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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이젠 검역관까지 감염…일본 크루즈선의 내부 고발자들
입력 2020.02.13 (07:01) 수정 2020.02.13 (10:54)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이젠 검역관까지 감염…일본 크루즈선의 내부 고발자들
'21% → 63% → 74%'

계산해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일본 요코하마(橫浜)항 앞바다에 격리 형태로 정박 중인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12일까지 나온 '코로나19' 검사 대상자 대비 확진자 비율입니다.

크루즈선이 처음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건 지난 3일. 이로부터 일주일 동안 336명을 검사해 70명(21%)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10일에는 103명을 검사해 65명(확진율 63%)이, 12일에는 53명을 검사해 39명(확진율 74%) 감염이 확인됐습니다.

일본 당국은 승객과 승무원 가운데 최초 감염자인 홍콩인과 접촉하거나 발열, 기침 같은 증상을 보인 사람들을 추려 우선 검사했습니다. 이른바 '고위험군'이었죠. 당연히 갈수록 확진율은 낮아져야 정상인데, 수치는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가미 마사히로(上昌広) 전 도쿄대 의료과학연구소 특임교수는 일본 방송 인터뷰에서 "폐쇄 공간에서 감염이 일어나기 시작했으니까 이대로라면 (확진자 수는)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자칫하다가는 (탑승자) 전원이 감염될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검역관 감염 사실을 처음 알린 트위터. 글을 올린 사람은 일본 후생노동상이 아닌 고노 다로 방위상(국방부 장관)이다. [사진 출처 : 고노 다로 방위상 트위터]검역관 감염 사실을 처음 알린 트위터. 글을 올린 사람은 일본 후생노동상이 아닌 고노 다로 방위상(국방부 장관)이다. [사진 출처 : 고노 다로 방위상 트위터]

하다 하다 어처구니없는 감염자까지 나왔습니다. 배 안에서 승객들을 돌보던 일본 후생노동성 소속 남성 검역관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겁니다. 이 검역관은 3일 밤부터 하루 동안 배에 머물며 각 객실을 돌아다녔습니다. 문진표를 받거나 체온 등을 쟀고, 승객을 만날 때마다 손과 손가락 등도 소독해 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4일 밤 하선할 때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크루즈선은 지난 5일 감염자 10명이 처음으로 나왔고, 이때부터 '객실 격리 조치'도 시작됐습니다.

이상하죠. 검역관은 크루즈선 안에서 고글이나 전신 방호복을 착용하지는 않았지만, 마스크와 장갑은 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감염이 됐습니다. 5일부터 7일까지는 직장에서 정상 근무를 했고, 9일 발열 증상을 느낀 뒤 이튿날 의료기관을 찾아 다음날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열흘 넘도록 승객과 승무원들이 한 발짝도 못 나오게 문을 꽁꽁 걸어둔 크루즈선에서 버젓이 걸어 나온 '1호 확진자'가 검역관인 셈입니다. 병을 고쳐주는 의사가 되레 병균을 옮기는 이른바 '흰 가운의 역습'이라는 말까지 떠올리게 합니다.


크루즈선 운영사와 일본 정부의 난맥상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12일자 주간 아사히(朝日)는 크루즈선의 여성 승무원과 그 가족이 주고받은 SNS 내용을 전했습니다. 승객들은 자신의 SNS와 일본 방송과의 휴대전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처지를 알리고 있지만, 승무원들의 동향은 좀처럼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승무원 아버지가 전한 내용을 일부 소개합니다.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처음 보낸 게 4일이었어요. 그런데 뭔가 감이 안 좋았죠. 후생노동성 검역 요원들이 3일 밤부터 선내로 들어왔는데 승객들은 4일 저녁까지 식당, 극장, 카지노, 노래방 등을 자유롭게 이용했어요. 승무원들이 마스크를 쓴 것도 6일부터라고 해요. 배 밖에선 난리가 난 걸 몰랐나 봐요".

