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불꽃 튄 인터뷰…장관이 기자에 호통까지

입력 2020.01.29 (09:27) 수정 2020.01.2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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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장관이 싸우나?...긴장의 일문 일답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주(현지시간 1.24)미 공영라디오 NPR 뉴스 프로그램(ALL THINGS CONSIDERED)에 출연해 진행자인 매리 루이스 켈리 기자와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조율된 주제의 질문이 아니라며 답변을 거부하다시피 하다 서둘러 인터뷰를 마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NPR 폼페이오 인터뷰

트럼프 대통령 탄핵 하원 청문회에서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비선 외교로부터 요바노비치 전 대사를 막아준 적이 있는지? 그녀에게 사과할 뜻이 있는지?"를 묻는 켈레 기자의 질문에 "답변할 게 없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를 보호했다고"두루뭉술하게 답했습니다.

켈리 기자는 집요하게 요바노비치 전 대사를 어느 부분에서 보호했는지 물었고 폼페이오 장관은 이 인터뷰는 이란 문제에 답하는 것이지 우크라이나 문제는 주제가 아니라며 답변을 피했고, 켈리 기자는 "당신 보좌관과 인터뷰를 조율하며 여러 주제에 관해 질문하기로 한 바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11분가량 진행된 생방송 인터뷰는 7분대 까지는 이란 문제였지만 나머지 3분여 동안은 우크라이나 문제로 국무장관과 기자가 생방송에서 옥신각신하며 긴장감이 정점으로 치달았습니다.

인터뷰는 막판 폼페이오 장관의 보좌관으로 보이는 이의 인터뷰를 마친다는 목소리까지 살짝 끼어들어가며 어수선하게 마무리됐습니다. 장관과 기자 누구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고 험한 말이 오고 간 것도 아니었지만, 긴장감은 엄청났습니다.다만 폼페이오 장관의 목소리에서 불편한 기색, 말 그대로 삐친 기색은 역력했습니다. 기자와 고위 정부관료의 긴장감 넘치는 질의 답변에서 있을 법한 일로 넘어가나 했는데 인터뷰 직후 사달이 났습니다.

호통

켈리 기자는 인터뷰 직후 폼페이오 장관의 개인 접견실로 불려가 험한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나를 노려봤습니다""폼페이오 장관은 인터뷰가 진행된 시간 만큼 나를 향해 고함쳤습니다.""욕설까지 섞었습니다."

심지어 "미국인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신경이나 쓸 줄 아느냐?" "우크라이나가 지도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느냐"며 보좌관에게 지명 표시가 없는 지도를 가져오게 해 우크라이나를 짚어보라고까지 시켰다고 했습니다.

인터뷰가 맘에 안 든다고 기자를 불러 고함치고, 지도에서 우크라이나를 짚어보라는 모욕적인 요구까지 한 사실을 켈리 기자가 폭로하자 폼페이오 장관이 국무부 공식 성명까지 내면서 반박에 나섰습니다.


미 국무부 공식 성명

인터뷰 다음날(현지시간 1.25) 성명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켈리 기자가 언론의 기본 규칙과 품위를 위반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트럼프 대통령과 그 행정부를 상처 내려고 노력하는 고삐 풀린 언론의 또 다른 예이다""미국인들이 정직성 없이 자신들의 관점을 설파하는 이런 언론을 불신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거칠게 공격했습니다.
그 근거로 켈리 기자가 두 가지 거짓말을 했다고 했는데 첫째는 인터뷰를 준비하며 질문 주제에 대해 거짓말 한 것이고 둘째는 인터뷰 후에 나눈 대화는 비보도를 전제로 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NPR 인터뷰-기자호통-폭로-국무장관 성명까지 20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숨 쉴 틈 없는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기자에 왜 호통까지?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점화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사를 비롯한 수많은 베테랑 외교관들이 하원 청문회 증언에 나섰는데 폼페이오 장관이 이들에 대한 지지 표명은 고사하고 직업 외교관들을 적절히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탄핵 정국 초반부터 나왔고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거나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해왔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으로선 가장 받기 싫은 질문이 우크라이나 관련 질문입니다.

사실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성명으로 켈리 기자가 거짓말을 했다고 밝힌 것은 사실일까?

첫째, 인터뷰를 이란 문제에 한정한다고 하고 우크라이나 문제를 물었다는 건데 NPR 측은 켈리 기자가 인터뷰를 준비하며 폼페이오 장관 언론 담당과 주고받은 이메일에 분명히 이란 문제와 함께 다양한 주제를 질문한다고 밝힌 내용이 있다고 했습니다. 근거를 갖고 있다는 겁니다.

