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백두혈통’의 빛과 그림자

입력 2020.02.08 (08:07) 수정 2020.02.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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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에서 6년여 만에 모습을 드러내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김정은 위원장의 고모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입니다.

한때 숙청설이 나돌았던 김경희가 건재한 모습으로 등장하면서 다른 로열패밀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최고의 조력자가 될 수도, 가장 경계해야 하는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북한의 로열패밀리들.

이번주 클로즈업 북한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그의 가족들을 전격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2011년 12월, 평양 금수산궁전.

오열하는 북한 당 간부들 앞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공개됐다.

그리고 침통한 표정으로 안치 장소에 들어선 인물. 김정은 위원장이었다.

상주이자 동시에 북한의 새 지도자가 된 김정은 위원장에게 쏟아진 뜨거운 관심.

그런데 당시 김 위원장 만큼이나 주목을 받은 인물이 있다. 바로 김위원장의 고모 김경희와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이었다.

장례식에 공식 참석한 유일한 로열패밀리이자 김정은 위원장 곁을 지킨 직계가족.

[김정일/북한 국방위원장 중앙추도대회/2011년12월 :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동지를 영생의 모습으로 높이 모신 금수산태양궁전에서 경애하는 최고 사령관동지를 우러러 힘차게 행진해 나가는 영웅적 우리의 인민군 장병들..."]

특히 고모 김경희의 경우 장례식 이후 열린 중앙추도대회에서도 주석단에 함께 올라 자리를 지켰고, 새 지도자를 향한 충성맹세 행사에서도 지근거리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일성 생일 100년 기념 열병식/2012년 4월 : "우리의 김정은 동지는 정녕 천만군민의 마음의 기둥이시며 승리의 기치이십니다."]

김위원장 역시 집권 초 고모 김경희를 김씨 일가의 어른으로 예우했다. 주요 국가 행사일마다 김경희를 전면에 내세웠다.

자신의 체제를 구축하는데 있어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이 끔찍이 아낀 김경희의 후광이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고영환/전 북한 외교관 : "김정일 위원장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김경희 비서가 하는 말은 내가 하는 말과 똑같다. 그래서 김경희 비서는 북한 간부들이 김정일 위원장하고 동급에 놓고 봤어요. 김경희 비서가 거의 김정일 위원장의 후광과 김정일 위원장의 신임에 의해서 거의 김정일급의 영향력을 행사했다."]

공개석상 마다 모자지간이라 할 만큼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던 두 사람.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이 공고화 될수록 김경희의 정치적 위상 또한 높아지는 듯 보였다.

[조선중앙TV/2013년 12월 : "흉악한 정치적 야심가, 음모가이며 만고역적인 장성택을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 하였다."]

그러나 2013년, 북한 로열패밀리에도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김경희와 함께 실세로 군림하던 김정은 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반역죄로 처형된 것이다.

절대적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이른바‘공포정치’가 본격화 된 시점이었다. 남편이 처형된 이후 김경희 역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김일기/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그 당시에 당정군의 최고 지휘를 차지함으로서 김정은이 북한 정치 전면에 나서게 됩니다. 따라서 김경희의 김정은을 김정일의 후계자로 세우는 그런 임무와 역할이 어느 정도 완료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자연스러운 김경희의 임무와 역할이 어느 정도 완료된 시점에 그리고 장성택이 숙청되면서 김경희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권력의 정점에서 물러나게 되는 그런 계기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지도자가 가진 권력의 공포 앞에선 피를 나눈 형제조차 자유롭진 못하다.

2011년, 싱가폴에서 열린 에릭 클랩턴의 공연에서 포착된 김정은 위원장의 친형 김정철.

비교적 자유분방한 모습의 그였지만. 4년 후인 2015년, 영국 런던을 방문한 김정철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굳은 표정으로 대답을 회피했다.

["2015년 당시 녹취북한에서 지위가 어떻습니까? 2015년 당시 녹취동생 김정은과 사이가 어떻습니까?"]

당시 김정철을 에스코트한 태영호 전 공사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철이 김정은 위원장의 친형이긴 하지만 정치적 존재감은 없다고 단언했다.

[태영호/전 영국주재북한공사/2017년 1월 인터뷰 : "북한 사회에서 김정은의 위치는 신. 태양과 같습니다. 제2의 태양, 제2의 신이라는 건 북한 사회에 있을 수가 없어요. 이런 측면에서 놓고 보면 답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김정철의 위치가 무엇이겠느냐? 그저 김정은의 형이다. 생리적인 형이다. 이렇게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이해입니다."]

[정준희/당시 통일부 대변인/2017년 2월 15일 : "정부는 지금 살해된 인물이 김정남이 확실시된다고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2월,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 국제 공항. 이곳에서 끔직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사망한 것이다.

