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최강시사] 최광희 “최근 아카데미상의 ‘反트럼프 경향’ 주목해야”

입력 2020.02.12 (10:37) 수정 2020.02.1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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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스포트라이트’(언론자유), 2017 ‘쉐이프 오브 워터’(소수자), 작년엔 그린북(인종차별)
- 최근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들은 트럼프 정부의 우경화에 일침 놓는 성격 확연
- 멕시코 장벽 건설하는 트럼프 보란 듯이 멕시코 감독 작품 ‘로마’에 2개 상 수여하기도
- 백인 중산층 위주 美사회 흐름 속 ‘인종적·문화적 다양성 추구, 반기들고 있다’ 해석 가능
- 기생충에 4개상 몰아주며 ‘환골탈태’ 중...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반 트럼프 심리도 작용했을 것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수포일러〉
■ 방송시간 : 2월 12일(수) 8:31~8:45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최광희 (영화평론가)



▷ 김경래 : 수요일마다 돌아오는 최강시사 영화 코너 〈수포일러〉입니다. 최광희 영화평론가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 최광희 : 안녕하세요?

▷ 김경래 : 어제도 뵙고 오늘도 뵙네요.

▶ 최광희 : ‘기생충’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 김경래 : 숟가락, 저희들도 숟가락 하나 얹어야죠. 여기 기생충 이야기 조금 더해보겠습니다, 오늘. 그러고 보니까 지금 오프닝 할 때 나오는 음악도 봉준호 감독 영화인가요? 맞나요?

▶ 최광희 : 그런 것 같은데요.

▷ 김경래 : 이게 ‘괴물’이죠, ‘괴물’? 맞네. 저희들이 약간 선견지명이 있었습니다. 봉준호 감독 영화를 오프닝으로 했고. 어제 작품상까지 받은, 작품상이 가장 큰 경쟁 상대가 ‘1917’이었잖아요, 셈 멘데스 감독. 그런데 그 제작자가 스필버그 감독이라면서요? 사실은 엄청난 경쟁자였네요, 따지고 보면.

▶ 최광희 : 그렇죠? 그런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지만 늘 오스카가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이 만든 작품 전부 계속 작품상을 주는 건 아니니까. 최근에도 ‘더 포스트’라는 영화 직접 연출을 했죠.

▷ 김경래 : 아, 기자들 다룬.

▶ 최광희 : 예, 워싱턴 포스트가 원래는 사실 로컬지였는데, 그게 말하자면 베트남 전쟁과 관련된 정부 비리 이것을 폭로하는 그런 과정을.

▷ 김경래 : 펜타곤 페이퍼스인가? 그것을 폭로하는 과정이었죠.

▶ 최광희 : 그러니까 언론의 책무,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그런 작품이었는데, 확실히 미국의 가치, 표현의 자유라든가 언론의 자유라든가 이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미국의 거장 감독들은 참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얼마 전에도 아카데미작품상 받은 작품이 2015년에 ‘스포트라이트’라는 작품이었잖아요.

▷ 김경래 : 아, 그게 작품상 받았었어요? 그랬구나.

▶ 최광희 : 그건 보스턴 글로브에서 있었던 실화, 기자들이 특별 취재팀을 만들어서 천주교 신부들의 성희롱 사건 그러니까 아동성추행 사건을 추문을 들춰냈던 특종 사건이죠. 실제 했던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인데, 그런 영화도 미국에서 ‘스포트라이트’라는 작품도 만들어져서 아카데미가 그 영화에 상을 주면서 언론의 자유라고 하는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그런 역할을 했죠.

▷ 김경래 : 말 나온 김에 그러면 최근에 ‘스포트라이트’ 이후에 아카데미 작품상이 뭐가 있었는지 보면 아마 트렌드를 좀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다음이 뭐였어요?

▶ 최광희 : 그다음이 2016년에 나왔던 영화가 ‘문라이트’라고 하는 영화인데요.

▷ 김경래 : 제가 보지는 못했네요. 그게 인종 문제를 다루는 건가요?

▶ 최광희 : 맞습니다. 흑인이 주인공이고요. 그다음에 이 흑인이 동성애자예요.

▷ 김경래 : 소수자 중에 또 소수자네요.

▶ 최광희 : 그러니까 인종적 소수자 플러스 성적 소수자죠. 이런 사람이 주인공인 영화가 나왔는데, 그때 당시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그때 ‘라라랜드’라는 뮤지컬 영화가 있었습니다.

▷ 김경래 : 그거랑 경쟁작이었어요?

▶ 최광희 : 그거랑 같이 붙었기 때문에 ‘라라랜드’가 상을 받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예측을 했는데 그 예측이 빗나갔죠. 그래서 ‘문라이트’라는 영화가 상을 받았고요. 그다음에 2017년에는 ‘셰이프 오브 워터’.

▷ 김경래 : 그게 기예르모 델 토로.

▶ 최광희 : 맞습니다.

▷ 김경래 : 물속에 사는 괴물 이야기죠?

