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의 꿈’ 닥터헬기, 이대로 불시착하나?

입력 2020.02.1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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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의료진 탑승 거부로 한 달째 '올스톱'
복지부, 운항 방안 마련 요청
아주대병원, "시간 더 달라" 요구
경기도 "운항 방안 다각도 검토"

인력 충원 문제로 시작된 '경기도 닥터헬기 운항 중단 사태'가 길어지고 있다. 안전점검이 끝난 지난달 중순부터 운항이 가능해졌지만, 의료진이 탑승을 거부하면서 한 달 동안 한 차례도 운항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운항 중단 사태가 시작된 직후 경기도와 아주대병원에 닥터헬기 운항 재개 방안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최근까지도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아 '국내 최초 24시간 운항 닥터헬기'가 제대로 날아보지도 못하고 '불시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도입돼 2달만 운항
경기도 닥터헬기는 지난해 9월 첫 운항을 시작했다. 24시간 쉬지 않고 운항하는 첫 헬기였다. 당시 전국에는 닥터헬기 6대가 운항 중이었지만, 모두 해가 떠 있는 주간에만 운항했다.

운항 시간뿐만 아니라 헬기 규모도 달랐다. 기존 6대 가운데 4대는 소형, 2대는 중형 헬기였는데, 경기도 닥터헬기는 대형이었다. 최대 운항 거리도 1,135km로, 전국 어디에서든 환자를 이송할 수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경기도 닥터헬기를 통해 24시간 운항 등 새로운 닥터헬기 모델을 검토할 계획이었다. 도입 첫해인 지난해에는 국비와 도비 51억 원이 투입됐고, 올해는 70억 원이 배정됐다.

닥터헬기는 지난해 10월 말까지 2달 동안 25번 출동해 한 번도 빠짐 없이 환자를 외상센터로 옮겼다. 외상센터로 이송한 환자 가운데 살린 환자의 비율은 89.5%에 달했다.


안전점검 변수에 의료진 탑승 거부까지 겹쳐
이렇게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가던 닥터헬기는 도입 2달 만에 변수를 만났다. 지난해 10월 31일 독도 인근 바다에 추락한 중앙119구조본부 헬기와 같은 기종이라 11월 1일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안전점검을 거쳐 지난달 중순 운항 재개가 결정됐지만, 이번에는 외상센터와 아주대병원의 갈등이 문제가 됐다.

병실 배정과 인력 충원, 닥터헬기 소음 등으로 병원과 갈등을 빚던 외상센터 의료진은 그동안 부족한 인력으로 닥터헬기에 탑승했다며, 인력 충원이 없으면 더는 헬기를 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닥터헬기는 말 그대로 의료진이 타고 현장에 출동해 환자 이송 중에도 응급처치나 치료 등을 할 수 있는 헬기다. 의료진이 타지 않으면 운항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헬기를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운항 방안 마련해달라" 요구
보건복지부는 사태 해결을 위해 경기도와 아주대병원에 닥터헬기 운항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의료진과의 갈등을 해결할 방안을 만들어달라는 취지였다.

지난달 21일 아주대병원에서 병원 측과 외상센터 의료진, 경기도, 복지부가 만나 닥터헬기를 다시 운항하자는 뜻을 모으기도 했다.

열흘 정도 시간을 가진 아주대병원은 지난달 말 "경기도가 도비를 지원하면 인력을 충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경기도의 도비 지원은 닥터헬기를 도입할 때부터 계획된 내용이라 복지부는 이러한 입장이 구체적이지 않은 원론적 입장이라고 판단했다.

복지부는 다시 내일(20일)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아주대병원은 오는 27일까지 일주일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 닥터헬기 운항 중단 사태가 최소 이번 달 말까지 이어진다는 의미다.

빨리 인력을 충원하거나 인력 충원을 확실히 약속하는 게 아주대병원이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인데, 어떤 방법이든 의료진이 다시 헬기에 타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병원과 의료진 사이 갈등이 깊어 의료진의 결심을 되돌리는 일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아주대병원은 현재 외상센터와 관련해 경기도의 조사를 받고 있어서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경기도는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외상센터 진료 거부 의혹과 병원 수술실 기록 조작 의혹을 조사했고, 17일부터는 국가보조금과 관련한 병원 회계를 조사하고 있다.


경기도, "닥터헬기 운항 방안 다각도로 검토"
현재 닥터헬기의 빈자리는 소방헬기가 채우고 있다. 소방헬기는 사고 현장에 가서 환자를 데려올 수는 있지만, 의료진이 탑승하지는 않는다. 닥터헬기는 현장에 도착한 이후부터 의료진이 처치할 수 있지만, 소방헬기는 할 수 없다.

이는 닥터헬기라면 살릴 수 있었던 환자가 닥터헬기가 없어 제때 처치를 받지 못해 숨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닥터헬기의 역할을 이해하고 헬기 도입을 주도한 경기도는 닥터헬기를 꼭 다시 운항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일단 아주대병원이 방안을 내놓겠다고 한 오는 27일까지는 답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아주대병원에서 방안을 내놓으면 이를 검토한 뒤 복지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닥터헬기 사업은 복지부는 경기도에 사업비를 지원하고, 경기도가 도비를 보태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도의 판단과 의견도 중요하다.

