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마른기침 했다가…동양인 혐오로 번진 코로나

입력 2020.02.04 (08:13) 수정 2020.02.0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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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선수 손흥민이 강팀 맨체스터 시티를 또 한 번 무너뜨리는 순간입니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 나선 손흥민 선수, 승리의 소감을 이어가는데요 하필 이 순간 마른 기침이 나옵니다.

["(첫 골을 넣은) 베르흐베인이 정말 잘 했어요."]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는 흠칫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이 영상이 나가기 무섭게 외국 축구팬들의 댓글이 올라왔습니다.

“손흥민이 방금 기침한 건가?” “토트넘 선수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건가" 등 손흥민의 기침과 신종 코로나를 연결짓는 듯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한 네티즌은 인터뷰 당시 손흥민 옆에 있던 동료선수 이름 베르흐베인을 언급하며 “명복을 빈다”고도 했습니다.

손 선수가 신종코로나 사태로 저격을 당한 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달 31일 온라인매체 '더 스펙테이터 인덱스'가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는 속보를 띄우자, 한 해외 네티즌이 사진 한 장을 올립니다.

손흥민과 토트넘 선수들의 단체 사진에 마스크를 합성한 건데, 손흥민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 얼굴에만 마스크를 씌워 마치 손흥민이 신종 코로나 감염자인 것처럼 표현했습니다.

손흥민 뿐 아니라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로 유럽 내 한국인들이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북마케도니아 1월 29일 한국인 인종차별 영상 : "코로나 바이러스! 중국으로 가버려!"]

조수미의 모교로 유명한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 체칠리아 음악학교는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의 수업 참석을 금지시키기로 했습니다.

바이러스 위험 국가나 지역을 다녀왔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차별의 의도가 드러납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또다시 고개를 든 서양의 인종 차별 움직임 물론 시작은 차이나 포비아, 즉 중국 공포증이었습니다.

함께 앉고, 생활하고, 대화하는 것 자체를 기피하는 식입니다.

인종 다양성을 강조한다는 캐나다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토론토 북부 '요크리전 교육위원회'에 중국계 학생들의 교실 출입을 통제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만 명 가까이 서명을 했습니다.

덴마크에선 한 언론이 중국 국기 오성홍기의 별을 바이러스 입자로 바꾼 삽화를 실어 도마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 이종격투기 포스터에서 한 선수가 방독면을 쓰고 있습니다.

폴란드 선수 요아나 옌드레이칙이 다음달 대결할 상대 중국의 장웨이리를 겨냥해 자신의 SNS에 올린 겁니다.

장웨이리가 "비극을 조롱하는 건 그 사람의 진정한 인격 표시"라고 반발하자 옌드레이칙은 결국 사과했습니다.

서양 사람들 눈에는 중국인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 국민이나 다같은 황색인으로 보이기 때문일까요.

신종 코로나로 촉발된 '반중 감정'이 아시아인이면 다 물러가라는 식의 '반 아시아 감정'으로 판을 키우는 양상입니다.

프랑스의 한 지역신문은 최근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황색경보(Yellow Alert)’라는 1면 제목을 올렸습니다.

19세기 청일전쟁 말기에 독일 황제 빌헬름2세가 내세운 황화론(黃禍論·Yellow Peril)을 떠올리게 합니다.

황색 인종이 부흥하면 백인에게 해를 입힐 거란 주장인데, 명백한 인종 차별이었습니다.

유럽인들이 아시아를 두려워하게 된 역사는 뿌리가 깊습니다.

5세기 게르만족 대이동을 유발한 훈족부터 13세기 동유럽까지 휩쓴 몽골까지, 동방의 강력한 유목민족이 밀려올 때마다 유럽은 긴장에 떨어야 했고 그런 맥락에서 등장한 게 바로 황화론이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황화론은 서서히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계, 즉 중국 포비아로 바뀌었고 거대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공포는 다시 혐오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아시아계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라는 팻말을 든 사진을 올리며 차별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증오와 혐오는 공포와 불안을 증폭시킬 뿐입니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인종과 민족, 국민이 서로의 나라를 오가는 지구촌 시대입니다.