▶ 최광희 : 그렇습니다. 물속에 사는 조금 보기 흉측한 괴물이에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예전에 만든 ‘판의 미로’라는 작품도 그랬고 그런 흉측한 괴물을 많이 등장시키거든요.

▷ 김경래 : 괴물 전문 감독이죠.

▶ 최광희 :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외롭게 살아가는 한 여성과 그 괴물이 서로 사랑에 빠지는 아주 소외된 굉장히 소외된 구석에 사는 아웃사이더 여성 그리고 사람들에 의해서 괴물 취급을 받는 갇혀 지내는 어떤 존재, 크리처죠. 이 두 존재 간의 어떤 경계를 뛰어넘는 사랑.

▷ 김경래 : 되게 슬펐어요, 그런데 영화가. 저도 봤는데, 이것은.

▶ 최광희 : 그렇습니다. 그래서 뭔가 느낌이 오지 않습니까?

▷ 김경래 : 슬슬 오고 있어요, 트렌드가.

▶ 최광희 : 그리고 지난해 개봉한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영화가 ‘그린북’.

▷ 김경래 : 그것도 인종 문제를 다룬 거군요.

▶ 최광희 : 맞습니다. 여기서는 흑인하고 백인 사이에 로드무비인데, 원래 약간 좀 인종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 백인이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60년대요.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일자리 구하다 보니까 어떤 흑인 피아니스트의 로드매니저 그러니까 드라이버를 하게 된 거죠. 이 사람이 콘서트 투어를 하게 되었는데, 그 투어를 하는 동안 운전을 해달라. 그래서 처음에는 흑인이라 께름칙했지만 어찌 됐든 돈을 준다 그러니까.

▷ 김경래 : 돈 많이 준다 그러니까.

▶ 최광희 : 그때 당시에는 미국인들은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흑인들을 깜둥이라고 불렀어요, 니거. 그리고 흑인들도 자조적으로 자기들을 니거 이렇게 부르죠, 깜둥이.

▷ 김경래 : 그 당시에는.

▶ 최광희 : 특히나 남부 같은 경우에는 노골적인 흑인 차별이 횡횡했던 때고 화장실도 흑인은 따로 써야 되고 버스도 흑인은 따로 타야 되고 심지어 모텔조차도 흑인 전용 모텔에서 자야 되는 거예요.

▷ 김경래 : 밥도 따로 먹고 그렇죠?

▶ 최광희 : 밥도 따로 먹고 레스토랑에서 백인들 먹는데 흑인이 감히 섞여서 밥을 먹을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이 영화 보면 되게 기가 막힌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기가 막히다는 것은 어이가 없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어떤 남부 시골 도시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이 사람을 초청을 했어요, 피아니스트를. 이 사람이 천재적인 피아니스트거든요.

▷ 김경래 : 그러니까 굉장히 돈도 많고 유명한 피아니스트로 나오죠.

▶ 최광희 : 그런데 다만 흑인이에요. 흑인이지만 그런데 굉장히 실력파예요, 러시아 유학까지 갔다 온. 그런데 이 사람이 그 레스토랑에서 연주를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 레스토랑의 호텔 레스토랑이죠. 호텔 레스토랑에서 연주를 하게 되어 있는데 밥은 밖에 나가서 먹으라고 그래요.

▷ 김경래 : 그 호텔은 백인들만 먹을 수 있다?

▶ 최광희 : 예, 그게 여기 규정이다.

▷ 김경래 : 연주는 시켜놓고?

▶ 최광희 : 예, 그러니까 “내가 여기서 연주를 하는데 여기서 밥을 안 먹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그게 여기 규정이다,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니까 나중에 이 흑인 피아니스트가 너무너무 화가 나서 “나 연주 안 한다.” 이러면서 나가니까 “그러니까 너희 인종들이 그런 소리를 듣는 거야. 책임감 없이 그렇게 안 한다 그러고”.

▷ 김경래 : 아, 오히려?

▶ 최광희 : 예,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거예요. 그런 상황이 되면 누구나 화가 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남부 도로를 가다가 갑자기 차를 세워요. 경찰이 와서 차를 세우더니만 일단 딱 보니까 흑인이에요. 내리라고 그래요, 무조건. “내가 무슨 혐의로 내리냐?”, “내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 김경래 : 흑인이라는 혐의죠.

▶ 최광희 : 예, 그리고 여기는 밤에 흑인들은 다니면 안 돼, 이러는 거예요. 흑인 이동 통행 금지가 있어요.

▷ 김경래 : 그래요? 실제로 있었던 거예요?

▶ 최광희 : 그렇죠. 있었던 거죠. 흑인은 밤에 다니면 안 되는 거예요. 무서우니까 백인들이. 백인들이 흑인들이 다니면 무섭다, 이거예요. 그러니까 다니지 말아라, 이거지. 그런데 “너 왜 밤에 다녔냐?”, “차 안에 있었는데 무슨 소리냐?” 그래서 백인 드라이버가 처음에는 약간은 인종차별적인 시선을 자기도 가지고 있다가 이거 해도 해도 너무한 거예요.

▷ 김경래 : 직접 옆에서 보니까.