둘째 인터뷰 이후 폼페이와 장관과 나눈 대화는 비보도를 전제로 했는데 켈리 기자가 이를 어겼다는 주장입니다. NPR은 비보도는 서로가 동의했을 때 성립하는 것인데 켈리 기자는 비보도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어떤 기자도 장막 뒤에서 국무장관과 그런 대화를 나눈 것을 비보도로 하는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성명에선 켈리 기자에게 호통을 치고 욕설을 했다는 부분을 부인하는 말은 없었습니다.

후폭풍

당장 오는 30일(현지시간)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납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 추진까지 몰고 온 지난해 7월 미-우크라 정상 통화의 당사잡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소추가 상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민감한 시점이라 관심이 집중돼있는데
켈리 기자에 호통치는 과정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인들 중 누가 우크라이나에 신경이나 쓸 것 같으냐"고 발언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발언을 주워담아야 할 민망한 상황입니다.


윌리엄 테일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 대행 NYT 기고문

1.26일짜 뉴욕 타임스에는 하원 탄핵 청문회에 출석한 바 있는 윌리엄 테일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 대행이 '그렇소 장관!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중요시해야 합니다'란 제목의 기고문을 싣고 우크라이나를 경시하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정면 비판하며 러시아의 위협에 최전선에서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가치를 하나 하나 들면서 전 상관을 훈계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의회와 언론의 집중포화까지 받고 있습니다.

민주당 상원의원 5인 폼페이오 장관에 서한

민주당 상원의원 다섯 명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세계에 내놓은 미국의 가치와 입장을 해치는 무책임한 발언과 행동이라며 질책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신문과 지상파.케이블 방송은 관련 뉴스를 다루며 폼페이오 장관이 과거 인터뷰에서도 마음에 들지않는 불편한 질문에 날 선 반응을 보이거나 기자를 정파적이라고 몰아붙이는 경우가 있었다며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고향 캔자스주에서 연방 상원의원 출마를 저울질하고 2024년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폼페이오 장관으로선 인터뷰와 그 후보인 행동으로 인해 단단히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트윗

폼페이오 장관과 NPR 기자의 인터뷰 사건에 트럼프 대통령도 한 발 걸쳤습니다. 보수성향 라디오 진행과 폭스 뉴스 진행을 맡은 마크 레빈의 민주당 선전해주는 방송(NPR)에 왜 재정지원을 해야 하느냐는 취지의 트윗을 소개하며 "아주 좋은 질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재정 지원 문제를 검토해 보겠다는 뜻으로 보이는데 NPR 입장에선 압박일 수밖에 없습니다.

PBS.NPR 등 공영방송에 정부의 재정이 일부 지원되는데 공화당은 이들 공영방송이 진보적인 담론을 선전하고 민주당에 편향적인 정파적 방송이라며 전통적으로 눈엣가시처럼 여겨왔습니다. 수십 년 동안 재정지원을 끊는 방안을 모색해 왔고 2018년에는 재정 지원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했지만, 하원에 막혀 실패한 적도 있습니다.

'공영방송 NPR은 켈리 기자의 든든한 지원군이었습니다'

11분에 걸친 인터뷰와 이어진 폼페이오 장관의 기자에 대한 호통 사건은 간단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언론과 권력의 관계라는 가장 기본적인 주제부터 취재기자와 취재원과의 신뢰관계의 조건과 한계, 공영방송의 역할과 재정문제, 여기에 진보 보수의 가치문제까지 다양한 논의를 품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맞선 켈리 기자를 대하는 NPR의 태도입니다.

켈리 기자가 험한 소리를 들었다는 발언을 자사 방송을 통해 밝히면서 논란이 점화되자마자 NPR 뉴스 담당 수석 부사장이 먼저 나섰습니다.

"매리 루이스 켈리는 늘 최고의 진실성을 갖고 활동해 왔습니다. 우리는 이 리포트를 지지합니다." -낸시 반즈(NPR 뉴스담당 수석 부사장)

폼페이오 장관의 국무부 공식 성명이 나오자 이번엔 NPR 최고경영자가 나섰습니다. 자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답변하는 형식으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매리 루이스 켈리는 가장 존경받고 진실하며 전문적이고 윤리적인 미국의 언론인 가운데 한명입니다. 이는 모든 언론인이 아는 사실입니다. 나는 켈리 기자를 지지합니다. 나는 NPR 뉴스룸을 지지합니다. 국무장관의 성명은 뻔뻔스러운 거짓입니다." -존 랜싱 (NPR CEO)

