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에 온 문자, 금태섭 의원의 대처법은?

입력 2020.02.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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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 잠들어 있을 시간 새벽 4시 20분. 그런데 이 시간에 온 문자 때문에 단잠에서 깬다면 어떨까요? 게다가 그 문자의 내용이 달갑지만은 않은 내용이라면?

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대처법을 공개했습니다. 그동안 조국 사태, 공수처법 등에서 당론과는 다른 소신발언을 굽히지 않았던 금 의원. 당 강성 지지자들이 보내는 이른바 '문자폭탄'의 주요 타깃이기도 했습니다. '매도 맞아본 놈이 잘 맞는다'(?)는데 금 의원의 새벽 문자 대처법은 뭐였을까요?

새벽녘, 의문의 문자


"선거철 되니까…민주당으로 나오고 싶지?
그 잘난 소신은 어디 가고…
철수한테 가거라…"

새벽 4시 20분에 도착한 조롱 문자. 이에 대한 금 의원의 답장은 "일찍 일어나시네요" 였습니다. 그리고 이 문자 대화를 12일 페이스북에 공개하면서 이런 글도 덧붙였습니다.

"나의 경우에는 가끔씩 매우 정중하게 일상적인 내용으로 답변을 해본다. 그러면 거의 모든 경우에 어조가 부드러워지고 서로 대화가 가능해진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짐작이지만, 아마도 그런 답변을 받으면 상대방도 자기와 마찬가지로 가족도 있고, 출퇴근도 하고, 밤에는 잠도 자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가지시게 되는 것 같다.

일단 이런 상태가 되면 서로 생각이 달라도 대화가 가능해진다. 정치인끼리의 공방도 마찬가지다. 막말이나 거친 언사를 쓴다고 해서 반드시 뜻이 관찰되거나 이기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금 의원이 대화를 공개하고 이런 글을 올린 이유, 직접 들어봤습니다.

비판은 잘 들어야 하지만…'문자폭탄'은 대화 방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올린 거예요."

금 의원은 KBS와 통화에서 우선 "정치인 개인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비판적인 의견이라도 잘 들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만연한 이른바 '문자 폭탄' 문화에 대한 생각은 달랐습니다.

"진짜 어떤 생각을 갖고있는지를 알려면 대화를 해봐야 하거든요. 그런데 '좌표'를 찍어서 문자폭탄을 보내게 되면 대화가 불가능해져요. 한쪽에서 그러기 시작하면 다른쪽에서도 그러고... 그러다보면 대화가 안되는 거죠"

금 의원은 이러한 '문자 폭탄'이 당의 건전한 장기적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랑 다수의 의견은 또 다를 수가 있거든요. 당의 정책 등도 이에 맞게 바뀌기도 하고 교정도 해 나가야 해요. 자신있게 이견도 얘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러 명이 몰려가면 (다른 사람들은) 의견 자체를 내는 걸 두려워하게 될 수가 있거든요. 한 목소리만 강조하다 보면 잘못된 방향으로 갔을때 교정이 안되고 유연성을 잃게 돼요. 대표적인 게 박근혜 정부잖아요"

아직 '문자 폭탄' 문화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았던 당의 대처에도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많은 사랑을 받는 정치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이러시면 안된다'고 해야하는데, '유권자 의사표시 아니냐,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생각들이 있으셨던 거같아요. 이제는 폐해를 많이 겪어봤으니까, 정치인들이 먼저 좀 나서서 '다른 의견도 존중하자'는 캠페인 같은거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전문가의 대처법…'정중한 응대'와 '일상 이야기'


문자폭탄을 받아본 숱한 경험에서 생겨난, 일방적인 의견 전달이 아닌 '대화'를 위한 금 의원의 노하우는 '일상 이야기'였습니다.

"전화하는 분들은 정치인을 추상적인 존재로 생각해서 문자폭탄을 보내세요. 그런데 정중히 대하면서 일상적인 이야기를 해보면 '아 정치인도 그냥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서로 알게 되죠. 물론 통화 한번으로 신념이나 생각이 바뀔 순 없겠지만, 대부분의 분들은 정중하게 응대하면, 거의 99%는 정중하게 답변하시고, 마지막엔 '그래도 얘기 들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게 대부분입니다"

금 의원은 다만 최근 정봉주 전 의원의 부적격 판정과 관련된 문자폭탄을 받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는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금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에 도전장을 냈던 정봉주 전 의원은 최근 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아 민주당 후보로 출마는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정 전 의원의 지지자들은 크게 반발하며 민주당사 앞에서 시위하고, 금태섭 의원에 대한 제명을 요구하는 청원을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금 의원은 "요즘에 그런 식으로 문자가 온 건 아니에요. 정봉주 전 의원 관련해서 문자가 오거나 하진 않았어요. 저도 그냥 후보자인데요. 하지만 당 쪽으로 항의전화가 많이 왔다는 얘기는 전해 들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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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 4시에 온 문자, 금태섭 의원의 대처법은?
    • 입력 2020-02-13 08:00:02
    취재K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 잠들어 있을 시간 새벽 4시 20분. 그런데 이 시간에 온 문자 때문에 단잠에서 깬다면 어떨까요? 게다가 그 문자의 내용이 달갑지만은 않은 내용이라면?

