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광주에서 박수 받아야 할 사람”…‘5·18 망언’ 지만원의 최후 진술

입력 2020.01.3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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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바로 그 '광수'입니다.

"내 얼굴 내가 아니면 누가 압니까. 대한민국 어디다 내놔도 나 아는 사람들은 다 찾아냅니다."
"콧대가 다르고 눈썹 모양새도 전혀 다르다고 분석됐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 틀립니다. 남의 얼굴을 갖다가 맘대로 눈이 어떠네, 코가 어떠네 해서 쓰겠습니까."

눈썹의 모양새, 콧대의 골격, 인중의 오목함, 구레나룻의 길이. 흐릿한 흑백 사진 속에 담긴 옆얼굴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치열한 분석이 이어집니다. 얼핏 보면 관상을 보는 건가, 견적을 보는 건가 싶지만, 이곳은 다름 아닌 법정. 어제(3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태호 판사의 심리로 열린 지만원 씨에 대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 사건 결심공판에서 벌어진 공방입니다.

지만원 씨 측 변호인은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정문 근처에서 찍힌 사진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그러면서 사진 속 인물들은 5·18 때 광주로 내려온 북한 특수군, 이른바 '광수'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선 지용 씨는 지만원 씨가 지목한 '제73광수'가 바로 자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평범한 광주 시민군이었던 자신을 북한군이라며 비방하고 명예를 훼손했으니 정정을 부탁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지만원 씨는 '제73광수'는 북한 인민군 대장이었던 '오극렬'이 확실하다며 정정을 거부했습니다.

지만원 씨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 김사복 씨(오른쪽)과 독일인 기자 힌츠페터 씨(왼쪽) 모두 북한의 간첩이라고 주장해왔다.지만원 씨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 김사복 씨(오른쪽)과 독일인 기자 힌츠페터 씨(왼쪽) 모두 북한의 간첩이라고 주장해왔다.

영화 '택시운전사' 속 힌츠페터와 김사복이 '간첩'?

지만원 씨가 이렇게 '북한군', '빨갱이', '간첩'으로 지칭한 건 지용 씨뿐이 아니었습니다. 지 씨는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광주 시민들에게 '광수' 번호를 붙이고, 이를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퍼뜨린 혐의(명예훼손)로 지난 2016년 4월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어제 재판에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 김사복 씨의 아들 김승필 씨도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지만원 씨는 김사복 씨는 물론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씨 역시 북한의 사주를 받은 간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저희 부친은 힌츠페터 씨와 함께 잘못된 정권이 잘못된 행위를 해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에 대해 인권주의적인 소신을 세우셨습니다. 힌츠페터 씨를 간첩이라 하는 건 직접 만나본 사람으로서 1%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인권 주의적이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하셨던 분이지, 어떤 불손 단체와 결탁해 불손한 행위를 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자식 된 도리로서 부친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지만원 씨를 고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김승필 씨는 5·18 민주화운동이 자꾸 폄훼되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40년 전에 돌아가신 광주의 의인들은 우리 민주화의 초석이 된 분들"이라며 "더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만원 씨는 광주 시민들을 ‘광수’(광주 북한특수군)라고 지칭하며 번호를 매겨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지만원 씨는 광주 시민들을 ‘광수’(광주 북한특수군)라고 지칭하며 번호를 매겨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반성 없는 지만원…"나는 광주로부터 감사와 박수를 받아야"

하지만 그간 재판에 출석해 화를 내고, 가슴 아파했던 증인들의 목소리가 무색할 만큼 지 씨는 자신이 '무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북한군이 광주에 와서 불명예스러운 행위들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17년 동안 연구해 밝혀냈으니, 오히려 광주로부터 고맙다는 인사와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는 겁니다.

지 씨는 최후 진술에서 "5·18 당시 정규사단 습격, 계엄군 발포, 광주교도소 공격 등 여러 불명예가 되는 사실들을 북한군이 와서 저질렀다는 사실을 밝혀줬으니 나는 광주의 명예를 고양해준 사람이지 훼손한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검찰은 "표현의 자유 한계를 초과해 5·18 민주화 운동의 성격을 왜곡하고 민주화 운동 관련 단체와 참가자들 및 그 가족들 전체를 비하하고 그들에 대한 편견을 조장함으로써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가치, 평가를 저하했다"며 지 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습니다.