▶ 최광희 : 운전사 역할을 하면서 다니다 보니까 정말 이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그러니까 결국은 그 경찰을 때려요, 앞에서.

▷ 김경래 : 백인이?

▶ 최광희 : 그러니까 너무 흑인을, 자기가 사실은 모시는 분인데 너무 심하게 그것도 경찰이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경찰이 그런 인종모욕적인 인종차별적인 모욕을 막 감행하니까 “네가 그러니까 그 정도밖에 안 되니까 저런 깜둥이 운전사나 하지.”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또 싸움이 나고 경찰서에 갇히고 이런 상황들이 벌어지는. 그래서 사실 이 ‘그린북’이라는 영화도 결국은 지금이야 많이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예전보다는 많이 흐릿해졌지만 그래도 이런 영화들이 계속 등장하고 또 주목을 받고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주면서 가치 부여를 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아카데미를 비롯한 할리우드가 여전히 미국 사회에서 인종적 평등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못했고 특히나 최근 들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더더욱 그런 부분에서의 보수화, 이민정책이라든가 인종정책 등에 있어서의 보수적 경향에 대해서 일침을 놓으려고 하는 그런 경향성이 강하다는 것을 아카데미 작품상의 면면만 봐도 우리가 알 수 있죠.

▷ 김경래 : 그러니까 지금 말씀하신 영화만 해도 ‘스포트라이트’ 이후에 3년 동안 ‘문라이트’ 인종 문제고 ‘셰이프 오브 워터’ 이것도 소외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 괴물이 인종보다 더한 거죠, 이건. 괴물 이야기니까, 그렇죠? ‘그린북’ 이런 것도 뭔가 소수자, 소외된 사람들 여기에 대해서 아카데미가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보여요, 이 세 영화만 보면.

▶ 최광희 : 그렇습니다. 이게 유독 말이죠.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 이래요.

▷ 김경래 : 그러네요, 또.

▶ 최광희 : 왜냐하면 그전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에는 ‘아르고’라든가 미국 사람들이 어디 중동에 갔다가 갑자기 거기서 쿠데타가 일어나는 바람에.

▷ 김경래 : 실화죠, 이란에 갇혔던.

▶ 최광희 : 그렇습니다. 대사관에 갇히지 않습니까? 그 사람들을 구해내는 상황들을 보여주는 영화고요. 이건 벤 애플렉이 제작한 영화죠.

▷ 김경래 : CIA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것 아닙니까, 이것은?

▶ 최광희 : 맞습니다. 오히려 민주당 정권 시절에는 오히려 거꾸로 조금 미국의 위대함? 이런 것들 ‘아티스트’라는 영화도 있고 ‘킹스 스피치’ 같은 고전적인 영화죠. 그런 영국 왕이 말 더듬으니까 말을 더듬어요. 그러니까 말 더듬을 고쳐주는 사람과의 우정을 다루는 ‘킹스 스피치’라든가 또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그런 영화들이 할리우드에서 또 각광을 받고 작품상도 수상을 했는데, 이게 공화당 정부가 들어서기만 하면 상당히 진보적이 돼요, 아카데미가.

▷ 김경래 : 그런데 이상한 게 아카데미는 심사위원 몇 명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굉장히 많은 회원들이 8천 명이라면서요, 회원이? 그래서 그 많은 회원이 투표를 하는 건데, 이게 일부러 그럴 수 있는 건가요? 왜 그런 거죠?

▶ 최광희 : 그러니까 아카데미 회원들이 대부분 영화인들이에요. 그런 영화인들이 사실은 할리우드의 종사자들도 꽤 많죠? 물론 우리나라 영화인들 가운데 아카데미 회원인 분도 있는데, 어찌 됐든 대부분은 거기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일하고 있는 분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할리우드라는 데가 인적 구성이 정치적 경향성이 공화당보다는 민주당 쪽에 조금 더 가깝죠. 물론 우리처럼 무슨 자유한국당에 더 가깝냐, 더불어민주당 더 가깝냐? 이게 아니라 그러니까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있느냐, 보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느냐? 이 차이인데, 반대로 보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영화 감독이 클린트 이스트우드.

▷ 김경래 : 약간 의외였어요, 나중에 그걸 보고.

▶ 최광희 :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골수 공화당 지지자예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든 영화를 보면 저 사람이 과연 보수인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 김경래 : 그러니까요. 되게 영화 자체는 진보적인 영화들이 꽤 있잖아요.

▶ 최광희 : 그렇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굉장히 자성 그러니까 성찰적인 영화를 많이 만들어요. 그러니까 미국 사회의 문제나 혹은 미국의 중심 가치인 가족, 이런 것들이 붕괴되는 상황을 누가 과연 만들었는가. 또 이 미국 사회의 폭력성, 이런 것들을 우리가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가, 이런 질문, 화두를 던지는 작품들을 많이 만들었거든요. ‘그랜 토리노’라든가 이런 작품들 보면요.

▷ 김경래 : 예전에 ‘용서받지 못한 자’.

▶ 최광희 : ‘용서받지 못한 자’라는 작품으로 사실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죠.

▷ 김경래 : 아, 그게 작품상 받았어요?

