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나는 하느님의 음성을 듣는 사람”, 20대 여교사의 안타까운 죽음

입력 2020.01.29 (16:18) 수정 2020.01.3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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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여교사의 신앙심을 악용, 재산을 빼앗고 폭행 살해한 40대 사이비 교주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에서 그는 편집성 성격장애로 인한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 여교사인 A(당시 27)씨와 B(48)씨는 A 씨가 다니던 교회 지인의 소개로 만나 종교적 멘토·멘티 사이가 됐다. B 씨는 자신을 미국 버클리 음대를 졸업,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주변에 소개했다. 그는 제주도 내 교회에서 직접 작곡한 찬송가 등을 연주하며 젊은 여성들의 환심을 샀다. 이후 그들과 어느 정도 친해지자 개인적 혹은 종교적 고민을 상담해 주며 이들의 신뢰를 얻는다. 여교사 A 씨도 이런 B 씨를 신뢰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B 씨의 버클리 음대 졸업은 거짓말이었고 얼마 후 그는 본심을 드러낸다.

그는 A 씨에게 “나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는 자이고, 나의 말은 하나님이 나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다”라며 세뇌했다. B 씨는 이후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고 복종하게 만들어 소위 ‘주종관계’를 유지한 채 청소, 설거지, 애 돌보기 등 A 씨를 마치 ‘하인’처럼 부렸다. 2018년 3월 A 씨는 B 씨 집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로 전보된 이후에는 B 씨가 주선한 집에서 지내기 시작했는데, 학교도 휴직한 채 B 씨가 지시하는 일을 하며 지내 왔다.

B 씨는 A 씨에게 노동력 착취뿐만 아니라 돈도 가로챘다. 그는 2015년 8월부터 A 씨에게 “네가 가진 것을 하나님께 다 드려라. 하나님이 그것을 원하신다. 나는 우체부 역할을 한다. 그 돈을 필요한 곳에 헌금을 한다”고 속여 2017년 3월 16일까지 모두 29차례에 걸쳐 1억 8천300만 원을 챙겼다.

B 씨의 착취를 견디지 못한 여교사는 B 씨의 전화를 피하고 그의 지옥 같은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B 씨는 여교사가 자신을 무시한다며 분노와 배신감이 커졌고 결국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다. 2018년 6월 2일 B 씨는 서귀포의 한 아파트에서 A 씨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다. B 씨 이후 119에 직접 전화해 “A 씨가 어딘가에 부딪혀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며 허위신고를 하는 사악함까지 보였다.

결국, B 씨는 살인, 사기,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됐고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14일 A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이후 B 씨는 “형이 너무 무겁고, 사실 및 법리 오해가 있다"는 이유로, 검찰은 "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쌍방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 이재권 수석부장판사는 오늘(29일) B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종교적 신념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종속관계로 만들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A 씨의 경우 종속관계에서 벗어나려 하자 살해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행 수범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자의 가족들도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을 일삼아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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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나는 하느님의 음성을 듣는 사람”, 20대 여교사의 안타까운 죽음
    • 입력 2020-01-29 16:18:13
    • 수정2020-01-30 14:18:55
    취재후·사건후
선량한 여교사의 신앙심을 악용, 재산을 빼앗고 폭행 살해한 40대 사이비 교주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에서 그는 편집성 성격장애로 인한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 여교사인 A(당시 27)씨와 B(48)씨는 A 씨가 다니던 교회 지인의 소개로 만나 종교적 멘토·멘티 사이가 됐다. B 씨는 자신을 미국 버클리 음대를 졸업,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주변에 소개했다. 그는 제주도 내 교회에서 직접 작곡한 찬송가 등을 연주하며 젊은 여성들의 환심을 샀다. 이후 그들과 어느 정도 친해지자 개인적 혹은 종교적 고민을 상담해 주며 이들의 신뢰를 얻는다. 여교사 A 씨도 이런 B 씨를 신뢰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B 씨의 버클리 음대 졸업은 거짓말이었고 얼마 후 그는 본심을 드러낸다.

그는 A 씨에게 “나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는 자이고, 나의 말은 하나님이 나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다”라며 세뇌했다. B 씨는 이후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고 복종하게 만들어 소위 ‘주종관계’를 유지한 채 청소, 설거지, 애 돌보기 등 A 씨를 마치 ‘하인’처럼 부렸다. 2018년 3월 A 씨는 B 씨 집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로 전보된 이후에는 B 씨가 주선한 집에서 지내기 시작했는데, 학교도 휴직한 채 B 씨가 지시하는 일을 하며 지내 왔다.

B 씨는 A 씨에게 노동력 착취뿐만 아니라 돈도 가로챘다. 그는 2015년 8월부터 A 씨에게 “네가 가진 것을 하나님께 다 드려라. 하나님이 그것을 원하신다. 나는 우체부 역할을 한다. 그 돈을 필요한 곳에 헌금을 한다”고 속여 2017년 3월 16일까지 모두 29차례에 걸쳐 1억 8천300만 원을 챙겼다.

B 씨의 착취를 견디지 못한 여교사는 B 씨의 전화를 피하고 그의 지옥 같은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B 씨는 여교사가 자신을 무시한다며 분노와 배신감이 커졌고 결국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다. 2018년 6월 2일 B 씨는 서귀포의 한 아파트에서 A 씨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다. B 씨 이후 119에 직접 전화해 “A 씨가 어딘가에 부딪혀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며 허위신고를 하는 사악함까지 보였다.

결국, B 씨는 살인, 사기,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됐고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14일 A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이후 B 씨는 “형이 너무 무겁고, 사실 및 법리 오해가 있다"는 이유로, 검찰은 "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쌍방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 이재권 수석부장판사는 오늘(29일) B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종교적 신념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종속관계로 만들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A 씨의 경우 종속관계에서 벗어나려 하자 살해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행 수범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자의 가족들도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을 일삼아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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