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마스크 사재기’ 중국 보따리상 막을 수 있을까?

입력 2020.02.09 (13:03) 수정 2020.02.0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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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한국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국내서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들여 중국에서 판매하려는 이른바 '보따리상'이 기승입니다.

정부는 국내에서 하루평균 800만 장 가량의 마스크가 생산되는 걸로 파악하고 있는데, 중국으로 적게는 수만 장 많게는 수백만 장까지 대량으로 반출되다 보니 국내 마스크 공급에 영향을 준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 때문에 지난 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통관절차를 강화하는 등 무분별한 마스크 반출을 막기 위한 대응책을 내놨습니다.

기존에는 2백만 원 이하 물품은 휴대반출 또는 간이 수출신고만 하고, 2백만 원이 넘어가는 물품에 대해서만 정식 수출신고를 하면 됐지만, 5일부터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에 한해 2백만 원이 안 돼도 수량이 301개에서 1,000개 이하라면 의무적으로 간이 수출신고를 하도록 했습니다. 수량이 1,000개를 넘어가거나 물품 가액이 200만 원을 초과하면 정식으로 수출신고를 해야 합니다.

"장당 2,300원 200만 장 급구"…여전한 마스크 사재기

정부가 통관절차를 강화했는데도 중국으로 마스크를 사가려는 수요는 여전히 많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특히 온라인에서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고파는 행위가 활발한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 마스크와 손 소독제, 의료용 장갑 등 의약외품을 거래하는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이 만들어질 정도입니다.

KBS 팩트체크팀이 직접 수백 명의 유통업자가 모인 대화방에 들어가 확인한 결과, 마스크는 여전히 높은 가격에 대량으로 팔리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구매를 원하는 사람이 매입 희망가를 제시하면 판매자가 개별 연락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대화방에서 팔리는 마스크 시세는 KF94 인증을 받은 마스크의 경우 장당 2,100원~2,300원이었는데, 한 번에 적게는 15만 장부터 많게는 200만 장까지 거래 관련 논의가 오갔습니다.

구매자 대부분은 중국 등 해외에서 판매할 용도로 추정할 수 있었는데요, 대화명 '판매왕'이라는 한 판매자는 KF94 마스크를 살 사람을 찾는다면서 '중국 쪽에서 마스크를 정식으로 수입할 수 있는 법인'을 거래 조건으로 제시했습니다.

마스크 100만 장을 사겠다는 한 구매자도 “정식 절차에 따라 공항에서 전세기 대기 중”이라며 “중국으로 보내지는 거니 좋은 일 한다 생각하시고 최대한 부탁한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작성 문항 16개→57개…절차만 까다로울 뿐 신고만 하면 무사통관

정부의 수출 절차 강화는 사실 소량이거나 비싸지 않은 수출품에 한해 복잡했던 수출신고를 단순화해줬던 것을 원래대로 정상화하겠다는 개념입니다.

그렇다면 까다로워졌다는 수출절차,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진 걸까요?

간이 수출절차와 정식 수출절차는 신고서 작성 항목에 조금 차이가 있는 건데요, 간이 수출신고서에 기재해야 하는 항목은 16개이지만 정식 수출신고서는 57개 항목입니다. 신고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또, 간이 수출신고는 구매자 개인이 신고하면 되지만 정식 수출 땐 관세사를 통해야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밀수'로 간주돼 관세법에 따라 벌금 등 처벌을 받게 됩니다.

수출심사 강화 다음날인 6일, 관세청이 처음으로 적발한 중국인 보따리상도 마스크 2천여 장을 사가면서 신고를 아예 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된 겁니다.

즉, 정식으로 신고하고 수입국에서 세금만 잘 낸다면 수량이 아무리 많아도 통관이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中서 장당 4천 원에 팔리는데…세금 440원

물론 수출신고를 제대로 하면 세금 부담이 있기 때문에 세금을 내고도 이윤이 남을 정도의 가격에 팔리는지가 중요합니다.

중국에 내야 하는 마스크 관세율은 6%. 우리나라의 수입부가세 개념에 해당하는 증치세는 13%입니다. 2,300원의 마스크로 계산해보면 수입할 때 내는 세금이 440원 정도 됩니다.

중국의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서 한국산 마스크 가격을 검색해봤습니다. 대부분 장당 한화 4천 원 정도의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구입가의 두 배로 파는 거니 관부과세를 내더라도 남는 장사인 셈입니다.

내수시장 마스크 확보를 위해 정부가 고군분투하고 있음에도 중국 반출을 차단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입니다.

"수출심사 때 매점매석 단속하겠다"…매점매석 기준은?

정부는 수출심사를 할 때 해당 물품이 정상적으로 취득한 물품인지, 특히 '매점매석'을 통해 부당하게 취득한 것은 아닌지 등을 확인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매점매석의 기준은 마스크를 대량, 즉 지난해 월평균 마스크 판매량의 150%가 넘는 물량을 구입한 뒤, 가격을 올리기 위해 5일 이상 쟁여놓았을 경우로 제한됩니다.

