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주인은?…조원태 VS 조현아, 불붙은 ‘남매의 전쟁’

입력 2020.02.0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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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주총회 앞둔 한진…조원태 VS 조현아, 승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달린 3월 주주총회가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갈등이 또 다시 불거지며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말, 조현아 전 부사장은 조원태 회장이 선대 회장인 고 조양호 전 회장이 남긴 '공동경영의 유훈'을 어겼다며 공개 반기를 들었습니다. 이어 지난 성탄절엔 조원태 회장이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평창도 자택을 찾아가 말다툼을 하고 기물을 파손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습니다.

조원태 회장과 이명희 고문이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켜 사죄한다는 사과문을 공동으로 발표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가족간 분쟁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돈은 피보다 진할까?…동생 등진 조현아, KCGI·반도건설과 손잡다

31일 조현아 전 부사장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공식화했습니다.

특히,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아버지 고 조양호 전 회장 재임 시절부터 총수일가의 경영권을 끊임없이 위협해 왔기 때문에 조 전 부사장이 그런 KCGI와 손을 잡았다는 건 남매의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조 전 부사장이 표면적으로 내건 이유는 '전문경영인제도' 도입입니다.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은 공동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입장문을 냈는데, 특히 이들은 현재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비롯해 한진그룹 전체의 경영 상황이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이 문제가 현재의 경영진, 즉 조원태 체제로는 개선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조원태 회장을 직접 겨냥한 겁니다.

다만, 경영권 다툼이 자칫 남매 간의 진흙탕 싸움으로 비칠 수 있음을 의식한 듯 "세 주주는 경영의 일선에 나서지 않고 전문경영인에 의한 혁신적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승자는 누구? 남매 다툼에 '캐스팅보트' 된 국민연금

결국 지분 싸움이 됐습니다. 먼저, 과거의 적까지 품은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의 지분율은 이렇습니다.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와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 계열사 등 특별관계자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모두 32.06%. 이중 반도건설의 의결권 유효 지분(8.20%)을 고려하면 이들 3자의 총 지분율은 31.98%로 계산됩니다.

그럼 조원태 회장 측의 지분율은 충분할까?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한진 총수 일가의 지분은 28.94%. 그런데 조현아 전 부사장(6.49%)이 등을 돌리면서 조 회장 측 지분은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편을 들어준다는 전제 하에 22.45%가 됩니다.

여기에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 등 제휴를 맺은 '백기사'인 델타항공(10.00%)과 조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된 카카오(1%)의 지분을 더하면 조 회장 측의 지분은 33.45%로 계산됩니다.

33.45% vs 31.98%, 1.47% 포인트 차이.

하지만 지난 '성탄절 소동'으로 갈등을 빚었던 어머니 이명희 고문과 동생 조현민 전무가 조원태 회장의 편이라는 보장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 고문이나 조 전무가 조현아 전 부사장의 편에 선다면 조 회장은 경영권을 내려놔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주목받는 건 국민연금입니다. 한진칼 지분 4.1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두 남매의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 겁니다.

지난해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양호 전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했던 국민연금은 이어진 한진칼 주총에서는 조 회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석태수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습니다. 올해 주총에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겠다고 밝혀 향후 역할에 자연스레 시선이 쏠립니다.

한진칼은 이사 선임·해임 안건을 일반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이 통과됩니다. 주총 참석율이 77.18%였던 지난해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안건 통과를 위해 최소 38∼39%의 지분을 확보해야 합니다.

'남매의 전쟁', 승자는 누가 될까요. 이제 구설 없는 한진 총수 일가로 변화할 수 있을까요. 직원들은 어떤 결론을 원할까요. 한달 여 남은 주주총회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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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진칼 주인은?…조원태 VS 조현아, 불붙은 ‘남매의 전쟁’
    • 입력 2020-02-02 11:08:43
    취재K
3월 주주총회 앞둔 한진…조원태 VS 조현아, 승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달린 3월 주주총회가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갈등이 또 다시 불거지며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말, 조현아 전 부사장은 조원태 회장이 선대 회장인 고 조양호 전 회장이 남긴 '공동경영의 유훈'을 어겼다며 공개 반기를 들었습니다. 이어 지난 성탄절엔 조원태 회장이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평창도 자택을 찾아가 말다툼을 하고 기물을 파손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습니다.

조원태 회장과 이명희 고문이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켜 사죄한다는 사과문을 공동으로 발표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가족간 분쟁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돈은 피보다 진할까?…동생 등진 조현아, KCGI·반도건설과 손잡다

31일 조현아 전 부사장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공식화했습니다.

특히,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아버지 고 조양호 전 회장 재임 시절부터 총수일가의 경영권을 끊임없이 위협해 왔기 때문에 조 전 부사장이 그런 KCGI와 손을 잡았다는 건 남매의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조 전 부사장이 표면적으로 내건 이유는 '전문경영인제도' 도입입니다.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은 공동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입장문을 냈는데, 특히 이들은 현재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비롯해 한진그룹 전체의 경영 상황이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이 문제가 현재의 경영진, 즉 조원태 체제로는 개선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조원태 회장을 직접 겨냥한 겁니다.

다만, 경영권 다툼이 자칫 남매 간의 진흙탕 싸움으로 비칠 수 있음을 의식한 듯 "세 주주는 경영의 일선에 나서지 않고 전문경영인에 의한 혁신적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승자는 누구? 남매 다툼에 '캐스팅보트' 된 국민연금

결국 지분 싸움이 됐습니다. 먼저, 과거의 적까지 품은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의 지분율은 이렇습니다.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와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 계열사 등 특별관계자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모두 32.06%. 이중 반도건설의 의결권 유효 지분(8.20%)을 고려하면 이들 3자의 총 지분율은 31.98%로 계산됩니다.

그럼 조원태 회장 측의 지분율은 충분할까?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한진 총수 일가의 지분은 28.94%. 그런데 조현아 전 부사장(6.49%)이 등을 돌리면서 조 회장 측 지분은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편을 들어준다는 전제 하에 22.45%가 됩니다.

여기에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 등 제휴를 맺은 '백기사'인 델타항공(10.00%)과 조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된 카카오(1%)의 지분을 더하면 조 회장 측의 지분은 33.45%로 계산됩니다.

33.45% vs 31.98%, 1.47% 포인트 차이.

하지만 지난 '성탄절 소동'으로 갈등을 빚었던 어머니 이명희 고문과 동생 조현민 전무가 조원태 회장의 편이라는 보장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 고문이나 조 전무가 조현아 전 부사장의 편에 선다면 조 회장은 경영권을 내려놔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주목받는 건 국민연금입니다. 한진칼 지분 4.1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두 남매의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 겁니다.

지난해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양호 전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했던 국민연금은 이어진 한진칼 주총에서는 조 회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석태수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습니다. 올해 주총에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겠다고 밝혀 향후 역할에 자연스레 시선이 쏠립니다.

한진칼은 이사 선임·해임 안건을 일반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이 통과됩니다. 주총 참석율이 77.18%였던 지난해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안건 통과를 위해 최소 38∼39%의 지분을 확보해야 합니다.

'남매의 전쟁', 승자는 누가 될까요. 이제 구설 없는 한진 총수 일가로 변화할 수 있을까요. 직원들은 어떤 결론을 원할까요. 한달 여 남은 주주총회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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