산되면서 바이러스 발생지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을 중심으로 비하나 혐오가 담긴 자극적 표현이 늘고 있습니다.

한 포털사이트 우한 폐렴 기사에 올라온 글들 잠시 볼까요,

중국을 비하해 부르는 표현이죠.

"짱깨국", "이 수준의 나라라면 반중(反中)하고 입국금지 해야 한다(@polo****)" 등 비슷한 취지의 댓글을 숱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중국인은 바이러스 그 자체, 병원균으로밖에 안보임" 등 수많은 혐오 댓글이 달렸습니다.

한 네티즌은 이같은 주장을 바탕으로 "중국은 없어져야 할 나라(@mind***)"라고 올렸습니다.

혐오를 부추기는건 근거없는 주장들입니다.

어제 유튜브에는 "우한 폐렴은 중국 공산당의 생화학 무기"라며 "중국의 생화학무기 연구시설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내용의 영상이 올라와 조회수가 급격하게 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에선 '3번째 확진자인 50대 남성이 고양시의 대형쇼핑몰을 방문했다'는 글이 네티즌을 강타했습니다.

놀란 지역 주민들이 남성의 동선을 자체 추적하는 등 혼란에 빠지자 보건 당국이 진화에 나섰습니다.

[정은경/질병관리본부장 : "환자 휴대전화 GPS를 추적했고, 카드사용 내역도 조회했고, 환자 본인에게도 질문했는데 (해당 쇼핑몰은)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공포는 바이러스보다 빠르다더니 실제 행동으로도 옮겨가는 양상입니다.

지난 27일 밤 기준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1위를 달린 것은 ‘중국인 입국 금지요청’이었습니다.

게시자는 청원에서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입국 금지를 요청한다"라고 썼습니다.

참여 인원수는 조금 전인 오전 8시 기준으로 56만 7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또 하나의 공포가 등장하고 있다면서 '제노포비아(xenophobia)'를 지적했습니다.

제노포비아, 특정 민족이나 단체에 대한 무조건적인 공포 또는 그로 인한 차별을 의미합니다.

가디언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차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선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그 원인을 이주민에게 돌리는 현상이 빈번했습니다.

지난해 1월 국내에서 홍역이 유행할 때에도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노동자들 때문에 홍역이 확산했다"는 주장이 실시간 검색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병했을 당시엔, 아프리카인들이 입국하면 일주일 안에 국토의 절반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아프리카인들이 만진 물건에 손만 대도 에볼라에 걸린다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불편한 시선은 불이익으로 이어져 한 대학이 개최했던 국제행사에 참가한 아프리카 학생 28명은 숙소와 식기를 분리해서 써야 했습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과정에서도 2015년 메르스 사태처럼 제노포비아 현상이 나오고 있지만, 강도는 사뭇 더해진 면이 있습니다.

공포를 부추기는 음모론이나 허위 정보들이 바이러스만큼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병이 백신 개발 비용을 후원받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는 주장들이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실 확인을 거친 정보의 생산이 검증으로 인해 더뎌지는 동안, 자구책을 찾는 시민들은 ‘현장영상’ ‘실시간 정보’라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먼저 소비하며 합리적판단을 할수있는 힘을 잃게된단 겁니다.

정부가 질병 관리에 대한 신뢰를 주지 못하면서 무작정 공격 대상을 찾는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인석/연세대 의과대학 의학사 연구소장 : "위기 상황이 오면, 누군가에게 화살을 돌리고 싶은 거죠, 그래서 희생양을 찾아서 희생을 시키고자 하는 (감정입니다)."]

"이름도 모르는 전염병이 다시 이 나라에 도착하면 그땐 제대로 막을 수 있을까?"

작가 김탁환이 메르스 사태 피해자들을 취재해 2018년 발표한 소설 〈살아야겠다〉에서 작중 인물이 던진 질문입니다.

질문은 다시 던져졌고, 이번에는 더 나은 답을 찾아야 합니다.

예방 백신도 없고,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외에는 특별한 예방 방법도 없는 우한 폐렴의 경우엔 더욱 이성적이고 차분한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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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포가 부른 혐오…도 넘은 ‘노 차이나’
    • 입력 2020-01-29 08:15:44
    • 수정2020-01-29 08:50:43
    아침뉴스타임
지난해 일본 불매 운동 당시 등장했던 '노 재팬(NO JAPAN)' 포스터입니다.