"관료와 기자 사이의 긴장은 특별한 게 아닙니다. 기자는 어려운 질문을 하고 관료는 이에 답해야 합니다. 때론 고통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긴장관계는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긴장관계를 넘어서는 일입니다. 이는 협박입니다. 우리는 협박에 굴하지 않을 것입니다." -존 랜싱 (NPR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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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9 09:27:24
    • 수정2020-01-29 09:28:09
    특파원 리포트
기자와 장관이 싸우나?...긴장의 일문 일답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주(현지시간 1.24)미 공영라디오 NPR 뉴스 프로그램(ALL THINGS CONSIDERED)에 출연해 진행자인 매리 루이스 켈리 기자와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조율된 주제의 질문이 아니라며 답변을 거부하다시피 하다 서둘러 인터뷰를 마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NPR 폼페이오 인터뷰

트럼프 대통령 탄핵 하원 청문회에서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비선 외교로부터 요바노비치 전 대사를 막아준 적이 있는지? 그녀에게 사과할 뜻이 있는지?"를 묻는 켈레 기자의 질문에 "답변할 게 없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를 보호했다고"두루뭉술하게 답했습니다.

켈리 기자는 집요하게 요바노비치 전 대사를 어느 부분에서 보호했는지 물었고 폼페이오 장관은 이 인터뷰는 이란 문제에 답하는 것이지 우크라이나 문제는 주제가 아니라며 답변을 피했고, 켈리 기자는 "당신 보좌관과 인터뷰를 조율하며 여러 주제에 관해 질문하기로 한 바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11분가량 진행된 생방송 인터뷰는 7분대 까지는 이란 문제였지만 나머지 3분여 동안은 우크라이나 문제로 국무장관과 기자가 생방송에서 옥신각신하며 긴장감이 정점으로 치달았습니다.

인터뷰는 막판 폼페이오 장관의 보좌관으로 보이는 이의 인터뷰를 마친다는 목소리까지 살짝 끼어들어가며 어수선하게 마무리됐습니다. 장관과 기자 누구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고 험한 말이 오고 간 것도 아니었지만, 긴장감은 엄청났습니다.다만 폼페이오 장관의 목소리에서 불편한 기색, 말 그대로 삐친 기색은 역력했습니다. 기자와 고위 정부관료의 긴장감 넘치는 질의 답변에서 있을 법한 일로 넘어가나 했는데 인터뷰 직후 사달이 났습니다.

호통

켈리 기자는 인터뷰 직후 폼페이오 장관의 개인 접견실로 불려가 험한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나를 노려봤습니다""폼페이오 장관은 인터뷰가 진행된 시간 만큼 나를 향해 고함쳤습니다.""욕설까지 섞었습니다."

심지어 "미국인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신경이나 쓸 줄 아느냐?" "우크라이나가 지도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느냐"며 보좌관에게 지명 표시가 없는 지도를 가져오게 해 우크라이나를 짚어보라고까지 시켰다고 했습니다.

인터뷰가 맘에 안 든다고 기자를 불러 고함치고, 지도에서 우크라이나를 짚어보라는 모욕적인 요구까지 한 사실을 켈리 기자가 폭로하자 폼페이오 장관이 국무부 공식 성명까지 내면서 반박에 나섰습니다.


미 국무부 공식 성명

인터뷰 다음날(현지시간 1.25) 성명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켈리 기자가 언론의 기본 규칙과 품위를 위반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트럼프 대통령과 그 행정부를 상처 내려고 노력하는 고삐 풀린 언론의 또 다른 예이다""미국인들이 정직성 없이 자신들의 관점을 설파하는 이런 언론을 불신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거칠게 공격했습니다.
그 근거로 켈리 기자가 두 가지 거짓말을 했다고 했는데 첫째는 인터뷰를 준비하며 질문 주제에 대해 거짓말 한 것이고 둘째는 인터뷰 후에 나눈 대화는 비보도를 전제로 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NPR 인터뷰-기자호통-폭로-국무장관 성명까지 20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숨 쉴 틈 없는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기자에 왜 호통까지?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점화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사를 비롯한 수많은 베테랑 외교관들이 하원 청문회 증언에 나섰는데 폼페이오 장관이 이들에 대한 지지 표명은 고사하고 직업 외교관들을 적절히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탄핵 정국 초반부터 나왔고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거나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해왔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으로선 가장 받기 싫은 질문이 우크라이나 관련 질문입니다.

사실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성명으로 켈리 기자가 거짓말을 했다고 밝힌 것은 사실일까?

첫째, 인터뷰를 이란 문제에 한정한다고 하고 우크라이나 문제를 물었다는 건데 NPR 측은 켈리 기자가 인터뷰를 준비하며 폼페이오 장관 언론 담당과 주고받은 이메일에 분명히 이란 문제와 함께 다양한 주제를 질문한다고 밝힌 내용이 있다고 했습니다. 근거를 갖고 있다는 겁니다.

