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블랙리스트사건 다시 심리…직권남용죄 엄격 잣대

입력 2020.01.30 (21:58) 수정 2020.01.3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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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법원이 오늘(30일)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범죄가 성립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다시 재판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백인성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김명수/대법원장 :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문화부 산하기관들에 좌파 예술가 지원 배제를 지시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재판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핵심 쟁점인 직권남용죄 성립에 대한 심리가 부족했단 이윱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한 부분과 상대가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한 부분이 모두 인정돼야 처벌됩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김 전 실장 등의 지시가 직권을 남용한 건 맞지만, 지시를 받은 문체부 산하기관 직원들이 수행한 업무중 일부가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이었는지를 더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정 성향 예술가 지원배제를 위한 명분 발굴 등 12개 행위는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한 것이지만 단순한 명단 송부, 공모사업 진행상황 보고 등 2개 행위도 여기 해당하느냐는 겁니다.

[배상원/대법원 재판연구관 : "공무원이거나 공공기관 임직원인 경우 그 사람이 한 일이 의무없는 일인지 여부는 관계법령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입니다."]

사건 관련자들은 대법원 판단에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이양구/문화부 블랙리스트 조사관 : "공공기관 직원들은 '내가 보낸 명단이 블랙리스트 검증에 사용되는 줄 알았다면 과연 내가 명단송부를 했겠느냐' 이렇게 지금도 후회하고 있단 말예요."]

대법원이 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하면서 조국 전 장관 등 현재 진행중인 직권남용 혐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KBS 뉴스 백인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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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블랙리스트사건 다시 심리…직권남용죄 엄격 잣대
    • 입력 2020-01-30 22:00:38
    • 수정2020-01-31 09: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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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법원이 오늘(30일)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범죄가 성립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다시 재판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백인성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김명수/대법원장 :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문화부 산하기관들에 좌파 예술가 지원 배제를 지시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재판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핵심 쟁점인 직권남용죄 성립에 대한 심리가 부족했단 이윱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한 부분과 상대가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한 부분이 모두 인정돼야 처벌됩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김 전 실장 등의 지시가 직권을 남용한 건 맞지만, 지시를 받은 문체부 산하기관 직원들이 수행한 업무중 일부가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이었는지를 더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정 성향 예술가 지원배제를 위한 명분 발굴 등 12개 행위는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한 것이지만 단순한 명단 송부, 공모사업 진행상황 보고 등 2개 행위도 여기 해당하느냐는 겁니다.

[배상원/대법원 재판연구관 : "공무원이거나 공공기관 임직원인 경우 그 사람이 한 일이 의무없는 일인지 여부는 관계법령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입니다."]

사건 관련자들은 대법원 판단에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이양구/문화부 블랙리스트 조사관 : "공공기관 직원들은 '내가 보낸 명단이 블랙리스트 검증에 사용되는 줄 알았다면 과연 내가 명단송부를 했겠느냐' 이렇게 지금도 후회하고 있단 말예요."]

대법원이 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하면서 조국 전 장관 등 현재 진행중인 직권남용 혐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KBS 뉴스 백인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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