'북한군'으로 지목된 증인 수십 명의 법정 증언과 지 씨의 거듭되는 망언에 대한 추가 기소로 4년 가까이 표류했던 재판은 이제 마무리됐습니다. 지 씨는 다음 달 13일 1심 선고를 받게 됩니다. 5·18에 대한 왜곡 발언으로 이미 여러 차례 형사재판에 넘겨졌던 지 씨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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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광주에서 박수 받아야 할 사람”…‘5·18 망언’ 지만원의 최후 진술
    • 입력 2020-01-31 07:01:44
    취재K
제가 바로 그 '광수'입니다.

"내 얼굴 내가 아니면 누가 압니까. 대한민국 어디다 내놔도 나 아는 사람들은 다 찾아냅니다."
"콧대가 다르고 눈썹 모양새도 전혀 다르다고 분석됐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 틀립니다. 남의 얼굴을 갖다가 맘대로 눈이 어떠네, 코가 어떠네 해서 쓰겠습니까."

눈썹의 모양새, 콧대의 골격, 인중의 오목함, 구레나룻의 길이. 흐릿한 흑백 사진 속에 담긴 옆얼굴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치열한 분석이 이어집니다. 얼핏 보면 관상을 보는 건가, 견적을 보는 건가 싶지만, 이곳은 다름 아닌 법정. 어제(3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태호 판사의 심리로 열린 지만원 씨에 대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 사건 결심공판에서 벌어진 공방입니다.

지만원 씨 측 변호인은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정문 근처에서 찍힌 사진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그러면서 사진 속 인물들은 5·18 때 광주로 내려온 북한 특수군, 이른바 '광수'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선 지용 씨는 지만원 씨가 지목한 '제73광수'가 바로 자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평범한 광주 시민군이었던 자신을 북한군이라며 비방하고 명예를 훼손했으니 정정을 부탁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지만원 씨는 '제73광수'는 북한 인민군 대장이었던 '오극렬'이 확실하다며 정정을 거부했습니다.

지만원 씨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 김사복 씨(오른쪽)과 독일인 기자 힌츠페터 씨(왼쪽) 모두 북한의 간첩이라고 주장해왔다.
영화 '택시운전사' 속 힌츠페터와 김사복이 '간첩'?

지만원 씨가 이렇게 '북한군', '빨갱이', '간첩'으로 지칭한 건 지용 씨뿐이 아니었습니다. 지 씨는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광주 시민들에게 '광수' 번호를 붙이고, 이를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퍼뜨린 혐의(명예훼손)로 지난 2016년 4월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어제 재판에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 김사복 씨의 아들 김승필 씨도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지만원 씨는 김사복 씨는 물론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씨 역시 북한의 사주를 받은 간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저희 부친은 힌츠페터 씨와 함께 잘못된 정권이 잘못된 행위를 해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에 대해 인권주의적인 소신을 세우셨습니다. 힌츠페터 씨를 간첩이라 하는 건 직접 만나본 사람으로서 1%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인권 주의적이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하셨던 분이지, 어떤 불손 단체와 결탁해 불손한 행위를 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자식 된 도리로서 부친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지만원 씨를 고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김승필 씨는 5·18 민주화운동이 자꾸 폄훼되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40년 전에 돌아가신 광주의 의인들은 우리 민주화의 초석이 된 분들"이라며 "더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만원 씨는 광주 시민들을 ‘광수’(광주 북한특수군)라고 지칭하며 번호를 매겨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반성 없는 지만원…"나는 광주로부터 감사와 박수를 받아야"

하지만 그간 재판에 출석해 화를 내고, 가슴 아파했던 증인들의 목소리가 무색할 만큼 지 씨는 자신이 '무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북한군이 광주에 와서 불명예스러운 행위들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17년 동안 연구해 밝혀냈으니, 오히려 광주로부터 고맙다는 인사와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는 겁니다.

지 씨는 최후 진술에서 "5·18 당시 정규사단 습격, 계엄군 발포, 광주교도소 공격 등 여러 불명예가 되는 사실들을 북한군이 와서 저질렀다는 사실을 밝혀줬으니 나는 광주의 명예를 고양해준 사람이지 훼손한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검찰은 "표현의 자유 한계를 초과해 5·18 민주화 운동의 성격을 왜곡하고 민주화 운동 관련 단체와 참가자들 및 그 가족들 전체를 비하하고 그들에 대한 편견을 조장함으로써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가치, 평가를 저하했다"며 지 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습니다.

'북한군'으로 지목된 증인 수십 명의 법정 증언과 지 씨의 거듭되는 망언에 대한 추가 기소로 4년 가까이 표류했던 재판은 이제 마무리됐습니다. 지 씨는 다음 달 13일 1심 선고를 받게 됩니다. 5·18에 대한 왜곡 발언으로 이미 여러 차례 형사재판에 넘겨졌던 지 씨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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