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이사 후보 사퇴로 본 “오늘의 한진 경영권 분쟁 뉴스는”

입력 2020.02.1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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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뉴스는 OOO 입니다"

2020년 2월 18일, 오늘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뉴스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주주 연합'(이하 '주주 연합')이 한진그룹 경영 쇄신안으로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약속하면서 내세웠던 사내이사 후보의 사퇴 소식입니다. 사퇴 의사를 밝힌 인물은 주주연합 측이 한진칼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던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입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경영권을 지키려는 현 체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모친 정석기업 이명희 고문,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 측과 경영권을 뺏으려는 조현아 전 부사장 등 주주연합 측은 매일같이 뉴스를 생산하며 서로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한진그룹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금이라도 '우리가 유리하다'는 인상을 시장에, 또 주주들에게 주려는 생각일 겁니다.

심지어 같은 소식을 두고도 말이 다릅니다. 오늘 이사후보 사퇴 소식을 두고도 각자 다른 이야길 했습니다.

먼저, 한진그룹이 알린 김치훈 씨의 사퇴 이유를 볼까요?

[김치훈씨는 17일 한진칼 대표이사 앞으로 보낸 서신을 통해 “3자연합이 본인을 사내이사후보로 내정한 데 대해 이자리를 빌어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며 3자연합이 추천하는 사내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특히 “3자연합이 주장하는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본인의 순수한 의도와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KALMAN으로서 한진그룹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오히려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한진그룹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대화합 함으로써 한진그룹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도록 힘써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조원태 회장 측은 "김치훈 씨가 3자 연합(주주연합)의 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럼 조현아 전 부사장의 주주연합 측 설명은 어떨까요?

[저희는 김치훈 이사 후보자에게 이사직을 요청 드림에 있어 저희의 명분과 취지를 충분히 설명드린 후 본인 동의를 얻어 이사 후보로 추천하였습니다. 김치훈 이사 후보자는 오늘 새벽 본인이 심각한 건강상의 이유로 인해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음을 알려왔고, 저희는 위 이사 후보자에게 이런 일이 발생한 데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러한 일에 흔들림 없이 계속 한진그룹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이사 후보의 사퇴에 당황스러움이 묻어나는 듯 합니다. 그러면서도 "건강상의 이유"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결론은 "흔들림 없이 한진 경영 정상화에 노력하겠다" 입니다.

결국 양 측 사이에는 같은 일을 두고도 서로 다른 말을 할 만큼, 이제 사실 자체보다는 경영권을 둘러싼 '사생결단'만 남은 듯 합니다.

날마다 쏟아지는 한진 경영권 분쟁 소식

이들의 진흙탕 싸움 소식은 앞서 이야기했듯 오늘만이 아닙니다. 어제(17일)는 주주연합 측이 조원태 회장에게 "경영위기 해법을 공개토론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다소 공격적이었죠.

조원태 회장 측의 반격 뉴스도 있었습니다. 대한항공 노조와 ㈜한진 노조, 한국공항 노조 3개 노조는 어제 주주연합에 속한 조현아 전 부사장을 겨냥해 "자중하라"며 공동 입장문을 냈습니다.

앞서 14일에는 대한항공 노조가 주주연합 측 전문경영인 도입 제안에 대해 "낙하산 허수아비를 저지하겠다"고 먼저 성명을 냈습니다.

노조 성명 하루 전인 13일에는 주주연합 측이 '전문 경영인 도입' 쇄신안을, 그보다 일주일 정도 앞선 지난 6~7일에는 조원태 회장 측이 '이사회 독립성 강화' 쇄신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서로 '내가 더 낫다'며 쇄신안을 발표하고,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누가 더 나은 거 같다'며 한쪽을 비판하거나 지지하는 뉴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진그룹은요?

오늘까지 상황은 김치훈 이사 후보가 사퇴하면서 조현아 전 부사장 측 주주연합이 다소 수세에 몰리는 모습입니다. 본인들이 내세운 전문 경영인 후보 8명 가운데 4명이 사내이사 후보였는데, 이 4명 중 1명이 갑자기 사퇴해버렸으니 타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게다가 한진그룹을 위해서 경영권 분쟁을 시작했다는데 노조 입장을 보면 사원들도 그닥 반기지 않는 분위깁니다. (물론, 노조의 반대는 주주연합 측이 한진그룹 경영권을 접수할 경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정리해고 등을 단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요란한 다툼에도 정작 한진그룹의 미래는 보이지 않습니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1000%(922%·지난해 3분기 기준)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엔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계 전반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과거 9.11테러 때나 사스, 메르스 때처럼 항공기 이용 수요가 급격하게 줄면서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그래서 다른 항공사들은 앞다퉈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발표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가뜩이나 재무구조가 나쁜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위기 대응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앞서 조원태 회장이나 주주연합 측이 내놓은 각각의 쇄신안을 두고도 시장에선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 치곤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조원태 회장 측 쇄신안은 기존 체제에서 독립성을 보여주지 못한 이사들이 유임하는 만큼 변화가 적다는 문제가, 주주연합 측 쇄신안은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위해 이사 후보를 추천했는데도 전문성이 떨어져 보여 사실상 조현아 전 부사장 대리인 체제가 아니냐는 의심이었습니다. 재벌 총수의 구설수로 손해를 보는 대표적 기업이 대한항공인데도, 이들이 내세운 경영 쇄신안은 여전히 총수의 영향력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은 겁니다.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누구 손으로 갈지 결정되는 3월 25일 한진칼 주주총회까지 한 달여가 남았습니다. 주주들은 보다 선명하고 명확한 경영 쇄신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분명한 건 한진 총수 일가의 구설수 뉴스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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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진칼 이사 후보 사퇴로 본 “오늘의 한진 경영권 분쟁 뉴스는”
    • 입력 2020-02-18 18:45:01
    취재K
"오늘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뉴스는 OOO 입니다"

2020년 2월 18일, 오늘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뉴스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주주 연합'(이하 '주주 연합')이 한진그룹 경영 쇄신안으로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약속하면서 내세웠던 사내이사 후보의 사퇴 소식입니다. 사퇴 의사를 밝힌 인물은 주주연합 측이 한진칼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던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입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경영권을 지키려는 현 체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모친 정석기업 이명희 고문,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 측과 경영권을 뺏으려는 조현아 전 부사장 등 주주연합 측은 매일같이 뉴스를 생산하며 서로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한진그룹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금이라도 '우리가 유리하다'는 인상을 시장에, 또 주주들에게 주려는 생각일 겁니다.