마카오로 떠나기 위해 국제선 청사를 찾은 김정남. 직접 체크인 수속을 밟던 순간, 여성 2명의 습격을 받는다.

스스로도 상황을 직감한 듯 공항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이내 의식을 잃었고,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김정남 피살사건은 끝내 미제 사건으로 남았지만 배후에 북한당국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2009년 1월, 베이징에서 모습을 드러낸 김정남. 당시 그는 후계 문제에 있어 말을 아꼈다.

[김정남/2009년 1월 : "그건 누구도 단언할 수 없습니다. 그건 아버님께서만 결정하실 겁니다."]

그런데 김정은의 후계자 지정이 공식화될 무렵, 김정남은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김정남/2009년 6월/日아사히TV 인터뷰 : "(김정은이) 북한 인민들의 행복과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를 바랍니다."]

2010년엔 일본 아사히 TV와, 2012년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3대 세습에 반대한다고도 밝혔다.

이러한 행동들이 북한 당국으로썬 눈엣가시처럼 느껴졌을 거란 분석이다.

[고영환/전 북한 외교관 : "화분이 나무가 제대로 자랄려면 가지를 정리해줘야 되는 것처럼 잘라버려야 하는 존재거든요 북한 혁명 이론에 의하면. 같은 아버지를 뒀건 같은 할아버지를 뒀건 상관없이 한 사람의 유일지배체제를 확립하는 데서 거추장스러운 것은 다 잘라버린다 이게 북한 정치 시스템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지난 1월 25일, 북한에서 열린 설 명절 공연. 김정은 부부와 김여정 사이, 검은 한복 차림 여성이 눈에 띈다. 바로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종적을 감췄던 김경희 였다.

[조선중앙TV : "최룡해 동지, 김경희 동지가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북한의 주요예술단체 예술인들이 펼친 합동공연. 김경희는 이날 공연 내내 건재함을 과시했다.

북한 당국과 김정은 위원장이 김경희를 재등장 시킨 것은 이른바 백두혈통, 로열 패밀리를 총동원해 내부 결속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12월에도 김 위원장의 숙부인 김평일 주체코 대사를 평양으로 불러들였는데, 시에도 김정은 위원장의 체제 결속을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일기/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북한은 미국과의 총공세전과 그리고 이를 위한 내부 단결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백두의 혁명 정신과 백두혈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김경희의 역할은 북한 주민들을 단합시키고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의 김일성의 손자라는 정통성을 인식시켜주는 데는 가장 큰 효과적인 상징 정치의 도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절대권력, 최고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의 로열패밀리 대부분은 김위원장이 철저한 관리 아래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을 최측근에서 보필하고 있는 여동생 김여정과, 권력과는 무관한 삶을 살고 있는 형 김정철.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부름대로 움직이는 고모 김경희와 숙부 김평일까지...

그러나 그 어떤 통제권 안에도 속하지 않은 채 모습을 감추고 있는 로열패밀리도 있다. 바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다.

[김한솔/2017년 3월 8일 : "내 이름은 김한솔입니다. 북한 김 씨 가문의 일원입니다."]

2017년 3월 8일, 아버지 김정남이 피살된 지 20여 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한솔. 그는 김정남의 피살을 주장하며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김한솔/2017년 3월 8일 : "내 아버지는 며칠 전에 피살됐습니다. 지금은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있습니다."]

이후 김한솔은 현재까지도 행방을 감추고 있지만 그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계속 되고 있다. 2012년 핀란드의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삼촌 김정은 위원장을 ‘독재자’라 칭하고, 비판적 의견도 숨기지 않던 모습도 여전히 회자 되고 있다.

[김한솔/2012년 10월 : "저는 삼촌(김정은)을 만나본 적도 없고, 삼촌이 어떻게 독재자가 되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우선 그 분과 할아버지 사이의 일이고, 저는 두 분(김정일과 김정은)을 만난 적도 없으니까요. 저도 궁금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남북한이 통일을 위해 평화를 구축하려고 하지만, 동시에 법으로는 서로 나라 밖에서조차도 교류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죠. 정말 슬픈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그의 행보가 북한의 입장에선 위험요소로 판단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고영환/전 북한 외교관 : "지금 자기 통제 밖에 있는 나라에 가 있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뿐이지 백두혈통이라고 소위 말하는 그 혈통인 것만은 틀림없고 잠재적인 위협이고 잠재적인 적이죠."]

때로는 절대 권력의 조력자로 때로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북한의 로열 패밀리.