"밥은 빵하고 파스타 뿐이래요. 딸도 '오니기리'(おにぎり·주먹밥)를 먹고 싶다고 했어요. 5일부터 식당이 폐쇄되고 객실마다 식사를 전달하는데, 처음 있는 일이라 배식이 잘 안 됐대요. 아침 식사를 반나절 넘게 지나 해 질 녘에 가져다준 객실도 있다고 해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여성 승무원이 가족에게 보낸 메시지. “확진자 41명을 내리는데 8시간 넘게 걸렸다”고 전했다. [사진 출처 : 주간 아사히]‘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여성 승무원이 가족에게 보낸 메시지. “확진자 41명을 내리는데 8시간 넘게 걸렸다”고 전했다. [사진 출처 : 주간 아사히]

눈에 띄는 건 41명의 감염자가 나온 지난 7일, 승무원이 보낸 SNS 메시지입니다. 그녀는 "검역과 후생노동성 사람들, 머리가 너무 안 좋은데…41명 (배에서) 내리는데 8시간 이상 걸려!"라고 적었습니다. 아버지는 특히 "후생노동성 사람들은 방호복으로 완전 무장했는데, 객실 확진자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건 마스크 한 장뿐인 승무원들에게 맡겼다"며 발끈했습니다. "크루즈선 내부는 거의 폭발 직전인데, 그 화살이 향하는 곳은 가장 먼저 승무원들이 될 것"이라는 아버지의 '딸 걱정'으로 기사는 끝을 맺습니다.


'바다에 떠다니는 호텔'로 불리던 크루즈선은 순식간에 '선상 감옥'으로 돌변했습니다. 안에는 정박 이후 열흘 넘게 땅을 밟지 못한 승객과 승무원 3천 5백여 명이 갇혀 있습니다. 일본 당국은 잠복기를 감안해 오는 19일 해상격리 조치를 푼다는 방침을 꺾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검사는 지금까지 고작 492명, 전체 탑승자의 13% 밖에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승선자들은 "내일은 내가 확진자가 될지 모른다", "옆 사람이 병균을 옮길지 모른다"는 공포감과 상호 불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도쿄만을 감싸고 있는 요코하마 다이코쿠(大黑)부두. 그 곳은 일생의 보물이 될 추억이 아닌, 악몽이 펼쳐지는 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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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3 (07:01)
    • 수정 2020.02.13 (10:54)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이젠 검역관까지 감염…일본 크루즈선의 내부 고발자들
'21% → 63% → 74%'

계산해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일본 요코하마(橫浜)항 앞바다에 격리 형태로 정박 중인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12일까지 나온 '코로나19' 검사 대상자 대비 확진자 비율입니다.

크루즈선이 처음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건 지난 3일. 이로부터 일주일 동안 336명을 검사해 70명(21%)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10일에는 103명을 검사해 65명(확진율 63%)이, 12일에는 53명을 검사해 39명(확진율 74%) 감염이 확인됐습니다.

일본 당국은 승객과 승무원 가운데 최초 감염자인 홍콩인과 접촉하거나 발열, 기침 같은 증상을 보인 사람들을 추려 우선 검사했습니다. 이른바 '고위험군'이었죠. 당연히 갈수록 확진율은 낮아져야 정상인데, 수치는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가미 마사히로(上昌広) 전 도쿄대 의료과학연구소 특임교수는 일본 방송 인터뷰에서 "폐쇄 공간에서 감염이 일어나기 시작했으니까 이대로라면 (확진자 수는)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자칫하다가는 (탑승자) 전원이 감염될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검역관 감염 사실을 처음 알린 트위터. 글을 올린 사람은 일본 후생노동상이 아닌 고노 다로 방위상(국방부 장관)이다. [사진 출처 : 고노 다로 방위상 트위터]검역관 감염 사실을 처음 알린 트위터. 글을 올린 사람은 일본 후생노동상이 아닌 고노 다로 방위상(국방부 장관)이다. [사진 출처 : 고노 다로 방위상 트위터]

하다 하다 어처구니없는 감염자까지 나왔습니다. 배 안에서 승객들을 돌보던 일본 후생노동성 소속 남성 검역관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겁니다. 이 검역관은 3일 밤부터 하루 동안 배에 머물며 각 객실을 돌아다녔습니다. 문진표를 받거나 체온 등을 쟀고, 승객을 만날 때마다 손과 손가락 등도 소독해 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4일 밤 하선할 때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크루즈선은 지난 5일 감염자 10명이 처음으로 나왔고, 이때부터 '객실 격리 조치'도 시작됐습니다.