심지어 같은 소식을 두고도 말이 다릅니다. 오늘 이사후보 사퇴 소식을 두고도 각자 다른 이야길 했습니다.

먼저, 한진그룹이 알린 김치훈 씨의 사퇴 이유를 볼까요?

[김치훈씨는 17일 한진칼 대표이사 앞으로 보낸 서신을 통해 “3자연합이 본인을 사내이사후보로 내정한 데 대해 이자리를 빌어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며 3자연합이 추천하는 사내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특히 “3자연합이 주장하는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본인의 순수한 의도와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KALMAN으로서 한진그룹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오히려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한진그룹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대화합 함으로써 한진그룹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도록 힘써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조원태 회장 측은 "김치훈 씨가 3자 연합(주주연합)의 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럼 조현아 전 부사장의 주주연합 측 설명은 어떨까요?

[저희는 김치훈 이사 후보자에게 이사직을 요청 드림에 있어 저희의 명분과 취지를 충분히 설명드린 후 본인 동의를 얻어 이사 후보로 추천하였습니다. 김치훈 이사 후보자는 오늘 새벽 본인이 심각한 건강상의 이유로 인해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음을 알려왔고, 저희는 위 이사 후보자에게 이런 일이 발생한 데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러한 일에 흔들림 없이 계속 한진그룹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이사 후보의 사퇴에 당황스러움이 묻어나는 듯 합니다. 그러면서도 "건강상의 이유"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결론은 "흔들림 없이 한진 경영 정상화에 노력하겠다" 입니다.

결국 양 측 사이에는 같은 일을 두고도 서로 다른 말을 할 만큼, 이제 사실 자체보다는 경영권을 둘러싼 '사생결단'만 남은 듯 합니다.

날마다 쏟아지는 한진 경영권 분쟁 소식

이들의 진흙탕 싸움 소식은 앞서 이야기했듯 오늘만이 아닙니다. 어제(17일)는 주주연합 측이 조원태 회장에게 "경영위기 해법을 공개토론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다소 공격적이었죠.

조원태 회장 측의 반격 뉴스도 있었습니다. 대한항공 노조와 ㈜한진 노조, 한국공항 노조 3개 노조는 어제 주주연합에 속한 조현아 전 부사장을 겨냥해 "자중하라"며 공동 입장문을 냈습니다.

앞서 14일에는 대한항공 노조가 주주연합 측 전문경영인 도입 제안에 대해 "낙하산 허수아비를 저지하겠다"고 먼저 성명을 냈습니다.

노조 성명 하루 전인 13일에는 주주연합 측이 '전문 경영인 도입' 쇄신안을, 그보다 일주일 정도 앞선 지난 6~7일에는 조원태 회장 측이 '이사회 독립성 강화' 쇄신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서로 '내가 더 낫다'며 쇄신안을 발표하고,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누가 더 나은 거 같다'며 한쪽을 비판하거나 지지하는 뉴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진그룹은요?

오늘까지 상황은 김치훈 이사 후보가 사퇴하면서 조현아 전 부사장 측 주주연합이 다소 수세에 몰리는 모습입니다. 본인들이 내세운 전문 경영인 후보 8명 가운데 4명이 사내이사 후보였는데, 이 4명 중 1명이 갑자기 사퇴해버렸으니 타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게다가 한진그룹을 위해서 경영권 분쟁을 시작했다는데 노조 입장을 보면 사원들도 그닥 반기지 않는 분위깁니다. (물론, 노조의 반대는 주주연합 측이 한진그룹 경영권을 접수할 경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정리해고 등을 단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요란한 다툼에도 정작 한진그룹의 미래는 보이지 않습니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1000%(922%·지난해 3분기 기준)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엔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계 전반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과거 9.11테러 때나 사스, 메르스 때처럼 항공기 이용 수요가 급격하게 줄면서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그래서 다른 항공사들은 앞다퉈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발표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가뜩이나 재무구조가 나쁜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위기 대응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앞서 조원태 회장이나 주주연합 측이 내놓은 각각의 쇄신안을 두고도 시장에선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 치곤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조원태 회장 측 쇄신안은 기존 체제에서 독립성을 보여주지 못한 이사들이 유임하는 만큼 변화가 적다는 문제가, 주주연합 측 쇄신안은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위해 이사 후보를 추천했는데도 전문성이 떨어져 보여 사실상 조현아 전 부사장 대리인 체제가 아니냐는 의심이었습니다. 재벌 총수의 구설수로 손해를 보는 대표적 기업이 대한항공인데도, 이들이 내세운 경영 쇄신안은 여전히 총수의 영향력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은 겁니다.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누구 손으로 갈지 결정되는 3월 25일 한진칼 주주총회까지 한 달여가 남았습니다. 주주들은 보다 선명하고 명확한 경영 쇄신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분명한 건 한진 총수 일가의 구설수 뉴스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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