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없어 죽어간 우한 일가족…어떻길래

입력 2020.02.18 (08:13) 수정 2020.02.1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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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 보도에 나온 고 창카이 씨입니다.

우한 시민으로 올해 쉰 다섯 살, 직업은 영화제작자였습니다.

후베이의 명물 장강을 배경으로 한 영화 '나의 나루터'(2012) 제작에 참여했고 이듬해 베이징국제영화제 신작 부문 1위를 수상했습니다.

전도유망했던 영화인이었지만 지난 14일 새벽 코로나 19로 숨지면서 꿈도 희망도 이젠 헛된 일이 됐습니다.

더 안타까운 건 창카이보다 먼저 그의 아버지, 어머니, 누나도 같은 병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입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을 통해 알려진 비극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창카이 부부는 부모와 함께 살았습니다.

이들은 중국의 설, 춘제 연휴인 지난달 24일, 외출하지 말라는 당국 명령에 따라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합니다.

이튿날 창카이의 아버지에게서 코로나19 증세가 나타났습니다.

기침과 호흡 곤란을 호소하더니 지난 3일 세상을 떠납니다.

코로나 19는 아버지를 간호하던 가족에게 옮겨갔습니다.

아버지 사망 닷새 뒤 창카이의 어머니가 숨을 거뒀고, 지난 14일에는 창카이와 그의 누나가 같은 날 사망했습니다.

불과 열흘 새 일가 4명이 코로나 19로 연달아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창카이의 아내 역시 코로나 19에 감염돼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에 유학 중인 아들만 화를 면했습니다.

창 씨가 죽기 전 남긴 글 일부가 앞선 보도에서 나왔는데 자세하게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아버지께서 호흡이 곤란해져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백방으로 도움을 청했지만 병상 하나를 구할 수 없었다"

"저 역시 여러 병원에 가서 울면서 부탁했지만 힘없는 사람은 병상을 구할 수 없었다. 치료 적기를 놓쳤고 곧 숨이 끊어질 듯하다"

후베이영화사가 낸 부고에 따르면 창 씨는 14일 새벽 4시 51분 우한시 황베이 인민병원에서 숨졌다고 돼있습니다.

하지만 앞선 글에서 보듯 마지막까지 병실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숨진 창 씨의 부모가 의사였단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병상을 구할 수 없었다는 창카이의 한탄은 훨씬 더 많은 이들이 병원이 아닌 집에서 죽음을 맞아야 했음을 추측케 합니다.

[숨진 창카이 씨 지인 : "창카이 아버지는 2월 3일, 어머니는 2월 8일 (숨졌어요.) 어머니는 2월 4일 입원했어요. 제가 지금 이곳 저곳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 보시는 건 중국 우한에 있는 병원에 빼곡하게 놓인 침대입니다.

병원이라기보다는 이재민들 임시 막사 비슷해 보이죠.

체육관을 급히 개조해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9일엔 쑥대밭이 된 한 대학 기숙사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우한에 있는 소프트웨어공정 직업학교인데요, 기숙사 건물 두 동 사이로 이불, 세숫대야, 신발 등 학생들 살림살이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소중한 추억일 사진이 담긴 액자도 쓰레기처럼 처리됐습니다.

지난 7일 이 학교 기숙사가 코로나 19 격리 병동으로 바뀐다는 긴급 통지서가 도착하면서 교직원들이 사물함 물건을 급하게 처리하느라 벌어진 일입니다.

기숙사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학교 측은 창문으로 학생들의 물건을 던진 후 정리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듯 현재 우한 시내에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상과 격리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주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우한의 한 여성은 "이 병에 안 걸렸다가 아니라 병상이 없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극도의 불안과 불신 속에 중국 SNS에는 병상을 구해달라는 우한 시민들의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샤오항(小杭)'이란 닉네임을 쓰는 여성은 코로나 19로 부모를 잃고 자신도 투병 중이라는 사연을 일기 형식으로 올렸습니다.

"병원마다 입원 불가" "누구도 구해주지 않는다" "살려 달라"는 내용입니다.

지난 8일엔 부모가 이미 숨졌다며 이런 글을 남깁니다.

“아빠, 먼저 가서 엄마 찾으세요. 그리고 저를 기다려 주세요. 우리 함께 집으로 돌아와요”

이 글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일부 네티즌은 '우한판 안네의 일기'라고 부릅니다.

샤오항의 계정은 지난 10일 돌연 삭제됐는데 경위는 역시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발병지인 우한의 누적 확진자는 중국 전체 확진자의 44%를 차지합니다.

치사율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4.1%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한시도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 1000개 병상 규모의 훠선산(火神山)병원, 1600개 병상 규모의 레이선산 병원을 열었습니다.

두 병원 모두 열흘 만에 지어졌습니다.

개원을 앞두고 중국 관영방송 CCTV는 완공되기까지 10일간의 기록을 2분으로 편집해 내보냈습니다.

포크레인 같은 중장비가 쉴새 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빠른 속도로 지나갑니다.

중국 당국은 이런 '속도'를 여러 차례 강조하지만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우한에 도시 봉쇄령이 내려진지도 오늘로 26일이 지났습니다.

