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원량 사망 ‘애도에서 분노로’

입력 2020.02.10 (08:13) 수정 2020.02.1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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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 사이에 놓여진 사진 한 장, 신종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다 자신도 감염돼 지난 7일 끝내 숨진 의사 리원량입니다.

리원량이 근무했던 중국 우한시 중심병원 앞에는 그의 얼굴 그림과 사진, 추모 꽃다발이 놓였습니다.

이 곳을 찾아 온 조문객들의 모습입니다.

잠시 마스크를 벗더니 호루라기를 꺼내 불기 시작합니다.

며칠 전 '우한 짜요', 그러니까 '우한 힘내라'를 외쳤던 이 아파트 단지에서도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추모의 함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주민들은 그의 사망 시각 새벽 2시 58분에 맞춰 일제히 창문을 열었습니다.

홍콩 시민들도 애도의 물결에 동참했습니다.

리원량의 영정 앞에서 호루라기를 불었습니다.

주의 환기와 경고의 의미 등을 갖는 호루라기 소리, 그래서 우리는 공익을 위한 내부고발자를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 영어로는 휘슬블로어라 부르죠.

지금 중국에서 울리는 휘슬의 의미도 마찬가집니다.

중국에서 맨 처음 신종 코로나를 경고한 리원량의 죽음을, 내부 고발을 상징하는 호루라기 소리로 애도하는 것입니다.

[리척얀/홍콩 사회운동가 : "(정보가 통제됐을 때) 중국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릅니다. 결국 바이러스를 퍼지게 한 것은 (중국 공산당) 정권입니다."]

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 건 고 리원량의 어머니가 올린 동영상입니다.

"내 아들은 한밤중에 우한 공안국에 불려가 훈계서에 서명까지 했다, 경찰은 우리에게 해명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애끓은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어머니 말대로 리원량은 지난달 초 경찰서에 잡혀가 자술서를 썼습니다.

'앞으로 위법행위를 중지하기 바란다. 그렇게 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 항목에 ‘能’(할 수 있다)이라고 적었습니다.

'계속 위법행위를 하면 법적 제재를 받는다. 알겠습니까’라는 질문에는 “明白(알겠다)”이라고 썼습니다.

이런 사실이 공개되자 시민들이 발끈했습니다,

리원량의 답변과 정반대로, ‘不能'. 할 수 없다 '不明白’모르겠다라고 적힌 마스크를 쓴 동영상을 찍어 올리며 리원량의 입을 막으려던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온라인에는 이런 삽화가 등장했습니다.

공안 당국의 두 손이 이미 사망한 리원량의 눈을 억지로 뜨게 하려고 합니다.

중국 지도부가 리 씨의 사망으로 민심의 원성이 더 심해질 걸 우려해 그의 죽음조차 막고 싶을 거란 걸 이렇게 풍자한 것입니다.

트위터에는 “건강한 사회에는 단 하나의 목소리만 있어선 안 된다”는 리원량의 말과 함께 “나는 표현의 자유를 원한다”, 는 해시태그가 달리고 있습니다.

“우한인들이여 일어나 저항하라" "이제는 행동할 때다”라는 글까지 등장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을 직접 겨냥해 대학 교수 등 지식인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쉬장룬 칭화대 법학 교수는 기고문을 통해 신종 코로나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은 “모든 공개 토론 기회가 억제돼 사회에 경보를 알릴 수 있는 메커니즘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의 30년 이상 걸려 수립된 정치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며 시진핑 체제를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쉬 교수는 2018년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비판했다가 출국금지와 정직 처분을 받기도 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 중국어판은 쉬 교수의 이 기고문을 '이번 생의 마지막 글'이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정부를 비판하는 데 크나큰 용기가 필요했다는 뜻입니다.

여론이 심상치 않음을 파악한 중국 정부는 선전기관들을 총동원해 리원량 '의인 만들기'에 나섰습니다.

이례적으로 국가 감찰위원회를 우한에 파견해 의사 리원량의 죽음을 조사하겠다고 밝히는 등 뒤늦게 사태를 수습하려는 모양샙니다.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인 천이신 중앙정법위원회 비서장도 우한시에 파견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들끓는 민심을 어떻게든 희석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 시민사회, 그리고 언론에 대한 검열과 통제는 여전합니다.

리원량을 추모하는 SNS 계정 일부가 '악의적 소문을 퍼뜨린다'는 이유로 정지당했습니다.

리원량 사망 후 '언론 자유를 원한다'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지만 곧바로 삭제되고 있습니다.

이런움직임에 한 네티즌은 "우리를 죽이는 건 박쥐가 아니라 정부가 강요한 침묵"이라고 했습니다.