▶ 최광희 : 받았습니다. ‘용서받지 못한 자’가 서부극이잖아요. 그런데 원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알다시피 서부극으로 스타가 된 사람이에요, 배우. 빠라빠라밤~ 하면서 그 화해의 무법자.

▷ 김경래 : 아주 대중적인 배우였던 거잖아요. 그렇죠?

▶ 최광희 : 그냥 시가 물고 망토 두르고 딱 서 있으면 정말 멋있죠. 그런데 그렇게 해서 스타가 됐는데 본인이 감독 데뷔를 하고 난 다음에 본인이 출연했던 서부극에 대한 반성문을 쓰기 시작했어요. 이게 뭐냐 하면 내가 너무 폭력을 미화한 것 같다, 그동안. 그래서 서부극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은 멋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내가 괜히 멋있는 척을 해서 그것을 낭만화시켰기 때문에 서부개척사회의 민낯, 진짜 모습은 사실은 이런 것이었습니다라고 고백한 게 ‘용서받지 못한 자’죠. 우리 그냥 돈 벌려고 찌질하게 총질했던 거예요라고 고백했던 게 ‘용서받지 못한 자’고 이것은 미국 서부극의 역사를 완전 재해석해버린 그런 작품, 아주 혁명적인 작품이었죠.

▷ 김경래 : 실제로 재미있더라고요, 저는 예전에 봤는데.

▶ 최광희 : 재미있어요, 엄청 재미있어요. 그래서 ‘용서받지 못한 자’로 거장의 반열에 탁 하고 올라서는.

▷ 김경래 : 얘기가 잠깐 샜네요. 아까 무슨 이야기 했느냐 하면 할리우드 주류는 약간 리버럴 쪽이 많더라. 거기까지 말씀하셨어요.

▶ 최광희 : 그래서 진보성이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작년에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와 각을 세우는 부분이 있다는 것, 어제도 잠깐 말씀드린 적 있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 작년에 외국영화상하고 감독상 받은 게 멕시코 감독의 ‘로마’예요. 멕시코 감독의 ‘로마’인데 그게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 무슨 불법 이민자들을 막겠다 해서 멕시코에다가 국경에다가 장벽을 세우네 마네 해대니까 그냥 보란 듯이 ‘트럼프 너 좀 봐’ 하면서 알폰소 쿠아론이라는 멕시코 감독한테 상을 2개나 줘버린 거예요.

▷ 김경래 :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닌데도 그런 결과가 만들어진다는 게 굉장히 놀랍네요, 사실.

▶ 최광희 : 맞습니다. 그러니까 심리적인 반발심, 이런 것들이 사실은 수상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거죠. 그리고 올해는 아시다시피 ‘기생충’에 4개 부문의 상을 몰아줌으로써 이제는 완전히 환골탈태 수준까지 간 거예요. 그리고 저는 뭐 이거 너무 나가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최근에 북미 정상회담이라든가 북미관계 이런 것들을 볼 때 할리우드 사람들이 볼 때도 트럼프 저거 너무 깡패짓인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북한하고 한국하고는 같은 코리안이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차원에서도 이 정도는 조금 호감도가 상승되는 데에 있어서의 외교적인 문제들도 간접적으로나마 백그라운드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이거 너무 나간 것 같아요.

▷ 김경래 : 너무 나가신 것 같아요.

▶ 최광희 : 아니,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게 물론 정치사회적인 요인이 아카데미 시상 결과의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 없습니다.

▷ 김경래 : 그럼요. 영화 자체가 좋았으니까 기본적으로.

▶ 최광희 : 그렇습니다. 다 설명할 수는 없는데, 이런 이야기는 어디서 아무도 안 하시기 때문에 제가 참고 삼아서 이런 부분도 우리가 고려를 해볼 수 있다는 차원에서 말씀드렸습니다.

▷ 김경래 : 그런데 최근에 아까 처음부터 말씀하신 ‘문라이트’, ‘셰이프 오브 워터’, ‘그린북’, ‘기생충’ 일관된 흐름이 있는 것 같아요, 놓고 보면.

▶ 최광희 : 그렇습니다. 그것은 결국은 인종적 다양성, 문화적 다양성의 추구입니다. 그게 사실은 미국이 추구해야 될 가치죠. 미국은 다민족 국가잖아요. 그런데 점점점 백인 중산층 위주로 간다는 말이에요. 그런 사회적 흐름에 대한 반기를 할리우드가 들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죠.

▷ 김경래 : 어찌 됐든 영화 자체가 훌륭해서 받은 것도 있겠지만 할리우드의 어떤 흐름이 있었다, 분명히. 알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방금 말씀하신 영화 안 보신 분들 있으면 주말에 한 번씩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죠? ‘문라이트’, ‘셰이프 오브 워터’, ‘그린북’? 그리고 ‘기생충’.

▶ 최광희 : 작품상 수상작들은 최근 한 5년 정도까지는 시간 나실 때마다 챙겨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김경래 : 오늘 아무 데서도 안 하는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최광희 : 고맙습니다.

