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파고드는 괴담…“전염병만큼 위험”

입력 2020.02.05 (08:13) 수정 2020.02.0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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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발생 보고'

지난달 3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문서입니다.

경기도내 확진자 3명이 발생했다며 성과 나이, 주소, 관계 등이 상세히 담겼습니다.

'건강 관리과' '향후 계획. 관련 보도자료 배포(2.1. 토)’ 등의 문구가 적혀 있어 공문서로 인식되도록 작성됐습니다.

하지만 가짜였습니다.

경기도청 산하에 ‘건강관리과’라는 조직 자체가 없고 해당 문서에 등장한 인물 정보도 실제 확진자 정보와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요즘 이런 허위 정보에 놀란 분들 꽤 많으실 겁니다.

신종 코로나 공포에 시달리는 대중의 불안을 비집고 허위 정보가 전염병만큼이나 빨리 확산되고 있습니다.

확진자, 심지어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내용부터 피 묻은 마스크까지 유형도 다양합니다.

급기야 허위 정보 유포자 가운데 첫 검거 사례가 나왔습니다.

27살 A씨, 카카오톡을 통해 경남 창원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우려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을 유포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A씨가 유포한 메시지 내용입니다.

'50대 여성이 명절을 맞아 중국 우한시에 다녀온 뒤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고 고열로 곧 병원으로 옮겨질 것이다' 나름의 스토리를 전개하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퍼지는 건 삽시간이었습니다.

이 메시지 탓에 한때 창원시 진해보건소와 해당 병원에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전화가 폭주해 긴급 공지문까지 띄워야 했습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장남 삼아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A씨 뿐만이 아니죠.

서울, 대전, 제주, 충남, 경기도 평택·안성 등에서 신종 코로나 관련 가짜 뉴스가 퍼지면서 경찰이 최초 유포자를 쫓고 있습니다.

전염병이라면 육체에 관한 문제일텐데, 이제는 사람들의 심리 속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른바 '정보전염병’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 관련 정보가 과도하게 넘쳐 괴담을 낳고 있다"며 이를 가리켜 정보와 전염병을 합친 '인포데믹(infodemic)' 즉 정보전염병이라 했습니다.

인포데믹은 본래 금융용업니다.

미국의 전략분석기관 ‘인텔리브리지’사 데이비드 로스코프 회장이 2003년 5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처음 사용했습니다.

그는 "당시 사스 공포로 아시아 경제가 추락한 일이 인포데믹의 위력 탓"이라며 “인포데믹은 한번 발생하면 즉시 대륙을 건너 전염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잘못된 정보가 집단행동을 야기하거나 경제위기, 금융시장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얘깁니다.

최근 우리 금융 당국도 이같은 인포데믹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김용범/기획재정부 제1차관 : "허위사실 유포와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의심되는 계좌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적발된 행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고..."]

정보전염병은 허위정보, 유언비어, 음모론 등 다양한 유형으로 확산 중입니다.

이런 허위 정보들, 언뜻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는 게 공통점인데, 심지어 과학적 검증이 생명이라는 논문에서마저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알카이브(bioRxiv)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에이즈(HIV)유전자를 조작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논문이 게재됐습니다.

작성자는 인도 델리대와 인도공대 연구진입니다.

신종 코로나 유전 정보에서 특이한 부분 4곳이 발견됐는데, 이 모두가 HIV와 일치한다는 걸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과학 논문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기이한(uncanny)’라는 단어까지 사용했습니다.

논문이 SNS 등을 중심으로 퍼지며 불안을 야기하자 세계 과학자들의 검증과 반박이 이어졌고 해당 저자들은 결국 논문을 자진 철회했습니다.

미국 과학전문지 STAT는 “학자들의 빠른 반박 덕에 사이비 과학이 창궐하는걸 막았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 예방에 특효가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민간 요법이 난무하자 보다 못한 세계보건기구가 일일이 팩트체크에 나섰죠.

"참기름을 몸에 바르면 되나요?" "참기름은 맛있을뿐 바이러스는 못 죽입니다.", "마늘은요?" "건강 음식이지만, 신종코로나 예방효과는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폭죽 연기를 들이마시면 어떨까요?" "안됩니다. 천식과 화상 위험만 있어요."

생물학적 전염병이 인간의 목숨을 위협한다면, 정보 전염병은 순식간에 사회적 경제적 혼란과 파국을 가져올 수 있단 점에서 또 다른 위험성을 내포합니다.

훗날 진실이 밝혀져도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다 파장이 수습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과거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때 닭이나 달걀을 먹으면 감염된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져 양계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번 사태를 무작정 낙관해선 안 되겠지만 과도한 인포데믹 상황으로 번지는 것도 우리 스스로 경계할 일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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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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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포 파고드는 괴담…“전염병만큼 위험”
    • 입력 2020-02-05 08:14:15
    • 수정2020-02-05 08:52:44
    아침뉴스타임
'확진자 발생 보고'

지난달 3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문서입니다.