어떤 연유든 인종 갈등으로 번지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역사가 거듭 거듭 인류에게 각인시켜주고 있는 교훈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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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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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04 08:16:09
    • 수정2020-02-04 09:16:18
    아침뉴스타임
축구 선수 손흥민이 강팀 맨체스터 시티를 또 한 번 무너뜨리는 순간입니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 나선 손흥민 선수, 승리의 소감을 이어가는데요 하필 이 순간 마른 기침이 나옵니다.

["(첫 골을 넣은) 베르흐베인이 정말 잘 했어요."]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는 흠칫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이 영상이 나가기 무섭게 외국 축구팬들의 댓글이 올라왔습니다.

“손흥민이 방금 기침한 건가?” “토트넘 선수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건가" 등 손흥민의 기침과 신종 코로나를 연결짓는 듯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한 네티즌은 인터뷰 당시 손흥민 옆에 있던 동료선수 이름 베르흐베인을 언급하며 “명복을 빈다”고도 했습니다.

손 선수가 신종코로나 사태로 저격을 당한 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달 31일 온라인매체 '더 스펙테이터 인덱스'가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는 속보를 띄우자, 한 해외 네티즌이 사진 한 장을 올립니다.

손흥민과 토트넘 선수들의 단체 사진에 마스크를 합성한 건데, 손흥민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 얼굴에만 마스크를 씌워 마치 손흥민이 신종 코로나 감염자인 것처럼 표현했습니다.

손흥민 뿐 아니라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로 유럽 내 한국인들이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북마케도니아 1월 29일 한국인 인종차별 영상 : "코로나 바이러스! 중국으로 가버려!"]

조수미의 모교로 유명한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 체칠리아 음악학교는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의 수업 참석을 금지시키기로 했습니다.

바이러스 위험 국가나 지역을 다녀왔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차별의 의도가 드러납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또다시 고개를 든 서양의 인종 차별 움직임 물론 시작은 차이나 포비아, 즉 중국 공포증이었습니다.

함께 앉고, 생활하고, 대화하는 것 자체를 기피하는 식입니다.

인종 다양성을 강조한다는 캐나다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토론토 북부 '요크리전 교육위원회'에 중국계 학생들의 교실 출입을 통제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만 명 가까이 서명을 했습니다.

덴마크에선 한 언론이 중국 국기 오성홍기의 별을 바이러스 입자로 바꾼 삽화를 실어 도마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 이종격투기 포스터에서 한 선수가 방독면을 쓰고 있습니다.

폴란드 선수 요아나 옌드레이칙이 다음달 대결할 상대 중국의 장웨이리를 겨냥해 자신의 SNS에 올린 겁니다.

장웨이리가 "비극을 조롱하는 건 그 사람의 진정한 인격 표시"라고 반발하자 옌드레이칙은 결국 사과했습니다.

서양 사람들 눈에는 중국인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 국민이나 다같은 황색인으로 보이기 때문일까요.

신종 코로나로 촉발된 '반중 감정'이 아시아인이면 다 물러가라는 식의 '반 아시아 감정'으로 판을 키우는 양상입니다.

프랑스의 한 지역신문은 최근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황색경보(Yellow Alert)’라는 1면 제목을 올렸습니다.

19세기 청일전쟁 말기에 독일 황제 빌헬름2세가 내세운 황화론(黃禍論·Yellow Peril)을 떠올리게 합니다.

황색 인종이 부흥하면 백인에게 해를 입힐 거란 주장인데, 명백한 인종 차별이었습니다.

유럽인들이 아시아를 두려워하게 된 역사는 뿌리가 깊습니다.

5세기 게르만족 대이동을 유발한 훈족부터 13세기 동유럽까지 휩쓴 몽골까지, 동방의 강력한 유목민족이 밀려올 때마다 유럽은 긴장에 떨어야 했고 그런 맥락에서 등장한 게 바로 황화론이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황화론은 서서히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계, 즉 중국 포비아로 바뀌었고 거대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공포는 다시 혐오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아시아계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라는 팻말을 든 사진을 올리며 차별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증오와 혐오는 공포와 불안을 증폭시킬 뿐입니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인종과 민족, 국민이 서로의 나라를 오가는 지구촌 시대입니다.

어떤 연유든 인종 갈등으로 번지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역사가 거듭 거듭 인류에게 각인시켜주고 있는 교훈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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