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민주당만 빼고’ 비판 칼럼 고발…“재갈 물리기”

입력 2020.02.13 (18:22) 수정 2020.02.13 (19:3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민주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임 교수는 노동문제를 연구해온 진보 성향의 학자입니다.

특정 정당이 보도 내용도 아닌 신문 칼럼 내용을 이유로 필자를 고발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당장 언론의 비판에 대해서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윤중천 씨 별장 접대 의혹을 보도한 한겨레 기자들을 고소하자,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1월 29일자 경향신문 칼럼1월 29일자 경향신문 칼럼

임미리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

임 교수는 지난달 말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경향신문에 게재했습니다.

그는 칼럼에서 "정치는 해악이다. 자유한국당에 책임이 없지는 않으나 더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고 민주당을 정면 비판했습니다.

임 교수가 비판한 지점은 이렇습니다.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분노로 집권했으면서도 대통령이 진 '마음의 빚'이 국민보다 퇴임한 장관에게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해서,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말한 대목을 꼬집은 겁니다.

"죽 쒀서 개줄까 우려가 현실로"

임미리 교수는 지금 여당이 "4.15총선 승리가 촛불혁명의 완성"이라고 하지만, 민주당은 촛불의 주역이 아니었고, 촛불집회 당시 많은 사람이 '죽 쒀서 개줄까'염려했는데,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재벌개혁은 물 건너갔고, 노동여건은 더 악화될 조짐이라고도, 임 교수는 진단했습니다.

임 교수의 칼럼은 국민이 볼모가 아니라는 것을,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면서,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는 제안으로 칼럼을 결론냈습니다.

민주당 "명백한 선거법 위반"

민주당은 지난 주 임 교수를 출판물에 의한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습니다.

단순히 당을 비판한 게 아니라, 명백하게 선거에서 민주당을 찍지 말라고 글을 썼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당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경향신문 편집진의 책임이 더 크다면서, 임미리 교수뿐 아니라 경향신문 편집인도 고발 대상에 포함됐다고 말했습니다.

"고발은 비판 위축시키려는 목적"

민주당의 고발에 대해 임미리 교수는 정당에 대한 비판을 위축시키거나 번거롭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임 교수는 오늘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고발당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과거 판례상 특정 후보의 당락이 아닌 특정 정당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법 위반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의 누구를 찍지 말라고 한 게 아니라, 특정 정당 민주당을 찍지 말라고 한 건 문제가 없다면서,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의 압도적 지지" 발언이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본 2004년 탄핵심판을 예로 들었습니다.

임미리 교수는 자신의 "민주당만 빼고 찍자"는 자신의 칼럼 내용은 민주당의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말한 "총선승리는 촛불혁명 완성"과도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노엽고 슬프다"면서 "민주당의 작태에 화가 나고 1987년 민주화 이후 30여 년 지난 지금의 한국민주주의 수준이 서글프다"고, 임 교수는 적었습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진중권 "민주당은 절대 찍지 맙시다"

임미리 교수에 대한 고발이 알려지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같이 고발당하겠다면서, "민주당을 절대 찍지 맙시다."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습니다.

진 전 교수는 이미 여러 차례 페이스북에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을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는 글을 올려 왔습니다.

대안신당은 김정현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대학교수가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문제 삼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은 오만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힘 있는 집권 여당이 표현의 자유와 국민 알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누가 보호한다는 말인가. 무슨 수를 쓰든지 선거만 이기면 된다는 작태로 민주당은 즉각 고발을 취하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정의당은 "권력에 대한 비판의 자유,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국가가 처벌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던 역사가 민주진보진영의 시작점이었다"며 민주당에 "이전 정권의 전철을 밟지 말고 고발을 취하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국민당도 "가장 강한 권력을 가진 집권 여당의 고발이야말로 시민의 입에 재갈 물리기"라며 "민주화 세력을 자처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지식인과 국민들을 탄압했던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여심야심] ‘민주당만 빼고’ 비판 칼럼 고발…“재갈 물리기”
    • 입력 2020-02-13 18:22:34
    • 수정2020-02-13 19:31:27
    여심야심
더불어민주당이 민주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임 교수는 노동문제를 연구해온 진보 성향의 학자입니다.