리원량의 SNS 웨이보 계정 방문자가 3억 3천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제 리원량의 입은 영원히 닫혔지만, 그의 죽음을 계기로 자유를 향한 중국인들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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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원량 사망 ‘애도에서 분노로’
    • 입력 2020-02-10 08:15:05
    • 수정2020-02-10 13:35:14
    아침뉴스타임
꽃다발 사이에 놓여진 사진 한 장, 신종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다 자신도 감염돼 지난 7일 끝내 숨진 의사 리원량입니다.

리원량이 근무했던 중국 우한시 중심병원 앞에는 그의 얼굴 그림과 사진, 추모 꽃다발이 놓였습니다.

이 곳을 찾아 온 조문객들의 모습입니다.

잠시 마스크를 벗더니 호루라기를 꺼내 불기 시작합니다.

며칠 전 '우한 짜요', 그러니까 '우한 힘내라'를 외쳤던 이 아파트 단지에서도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추모의 함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주민들은 그의 사망 시각 새벽 2시 58분에 맞춰 일제히 창문을 열었습니다.

홍콩 시민들도 애도의 물결에 동참했습니다.

리원량의 영정 앞에서 호루라기를 불었습니다.

주의 환기와 경고의 의미 등을 갖는 호루라기 소리, 그래서 우리는 공익을 위한 내부고발자를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 영어로는 휘슬블로어라 부르죠.

지금 중국에서 울리는 휘슬의 의미도 마찬가집니다.

중국에서 맨 처음 신종 코로나를 경고한 리원량의 죽음을, 내부 고발을 상징하는 호루라기 소리로 애도하는 것입니다.

[리척얀/홍콩 사회운동가 : "(정보가 통제됐을 때) 중국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릅니다. 결국 바이러스를 퍼지게 한 것은 (중국 공산당) 정권입니다."]

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 건 고 리원량의 어머니가 올린 동영상입니다.

"내 아들은 한밤중에 우한 공안국에 불려가 훈계서에 서명까지 했다, 경찰은 우리에게 해명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애끓은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어머니 말대로 리원량은 지난달 초 경찰서에 잡혀가 자술서를 썼습니다.

'앞으로 위법행위를 중지하기 바란다. 그렇게 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 항목에 ‘能’(할 수 있다)이라고 적었습니다.

'계속 위법행위를 하면 법적 제재를 받는다. 알겠습니까’라는 질문에는 “明白(알겠다)”이라고 썼습니다.

이런 사실이 공개되자 시민들이 발끈했습니다,

리원량의 답변과 정반대로, ‘不能'. 할 수 없다 '不明白’모르겠다라고 적힌 마스크를 쓴 동영상을 찍어 올리며 리원량의 입을 막으려던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온라인에는 이런 삽화가 등장했습니다.

공안 당국의 두 손이 이미 사망한 리원량의 눈을 억지로 뜨게 하려고 합니다.

중국 지도부가 리 씨의 사망으로 민심의 원성이 더 심해질 걸 우려해 그의 죽음조차 막고 싶을 거란 걸 이렇게 풍자한 것입니다.

트위터에는 “건강한 사회에는 단 하나의 목소리만 있어선 안 된다”는 리원량의 말과 함께 “나는 표현의 자유를 원한다”, 는 해시태그가 달리고 있습니다.

“우한인들이여 일어나 저항하라" "이제는 행동할 때다”라는 글까지 등장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을 직접 겨냥해 대학 교수 등 지식인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쉬장룬 칭화대 법학 교수는 기고문을 통해 신종 코로나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은 “모든 공개 토론 기회가 억제돼 사회에 경보를 알릴 수 있는 메커니즘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의 30년 이상 걸려 수립된 정치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며 시진핑 체제를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쉬 교수는 2018년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비판했다가 출국금지와 정직 처분을 받기도 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 중국어판은 쉬 교수의 이 기고문을 '이번 생의 마지막 글'이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정부를 비판하는 데 크나큰 용기가 필요했다는 뜻입니다.

여론이 심상치 않음을 파악한 중국 정부는 선전기관들을 총동원해 리원량 '의인 만들기'에 나섰습니다.

이례적으로 국가 감찰위원회를 우한에 파견해 의사 리원량의 죽음을 조사하겠다고 밝히는 등 뒤늦게 사태를 수습하려는 모양샙니다.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인 천이신 중앙정법위원회 비서장도 우한시에 파견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들끓는 민심을 어떻게든 희석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 시민사회, 그리고 언론에 대한 검열과 통제는 여전합니다.

리원량을 추모하는 SNS 계정 일부가 '악의적 소문을 퍼뜨린다'는 이유로 정지당했습니다.

리원량 사망 후 '언론 자유를 원한다'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지만 곧바로 삭제되고 있습니다.

이런움직임에 한 네티즌은 "우리를 죽이는 건 박쥐가 아니라 정부가 강요한 침묵"이라고 했습니다.

리원량의 SNS 웨이보 계정 방문자가 3억 3천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제 리원량의 입은 영원히 닫혔지만, 그의 죽음을 계기로 자유를 향한 중국인들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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