▷ 김경래 : 최광희 영화평론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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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래의 최강시사] 최광희 “최근 아카데미상의 ‘反트럼프 경향’ 주목해야”
    • 입력 2020-02-12 10:37:51
    • 수정2020-02-12 11:37:48
    최강시사
- 2015 ‘스포트라이트’(언론자유), 2017 ‘쉐이프 오브 워터’(소수자), 작년엔 그린북(인종차별)
- 최근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들은 트럼프 정부의 우경화에 일침 놓는 성격 확연
- 멕시코 장벽 건설하는 트럼프 보란 듯이 멕시코 감독 작품 ‘로마’에 2개 상 수여하기도
- 백인 중산층 위주 美사회 흐름 속 ‘인종적·문화적 다양성 추구, 반기들고 있다’ 해석 가능
- 기생충에 4개상 몰아주며 ‘환골탈태’ 중...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반 트럼프 심리도 작용했을 것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수포일러〉
■ 방송시간 : 2월 12일(수) 8:31~8:45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최광희 (영화평론가)



▷ 김경래 : 수요일마다 돌아오는 최강시사 영화 코너 〈수포일러〉입니다. 최광희 영화평론가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 최광희 : 안녕하세요?

▷ 김경래 : 어제도 뵙고 오늘도 뵙네요.

▶ 최광희 : ‘기생충’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 김경래 : 숟가락, 저희들도 숟가락 하나 얹어야죠. 여기 기생충 이야기 조금 더해보겠습니다, 오늘. 그러고 보니까 지금 오프닝 할 때 나오는 음악도 봉준호 감독 영화인가요? 맞나요?

▶ 최광희 : 그런 것 같은데요.

▷ 김경래 : 이게 ‘괴물’이죠, ‘괴물’? 맞네. 저희들이 약간 선견지명이 있었습니다. 봉준호 감독 영화를 오프닝으로 했고. 어제 작품상까지 받은, 작품상이 가장 큰 경쟁 상대가 ‘1917’이었잖아요, 셈 멘데스 감독. 그런데 그 제작자가 스필버그 감독이라면서요? 사실은 엄청난 경쟁자였네요, 따지고 보면.

▶ 최광희 : 그렇죠? 그런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지만 늘 오스카가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이 만든 작품 전부 계속 작품상을 주는 건 아니니까. 최근에도 ‘더 포스트’라는 영화 직접 연출을 했죠.

▷ 김경래 : 아, 기자들 다룬.

▶ 최광희 : 예, 워싱턴 포스트가 원래는 사실 로컬지였는데, 그게 말하자면 베트남 전쟁과 관련된 정부 비리 이것을 폭로하는 그런 과정을.

▷ 김경래 : 펜타곤 페이퍼스인가? 그것을 폭로하는 과정이었죠.

▶ 최광희 : 그러니까 언론의 책무,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그런 작품이었는데, 확실히 미국의 가치, 표현의 자유라든가 언론의 자유라든가 이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미국의 거장 감독들은 참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얼마 전에도 아카데미작품상 받은 작품이 2015년에 ‘스포트라이트’라는 작품이었잖아요.

▷ 김경래 : 아, 그게 작품상 받았었어요? 그랬구나.

▶ 최광희 : 그건 보스턴 글로브에서 있었던 실화, 기자들이 특별 취재팀을 만들어서 천주교 신부들의 성희롱 사건 그러니까 아동성추행 사건을 추문을 들춰냈던 특종 사건이죠. 실제 했던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인데, 그런 영화도 미국에서 ‘스포트라이트’라는 작품도 만들어져서 아카데미가 그 영화에 상을 주면서 언론의 자유라고 하는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그런 역할을 했죠.

▷ 김경래 : 말 나온 김에 그러면 최근에 ‘스포트라이트’ 이후에 아카데미 작품상이 뭐가 있었는지 보면 아마 트렌드를 좀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다음이 뭐였어요?

▶ 최광희 : 그다음이 2016년에 나왔던 영화가 ‘문라이트’라고 하는 영화인데요.

▷ 김경래 : 제가 보지는 못했네요. 그게 인종 문제를 다루는 건가요?

▶ 최광희 : 맞습니다. 흑인이 주인공이고요. 그다음에 이 흑인이 동성애자예요.

▷ 김경래 : 소수자 중에 또 소수자네요.

▶ 최광희 : 그러니까 인종적 소수자 플러스 성적 소수자죠. 이런 사람이 주인공인 영화가 나왔는데, 그때 당시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그때 ‘라라랜드’라는 뮤지컬 영화가 있었습니다.

▷ 김경래 : 그거랑 경쟁작이었어요?

▶ 최광희 : 그거랑 같이 붙었기 때문에 ‘라라랜드’가 상을 받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예측을 했는데 그 예측이 빗나갔죠. 그래서 ‘문라이트’라는 영화가 상을 받았고요. 그다음에 2017년에는 ‘셰이프 오브 워터’.

▷ 김경래 : 그게 기예르모 델 토로.

▶ 최광희 : 맞습니다.

▷ 김경래 : 물속에 사는 괴물 이야기죠?