경기도내 확진자 3명이 발생했다며 성과 나이, 주소, 관계 등이 상세히 담겼습니다.

'건강 관리과' '향후 계획. 관련 보도자료 배포(2.1. 토)’ 등의 문구가 적혀 있어 공문서로 인식되도록 작성됐습니다.

하지만 가짜였습니다.

경기도청 산하에 ‘건강관리과’라는 조직 자체가 없고 해당 문서에 등장한 인물 정보도 실제 확진자 정보와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요즘 이런 허위 정보에 놀란 분들 꽤 많으실 겁니다.

신종 코로나 공포에 시달리는 대중의 불안을 비집고 허위 정보가 전염병만큼이나 빨리 확산되고 있습니다.

확진자, 심지어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내용부터 피 묻은 마스크까지 유형도 다양합니다.

급기야 허위 정보 유포자 가운데 첫 검거 사례가 나왔습니다.

27살 A씨, 카카오톡을 통해 경남 창원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우려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을 유포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A씨가 유포한 메시지 내용입니다.

'50대 여성이 명절을 맞아 중국 우한시에 다녀온 뒤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고 고열로 곧 병원으로 옮겨질 것이다' 나름의 스토리를 전개하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퍼지는 건 삽시간이었습니다.

이 메시지 탓에 한때 창원시 진해보건소와 해당 병원에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전화가 폭주해 긴급 공지문까지 띄워야 했습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장남 삼아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A씨 뿐만이 아니죠.

서울, 대전, 제주, 충남, 경기도 평택·안성 등에서 신종 코로나 관련 가짜 뉴스가 퍼지면서 경찰이 최초 유포자를 쫓고 있습니다.

전염병이라면 육체에 관한 문제일텐데, 이제는 사람들의 심리 속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른바 '정보전염병’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 관련 정보가 과도하게 넘쳐 괴담을 낳고 있다"며 이를 가리켜 정보와 전염병을 합친 '인포데믹(infodemic)' 즉 정보전염병이라 했습니다.

인포데믹은 본래 금융용업니다.

미국의 전략분석기관 ‘인텔리브리지’사 데이비드 로스코프 회장이 2003년 5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처음 사용했습니다.

그는 "당시 사스 공포로 아시아 경제가 추락한 일이 인포데믹의 위력 탓"이라며 “인포데믹은 한번 발생하면 즉시 대륙을 건너 전염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잘못된 정보가 집단행동을 야기하거나 경제위기, 금융시장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얘깁니다.

최근 우리 금융 당국도 이같은 인포데믹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김용범/기획재정부 제1차관 : "허위사실 유포와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의심되는 계좌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적발된 행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고..."]

정보전염병은 허위정보, 유언비어, 음모론 등 다양한 유형으로 확산 중입니다.

이런 허위 정보들, 언뜻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는 게 공통점인데, 심지어 과학적 검증이 생명이라는 논문에서마저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알카이브(bioRxiv)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에이즈(HIV)유전자를 조작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논문이 게재됐습니다.

작성자는 인도 델리대와 인도공대 연구진입니다.

신종 코로나 유전 정보에서 특이한 부분 4곳이 발견됐는데, 이 모두가 HIV와 일치한다는 걸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과학 논문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기이한(uncanny)’라는 단어까지 사용했습니다.

논문이 SNS 등을 중심으로 퍼지며 불안을 야기하자 세계 과학자들의 검증과 반박이 이어졌고 해당 저자들은 결국 논문을 자진 철회했습니다.

미국 과학전문지 STAT는 “학자들의 빠른 반박 덕에 사이비 과학이 창궐하는걸 막았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 예방에 특효가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민간 요법이 난무하자 보다 못한 세계보건기구가 일일이 팩트체크에 나섰죠.

"참기름을 몸에 바르면 되나요?" "참기름은 맛있을뿐 바이러스는 못 죽입니다.", "마늘은요?" "건강 음식이지만, 신종코로나 예방효과는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폭죽 연기를 들이마시면 어떨까요?" "안됩니다. 천식과 화상 위험만 있어요."

생물학적 전염병이 인간의 목숨을 위협한다면, 정보 전염병은 순식간에 사회적 경제적 혼란과 파국을 가져올 수 있단 점에서 또 다른 위험성을 내포합니다.

훗날 진실이 밝혀져도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다 파장이 수습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과거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때 닭이나 달걀을 먹으면 감염된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져 양계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번 사태를 무작정 낙관해선 안 되겠지만 과도한 인포데믹 상황으로 번지는 것도 우리 스스로 경계할 일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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