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고발 취하하며 ‘안철수’ 핑계?…“편가르기” 비판

입력 2020.02.14 (16:31) 수정 2020.02.1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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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자당에 비판적인 칼럼을 쓴 고려대 임미리 연구교수에 대한 검찰 고발로 논란이 된 지 하루 만에 고발을 취하했습니다.

임 교수는 지난달 말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4월 총선에서 민주당에 투표하지 말자고 제안했고, 민주당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임 교수와 경향신문 편집인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문자 메시지로 "유감"…이번엔 안철수 핑계

민주당은 오늘(14일) 오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고발 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이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민주당은 임 교수가 쓴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임 교수가 안철수의 싱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이라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유감 표명 글을 내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은 10여 분 만에 유감 표명 글을 다시 수정해 발송했는데, 안철수 전 대표의 이름을 빼고, "특정 정치인의 싱크탱크 출신"으로 문구를 바꾼 겁니다.

(왼쪽) 처음 공지 메시지 (오른쪽) 수정 공지 메시지 (왼쪽) 처음 공지 메시지 (오른쪽) 수정 공지 메시지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수정 전 문자메시지가 발송된, 단순 실수"라고 말했습니다.

비판은 민주당 내부에서부터…"오만"·"지나쳤다"

민주당이 하루 만에 고발을 취하한 건 내부 비판이 컸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낙연 전 총리 측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이 전 총리가 어제 이 문제와 관련해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면서 "'고발까지 하는 것은 지나친 것 같다. 문제가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김부겸 의원도 고발 철회를 당에 건의한다고 자신의 SNS에 썼고, 민변 출신인 민주당 정성호 의원도 오늘 자신의 SNS를 통해 "오만은 위대한 제국과 영웅도 파괴했다"면서 "항상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구의 홍의락 의원은 "오만이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라며 "어쩌다 이렇게 임미리 교수(필자)의 작은 핀잔도 못 견디고 듣기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전했습니다.

서울 동작(을) 예비후보인 허영일 전 부대변인도 "너무 옹졸한 모습이다. 즉시 취소하기를 요청한다"면서 "아무리 선거 시기이고 칼럼 내용이 불편하더라도 법적 대응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현생 선거법의 측면에서 보면 임 교수의 글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굳이 고발까지 할 필요는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이 바라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지 못한 것을 질책하는 부분 등은 우리가 깊이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민당 "안철수 편들면 불이익 협박"…대안신당 "편 가르기"

민주당의 유감 표명 글에 즉각 발끈한 건 안철수 전 대표의 가칭 국민당입니다.

국민당 창준위 김철근 공보단장은 논평을 내고, 안철수 싱크탱크 출신이라 임 교수를 고발했다는 건 "누구 편인지부터 보고 고발을 결정한다는 게 민주당의 기준이란 사실을 실토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공보단장은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지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기는커녕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국민의 입에 재갈을 넘어 족쇄를 채우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취하 공지는 유감 표명이 아니라, 안철수 편을 들면 불이익이 있을 거라는 협박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대안신당은 김정현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고발 취하는 다행이지만 민주당이 애초 고발했던 이유를 듣고 나니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안신당은 "민주당 사람들의 집단지성이 이 정도 수준인지는 몰랐다."며, "국민을 자기편이냐 아니냐로 가르는 전형적 이분법적 사고로, 큰일 낼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당 "행태는 반민주적"…새보수당 "문(文)주당"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이 어제 임 교수를 고발한 데 대해 "이름에만 '민주'가 들어있지 행태는 반민주적 민주당"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회의 공개 발언을 통해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독재적 행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심 원내대표는 "파문이 커지고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민주당 고위 인사는 고발을 취하하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원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오만과 아집, 옹졸한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는 반민주, 전체주의 폭거임이 분명하다"며 "오만 왕 민주당 정권은 결국 성난 민심이 배를 뒤집는 것처럼 국민께 심판받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당과의 신설 합당을 의결한 새로운보수당도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새보수당 하태경 공동대표는 "87년 민주화 이후 특정 정당을 찍지 말자는 칼럼에 대해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것은 최초인 것 같다. 민주화 이후 정당사 초유의 사건"이라며 "민주당의 본질은 '문주당'이다. 친문이 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고 문주주의 하는 것"이라고 비꼬았습니다.

임미리 "국민 소리 경청하기 바라…필요하면 더 강하게 비판"

임미리 교수는 민주당의 유감 표명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KBS 취재진에 밝혔습니다.

