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66명만 참석하는 서울대 졸업식…“차라리 꼴찌를 보내자”

입력 2020.02.19 (08:46) 수정 2020.02.2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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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탓 졸업식 간소화

26일로 예정된 올해 서울대 졸업식은 졸업생들 가운데 일부만이 참석합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간소화했다고 서울대 측은 설명했습니다.

"여러분만의 행복을 정의해서 멋진 인생을 살라"(2019년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여러분 각자가 유일한 존재이고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2016년 김인권 애양병원 명예원장)와 같은 멋진 축사를 볼 수 없다니 아쉬운 결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결정, 많은 서울대생들에게는 아쉬움을 넘어 상처가 됐습니다. 어제(18일) 페이스북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익명의 게시글을 보실까요.

■ 수석 66인만 참석하는 졸업식

"최악의 졸업식이다. 단순히 졸업식이 축소돼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이번 서울대학교 졸업식은 각 단과대학별 학사, 석사, 박사 수석으로 66명만 참석한다."

이번 졸업식에 참석할 수 있는 66명은 각 단과대학과 전문대학원의 대표인데, 각 단과대와 전문대학원에서는 통상 성적 최우수자를 대표로 선정합니다. 의도치 않게 '수석만 참석하는 졸업식'이 돼버린 겁니다. 이 글을 쓴 학생은 원래대로 졸업식을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은 전적으로 이해한다면서도, 이번 졸업식이 너무 창피하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대학교 졸업식을 저런 식으로 하는 게 최선이었을까? 나는 단 한 번도 서울대학교 학생을 학점으로 줄 세울 생각을 감히 하지 못 했다. (…) 누군가의 목표는 높은 학점이었고, 누군가의 목표는 다양한 활동들이었고, 또 누군가의 목표는 줄 세우기로는 볼 수 없는 많은 것들이었다. 각자의 목표가 다르기에 모두의 노력은 같은 곳을 향하지 않았다. (…)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반짝이게 빛났고.."

잠시 통계 하나를 볼까요. 취업 사이트 '인크루트'가 구직자 6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2019년에 '지는 스펙'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학점(19%)을 꼽았습니다. 반면 '뜨는 스펙'으로 직무 관련 경험(29%), 직무/전공 자격증(21%) 등이 가장 많았습니다.

물론 이런 종류의 통계를 인용하는 것도 획일화된 목표를 비판하는 이 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겠지만, 아무튼 학점만으로 본인의 실력을 증명하는 시절은 저물고 있습니다.

■ "오로지 졸업만으로 축하받는 꼴찌가 가는 게 맞다"

글쓴이는 평생 기억될 수 있고 누군가에겐 가족 모두에게 큰 경사일 수 있는 대학교 졸업식을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만을 위한 축제로 만드는 게 옳냐고 묻습니다. 단지 졸업식에 참석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는 아예 취소되는 것보다야 낫지 않냐고 하지만, 이런 졸업식일 바에야 아예 취소되는 게 낫겠다는 겁니다.

"자신의 자식이 졸업식에 초대받지 못 한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또, 졸업식이 아예 취소된 게 아니라 자신은 초대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부모에게 말해야 하는 자식의 심정은 어떨까?"

글쓴이는 마지막으로 상을 주지 말자는 게 아니라 졸업식이란 이름을 붙이고 최우수상을 받은 학생들만 초대하지는 말자는 뜻이라며, 다른 대학처럼 아예 폐지하고 2학기에 졸업식을 하거나 행사 이름을 '최우수상 수여식'이라고 바꾸는 등 현실적인 대안도 덧붙였습니다.


해당 게시글에는 다음과 같은 댓글도 달렸습니다.