이상하죠. 검역관은 크루즈선 안에서 고글이나 전신 방호복을 착용하지는 않았지만, 마스크와 장갑은 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감염이 됐습니다. 5일부터 7일까지는 직장에서 정상 근무를 했고, 9일 발열 증상을 느낀 뒤 이튿날 의료기관을 찾아 다음날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열흘 넘도록 승객과 승무원들이 한 발짝도 못 나오게 문을 꽁꽁 걸어둔 크루즈선에서 버젓이 걸어 나온 '1호 확진자'가 검역관인 셈입니다. 병을 고쳐주는 의사가 되레 병균을 옮기는 이른바 '흰 가운의 역습'이라는 말까지 떠올리게 합니다.


크루즈선 운영사와 일본 정부의 난맥상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12일자 주간 아사히(朝日)는 크루즈선의 여성 승무원과 그 가족이 주고받은 SNS 내용을 전했습니다. 승객들은 자신의 SNS와 일본 방송과의 휴대전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처지를 알리고 있지만, 승무원들의 동향은 좀처럼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승무원 아버지가 전한 내용을 일부 소개합니다.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처음 보낸 게 4일이었어요. 그런데 뭔가 감이 안 좋았죠. 후생노동성 검역 요원들이 3일 밤부터 선내로 들어왔는데 승객들은 4일 저녁까지 식당, 극장, 카지노, 노래방 등을 자유롭게 이용했어요. 승무원들이 마스크를 쓴 것도 6일부터라고 해요. 배 밖에선 난리가 난 걸 몰랐나 봐요".

"밥은 빵하고 파스타 뿐이래요. 딸도 '오니기리'(おにぎり·주먹밥)를 먹고 싶다고 했어요. 5일부터 식당이 폐쇄되고 객실마다 식사를 전달하는데, 처음 있는 일이라 배식이 잘 안 됐대요. 아침 식사를 반나절 넘게 지나 해 질 녘에 가져다준 객실도 있다고 해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여성 승무원이 가족에게 보낸 메시지. “확진자 41명을 내리는데 8시간 넘게 걸렸다”고 전했다. [사진 출처 : 주간 아사히]‘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여성 승무원이 가족에게 보낸 메시지. “확진자 41명을 내리는데 8시간 넘게 걸렸다”고 전했다. [사진 출처 : 주간 아사히]

눈에 띄는 건 41명의 감염자가 나온 지난 7일, 승무원이 보낸 SNS 메시지입니다. 그녀는 "검역과 후생노동성 사람들, 머리가 너무 안 좋은데…41명 (배에서) 내리는데 8시간 이상 걸려!"라고 적었습니다. 아버지는 특히 "후생노동성 사람들은 방호복으로 완전 무장했는데, 객실 확진자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건 마스크 한 장뿐인 승무원들에게 맡겼다"며 발끈했습니다. "크루즈선 내부는 거의 폭발 직전인데, 그 화살이 향하는 곳은 가장 먼저 승무원들이 될 것"이라는 아버지의 '딸 걱정'으로 기사는 끝을 맺습니다.


'바다에 떠다니는 호텔'로 불리던 크루즈선은 순식간에 '선상 감옥'으로 돌변했습니다. 안에는 정박 이후 열흘 넘게 땅을 밟지 못한 승객과 승무원 3천 5백여 명이 갇혀 있습니다. 일본 당국은 잠복기를 감안해 오는 19일 해상격리 조치를 푼다는 방침을 꺾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검사는 지금까지 고작 492명, 전체 탑승자의 13% 밖에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승선자들은 "내일은 내가 확진자가 될지 모른다", "옆 사람이 병균을 옮길지 모른다"는 공포감과 상호 불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도쿄만을 감싸고 있는 요코하마 다이코쿠(大黑)부두. 그 곳은 일생의 보물이 될 추억이 아닌, 악몽이 펼쳐지는 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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