이걸 패러디한 거겠죠?

이번엔 '노 차이나' 포스터가 등장했습니다.

일본 국기 대신 오성홍기가 들어갔고요,

보이콧 차이나, 코로나바이러스란 메시지와 함께 '죽기 싫습니다 받기 싫습니다'란 문구가 새겨졌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가 국내에 확산되면서 바이러스 발생지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을 중심으로 비하나 혐오가 담긴 자극적 표현이 늘고 있습니다.

한 포털사이트 우한 폐렴 기사에 올라온 글들 잠시 볼까요,

중국을 비하해 부르는 표현이죠.

"짱깨국", "이 수준의 나라라면 반중(反中)하고 입국금지 해야 한다(@polo****)" 등 비슷한 취지의 댓글을 숱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중국인은 바이러스 그 자체, 병원균으로밖에 안보임" 등 수많은 혐오 댓글이 달렸습니다.

한 네티즌은 이같은 주장을 바탕으로 "중국은 없어져야 할 나라(@mind***)"라고 올렸습니다.

혐오를 부추기는건 근거없는 주장들입니다.

어제 유튜브에는 "우한 폐렴은 중국 공산당의 생화학 무기"라며 "중국의 생화학무기 연구시설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내용의 영상이 올라와 조회수가 급격하게 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에선 '3번째 확진자인 50대 남성이 고양시의 대형쇼핑몰을 방문했다'는 글이 네티즌을 강타했습니다.

놀란 지역 주민들이 남성의 동선을 자체 추적하는 등 혼란에 빠지자 보건 당국이 진화에 나섰습니다.

[정은경/질병관리본부장 : "환자 휴대전화 GPS를 추적했고, 카드사용 내역도 조회했고, 환자 본인에게도 질문했는데 (해당 쇼핑몰은)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공포는 바이러스보다 빠르다더니 실제 행동으로도 옮겨가는 양상입니다.

지난 27일 밤 기준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1위를 달린 것은 ‘중국인 입국 금지요청’이었습니다.

게시자는 청원에서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입국 금지를 요청한다"라고 썼습니다.

참여 인원수는 조금 전인 오전 8시 기준으로 56만 7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또 하나의 공포가 등장하고 있다면서 '제노포비아(xenophobia)'를 지적했습니다.

제노포비아, 특정 민족이나 단체에 대한 무조건적인 공포 또는 그로 인한 차별을 의미합니다.

가디언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차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선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그 원인을 이주민에게 돌리는 현상이 빈번했습니다.

지난해 1월 국내에서 홍역이 유행할 때에도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노동자들 때문에 홍역이 확산했다"는 주장이 실시간 검색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병했을 당시엔, 아프리카인들이 입국하면 일주일 안에 국토의 절반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아프리카인들이 만진 물건에 손만 대도 에볼라에 걸린다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불편한 시선은 불이익으로 이어져 한 대학이 개최했던 국제행사에 참가한 아프리카 학생 28명은 숙소와 식기를 분리해서 써야 했습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과정에서도 2015년 메르스 사태처럼 제노포비아 현상이 나오고 있지만, 강도는 사뭇 더해진 면이 있습니다.

공포를 부추기는 음모론이나 허위 정보들이 바이러스만큼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병이 백신 개발 비용을 후원받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는 주장들이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실 확인을 거친 정보의 생산이 검증으로 인해 더뎌지는 동안, 자구책을 찾는 시민들은 ‘현장영상’ ‘실시간 정보’라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먼저 소비하며 합리적판단을 할수있는 힘을 잃게된단 겁니다.

정부가 질병 관리에 대한 신뢰를 주지 못하면서 무작정 공격 대상을 찾는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인석/연세대 의과대학 의학사 연구소장 : "위기 상황이 오면, 누군가에게 화살을 돌리고 싶은 거죠, 그래서 희생양을 찾아서 희생을 시키고자 하는 (감정입니다)."]

"이름도 모르는 전염병이 다시 이 나라에 도착하면 그땐 제대로 막을 수 있을까?"

작가 김탁환이 메르스 사태 피해자들을 취재해 2018년 발표한 소설 〈살아야겠다〉에서 작중 인물이 던진 질문입니다.

질문은 다시 던져졌고, 이번에는 더 나은 답을 찾아야 합니다.

예방 백신도 없고,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외에는 특별한 예방 방법도 없는 우한 폐렴의 경우엔 더욱 이성적이고 차분한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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