이 관계자는 아주대병원에서 내놓은 방안으로는 닥터헬기 운항이 어렵다고 판단하면 헬기를 다른 병원에 배정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을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로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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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9 10:11:53
    취재K
의료진 탑승 거부로 한 달째 '올스톱' <br />복지부, 운항 방안 마련 요청 <br />아주대병원, "시간 더 달라" 요구 <br />경기도 "운항 방안 다각도 검토"
인력 충원 문제로 시작된 '경기도 닥터헬기 운항 중단 사태'가 길어지고 있다. 안전점검이 끝난 지난달 중순부터 운항이 가능해졌지만, 의료진이 탑승을 거부하면서 한 달 동안 한 차례도 운항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운항 중단 사태가 시작된 직후 경기도와 아주대병원에 닥터헬기 운항 재개 방안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최근까지도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아 '국내 최초 24시간 운항 닥터헬기'가 제대로 날아보지도 못하고 '불시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도입돼 2달만 운항
경기도 닥터헬기는 지난해 9월 첫 운항을 시작했다. 24시간 쉬지 않고 운항하는 첫 헬기였다. 당시 전국에는 닥터헬기 6대가 운항 중이었지만, 모두 해가 떠 있는 주간에만 운항했다.

운항 시간뿐만 아니라 헬기 규모도 달랐다. 기존 6대 가운데 4대는 소형, 2대는 중형 헬기였는데, 경기도 닥터헬기는 대형이었다. 최대 운항 거리도 1,135km로, 전국 어디에서든 환자를 이송할 수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경기도 닥터헬기를 통해 24시간 운항 등 새로운 닥터헬기 모델을 검토할 계획이었다. 도입 첫해인 지난해에는 국비와 도비 51억 원이 투입됐고, 올해는 70억 원이 배정됐다.

닥터헬기는 지난해 10월 말까지 2달 동안 25번 출동해 한 번도 빠짐 없이 환자를 외상센터로 옮겼다. 외상센터로 이송한 환자 가운데 살린 환자의 비율은 89.5%에 달했다.


안전점검 변수에 의료진 탑승 거부까지 겹쳐
이렇게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가던 닥터헬기는 도입 2달 만에 변수를 만났다. 지난해 10월 31일 독도 인근 바다에 추락한 중앙119구조본부 헬기와 같은 기종이라 11월 1일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안전점검을 거쳐 지난달 중순 운항 재개가 결정됐지만, 이번에는 외상센터와 아주대병원의 갈등이 문제가 됐다.

병실 배정과 인력 충원, 닥터헬기 소음 등으로 병원과 갈등을 빚던 외상센터 의료진은 그동안 부족한 인력으로 닥터헬기에 탑승했다며, 인력 충원이 없으면 더는 헬기를 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닥터헬기는 말 그대로 의료진이 타고 현장에 출동해 환자 이송 중에도 응급처치나 치료 등을 할 수 있는 헬기다. 의료진이 타지 않으면 운항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헬기를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운항 방안 마련해달라" 요구
보건복지부는 사태 해결을 위해 경기도와 아주대병원에 닥터헬기 운항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의료진과의 갈등을 해결할 방안을 만들어달라는 취지였다.

지난달 21일 아주대병원에서 병원 측과 외상센터 의료진, 경기도, 복지부가 만나 닥터헬기를 다시 운항하자는 뜻을 모으기도 했다.

열흘 정도 시간을 가진 아주대병원은 지난달 말 "경기도가 도비를 지원하면 인력을 충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경기도의 도비 지원은 닥터헬기를 도입할 때부터 계획된 내용이라 복지부는 이러한 입장이 구체적이지 않은 원론적 입장이라고 판단했다.

복지부는 다시 내일(20일)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아주대병원은 오는 27일까지 일주일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 닥터헬기 운항 중단 사태가 최소 이번 달 말까지 이어진다는 의미다.

빨리 인력을 충원하거나 인력 충원을 확실히 약속하는 게 아주대병원이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인데, 어떤 방법이든 의료진이 다시 헬기에 타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병원과 의료진 사이 갈등이 깊어 의료진의 결심을 되돌리는 일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아주대병원은 현재 외상센터와 관련해 경기도의 조사를 받고 있어서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경기도는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외상센터 진료 거부 의혹과 병원 수술실 기록 조작 의혹을 조사했고, 17일부터는 국가보조금과 관련한 병원 회계를 조사하고 있다.


경기도, "닥터헬기 운항 방안 다각도로 검토"
현재 닥터헬기의 빈자리는 소방헬기가 채우고 있다. 소방헬기는 사고 현장에 가서 환자를 데려올 수는 있지만, 의료진이 탑승하지는 않는다. 닥터헬기는 현장에 도착한 이후부터 의료진이 처치할 수 있지만, 소방헬기는 할 수 없다.

이는 닥터헬기라면 살릴 수 있었던 환자가 닥터헬기가 없어 제때 처치를 받지 못해 숨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닥터헬기의 역할을 이해하고 헬기 도입을 주도한 경기도는 닥터헬기를 꼭 다시 운항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일단 아주대병원이 방안을 내놓겠다고 한 오는 27일까지는 답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아주대병원에서 방안을 내놓으면 이를 검토한 뒤 복지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닥터헬기 사업은 복지부는 경기도에 사업비를 지원하고, 경기도가 도비를 보태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도의 판단과 의견도 중요하다.

이 관계자는 아주대병원에서 내놓은 방안으로는 닥터헬기 운항이 어렵다고 판단하면 헬기를 다른 병원에 배정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을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로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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