"단과대별 수석은 졸업한 뒤에도 승승장구할 거고 딴 데서도 축하받을 일 많으니까 오로지 '졸업'만을 축하받을 수 있는 단과대별 꼴찌가 가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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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석 66명만 참석하는 서울대 졸업식…“차라리 꼴찌를 보내자”
    • 입력 2020-02-19 08:46:20
    • 수정2020-02-20 09:07:21
    취재K
■ 코로나19 탓 졸업식 간소화

26일로 예정된 올해 서울대 졸업식은 졸업생들 가운데 일부만이 참석합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간소화했다고 서울대 측은 설명했습니다.

"여러분만의 행복을 정의해서 멋진 인생을 살라"(2019년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여러분 각자가 유일한 존재이고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2016년 김인권 애양병원 명예원장)와 같은 멋진 축사를 볼 수 없다니 아쉬운 결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결정, 많은 서울대생들에게는 아쉬움을 넘어 상처가 됐습니다. 어제(18일) 페이스북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익명의 게시글을 보실까요.

■ 수석 66인만 참석하는 졸업식

"최악의 졸업식이다. 단순히 졸업식이 축소돼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이번 서울대학교 졸업식은 각 단과대학별 학사, 석사, 박사 수석으로 66명만 참석한다."

이번 졸업식에 참석할 수 있는 66명은 각 단과대학과 전문대학원의 대표인데, 각 단과대와 전문대학원에서는 통상 성적 최우수자를 대표로 선정합니다. 의도치 않게 '수석만 참석하는 졸업식'이 돼버린 겁니다. 이 글을 쓴 학생은 원래대로 졸업식을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은 전적으로 이해한다면서도, 이번 졸업식이 너무 창피하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대학교 졸업식을 저런 식으로 하는 게 최선이었을까? 나는 단 한 번도 서울대학교 학생을 학점으로 줄 세울 생각을 감히 하지 못 했다. (…) 누군가의 목표는 높은 학점이었고, 누군가의 목표는 다양한 활동들이었고, 또 누군가의 목표는 줄 세우기로는 볼 수 없는 많은 것들이었다. 각자의 목표가 다르기에 모두의 노력은 같은 곳을 향하지 않았다. (…)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반짝이게 빛났고.."

잠시 통계 하나를 볼까요. 취업 사이트 '인크루트'가 구직자 6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2019년에 '지는 스펙'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학점(19%)을 꼽았습니다. 반면 '뜨는 스펙'으로 직무 관련 경험(29%), 직무/전공 자격증(21%) 등이 가장 많았습니다.

물론 이런 종류의 통계를 인용하는 것도 획일화된 목표를 비판하는 이 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겠지만, 아무튼 학점만으로 본인의 실력을 증명하는 시절은 저물고 있습니다.

■ "오로지 졸업만으로 축하받는 꼴찌가 가는 게 맞다"

글쓴이는 평생 기억될 수 있고 누군가에겐 가족 모두에게 큰 경사일 수 있는 대학교 졸업식을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만을 위한 축제로 만드는 게 옳냐고 묻습니다. 단지 졸업식에 참석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는 아예 취소되는 것보다야 낫지 않냐고 하지만, 이런 졸업식일 바에야 아예 취소되는 게 낫겠다는 겁니다.

"자신의 자식이 졸업식에 초대받지 못 한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또, 졸업식이 아예 취소된 게 아니라 자신은 초대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부모에게 말해야 하는 자식의 심정은 어떨까?"

글쓴이는 마지막으로 상을 주지 말자는 게 아니라 졸업식이란 이름을 붙이고 최우수상을 받은 학생들만 초대하지는 말자는 뜻이라며, 다른 대학처럼 아예 폐지하고 2학기에 졸업식을 하거나 행사 이름을 '최우수상 수여식'이라고 바꾸는 등 현실적인 대안도 덧붙였습니다.


해당 게시글에는 다음과 같은 댓글도 달렸습니다.

"단과대별 수석은 졸업한 뒤에도 승승장구할 거고 딴 데서도 축하받을 일 많으니까 오로지 '졸업'만을 축하받을 수 있는 단과대별 꼴찌가 가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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