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 흩뿌리는 ‘신종 코로나’ 소독약, 효과 있을까?

입력 2020.02.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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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래동, 특유의 정취로 요즘 '뜨는' 동네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지난 주에는 문래동에서 사람을 찾아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문래동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 '00동 일대' 방역.. '만에 하나' 대비

지난주 목요일(6일)은 문래동에 있는 GS 홈쇼핑 직원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날입니다. 그날 이후부터 지난 주말까지, 상인들은 떨어진 매출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울상입니다.

문래동 상인 신승빈 씨는 "지난주 목요일 매출이 갑자기 15% 가량 줄어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상인도 "확진 뉴스가 나온 그 날 낮부터 손님이 뚝 끊겨 3시간 일찍 문을 닫아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상인은 특히, "하얀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다 보니 더욱더 꺼려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영등포구는 확진 환자가 생긴 날부터 방역에 힘쓰고 있습니다. 당일엔 전문 방역업체를 동원해 GS 홈쇼핑 건물의 반경 1킬로미터에 해당하는 구역을 집중 소독했습니다.

그제(9일) 확진자 3명이 발생한 시흥시에서도 이틀간 시 곳곳에 소독제를 뿌렸습니다. 건물 내부뿐 아니라 '00동 일대'와 같은 불특정 실외 지역도 포함됐습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실외에 뿌리는 소독제는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혹시 몰라 소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확진자가 거쳐 간 곳이라면 실내외를 막론하고 '만에 하나'를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 "실외에 뿌리는 소독약, 효과 없어요"

그런데 실외에 흩뿌리는 소독약은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일반적인 환경에서 본래 가진 기능을 빠르게 상실하기 때문입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수분으로 이루어진 비말을 통해 전파되는데, 건조한 날씨 덕에 비말이 금방 말라 바이러스는 (외부로 나온 지) 몇 분 안에 사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진서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환자가 만졌던 부분을 닦거나 밀폐된 공간을 증기 소독하는 것은 가능한 방법이겠지만, 불특정 지역에 소독약을 살포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 효과 불확실한 작업에 행정력 투입

이 때문에 효과가 불확실한 작업에 너무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영등포구는 GS 홈쇼핑의 업장 폐쇄가 끝난 지금까지도 매일 1차례씩 영등포구 전역을 소독하고 있습니다. 학교나 어린이집, 시장 등 취약 지역은 건물 외부에도 소독약을 뿌리고, 거리에도 살포합니다.

소독 작업은 구민들로 구성된 자율방역단이 당번을 짜서 진행하는데, 영등포구 18개 동에서 모두 18대의 차량이 하루에 4시간씩 투입됩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흥시는 9일, 10일 양일간 30여 곳을 1~2차례씩 소독하는 데 400만 원의 예산을 들였습니다. 앞으로 확진자가 나온 매화동 전체와 나아가 시흥시 전체로 소독 작업을 확대할 예정인 만큼 예산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 "확진자 다녀간 학교 문 닫는 것은 아무 효과 없어"

이렇게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계속되자, 한국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는 어제(10일) 오후 3시 서울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확진자가 다녀간 지역 인근의 학교와 상점이 문을 닫는 것은 공중보건 측면에서 아무런 효과가 없다"며 "오히려 공포와 낙인 때문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소모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과도한 소독에 대해서도, "확진 환자가 방문한 시설과 직장 환경의 적정 소독으로 충분하다"며, 불필요한 과잉대응보다는 이성적인 시민들의 협력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19일 첫 번째 환자가 발생한 이후 신종코로나 사태 한 달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였던 '만에 하나'의 태도만큼이나, 동시에 효과적이고 정확한 방법을 통한 차분한 대처도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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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거리에 흩뿌리는 ‘신종 코로나’ 소독약, 효과 있을까?
    • 입력 2020-02-11 07:00:53
    취재K
서울 문래동, 특유의 정취로 요즘 '뜨는' 동네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지난 주에는 문래동에서 사람을 찾아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문래동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 '00동 일대' 방역.. '만에 하나' 대비

지난주 목요일(6일)은 문래동에 있는 GS 홈쇼핑 직원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날입니다. 그날 이후부터 지난 주말까지, 상인들은 떨어진 매출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울상입니다.

문래동 상인 신승빈 씨는 "지난주 목요일 매출이 갑자기 15% 가량 줄어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상인도 "확진 뉴스가 나온 그 날 낮부터 손님이 뚝 끊겨 3시간 일찍 문을 닫아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상인은 특히, "하얀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다 보니 더욱더 꺼려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영등포구는 확진 환자가 생긴 날부터 방역에 힘쓰고 있습니다. 당일엔 전문 방역업체를 동원해 GS 홈쇼핑 건물의 반경 1킬로미터에 해당하는 구역을 집중 소독했습니다.

그제(9일) 확진자 3명이 발생한 시흥시에서도 이틀간 시 곳곳에 소독제를 뿌렸습니다. 건물 내부뿐 아니라 '00동 일대'와 같은 불특정 실외 지역도 포함됐습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실외에 뿌리는 소독제는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혹시 몰라 소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확진자가 거쳐 간 곳이라면 실내외를 막론하고 '만에 하나'를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 "실외에 뿌리는 소독약, 효과 없어요"

그런데 실외에 흩뿌리는 소독약은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일반적인 환경에서 본래 가진 기능을 빠르게 상실하기 때문입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수분으로 이루어진 비말을 통해 전파되는데, 건조한 날씨 덕에 비말이 금방 말라 바이러스는 (외부로 나온 지) 몇 분 안에 사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진서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환자가 만졌던 부분을 닦거나 밀폐된 공간을 증기 소독하는 것은 가능한 방법이겠지만, 불특정 지역에 소독약을 살포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 효과 불확실한 작업에 행정력 투입

이 때문에 효과가 불확실한 작업에 너무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영등포구는 GS 홈쇼핑의 업장 폐쇄가 끝난 지금까지도 매일 1차례씩 영등포구 전역을 소독하고 있습니다. 학교나 어린이집, 시장 등 취약 지역은 건물 외부에도 소독약을 뿌리고, 거리에도 살포합니다.

소독 작업은 구민들로 구성된 자율방역단이 당번을 짜서 진행하는데, 영등포구 18개 동에서 모두 18대의 차량이 하루에 4시간씩 투입됩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흥시는 9일, 10일 양일간 30여 곳을 1~2차례씩 소독하는 데 400만 원의 예산을 들였습니다. 앞으로 확진자가 나온 매화동 전체와 나아가 시흥시 전체로 소독 작업을 확대할 예정인 만큼 예산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 "확진자 다녀간 학교 문 닫는 것은 아무 효과 없어"

이렇게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계속되자, 한국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는 어제(10일) 오후 3시 서울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확진자가 다녀간 지역 인근의 학교와 상점이 문을 닫는 것은 공중보건 측면에서 아무런 효과가 없다"며 "오히려 공포와 낙인 때문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소모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과도한 소독에 대해서도, "확진 환자가 방문한 시설과 직장 환경의 적정 소독으로 충분하다"며, 불필요한 과잉대응보다는 이성적인 시민들의 협력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19일 첫 번째 환자가 발생한 이후 신종코로나 사태 한 달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였던 '만에 하나'의 태도만큼이나, 동시에 효과적이고 정확한 방법을 통한 차분한 대처도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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