반세기 넘게 로열패밀리를 통한 왕조 정치를 펼쳐온 북한이 앞으로는 또 어떻게 이들을 활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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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北 ‘백두혈통’의 빛과 그림자
    • 입력 2020-02-08 08:28:04
    • 수정2020-02-08 08:35:11
    남북의 창
[앵커]

최근 북한에서 6년여 만에 모습을 드러내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김정은 위원장의 고모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입니다.

한때 숙청설이 나돌았던 김경희가 건재한 모습으로 등장하면서 다른 로열패밀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최고의 조력자가 될 수도, 가장 경계해야 하는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북한의 로열패밀리들.

이번주 클로즈업 북한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그의 가족들을 전격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2011년 12월, 평양 금수산궁전.

오열하는 북한 당 간부들 앞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공개됐다.

그리고 침통한 표정으로 안치 장소에 들어선 인물. 김정은 위원장이었다.

상주이자 동시에 북한의 새 지도자가 된 김정은 위원장에게 쏟아진 뜨거운 관심.

그런데 당시 김 위원장 만큼이나 주목을 받은 인물이 있다. 바로 김위원장의 고모 김경희와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이었다.

장례식에 공식 참석한 유일한 로열패밀리이자 김정은 위원장 곁을 지킨 직계가족.

[김정일/북한 국방위원장 중앙추도대회/2011년12월 :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동지를 영생의 모습으로 높이 모신 금수산태양궁전에서 경애하는 최고 사령관동지를 우러러 힘차게 행진해 나가는 영웅적 우리의 인민군 장병들..."]

특히 고모 김경희의 경우 장례식 이후 열린 중앙추도대회에서도 주석단에 함께 올라 자리를 지켰고, 새 지도자를 향한 충성맹세 행사에서도 지근거리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일성 생일 100년 기념 열병식/2012년 4월 : "우리의 김정은 동지는 정녕 천만군민의 마음의 기둥이시며 승리의 기치이십니다."]

김위원장 역시 집권 초 고모 김경희를 김씨 일가의 어른으로 예우했다. 주요 국가 행사일마다 김경희를 전면에 내세웠다.

자신의 체제를 구축하는데 있어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이 끔찍이 아낀 김경희의 후광이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고영환/전 북한 외교관 : "김정일 위원장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김경희 비서가 하는 말은 내가 하는 말과 똑같다. 그래서 김경희 비서는 북한 간부들이 김정일 위원장하고 동급에 놓고 봤어요. 김경희 비서가 거의 김정일 위원장의 후광과 김정일 위원장의 신임에 의해서 거의 김정일급의 영향력을 행사했다."]

공개석상 마다 모자지간이라 할 만큼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던 두 사람.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이 공고화 될수록 김경희의 정치적 위상 또한 높아지는 듯 보였다.

[조선중앙TV/2013년 12월 : "흉악한 정치적 야심가, 음모가이며 만고역적인 장성택을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 하였다."]

그러나 2013년, 북한 로열패밀리에도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김경희와 함께 실세로 군림하던 김정은 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반역죄로 처형된 것이다.

절대적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이른바‘공포정치’가 본격화 된 시점이었다. 남편이 처형된 이후 김경희 역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김일기/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그 당시에 당정군의 최고 지휘를 차지함으로서 김정은이 북한 정치 전면에 나서게 됩니다. 따라서 김경희의 김정은을 김정일의 후계자로 세우는 그런 임무와 역할이 어느 정도 완료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자연스러운 김경희의 임무와 역할이 어느 정도 완료된 시점에 그리고 장성택이 숙청되면서 김경희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권력의 정점에서 물러나게 되는 그런 계기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지도자가 가진 권력의 공포 앞에선 피를 나눈 형제조차 자유롭진 못하다.

2011년, 싱가폴에서 열린 에릭 클랩턴의 공연에서 포착된 김정은 위원장의 친형 김정철.

비교적 자유분방한 모습의 그였지만. 4년 후인 2015년, 영국 런던을 방문한 김정철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굳은 표정으로 대답을 회피했다.

["2015년 당시 녹취북한에서 지위가 어떻습니까? 2015년 당시 녹취동생 김정은과 사이가 어떻습니까?"]

당시 김정철을 에스코트한 태영호 전 공사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철이 김정은 위원장의 친형이긴 하지만 정치적 존재감은 없다고 단언했다.

[태영호/전 영국주재북한공사/2017년 1월 인터뷰 : "북한 사회에서 김정은의 위치는 신. 태양과 같습니다. 제2의 태양, 제2의 신이라는 건 북한 사회에 있을 수가 없어요. 이런 측면에서 놓고 보면 답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김정철의 위치가 무엇이겠느냐? 그저 김정은의 형이다. 생리적인 형이다. 이렇게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이해입니다."]

[정준희/당시 통일부 대변인/2017년 2월 15일 : "정부는 지금 살해된 인물이 김정남이 확실시된다고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2월,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 국제 공항. 이곳에서 끔직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사망한 것이다.

