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 명소?…예산 낭비에 개장도 불투명

입력 2020.02.14 (23:52) 수정 2020.02.1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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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부산시가 100억 원가량을 들여 자갈치 시장 안에 지은 2층짜리 건물이 있습니다.

시장 일대 노점들이나 포장마차가 들어갈 곳인데요.

지난해 10월 KBS 보도로 이 건물을 지을 당시 부산시가 행정 절차를 어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없는지 끈질기게 추적해 봤습니다.

최위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자갈치 아지매 시장'이란 간판이 내걸린 2층짜리 건물.

부산시가 93억 원을 들여 만들었습니다.

올해 말 자갈치 시장 일대 노점과 포장마차 상인들이 입주할 예정입니다.

마무리 공사 중인 건물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먹장어구이 가게들이 들어설 건물 2층.

벽면을 따라 좁은 창문이 군데군데 뚫려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상인들의 반응입니다.

[인터뷰] 김윤원/자갈치 상인연합회장
"창문이 너무 좁아서 (손님들이) 바다를 보면서 곰장어도 먹고 그래야 하는데 바다가 안 보이니까, 창문이 너무 작습니다."

건물을 짓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시의회 심의를 빠뜨린 부산시,

착공 2년이 지나 감사에 적발된 뒤 부랴부랴 받은 심의에서는 이 건물 창문 문제로 관리 계획이 부결됐습니다.

부산시는 설계자 탓만 합니다.

[녹취] 부산시 관계자
"설계 공모로 선정돼 설계한 건물인데 사실 시에서는 창문 확장 의견을 요청했지만 공모작의 설계 의도 등을 유지하기 위해…."

결국, 부산시는 창문을 최대 4배까지 늘리는 개선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려면 벽면을 따라 설치된 전기 배선까지 다시 깔아야 합니다.

창문 공사에만 예산이 10억 이상 추가로 드는 데다, 예산을 제때 마련하지 못하면 공사를 시작할 수도 없습니다.

이번엔 건물 1층으로 내려가 봤습니다.

수산물을 팔 점포가 들어올 예정인데, 상인 한 명당 배정될 공간이 3.3㎡, 즉 1평도 채 되지 않습니다.

상인 반발에다 시의회 지적에 따라 부산시가 기존 건물 바로 옆에 증축할 땅은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공사 시기나 규모, 예산 등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인터뷰] 노기섭/부산시의원
"건물 내에 자갈치 상인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용도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한 평도 채 안 되는 자리를 주고 상인들을 유치한다는 게 말도 안 되고…."

부산시가 자갈치 시장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며 지은 건물,

세심하지 못한 부산시의 일 처리로 많은 예산이 추가로 들게 된 것은 물론 개장 여부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KBS 뉴스 최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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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갈치 명소?…예산 낭비에 개장도 불투명
    • 입력 2020-02-14 23:52:33
    • 수정2020-02-16 21:38:40
    뉴스9(부산)
[앵커멘트] 부산시가 100억 원가량을 들여 자갈치 시장 안에 지은 2층짜리 건물이 있습니다. 시장 일대 노점들이나 포장마차가 들어갈 곳인데요. 지난해 10월 KBS 보도로 이 건물을 지을 당시 부산시가 행정 절차를 어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없는지 끈질기게 추적해 봤습니다. 최위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자갈치 아지매 시장'이란 간판이 내걸린 2층짜리 건물. 부산시가 93억 원을 들여 만들었습니다. 올해 말 자갈치 시장 일대 노점과 포장마차 상인들이 입주할 예정입니다. 마무리 공사 중인 건물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먹장어구이 가게들이 들어설 건물 2층. 벽면을 따라 좁은 창문이 군데군데 뚫려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상인들의 반응입니다. [인터뷰] 김윤원/자갈치 상인연합회장 "창문이 너무 좁아서 (손님들이) 바다를 보면서 곰장어도 먹고 그래야 하는데 바다가 안 보이니까, 창문이 너무 작습니다." 건물을 짓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시의회 심의를 빠뜨린 부산시, 착공 2년이 지나 감사에 적발된 뒤 부랴부랴 받은 심의에서는 이 건물 창문 문제로 관리 계획이 부결됐습니다. 부산시는 설계자 탓만 합니다. [녹취] 부산시 관계자 "설계 공모로 선정돼 설계한 건물인데 사실 시에서는 창문 확장 의견을 요청했지만 공모작의 설계 의도 등을 유지하기 위해…." 결국, 부산시는 창문을 최대 4배까지 늘리는 개선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려면 벽면을 따라 설치된 전기 배선까지 다시 깔아야 합니다. 창문 공사에만 예산이 10억 이상 추가로 드는 데다, 예산을 제때 마련하지 못하면 공사를 시작할 수도 없습니다. 이번엔 건물 1층으로 내려가 봤습니다. 수산물을 팔 점포가 들어올 예정인데, 상인 한 명당 배정될 공간이 3.3㎡, 즉 1평도 채 되지 않습니다. 상인 반발에다 시의회 지적에 따라 부산시가 기존 건물 바로 옆에 증축할 땅은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공사 시기나 규모, 예산 등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인터뷰] 노기섭/부산시의원 "건물 내에 자갈치 상인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용도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한 평도 채 안 되는 자리를 주고 상인들을 유치한다는 게 말도 안 되고…." 부산시가 자갈치 시장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며 지은 건물, 세심하지 못한 부산시의 일 처리로 많은 예산이 추가로 들게 된 것은 물론 개장 여부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KBS 뉴스 최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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