임 교수는 긴말을 생략한 채 "촛불로 탄생했다고 주장하는 정당이니 앞으로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이 유감 표명 글에서, 임 교수의 안철수 싱크탱크 활동 경력을 운운한 데 대해서는 "글에 정치적 목적이 있는지 잘 살펴보면 될 일"이라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민주당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느냐고 묻자, "앞으로도 민주당이 집권당인 만큼 겸허하기를 바라며, 필요하면 더 강하게 비판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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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고발 취하하며 ‘안철수’ 핑계?…“편가르기” 비판
    • 입력 2020-02-14 16:31:36
    • 수정2020-02-14 17:28:56
    취재K
더불어민주당이 자당에 비판적인 칼럼을 쓴 고려대 임미리 연구교수에 대한 검찰 고발로 논란이 된 지 하루 만에 고발을 취하했습니다. 임 교수는 지난달 말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4월 총선에서 민주당에 투표하지 말자고 제안했고, 민주당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임 교수와 경향신문 편집인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문자 메시지로 "유감"…이번엔 안철수 핑계 민주당은 오늘(14일) 오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고발 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이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민주당은 임 교수가 쓴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임 교수가 안철수의 싱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이라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유감 표명 글을 내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은 10여 분 만에 유감 표명 글을 다시 수정해 발송했는데, 안철수 전 대표의 이름을 빼고, "특정 정치인의 싱크탱크 출신"으로 문구를 바꾼 겁니다. (왼쪽) 처음 공지 메시지 (오른쪽) 수정 공지 메시지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수정 전 문자메시지가 발송된, 단순 실수"라고 말했습니다. 비판은 민주당 내부에서부터…"오만"·"지나쳤다" 민주당이 하루 만에 고발을 취하한 건 내부 비판이 컸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낙연 전 총리 측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이 전 총리가 어제 이 문제와 관련해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면서 "'고발까지 하는 것은 지나친 것 같다. 문제가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김부겸 의원도 고발 철회를 당에 건의한다고 자신의 SNS에 썼고, 민변 출신인 민주당 정성호 의원도 오늘 자신의 SNS를 통해 "오만은 위대한 제국과 영웅도 파괴했다"면서 "항상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구의 홍의락 의원은 "오만이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라며 "어쩌다 이렇게 임미리 교수(필자)의 작은 핀잔도 못 견디고 듣기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전했습니다. 서울 동작(을) 예비후보인 허영일 전 부대변인도 "너무 옹졸한 모습이다. 즉시 취소하기를 요청한다"면서 "아무리 선거 시기이고 칼럼 내용이 불편하더라도 법적 대응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현생 선거법의 측면에서 보면 임 교수의 글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굳이 고발까지 할 필요는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이 바라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지 못한 것을 질책하는 부분 등은 우리가 깊이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민당 "안철수 편들면 불이익 협박"…대안신당 "편 가르기" 민주당의 유감 표명 글에 즉각 발끈한 건 안철수 전 대표의 가칭 국민당입니다. 국민당 창준위 김철근 공보단장은 논평을 내고, 안철수 싱크탱크 출신이라 임 교수를 고발했다는 건 "누구 편인지부터 보고 고발을 결정한다는 게 민주당의 기준이란 사실을 실토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공보단장은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지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기는커녕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국민의 입에 재갈을 넘어 족쇄를 채우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취하 공지는 유감 표명이 아니라, 안철수 편을 들면 불이익이 있을 거라는 협박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대안신당은 김정현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고발 취하는 다행이지만 민주당이 애초 고발했던 이유를 듣고 나니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안신당은 "민주당 사람들의 집단지성이 이 정도 수준인지는 몰랐다."며, "국민을 자기편이냐 아니냐로 가르는 전형적 이분법적 사고로, 큰일 낼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당 "행태는 반민주적"…새보수당 "문(文)주당"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이 어제 임 교수를 고발한 데 대해 "이름에만 '민주'가 들어있지 행태는 반민주적 민주당"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회의 공개 발언을 통해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독재적 행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심 원내대표는 "파문이 커지고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민주당 고위 인사는 고발을 취하하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원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오만과 아집, 옹졸한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는 반민주, 전체주의 폭거임이 분명하다"며 "오만 왕 민주당 정권은 결국 성난 민심이 배를 뒤집는 것처럼 국민께 심판받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당과의 신설 합당을 의결한 새로운보수당도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새보수당 하태경 공동대표는 "87년 민주화 이후 특정 정당을 찍지 말자는 칼럼에 대해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것은 최초인 것 같다. 민주화 이후 정당사 초유의 사건"이라며 "민주당의 본질은 '문주당'이다. 친문이 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고 문주주의 하는 것"이라고 비꼬았습니다. 임미리 "국민 소리 경청하기 바라…필요하면 더 강하게 비판" 임미리 교수는 민주당의 유감 표명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KBS 취재진에 밝혔습니다. 임 교수는 긴말을 생략한 채 "촛불로 탄생했다고 주장하는 정당이니 앞으로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이 유감 표명 글에서, 임 교수의 안철수 싱크탱크 활동 경력을 운운한 데 대해서는 "글에 정치적 목적이 있는지 잘 살펴보면 될 일"이라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민주당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느냐고 묻자, "앞으로도 민주당이 집권당인 만큼 겸허하기를 바라며, 필요하면 더 강하게 비판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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