둘째 인터뷰 이후 폼페이와 장관과 나눈 대화는 비보도를 전제로 했는데 켈리 기자가 이를 어겼다는 주장입니다. NPR은 비보도는 서로가 동의했을 때 성립하는 것인데 켈리 기자는 비보도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어떤 기자도 장막 뒤에서 국무장관과 그런 대화를 나눈 것을 비보도로 하는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성명에선 켈리 기자에게 호통을 치고 욕설을 했다는 부분을 부인하는 말은 없었습니다.

후폭풍

당장 오는 30일(현지시간)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납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 추진까지 몰고 온 지난해 7월 미-우크라 정상 통화의 당사잡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소추가 상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민감한 시점이라 관심이 집중돼있는데
켈리 기자에 호통치는 과정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인들 중 누가 우크라이나에 신경이나 쓸 것 같으냐"고 발언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발언을 주워담아야 할 민망한 상황입니다.


윌리엄 테일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 대행 NYT 기고문

1.26일짜 뉴욕 타임스에는 하원 탄핵 청문회에 출석한 바 있는 윌리엄 테일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 대행이 '그렇소 장관!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중요시해야 합니다'란 제목의 기고문을 싣고 우크라이나를 경시하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정면 비판하며 러시아의 위협에 최전선에서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가치를 하나 하나 들면서 전 상관을 훈계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의회와 언론의 집중포화까지 받고 있습니다.

민주당 상원의원 5인 폼페이오 장관에 서한

민주당 상원의원 다섯 명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세계에 내놓은 미국의 가치와 입장을 해치는 무책임한 발언과 행동이라며 질책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신문과 지상파.케이블 방송은 관련 뉴스를 다루며 폼페이오 장관이 과거 인터뷰에서도 마음에 들지않는 불편한 질문에 날 선 반응을 보이거나 기자를 정파적이라고 몰아붙이는 경우가 있었다며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고향 캔자스주에서 연방 상원의원 출마를 저울질하고 2024년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폼페이오 장관으로선 인터뷰와 그 후보인 행동으로 인해 단단히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트윗

폼페이오 장관과 NPR 기자의 인터뷰 사건에 트럼프 대통령도 한 발 걸쳤습니다. 보수성향 라디오 진행과 폭스 뉴스 진행을 맡은 마크 레빈의 민주당 선전해주는 방송(NPR)에 왜 재정지원을 해야 하느냐는 취지의 트윗을 소개하며 "아주 좋은 질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재정 지원 문제를 검토해 보겠다는 뜻으로 보이는데 NPR 입장에선 압박일 수밖에 없습니다.

PBS.NPR 등 공영방송에 정부의 재정이 일부 지원되는데 공화당은 이들 공영방송이 진보적인 담론을 선전하고 민주당에 편향적인 정파적 방송이라며 전통적으로 눈엣가시처럼 여겨왔습니다. 수십 년 동안 재정지원을 끊는 방안을 모색해 왔고 2018년에는 재정 지원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했지만, 하원에 막혀 실패한 적도 있습니다.

'공영방송 NPR은 켈리 기자의 든든한 지원군이었습니다'

11분에 걸친 인터뷰와 이어진 폼페이오 장관의 기자에 대한 호통 사건은 간단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언론과 권력의 관계라는 가장 기본적인 주제부터 취재기자와 취재원과의 신뢰관계의 조건과 한계, 공영방송의 역할과 재정문제, 여기에 진보 보수의 가치문제까지 다양한 논의를 품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맞선 켈리 기자를 대하는 NPR의 태도입니다.

켈리 기자가 험한 소리를 들었다는 발언을 자사 방송을 통해 밝히면서 논란이 점화되자마자 NPR 뉴스 담당 수석 부사장이 먼저 나섰습니다.

"매리 루이스 켈리는 늘 최고의 진실성을 갖고 활동해 왔습니다. 우리는 이 리포트를 지지합니다." -낸시 반즈(NPR 뉴스담당 수석 부사장)

폼페이오 장관의 국무부 공식 성명이 나오자 이번엔 NPR 최고경영자가 나섰습니다. 자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답변하는 형식으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매리 루이스 켈리는 가장 존경받고 진실하며 전문적이고 윤리적인 미국의 언론인 가운데 한명입니다. 이는 모든 언론인이 아는 사실입니다. 나는 켈리 기자를 지지합니다. 나는 NPR 뉴스룸을 지지합니다. 국무장관의 성명은 뻔뻔스러운 거짓입니다." -존 랜싱 (NPR CEO)

"관료와 기자 사이의 긴장은 특별한 게 아닙니다. 기자는 어려운 질문을 하고 관료는 이에 답해야 합니다. 때론 고통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긴장관계는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긴장관계를 넘어서는 일입니다. 이는 협박입니다. 우리는 협박에 굴하지 않을 것입니다." -존 랜싱 (NPR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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