"버려졌다"는 고립감과 두려움 속에 창카이로 대표되는 우한의 비극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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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상 없어 죽어간 우한 일가족…어떻길래
    • 입력 2020-02-18 08:15:01
    • 수정2020-02-18 09:04:31
    아침뉴스타임
바로 앞 보도에 나온 고 창카이 씨입니다.

우한 시민으로 올해 쉰 다섯 살, 직업은 영화제작자였습니다.

후베이의 명물 장강을 배경으로 한 영화 '나의 나루터'(2012) 제작에 참여했고 이듬해 베이징국제영화제 신작 부문 1위를 수상했습니다.

전도유망했던 영화인이었지만 지난 14일 새벽 코로나 19로 숨지면서 꿈도 희망도 이젠 헛된 일이 됐습니다.

더 안타까운 건 창카이보다 먼저 그의 아버지, 어머니, 누나도 같은 병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입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을 통해 알려진 비극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창카이 부부는 부모와 함께 살았습니다.

이들은 중국의 설, 춘제 연휴인 지난달 24일, 외출하지 말라는 당국 명령에 따라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합니다.

이튿날 창카이의 아버지에게서 코로나19 증세가 나타났습니다.

기침과 호흡 곤란을 호소하더니 지난 3일 세상을 떠납니다.

코로나 19는 아버지를 간호하던 가족에게 옮겨갔습니다.

아버지 사망 닷새 뒤 창카이의 어머니가 숨을 거뒀고, 지난 14일에는 창카이와 그의 누나가 같은 날 사망했습니다.

불과 열흘 새 일가 4명이 코로나 19로 연달아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창카이의 아내 역시 코로나 19에 감염돼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에 유학 중인 아들만 화를 면했습니다.

창 씨가 죽기 전 남긴 글 일부가 앞선 보도에서 나왔는데 자세하게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아버지께서 호흡이 곤란해져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백방으로 도움을 청했지만 병상 하나를 구할 수 없었다"

"저 역시 여러 병원에 가서 울면서 부탁했지만 힘없는 사람은 병상을 구할 수 없었다. 치료 적기를 놓쳤고 곧 숨이 끊어질 듯하다"

후베이영화사가 낸 부고에 따르면 창 씨는 14일 새벽 4시 51분 우한시 황베이 인민병원에서 숨졌다고 돼있습니다.

하지만 앞선 글에서 보듯 마지막까지 병실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숨진 창 씨의 부모가 의사였단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병상을 구할 수 없었다는 창카이의 한탄은 훨씬 더 많은 이들이 병원이 아닌 집에서 죽음을 맞아야 했음을 추측케 합니다.

[숨진 창카이 씨 지인 : "창카이 아버지는 2월 3일, 어머니는 2월 8일 (숨졌어요.) 어머니는 2월 4일 입원했어요. 제가 지금 이곳 저곳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 보시는 건 중국 우한에 있는 병원에 빼곡하게 놓인 침대입니다.

병원이라기보다는 이재민들 임시 막사 비슷해 보이죠.

체육관을 급히 개조해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9일엔 쑥대밭이 된 한 대학 기숙사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우한에 있는 소프트웨어공정 직업학교인데요, 기숙사 건물 두 동 사이로 이불, 세숫대야, 신발 등 학생들 살림살이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소중한 추억일 사진이 담긴 액자도 쓰레기처럼 처리됐습니다.

지난 7일 이 학교 기숙사가 코로나 19 격리 병동으로 바뀐다는 긴급 통지서가 도착하면서 교직원들이 사물함 물건을 급하게 처리하느라 벌어진 일입니다.

기숙사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학교 측은 창문으로 학생들의 물건을 던진 후 정리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듯 현재 우한 시내에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상과 격리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주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우한의 한 여성은 "이 병에 안 걸렸다가 아니라 병상이 없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극도의 불안과 불신 속에 중국 SNS에는 병상을 구해달라는 우한 시민들의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샤오항(小杭)'이란 닉네임을 쓰는 여성은 코로나 19로 부모를 잃고 자신도 투병 중이라는 사연을 일기 형식으로 올렸습니다.

"병원마다 입원 불가" "누구도 구해주지 않는다" "살려 달라"는 내용입니다.

지난 8일엔 부모가 이미 숨졌다며 이런 글을 남깁니다.

“아빠, 먼저 가서 엄마 찾으세요. 그리고 저를 기다려 주세요. 우리 함께 집으로 돌아와요”

이 글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일부 네티즌은 '우한판 안네의 일기'라고 부릅니다.

샤오항의 계정은 지난 10일 돌연 삭제됐는데 경위는 역시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발병지인 우한의 누적 확진자는 중국 전체 확진자의 44%를 차지합니다.

치사율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4.1%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한시도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 1000개 병상 규모의 훠선산(火神山)병원, 1600개 병상 규모의 레이선산 병원을 열었습니다.

두 병원 모두 열흘 만에 지어졌습니다.

개원을 앞두고 중국 관영방송 CCTV는 완공되기까지 10일간의 기록을 2분으로 편집해 내보냈습니다.

포크레인 같은 중장비가 쉴새 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빠른 속도로 지나갑니다.

중국 당국은 이런 '속도'를 여러 차례 강조하지만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우한에 도시 봉쇄령이 내려진지도 오늘로 26일이 지났습니다.

"버려졌다"는 고립감과 두려움 속에 창카이로 대표되는 우한의 비극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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