특정 정당이 보도 내용도 아닌 신문 칼럼 내용을 이유로 필자를 고발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당장 언론의 비판에 대해서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윤중천 씨 별장 접대 의혹을 보도한 한겨레 기자들을 고소하자,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1월 29일자 경향신문 칼럼
임미리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

임 교수는 지난달 말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경향신문에 게재했습니다.

그는 칼럼에서 "정치는 해악이다. 자유한국당에 책임이 없지는 않으나 더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고 민주당을 정면 비판했습니다.

임 교수가 비판한 지점은 이렇습니다.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분노로 집권했으면서도 대통령이 진 '마음의 빚'이 국민보다 퇴임한 장관에게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해서,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말한 대목을 꼬집은 겁니다.

"죽 쒀서 개줄까 우려가 현실로"

임미리 교수는 지금 여당이 "4.15총선 승리가 촛불혁명의 완성"이라고 하지만, 민주당은 촛불의 주역이 아니었고, 촛불집회 당시 많은 사람이 '죽 쒀서 개줄까'염려했는데,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재벌개혁은 물 건너갔고, 노동여건은 더 악화될 조짐이라고도, 임 교수는 진단했습니다.

임 교수의 칼럼은 국민이 볼모가 아니라는 것을,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면서,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는 제안으로 칼럼을 결론냈습니다.

민주당 "명백한 선거법 위반"

민주당은 지난 주 임 교수를 출판물에 의한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습니다.

단순히 당을 비판한 게 아니라, 명백하게 선거에서 민주당을 찍지 말라고 글을 썼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당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경향신문 편집진의 책임이 더 크다면서, 임미리 교수뿐 아니라 경향신문 편집인도 고발 대상에 포함됐다고 말했습니다.

"고발은 비판 위축시키려는 목적"

민주당의 고발에 대해 임미리 교수는 정당에 대한 비판을 위축시키거나 번거롭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임 교수는 오늘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고발당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과거 판례상 특정 후보의 당락이 아닌 특정 정당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법 위반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의 누구를 찍지 말라고 한 게 아니라, 특정 정당 민주당을 찍지 말라고 한 건 문제가 없다면서,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의 압도적 지지" 발언이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본 2004년 탄핵심판을 예로 들었습니다.

임미리 교수는 자신의 "민주당만 빼고 찍자"는 자신의 칼럼 내용은 민주당의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말한 "총선승리는 촛불혁명 완성"과도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노엽고 슬프다"면서 "민주당의 작태에 화가 나고 1987년 민주화 이후 30여 년 지난 지금의 한국민주주의 수준이 서글프다"고, 임 교수는 적었습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진중권 "민주당은 절대 찍지 맙시다"

임미리 교수에 대한 고발이 알려지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같이 고발당하겠다면서, "민주당을 절대 찍지 맙시다."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습니다.

진 전 교수는 이미 여러 차례 페이스북에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을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는 글을 올려 왔습니다.

대안신당은 김정현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대학교수가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문제 삼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은 오만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힘 있는 집권 여당이 표현의 자유와 국민 알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누가 보호한다는 말인가. 무슨 수를 쓰든지 선거만 이기면 된다는 작태로 민주당은 즉각 고발을 취하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정의당은 "권력에 대한 비판의 자유,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국가가 처벌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던 역사가 민주진보진영의 시작점이었다"며 민주당에 "이전 정권의 전철을 밟지 말고 고발을 취하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국민당도 "가장 강한 권력을 가진 집권 여당의 고발이야말로 시민의 입에 재갈 물리기"라며 "민주화 세력을 자처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지식인과 국민들을 탄압했던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