▶ 최광희 : 그렇습니다. 물속에 사는 조금 보기 흉측한 괴물이에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예전에 만든 ‘판의 미로’라는 작품도 그랬고 그런 흉측한 괴물을 많이 등장시키거든요.

▷ 김경래 : 괴물 전문 감독이죠.

▶ 최광희 :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외롭게 살아가는 한 여성과 그 괴물이 서로 사랑에 빠지는 아주 소외된 굉장히 소외된 구석에 사는 아웃사이더 여성 그리고 사람들에 의해서 괴물 취급을 받는 갇혀 지내는 어떤 존재, 크리처죠. 이 두 존재 간의 어떤 경계를 뛰어넘는 사랑.

▷ 김경래 : 되게 슬펐어요, 그런데 영화가. 저도 봤는데, 이것은.

▶ 최광희 : 그렇습니다. 그래서 뭔가 느낌이 오지 않습니까?

▷ 김경래 : 슬슬 오고 있어요, 트렌드가.

▶ 최광희 : 그리고 지난해 개봉한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영화가 ‘그린북’.

▷ 김경래 : 그것도 인종 문제를 다룬 거군요.

▶ 최광희 : 맞습니다. 여기서는 흑인하고 백인 사이에 로드무비인데, 원래 약간 좀 인종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 백인이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60년대요.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일자리 구하다 보니까 어떤 흑인 피아니스트의 로드매니저 그러니까 드라이버를 하게 된 거죠. 이 사람이 콘서트 투어를 하게 되었는데, 그 투어를 하는 동안 운전을 해달라. 그래서 처음에는 흑인이라 께름칙했지만 어찌 됐든 돈을 준다 그러니까.

▷ 김경래 : 돈 많이 준다 그러니까.

▶ 최광희 : 그때 당시에는 미국인들은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흑인들을 깜둥이라고 불렀어요, 니거. 그리고 흑인들도 자조적으로 자기들을 니거 이렇게 부르죠, 깜둥이.

▷ 김경래 : 그 당시에는.

▶ 최광희 : 특히나 남부 같은 경우에는 노골적인 흑인 차별이 횡횡했던 때고 화장실도 흑인은 따로 써야 되고 버스도 흑인은 따로 타야 되고 심지어 모텔조차도 흑인 전용 모텔에서 자야 되는 거예요.

▷ 김경래 : 밥도 따로 먹고 그렇죠?

▶ 최광희 : 밥도 따로 먹고 레스토랑에서 백인들 먹는데 흑인이 감히 섞여서 밥을 먹을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이 영화 보면 되게 기가 막힌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기가 막히다는 것은 어이가 없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어떤 남부 시골 도시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이 사람을 초청을 했어요, 피아니스트를. 이 사람이 천재적인 피아니스트거든요.

▷ 김경래 : 그러니까 굉장히 돈도 많고 유명한 피아니스트로 나오죠.

▶ 최광희 : 그런데 다만 흑인이에요. 흑인이지만 그런데 굉장히 실력파예요, 러시아 유학까지 갔다 온. 그런데 이 사람이 그 레스토랑에서 연주를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 레스토랑의 호텔 레스토랑이죠. 호텔 레스토랑에서 연주를 하게 되어 있는데 밥은 밖에 나가서 먹으라고 그래요.

▷ 김경래 : 그 호텔은 백인들만 먹을 수 있다?

▶ 최광희 : 예, 그게 여기 규정이다.

▷ 김경래 : 연주는 시켜놓고?

▶ 최광희 : 예, 그러니까 “내가 여기서 연주를 하는데 여기서 밥을 안 먹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그게 여기 규정이다,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니까 나중에 이 흑인 피아니스트가 너무너무 화가 나서 “나 연주 안 한다.” 이러면서 나가니까 “그러니까 너희 인종들이 그런 소리를 듣는 거야. 책임감 없이 그렇게 안 한다 그러고”.

▷ 김경래 : 아, 오히려?

▶ 최광희 : 예,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거예요. 그런 상황이 되면 누구나 화가 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남부 도로를 가다가 갑자기 차를 세워요. 경찰이 와서 차를 세우더니만 일단 딱 보니까 흑인이에요. 내리라고 그래요, 무조건. “내가 무슨 혐의로 내리냐?”, “내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 김경래 : 흑인이라는 혐의죠.

▶ 최광희 : 예, 그리고 여기는 밤에 흑인들은 다니면 안 돼, 이러는 거예요. 흑인 이동 통행 금지가 있어요.

▷ 김경래 : 그래요? 실제로 있었던 거예요?

▶ 최광희 : 그렇죠. 있었던 거죠. 흑인은 밤에 다니면 안 되는 거예요. 무서우니까 백인들이. 백인들이 흑인들이 다니면 무섭다, 이거예요. 그러니까 다니지 말아라, 이거지. 그런데 “너 왜 밤에 다녔냐?”, “차 안에 있었는데 무슨 소리냐?” 그래서 백인 드라이버가 처음에는 약간은 인종차별적인 시선을 자기도 가지고 있다가 이거 해도 해도 너무한 거예요.

▷ 김경래 : 직접 옆에서 보니까.