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대처법을 공개했습니다. 그동안 조국 사태, 공수처법 등에서 당론과는 다른 소신발언을 굽히지 않았던 금 의원. 당 강성 지지자들이 보내는 이른바 '문자폭탄'의 주요 타깃이기도 했습니다. '매도 맞아본 놈이 잘 맞는다'(?)는데 금 의원의 새벽 문자 대처법은 뭐였을까요?

새벽녘, 의문의 문자


"선거철 되니까…민주당으로 나오고 싶지?
그 잘난 소신은 어디 가고…
철수한테 가거라…"

새벽 4시 20분에 도착한 조롱 문자. 이에 대한 금 의원의 답장은 "일찍 일어나시네요" 였습니다. 그리고 이 문자 대화를 12일 페이스북에 공개하면서 이런 글도 덧붙였습니다.

"나의 경우에는 가끔씩 매우 정중하게 일상적인 내용으로 답변을 해본다. 그러면 거의 모든 경우에 어조가 부드러워지고 서로 대화가 가능해진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짐작이지만, 아마도 그런 답변을 받으면 상대방도 자기와 마찬가지로 가족도 있고, 출퇴근도 하고, 밤에는 잠도 자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가지시게 되는 것 같다.

일단 이런 상태가 되면 서로 생각이 달라도 대화가 가능해진다. 정치인끼리의 공방도 마찬가지다. 막말이나 거친 언사를 쓴다고 해서 반드시 뜻이 관찰되거나 이기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금 의원이 대화를 공개하고 이런 글을 올린 이유, 직접 들어봤습니다.

비판은 잘 들어야 하지만…'문자폭탄'은 대화 방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올린 거예요."

금 의원은 KBS와 통화에서 우선 "정치인 개인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비판적인 의견이라도 잘 들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만연한 이른바 '문자 폭탄' 문화에 대한 생각은 달랐습니다.

"진짜 어떤 생각을 갖고있는지를 알려면 대화를 해봐야 하거든요. 그런데 '좌표'를 찍어서 문자폭탄을 보내게 되면 대화가 불가능해져요. 한쪽에서 그러기 시작하면 다른쪽에서도 그러고... 그러다보면 대화가 안되는 거죠"

금 의원은 이러한 '문자 폭탄'이 당의 건전한 장기적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랑 다수의 의견은 또 다를 수가 있거든요. 당의 정책 등도 이에 맞게 바뀌기도 하고 교정도 해 나가야 해요. 자신있게 이견도 얘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러 명이 몰려가면 (다른 사람들은) 의견 자체를 내는 걸 두려워하게 될 수가 있거든요. 한 목소리만 강조하다 보면 잘못된 방향으로 갔을때 교정이 안되고 유연성을 잃게 돼요. 대표적인 게 박근혜 정부잖아요"

아직 '문자 폭탄' 문화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았던 당의 대처에도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많은 사랑을 받는 정치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이러시면 안된다'고 해야하는데, '유권자 의사표시 아니냐,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생각들이 있으셨던 거같아요. 이제는 폐해를 많이 겪어봤으니까, 정치인들이 먼저 좀 나서서 '다른 의견도 존중하자'는 캠페인 같은거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전문가의 대처법…'정중한 응대'와 '일상 이야기'


문자폭탄을 받아본 숱한 경험에서 생겨난, 일방적인 의견 전달이 아닌 '대화'를 위한 금 의원의 노하우는 '일상 이야기'였습니다.

"전화하는 분들은 정치인을 추상적인 존재로 생각해서 문자폭탄을 보내세요. 그런데 정중히 대하면서 일상적인 이야기를 해보면 '아 정치인도 그냥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서로 알게 되죠. 물론 통화 한번으로 신념이나 생각이 바뀔 순 없겠지만, 대부분의 분들은 정중하게 응대하면, 거의 99%는 정중하게 답변하시고, 마지막엔 '그래도 얘기 들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게 대부분입니다"

금 의원은 다만 최근 정봉주 전 의원의 부적격 판정과 관련된 문자폭탄을 받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는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금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에 도전장을 냈던 정봉주 전 의원은 최근 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아 민주당 후보로 출마는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정 전 의원의 지지자들은 크게 반발하며 민주당사 앞에서 시위하고, 금태섭 의원에 대한 제명을 요구하는 청원을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금 의원은 "요즘에 그런 식으로 문자가 온 건 아니에요. 정봉주 전 의원 관련해서 문자가 오거나 하진 않았어요. 저도 그냥 후보자인데요. 하지만 당 쪽으로 항의전화가 많이 왔다는 얘기는 전해 들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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