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좌고우면’ ‘눈치보기’ WHO 사무총장 발언 돌아보니…

입력 2020.02.12 (14:58) 수정 2020.02.1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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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즉 코로나19(COVID-19)는 테러리스트보다 강력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현지시각 11일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한 말입니다.

그러면서 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위해 국제사회에 6천7만 달러(7천955억 원)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중국에서만 사망자가 1천백 명, 확진자가 4만 4천 명이 넘어서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자, WHO도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노골적인 '중국 편들기'라는 비판을 받아 온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의 말이 어떻게 바뀌어 나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한 것 현지시각 1월 30일.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폐렴 환자 27명이 보고된 지 한 달 만입니다.

1월 22일 WHO는 긴급위원회를 열었지만, 심지어 그때는 비상사태를 선포할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은 당시 긴급위원회를 마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국에서는 비상사태지만, 국제적인 비상사태는 아니다."라고 말입니다.

나아가 "중국 외 지역에서는 사람 간 전염에 대한 증가가 없다"고 선포 유예 이유를 밝혔습니다.


WHO가 주저하는 사이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해 나갔습니다.

그리고서 8일 만에 다시 열린 긴급 위원회.

사람 간 전염 사례가 잇따르자 그제야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도, WHO는 중국의 두둔하고, 눈치를 봅니다.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 전인 1월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습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틀 뒤인 30일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도 "이번 선언은 중국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심지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발병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알고 있어 감명받았다"며 중국의 조처에 국제사회가 감사와 존경을 보내야 한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중국은 잘하고 있는데, '코로나19'가 다른 나라로 퍼져가고 있다는 이유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는 설명입니다.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은 2월 3일 여행과 교역 금지할 필요가 없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중국 외의 지역에서 바이러스의 확산이 아주 적고 느리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4일에도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WHO 집행이사회 행사에서 "중국의 조처가 해외 확산을 막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낙관적 전망은 사태를 진정시키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본토를 제외하고 홍콩, 타이완, 마카오, 한국, 일본, 싱가포르, 인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네팔, 스리랑카, 캄보디아 14곳, 유럽권에서는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 이탈리아, 핀린드, 스웨덴, 벨기에 등 9곳, 이외에 미국, 캐나다, 호주, UAE에서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그러나 보니 각국의 대응은 여행과 교역 제한을 반대하는 WHO의 방침과 정반대로 흘러갔습니다.

민간 항공사들을 중심으로 중국 후베이 성 뿐만 아니라 중국으로 오가는 항공편 자체를 대폭 줄이거나 운항 중단에 들어갔습니다. 크루즈선도 마찬가지로 입항 거부, 운행 중단이 잇따랐습니다.

4일 기준으로 전 세계 22개 나라가 대중국 제한 조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의 발언은 뒤늦게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테워드로스 총장은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 여행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다른 국가에서 더 광범위한 전염을 시사할 수 있다""우리는 간단히 말해 빙산의 일각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뒤늦게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 것입니다.

중국에서 WHO의 국제 전문가팀이 '코로나19' 조사 활동을 시작한 것은 첫 발병 보고 이후 한 달 열흘이 넘어선 이번 주부터입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현지시각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되는 데 앞으로 18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실제 그때 백신이 나오더라고 해도 그전에는 어떻게든 버텨야 합니다.

[사진 출처 : AP·로이터=연합뉴스][사진 출처 : AP·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7년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이 WHO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중국은 600억 위안(10조 원)을 WHO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간접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지난 6일 자신의 트위터에 WHO가 일본으로부터 1,000만 달러의 기부금을 받았다며 감사를 표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일본의 크루즈선 감염을 기타(OTHER)항목으로 일본 국가와 별도로 분류해, 네티즌들로부터 일본의 눈치까지 보는 WHO라고 비판받기도 했습니다.


사진설명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 트위터

홍콩대 의학원장 가브리엘 렁 교수는 신종 코로나를 방치하면, 그러니까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으면 산술적으로 인류의 60%가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호흡기 질병 전문가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는 현 추세라면 2월 말 절정기를 지난 4월 전에 사태가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환구시보가 12일 보도했습니다.

천수답처럼 봄이 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요?

