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아웅? DLF사태는 왜 지금도 계속되는가

입력 2020.02.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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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금융권을 뒤흔들었던 DLF 원금 손실 사태. 금융 소비자에게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달 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게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우리와 하나은행에 대해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와 함께 각각 약 230억 원, 약 260억 원의 과태료도 부과했습니다.

임원에 대한 해임 권고나 정직이 아닌 문책경고까지는 금감원장 전결 사항인데, 윤석헌 금감원장은 원안대로 징계를 결재했습니다.

이르면 다음 달 초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임원과 기관 징계가 최종 확정되는데, 이대로면 두 사람은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됩니다.

금융위 '패싱' 논란…DLF사태 새 국면?

이렇게 일단락될 것 같았던 DLF 사태. 그런데 새로운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금감원이 손 회장을 징계하려고 제재 대상을 꼼수로 변경했고, 이 과정에서 금융위원회를 패싱했단 보도가 나온 겁니다.

DLF 사태 당시 우리은행의 직제 구조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정채봉 영업부문 겸 개인그룹 부문장(수석부행장)→정종숙 우리은행 부행장보(당시 WM그룹장)로 돼 있는데요.

일부 언론은 금감원이 '행위자'인 정 부행장보에 대한 손 회장의 관리자 책임을 묻기 위해, 애초 '관리자'로 봤던 정 부문장을 '행위자'로 바꿨다고 주장했습니다.

금감원이 이번 제재에서 자본시장법 대신 지배구조법을 적용한 것도 금융위를 '패싱'하기 위한 '꼼수'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 직제를 보면 인사권이나 평가권은 전부 은행장이 직접 행사하고, 부문장이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게 없어서, 정 부문장의 감독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2016년에 지배구조법이 제정되면서 권역별로 흩어져 있던 법이 지배구조법으로 다 모였다"면서 자본시장법을 적용하고 싶어도 해당 규정이 없다"며 패싱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에 대해 "패싱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도 패싱 논란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거나, 금감원과 갈등 구도로 끌고 가는 일부 보도에 대해 "금융위 내부 분위기는 아닐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DLF사태…뭣이 중헌디?

행위자성과 관리자성…하루하루 먹고사는데 바쁜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 은행 윗분들이 어떤 역할 했는지는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겁니다.

사실 DLF 사태의 본질은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소홀과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판매 등이었습니다. 상품 제작과 판매·사후관리까지 총체적 부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죠.

DLF 판매 잔액이 4,012억 원으로 가장 많았던 우리은행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연임을 앞둔 손 회장이 비이자 수익 등을 강조한 성과주의 경영 전략도 영향이 컸습니다

우리은행 직원 성과지표에서 비이자수익 배점이 다른 시중은행 대비 높게 설정됐고, 소비자보호 배점은 낮게 부여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행 경영계획에서 DLF 판매 목표를 상향 제시했고, 은행 본점 차원에서 매일 영업본부 등에 실적 달성을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

하지만 넉 달이 지난 지금 가해자인 손 회장의 징계 절차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작 우리은행 DLF 피해자의 20%인 120여 명은 여전히 기약 없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위례신도시 지점우리은행 위례신도시 지점

피해자 40명, 투자원금 70억 원으로 전국에서 피해가 가장 컸던 우리은행 위례신도시 지점.

금감원 제재심은 당시 부지점장 김 모 씨가 실적을 위해 불완전판매를 주도했고, 문자 등 불법광고 만 4천여 건을 발송한 점 등을 고려해 직원 중 유일하게 '정직 3월'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위례지점 피해자 10여 명은 자율조정 배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우리은행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아직도 목숨 같은 돈,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은행과 피해자, 누구의 말이 더 맞는지는 따져봐야겠죠. 하지만 먼 미래에 이들이 배상을 받더라도 피해자들이 그간 겪은 상처와 고통이 쉽게 아물 순 없을 겁니다.

손태승 회장 구하기 나선 우리금융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은행에게 중요한 건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다음 달 24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 연임을 강행하겠단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금융위가 다음 달 초 예정대로 정례회의를 열어 기관 제재와 과태료에 대한 의결하고, 금융감독원이 중징계 결정을 당사자인 손 회장에게 통보해야 제재 효력이 개시되는데요.

우리금융은 금융당국이 중징계 결정 통보가 오는 대로 행정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계획입니다. 금감원의 퇴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겁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다음 달 24일 예정된 우리금융 주총에서 손 회장 연임될 수 있지만, 기각하면 연임은 무산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변수는 금융당국의 중징계 결정 통보 시점입니다.

금감원이 우리금융 주총에 즈음해서 제재 사실을 통보하면 손 회장 측은 법적 대응을 할 시간이 없게 됩니다. 통상 가처분 신청 후 법원 결정까지 3∼7일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손 회장 개인의 법적 대응을 비판만 할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18.43%를 가지고 있는 준정부기관 예금보험공사입니다. 다른 시중은행보다 사회적 책임이 더 무거우면 무거웠지 가볍지 않다는 얘깁니다.