▶ 최광희 : 운전사 역할을 하면서 다니다 보니까 정말 이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그러니까 결국은 그 경찰을 때려요, 앞에서.

▷ 김경래 : 백인이?

▶ 최광희 : 그러니까 너무 흑인을, 자기가 사실은 모시는 분인데 너무 심하게 그것도 경찰이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경찰이 그런 인종모욕적인 인종차별적인 모욕을 막 감행하니까 “네가 그러니까 그 정도밖에 안 되니까 저런 깜둥이 운전사나 하지.”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또 싸움이 나고 경찰서에 갇히고 이런 상황들이 벌어지는. 그래서 사실 이 ‘그린북’이라는 영화도 결국은 지금이야 많이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예전보다는 많이 흐릿해졌지만 그래도 이런 영화들이 계속 등장하고 또 주목을 받고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주면서 가치 부여를 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아카데미를 비롯한 할리우드가 여전히 미국 사회에서 인종적 평등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못했고 특히나 최근 들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더더욱 그런 부분에서의 보수화, 이민정책이라든가 인종정책 등에 있어서의 보수적 경향에 대해서 일침을 놓으려고 하는 그런 경향성이 강하다는 것을 아카데미 작품상의 면면만 봐도 우리가 알 수 있죠.

▷ 김경래 : 그러니까 지금 말씀하신 영화만 해도 ‘스포트라이트’ 이후에 3년 동안 ‘문라이트’ 인종 문제고 ‘셰이프 오브 워터’ 이것도 소외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 괴물이 인종보다 더한 거죠, 이건. 괴물 이야기니까, 그렇죠? ‘그린북’ 이런 것도 뭔가 소수자, 소외된 사람들 여기에 대해서 아카데미가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보여요, 이 세 영화만 보면.

▶ 최광희 : 그렇습니다. 이게 유독 말이죠.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 이래요.

▷ 김경래 : 그러네요, 또.

▶ 최광희 : 왜냐하면 그전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에는 ‘아르고’라든가 미국 사람들이 어디 중동에 갔다가 갑자기 거기서 쿠데타가 일어나는 바람에.

▷ 김경래 : 실화죠, 이란에 갇혔던.

▶ 최광희 : 그렇습니다. 대사관에 갇히지 않습니까? 그 사람들을 구해내는 상황들을 보여주는 영화고요. 이건 벤 애플렉이 제작한 영화죠.

▷ 김경래 : CIA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것 아닙니까, 이것은?

▶ 최광희 : 맞습니다. 오히려 민주당 정권 시절에는 오히려 거꾸로 조금 미국의 위대함? 이런 것들 ‘아티스트’라는 영화도 있고 ‘킹스 스피치’ 같은 고전적인 영화죠. 그런 영국 왕이 말 더듬으니까 말을 더듬어요. 그러니까 말 더듬을 고쳐주는 사람과의 우정을 다루는 ‘킹스 스피치’라든가 또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그런 영화들이 할리우드에서 또 각광을 받고 작품상도 수상을 했는데, 이게 공화당 정부가 들어서기만 하면 상당히 진보적이 돼요, 아카데미가.

▷ 김경래 : 그런데 이상한 게 아카데미는 심사위원 몇 명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굉장히 많은 회원들이 8천 명이라면서요, 회원이? 그래서 그 많은 회원이 투표를 하는 건데, 이게 일부러 그럴 수 있는 건가요? 왜 그런 거죠?

▶ 최광희 : 그러니까 아카데미 회원들이 대부분 영화인들이에요. 그런 영화인들이 사실은 할리우드의 종사자들도 꽤 많죠? 물론 우리나라 영화인들 가운데 아카데미 회원인 분도 있는데, 어찌 됐든 대부분은 거기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일하고 있는 분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할리우드라는 데가 인적 구성이 정치적 경향성이 공화당보다는 민주당 쪽에 조금 더 가깝죠. 물론 우리처럼 무슨 자유한국당에 더 가깝냐, 더불어민주당 더 가깝냐? 이게 아니라 그러니까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있느냐, 보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느냐? 이 차이인데, 반대로 보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영화 감독이 클린트 이스트우드.

▷ 김경래 : 약간 의외였어요, 나중에 그걸 보고.

▶ 최광희 :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골수 공화당 지지자예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든 영화를 보면 저 사람이 과연 보수인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 김경래 : 그러니까요. 되게 영화 자체는 진보적인 영화들이 꽤 있잖아요.

▶ 최광희 : 그렇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굉장히 자성 그러니까 성찰적인 영화를 많이 만들어요. 그러니까 미국 사회의 문제나 혹은 미국의 중심 가치인 가족, 이런 것들이 붕괴되는 상황을 누가 과연 만들었는가. 또 이 미국 사회의 폭력성, 이런 것들을 우리가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가, 이런 질문, 화두를 던지는 작품들을 많이 만들었거든요. ‘그랜 토리노’라든가 이런 작품들 보면요.

▷ 김경래 : 예전에 ‘용서받지 못한 자’.

▶ 최광희 : ‘용서받지 못한 자’라는 작품으로 사실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죠.

▷ 김경래 : 아, 그게 작품상 받았어요?