과도한 공포는 물론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좌고우면'하는 낙관론보다는 과감한 선제 조치가 사태를 하루라도 빨리 종결시키는데 절실하다는 것을 WHO도 분명히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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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2 14:58:27
    • 수정2020-02-12 14:5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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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현지시각 11일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한 말입니다.

그러면서 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위해 국제사회에 6천7만 달러(7천955억 원)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중국에서만 사망자가 1천백 명, 확진자가 4만 4천 명이 넘어서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자, WHO도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노골적인 '중국 편들기'라는 비판을 받아 온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의 말이 어떻게 바뀌어 나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한 것 현지시각 1월 30일.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폐렴 환자 27명이 보고된 지 한 달 만입니다.

1월 22일 WHO는 긴급위원회를 열었지만, 심지어 그때는 비상사태를 선포할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은 당시 긴급위원회를 마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국에서는 비상사태지만, 국제적인 비상사태는 아니다."라고 말입니다.

나아가 "중국 외 지역에서는 사람 간 전염에 대한 증가가 없다"고 선포 유예 이유를 밝혔습니다.


WHO가 주저하는 사이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해 나갔습니다.

그리고서 8일 만에 다시 열린 긴급 위원회.

사람 간 전염 사례가 잇따르자 그제야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도, WHO는 중국의 두둔하고, 눈치를 봅니다.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 전인 1월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습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틀 뒤인 30일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도 "이번 선언은 중국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심지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발병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알고 있어 감명받았다"며 중국의 조처에 국제사회가 감사와 존경을 보내야 한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중국은 잘하고 있는데, '코로나19'가 다른 나라로 퍼져가고 있다는 이유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는 설명입니다.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은 2월 3일 여행과 교역 금지할 필요가 없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중국 외의 지역에서 바이러스의 확산이 아주 적고 느리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4일에도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WHO 집행이사회 행사에서 "중국의 조처가 해외 확산을 막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낙관적 전망은 사태를 진정시키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본토를 제외하고 홍콩, 타이완, 마카오, 한국, 일본, 싱가포르, 인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네팔, 스리랑카, 캄보디아 14곳, 유럽권에서는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 이탈리아, 핀린드, 스웨덴, 벨기에 등 9곳, 이외에 미국, 캐나다, 호주, UAE에서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그러나 보니 각국의 대응은 여행과 교역 제한을 반대하는 WHO의 방침과 정반대로 흘러갔습니다.

민간 항공사들을 중심으로 중국 후베이 성 뿐만 아니라 중국으로 오가는 항공편 자체를 대폭 줄이거나 운항 중단에 들어갔습니다. 크루즈선도 마찬가지로 입항 거부, 운행 중단이 잇따랐습니다.

4일 기준으로 전 세계 22개 나라가 대중국 제한 조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의 발언은 뒤늦게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테워드로스 총장은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 여행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다른 국가에서 더 광범위한 전염을 시사할 수 있다""우리는 간단히 말해 빙산의 일각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뒤늦게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 것입니다.

중국에서 WHO의 국제 전문가팀이 '코로나19' 조사 활동을 시작한 것은 첫 발병 보고 이후 한 달 열흘이 넘어선 이번 주부터입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현지시각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되는 데 앞으로 18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실제 그때 백신이 나오더라고 해도 그전에는 어떻게든 버텨야 합니다.

[사진 출처 : AP·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7년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이 WHO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중국은 600억 위안(10조 원)을 WHO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간접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지난 6일 자신의 트위터에 WHO가 일본으로부터 1,000만 달러의 기부금을 받았다며 감사를 표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일본의 크루즈선 감염을 기타(OTHER)항목으로 일본 국가와 별도로 분류해, 네티즌들로부터 일본의 눈치까지 보는 WHO라고 비판받기도 했습니다.


사진설명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 트위터

홍콩대 의학원장 가브리엘 렁 교수는 신종 코로나를 방치하면, 그러니까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으면 산술적으로 인류의 60%가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호흡기 질병 전문가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는 현 추세라면 2월 말 절정기를 지난 4월 전에 사태가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환구시보가 12일 보도했습니다.

천수답처럼 봄이 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요?

과도한 공포는 물론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좌고우면'하는 낙관론보다는 과감한 선제 조치가 사태를 하루라도 빨리 종결시키는데 절실하다는 것을 WHO도 분명히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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