결국, 질 좋은 한국산을 찾는 중국 측 수요가 가라앉지 않는 이상 마스크 반출을 막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보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국내 마스크 품귀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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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09 13:03:44
    • 수정2020-02-09 13:05:52
    팩트체크K
중국에서 한국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국내서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들여 중국에서 판매하려는 이른바 '보따리상'이 기승입니다.

정부는 국내에서 하루평균 800만 장 가량의 마스크가 생산되는 걸로 파악하고 있는데, 중국으로 적게는 수만 장 많게는 수백만 장까지 대량으로 반출되다 보니 국내 마스크 공급에 영향을 준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 때문에 지난 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통관절차를 강화하는 등 무분별한 마스크 반출을 막기 위한 대응책을 내놨습니다.

기존에는 2백만 원 이하 물품은 휴대반출 또는 간이 수출신고만 하고, 2백만 원이 넘어가는 물품에 대해서만 정식 수출신고를 하면 됐지만, 5일부터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에 한해 2백만 원이 안 돼도 수량이 301개에서 1,000개 이하라면 의무적으로 간이 수출신고를 하도록 했습니다. 수량이 1,000개를 넘어가거나 물품 가액이 200만 원을 초과하면 정식으로 수출신고를 해야 합니다.

"장당 2,300원 200만 장 급구"…여전한 마스크 사재기

정부가 통관절차를 강화했는데도 중국으로 마스크를 사가려는 수요는 여전히 많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특히 온라인에서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고파는 행위가 활발한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 마스크와 손 소독제, 의료용 장갑 등 의약외품을 거래하는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이 만들어질 정도입니다.

KBS 팩트체크팀이 직접 수백 명의 유통업자가 모인 대화방에 들어가 확인한 결과, 마스크는 여전히 높은 가격에 대량으로 팔리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구매를 원하는 사람이 매입 희망가를 제시하면 판매자가 개별 연락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대화방에서 팔리는 마스크 시세는 KF94 인증을 받은 마스크의 경우 장당 2,100원~2,300원이었는데, 한 번에 적게는 15만 장부터 많게는 200만 장까지 거래 관련 논의가 오갔습니다.

구매자 대부분은 중국 등 해외에서 판매할 용도로 추정할 수 있었는데요, 대화명 '판매왕'이라는 한 판매자는 KF94 마스크를 살 사람을 찾는다면서 '중국 쪽에서 마스크를 정식으로 수입할 수 있는 법인'을 거래 조건으로 제시했습니다.

마스크 100만 장을 사겠다는 한 구매자도 “정식 절차에 따라 공항에서 전세기 대기 중”이라며 “중국으로 보내지는 거니 좋은 일 한다 생각하시고 최대한 부탁한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작성 문항 16개→57개…절차만 까다로울 뿐 신고만 하면 무사통관

정부의 수출 절차 강화는 사실 소량이거나 비싸지 않은 수출품에 한해 복잡했던 수출신고를 단순화해줬던 것을 원래대로 정상화하겠다는 개념입니다.

그렇다면 까다로워졌다는 수출절차,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진 걸까요?

간이 수출절차와 정식 수출절차는 신고서 작성 항목에 조금 차이가 있는 건데요, 간이 수출신고서에 기재해야 하는 항목은 16개이지만 정식 수출신고서는 57개 항목입니다. 신고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또, 간이 수출신고는 구매자 개인이 신고하면 되지만 정식 수출 땐 관세사를 통해야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밀수'로 간주돼 관세법에 따라 벌금 등 처벌을 받게 됩니다.

수출심사 강화 다음날인 6일, 관세청이 처음으로 적발한 중국인 보따리상도 마스크 2천여 장을 사가면서 신고를 아예 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된 겁니다.

즉, 정식으로 신고하고 수입국에서 세금만 잘 낸다면 수량이 아무리 많아도 통관이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中서 장당 4천 원에 팔리는데…세금 440원

물론 수출신고를 제대로 하면 세금 부담이 있기 때문에 세금을 내고도 이윤이 남을 정도의 가격에 팔리는지가 중요합니다.

중국에 내야 하는 마스크 관세율은 6%. 우리나라의 수입부가세 개념에 해당하는 증치세는 13%입니다. 2,300원의 마스크로 계산해보면 수입할 때 내는 세금이 440원 정도 됩니다.

중국의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서 한국산 마스크 가격을 검색해봤습니다. 대부분 장당 한화 4천 원 정도의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구입가의 두 배로 파는 거니 관부과세를 내더라도 남는 장사인 셈입니다.

내수시장 마스크 확보를 위해 정부가 고군분투하고 있음에도 중국 반출을 차단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입니다.

"수출심사 때 매점매석 단속하겠다"…매점매석 기준은?

정부는 수출심사를 할 때 해당 물품이 정상적으로 취득한 물품인지, 특히 '매점매석'을 통해 부당하게 취득한 것은 아닌지 등을 확인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매점매석의 기준은 마스크를 대량, 즉 지난해 월평균 마스크 판매량의 150%가 넘는 물량을 구입한 뒤, 가격을 올리기 위해 5일 이상 쟁여놓았을 경우로 제한됩니다.

결국, 질 좋은 한국산을 찾는 중국 측 수요가 가라앉지 않는 이상 마스크 반출을 막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보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국내 마스크 품귀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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