▶ 최광희 : 받았습니다. ‘용서받지 못한 자’가 서부극이잖아요. 그런데 원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알다시피 서부극으로 스타가 된 사람이에요, 배우. 빠라빠라밤~ 하면서 그 화해의 무법자.

▷ 김경래 : 아주 대중적인 배우였던 거잖아요. 그렇죠?

▶ 최광희 : 그냥 시가 물고 망토 두르고 딱 서 있으면 정말 멋있죠. 그런데 그렇게 해서 스타가 됐는데 본인이 감독 데뷔를 하고 난 다음에 본인이 출연했던 서부극에 대한 반성문을 쓰기 시작했어요. 이게 뭐냐 하면 내가 너무 폭력을 미화한 것 같다, 그동안. 그래서 서부극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은 멋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내가 괜히 멋있는 척을 해서 그것을 낭만화시켰기 때문에 서부개척사회의 민낯, 진짜 모습은 사실은 이런 것이었습니다라고 고백한 게 ‘용서받지 못한 자’죠. 우리 그냥 돈 벌려고 찌질하게 총질했던 거예요라고 고백했던 게 ‘용서받지 못한 자’고 이것은 미국 서부극의 역사를 완전 재해석해버린 그런 작품, 아주 혁명적인 작품이었죠.

▷ 김경래 : 실제로 재미있더라고요, 저는 예전에 봤는데.

▶ 최광희 : 재미있어요, 엄청 재미있어요. 그래서 ‘용서받지 못한 자’로 거장의 반열에 탁 하고 올라서는.

▷ 김경래 : 얘기가 잠깐 샜네요. 아까 무슨 이야기 했느냐 하면 할리우드 주류는 약간 리버럴 쪽이 많더라. 거기까지 말씀하셨어요.

▶ 최광희 : 그래서 진보성이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작년에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와 각을 세우는 부분이 있다는 것, 어제도 잠깐 말씀드린 적 있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 작년에 외국영화상하고 감독상 받은 게 멕시코 감독의 ‘로마’예요. 멕시코 감독의 ‘로마’인데 그게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 무슨 불법 이민자들을 막겠다 해서 멕시코에다가 국경에다가 장벽을 세우네 마네 해대니까 그냥 보란 듯이 ‘트럼프 너 좀 봐’ 하면서 알폰소 쿠아론이라는 멕시코 감독한테 상을 2개나 줘버린 거예요.

▷ 김경래 :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닌데도 그런 결과가 만들어진다는 게 굉장히 놀랍네요, 사실.

▶ 최광희 : 맞습니다. 그러니까 심리적인 반발심, 이런 것들이 사실은 수상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거죠. 그리고 올해는 아시다시피 ‘기생충’에 4개 부문의 상을 몰아줌으로써 이제는 완전히 환골탈태 수준까지 간 거예요. 그리고 저는 뭐 이거 너무 나가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최근에 북미 정상회담이라든가 북미관계 이런 것들을 볼 때 할리우드 사람들이 볼 때도 트럼프 저거 너무 깡패짓인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북한하고 한국하고는 같은 코리안이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차원에서도 이 정도는 조금 호감도가 상승되는 데에 있어서의 외교적인 문제들도 간접적으로나마 백그라운드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이거 너무 나간 것 같아요.

▷ 김경래 : 너무 나가신 것 같아요.

▶ 최광희 : 아니,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게 물론 정치사회적인 요인이 아카데미 시상 결과의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 없습니다.

▷ 김경래 : 그럼요. 영화 자체가 좋았으니까 기본적으로.

▶ 최광희 : 그렇습니다. 다 설명할 수는 없는데, 이런 이야기는 어디서 아무도 안 하시기 때문에 제가 참고 삼아서 이런 부분도 우리가 고려를 해볼 수 있다는 차원에서 말씀드렸습니다.

▷ 김경래 : 그런데 최근에 아까 처음부터 말씀하신 ‘문라이트’, ‘셰이프 오브 워터’, ‘그린북’, ‘기생충’ 일관된 흐름이 있는 것 같아요, 놓고 보면.

▶ 최광희 : 그렇습니다. 그것은 결국은 인종적 다양성, 문화적 다양성의 추구입니다. 그게 사실은 미국이 추구해야 될 가치죠. 미국은 다민족 국가잖아요. 그런데 점점점 백인 중산층 위주로 간다는 말이에요. 그런 사회적 흐름에 대한 반기를 할리우드가 들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죠.

▷ 김경래 : 어찌 됐든 영화 자체가 훌륭해서 받은 것도 있겠지만 할리우드의 어떤 흐름이 있었다, 분명히. 알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방금 말씀하신 영화 안 보신 분들 있으면 주말에 한 번씩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죠? ‘문라이트’, ‘셰이프 오브 워터’, ‘그린북’? 그리고 ‘기생충’.

▶ 최광희 : 작품상 수상작들은 최근 한 5년 정도까지는 시간 나실 때마다 챙겨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김경래 : 오늘 아무 데서도 안 하는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최광희 : 고맙습니다.

▷ 김경래 : 최광희 영화평론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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