마카오로 떠나기 위해 국제선 청사를 찾은 김정남. 직접 체크인 수속을 밟던 순간, 여성 2명의 습격을 받는다.

스스로도 상황을 직감한 듯 공항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이내 의식을 잃었고,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김정남 피살사건은 끝내 미제 사건으로 남았지만 배후에 북한당국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2009년 1월, 베이징에서 모습을 드러낸 김정남. 당시 그는 후계 문제에 있어 말을 아꼈다.

[김정남/2009년 1월 : "그건 누구도 단언할 수 없습니다. 그건 아버님께서만 결정하실 겁니다."]

그런데 김정은의 후계자 지정이 공식화될 무렵, 김정남은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김정남/2009년 6월/日아사히TV 인터뷰 : "(김정은이) 북한 인민들의 행복과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를 바랍니다."]

2010년엔 일본 아사히 TV와, 2012년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3대 세습에 반대한다고도 밝혔다.

이러한 행동들이 북한 당국으로썬 눈엣가시처럼 느껴졌을 거란 분석이다.

[고영환/전 북한 외교관 : "화분이 나무가 제대로 자랄려면 가지를 정리해줘야 되는 것처럼 잘라버려야 하는 존재거든요 북한 혁명 이론에 의하면. 같은 아버지를 뒀건 같은 할아버지를 뒀건 상관없이 한 사람의 유일지배체제를 확립하는 데서 거추장스러운 것은 다 잘라버린다 이게 북한 정치 시스템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지난 1월 25일, 북한에서 열린 설 명절 공연. 김정은 부부와 김여정 사이, 검은 한복 차림 여성이 눈에 띈다. 바로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종적을 감췄던 김경희 였다.

[조선중앙TV : "최룡해 동지, 김경희 동지가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북한의 주요예술단체 예술인들이 펼친 합동공연. 김경희는 이날 공연 내내 건재함을 과시했다.

북한 당국과 김정은 위원장이 김경희를 재등장 시킨 것은 이른바 백두혈통, 로열 패밀리를 총동원해 내부 결속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12월에도 김 위원장의 숙부인 김평일 주체코 대사를 평양으로 불러들였는데, 시에도 김정은 위원장의 체제 결속을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일기/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북한은 미국과의 총공세전과 그리고 이를 위한 내부 단결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백두의 혁명 정신과 백두혈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김경희의 역할은 북한 주민들을 단합시키고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의 김일성의 손자라는 정통성을 인식시켜주는 데는 가장 큰 효과적인 상징 정치의 도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절대권력, 최고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의 로열패밀리 대부분은 김위원장이 철저한 관리 아래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을 최측근에서 보필하고 있는 여동생 김여정과, 권력과는 무관한 삶을 살고 있는 형 김정철.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부름대로 움직이는 고모 김경희와 숙부 김평일까지...

그러나 그 어떤 통제권 안에도 속하지 않은 채 모습을 감추고 있는 로열패밀리도 있다. 바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다.

[김한솔/2017년 3월 8일 : "내 이름은 김한솔입니다. 북한 김 씨 가문의 일원입니다."]

2017년 3월 8일, 아버지 김정남이 피살된 지 20여 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한솔. 그는 김정남의 피살을 주장하며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김한솔/2017년 3월 8일 : "내 아버지는 며칠 전에 피살됐습니다. 지금은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있습니다."]

이후 김한솔은 현재까지도 행방을 감추고 있지만 그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계속 되고 있다. 2012년 핀란드의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삼촌 김정은 위원장을 ‘독재자’라 칭하고, 비판적 의견도 숨기지 않던 모습도 여전히 회자 되고 있다.

[김한솔/2012년 10월 : "저는 삼촌(김정은)을 만나본 적도 없고, 삼촌이 어떻게 독재자가 되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우선 그 분과 할아버지 사이의 일이고, 저는 두 분(김정일과 김정은)을 만난 적도 없으니까요. 저도 궁금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남북한이 통일을 위해 평화를 구축하려고 하지만, 동시에 법으로는 서로 나라 밖에서조차도 교류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죠. 정말 슬픈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그의 행보가 북한의 입장에선 위험요소로 판단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고영환/전 북한 외교관 : "지금 자기 통제 밖에 있는 나라에 가 있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뿐이지 백두혈통이라고 소위 말하는 그 혈통인 것만은 틀림없고 잠재적인 위협이고 잠재적인 적이죠."]

때로는 절대 권력의 조력자로 때로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북한의 로열 패밀리.

반세기 넘게 로열패밀리를 통한 왕조 정치를 펼쳐온 북한이 앞으로는 또 어떻게 이들을 활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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