이 때문에 정면돌파냐, 연임 포기냐. 손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금융업계와 금융당국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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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가리고 아웅? DLF사태는 왜 지금도 계속되는가
    • 입력 2020-02-13 09:00:24
    취재K
지난해 금융권을 뒤흔들었던 DLF 원금 손실 사태. 금융 소비자에게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달 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게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우리와 하나은행에 대해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와 함께 각각 약 230억 원, 약 260억 원의 과태료도 부과했습니다.

임원에 대한 해임 권고나 정직이 아닌 문책경고까지는 금감원장 전결 사항인데, 윤석헌 금감원장은 원안대로 징계를 결재했습니다.

이르면 다음 달 초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임원과 기관 징계가 최종 확정되는데, 이대로면 두 사람은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됩니다.

금융위 '패싱' 논란…DLF사태 새 국면?

이렇게 일단락될 것 같았던 DLF 사태. 그런데 새로운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금감원이 손 회장을 징계하려고 제재 대상을 꼼수로 변경했고, 이 과정에서 금융위원회를 패싱했단 보도가 나온 겁니다.

DLF 사태 당시 우리은행의 직제 구조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정채봉 영업부문 겸 개인그룹 부문장(수석부행장)→정종숙 우리은행 부행장보(당시 WM그룹장)로 돼 있는데요.

일부 언론은 금감원이 '행위자'인 정 부행장보에 대한 손 회장의 관리자 책임을 묻기 위해, 애초 '관리자'로 봤던 정 부문장을 '행위자'로 바꿨다고 주장했습니다.

금감원이 이번 제재에서 자본시장법 대신 지배구조법을 적용한 것도 금융위를 '패싱'하기 위한 '꼼수'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 직제를 보면 인사권이나 평가권은 전부 은행장이 직접 행사하고, 부문장이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게 없어서, 정 부문장의 감독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2016년에 지배구조법이 제정되면서 권역별로 흩어져 있던 법이 지배구조법으로 다 모였다"면서 자본시장법을 적용하고 싶어도 해당 규정이 없다"며 패싱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에 대해 "패싱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도 패싱 논란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거나, 금감원과 갈등 구도로 끌고 가는 일부 보도에 대해 "금융위 내부 분위기는 아닐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DLF사태…뭣이 중헌디?

행위자성과 관리자성…하루하루 먹고사는데 바쁜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 은행 윗분들이 어떤 역할 했는지는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겁니다.

사실 DLF 사태의 본질은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소홀과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판매 등이었습니다. 상품 제작과 판매·사후관리까지 총체적 부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죠.

DLF 판매 잔액이 4,012억 원으로 가장 많았던 우리은행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연임을 앞둔 손 회장이 비이자 수익 등을 강조한 성과주의 경영 전략도 영향이 컸습니다

우리은행 직원 성과지표에서 비이자수익 배점이 다른 시중은행 대비 높게 설정됐고, 소비자보호 배점은 낮게 부여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행 경영계획에서 DLF 판매 목표를 상향 제시했고, 은행 본점 차원에서 매일 영업본부 등에 실적 달성을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

하지만 넉 달이 지난 지금 가해자인 손 회장의 징계 절차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작 우리은행 DLF 피해자의 20%인 120여 명은 여전히 기약 없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위례신도시 지점
피해자 40명, 투자원금 70억 원으로 전국에서 피해가 가장 컸던 우리은행 위례신도시 지점.

금감원 제재심은 당시 부지점장 김 모 씨가 실적을 위해 불완전판매를 주도했고, 문자 등 불법광고 만 4천여 건을 발송한 점 등을 고려해 직원 중 유일하게 '정직 3월'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위례지점 피해자 10여 명은 자율조정 배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우리은행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아직도 목숨 같은 돈,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은행과 피해자, 누구의 말이 더 맞는지는 따져봐야겠죠. 하지만 먼 미래에 이들이 배상을 받더라도 피해자들이 그간 겪은 상처와 고통이 쉽게 아물 순 없을 겁니다.

손태승 회장 구하기 나선 우리금융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은행에게 중요한 건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다음 달 24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 연임을 강행하겠단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금융위가 다음 달 초 예정대로 정례회의를 열어 기관 제재와 과태료에 대한 의결하고, 금융감독원이 중징계 결정을 당사자인 손 회장에게 통보해야 제재 효력이 개시되는데요.

우리금융은 금융당국이 중징계 결정 통보가 오는 대로 행정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계획입니다. 금감원의 퇴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겁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다음 달 24일 예정된 우리금융 주총에서 손 회장 연임될 수 있지만, 기각하면 연임은 무산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변수는 금융당국의 중징계 결정 통보 시점입니다.

금감원이 우리금융 주총에 즈음해서 제재 사실을 통보하면 손 회장 측은 법적 대응을 할 시간이 없게 됩니다. 통상 가처분 신청 후 법원 결정까지 3∼7일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손 회장 개인의 법적 대응을 비판만 할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18.43%를 가지고 있는 준정부기관 예금보험공사입니다. 다른 시중은행보다 사회적 책임이 더 무거우면 무거웠지 가볍지 않다는 얘깁니다.

이 때문에 정면돌파냐, 연임 포기냐. 손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금융업계와 금융당국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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