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인 비난에 文 “안타깝다”…지지자들 응답할까?

입력 2020.02.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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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던 한 시장 상인이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아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 9일 '코로나' 현장 점검차 시장을 방문했던 문 대통령이 이 상인에게 '경기가 어떻느냐'고 물었는데 이 상인은 "거지 같아요. 장사가 너무 안 돼요"라고 답했습니다.

일부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 장면이 담긴 영상을 온라인에서 공유하며, 해당 상인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가게 상호와 전화번호가 온라인에 공개됐습니다. 이 상인은 졸지에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문 대통령 "안타깝다"…지지층에 자제 요청?

논란이 일자 문 대통령이 오늘 강민석 대변인을 통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아래 내용은 강 대변인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한 것입니다.

"그분이 공격받는 게 안타깝다"
"('거지 같다'는 표현은) 장사가 안되는 걸 요즘 사람들이 쉽게 하는 표현이다. 오히려 서민적이고 소탈한 표현이다."
"(당시 분위기는) 전혀 악의가 없었다. 오히려 당시 분위기가 좋았다"


이후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소위 '문빠'라고 지칭되는 강성 지지자들에게 문 대통령이 사실상 '행동 자제'를 요청한 것이냐는 질문이었습니다.

靑 "지지층 반응은 상황을 오해한 것"

이에 강 대변인은 "그분들에 대해 하신 말씀이 아니다", "지지층에 대한 반응이나 이런 것은 전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분(시장 상인)에게 비난을 하시는 분들 같은 경우는 오해를 한 것이다. 오해이기 때문에 오해를 한 것을 풀어드리려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강성 지지자들이 이 상인의 '거지 같다'는 발언을 단순히 활자로만 읽었다면 상황을 오해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최초 이 발언이 알려진 건 동영상을 통해서입니다. 이 영상에는 문 대통령과 상인 간에 대화가 이뤄진 전후 상황이 담겨 있어 앞뒤 맥락을 알 수 있습니다.


댓글들은 이랬습니다. "매사 삐뚤어진 심보를 가진 덜된 인간. 무식의 극치네요" "장사할 줄 모르면 접으세요." 상인을 모욕하는 글뿐 아니라, "경제가 거지 같아서 장사하기 싫으시다는데 푹 쉬게 해드렸으면 한다" "안 좋다는데 바라는 대로 안 좋게 해 드려야지"라며 어떤 행동을 유도하는 듯한 댓글들도 있었습니다.

실제 한 트위터에는 이 가게의 상호와 주소, 전화번호가 공개됐습니다. 이 상인은 한 언론에 "며칠 전부터 '발신자번호 표시 제한'으로 하루 4~5통의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면서 "보이스피싱일까 봐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 밤 11시에도 전화가 오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강성 지지자들 공격에 의견 말하기도 부담스럽다"는 의원들

그런데 사실, 일부 대통령 지지자들의 이런 모습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닙니다.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대상에게는 보수와 진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문자 폭탄과 항의 전화, 악성 댓글을 보내왔습니다.

심지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조차도 이를 부담스러워 할 정도입니다. 금태섭 의원은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에 시달려 왔음을 최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금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쓴소리를 하고, 공수처 설치법안 투표 때도 소신이라며 기권표를 던졌었죠.

여당 의원들은 과거 조국 사태 때 현안에 대해 의견을 물으면 "자칫 집중 공격을 받을 수도 있어서 말하기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곤 했습니다. 이런 '실력 행사'에 당내 민주주의가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 게 벌써 오래입니다.

청와대 참모들 중 상당수도 이 같은 지지자들의 과도한 행동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되레 부담이 될 것이라며 걱정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팬'들인 만큼 대통령의 메시지가 아니고서는 이들에게 자제를 요청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유권자의 의사 표시?

문 대통령은 2018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지자들의 격한 댓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민국에서 저보다 많은, 그런 악플이나 문자를 통한 비난이나 트윗을 많이 당한 정치인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저와 생각이 같건 다르건 상관없이 '유권자인 국민의 의사표시다' 그렇게 받아들인다"고 답한 적이 있습니다. 또 "기자들도 그 부분에 대해 좀 담담하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예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부탁한다는 언급은 없었습니다.

2017년 대선후보 시절에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문재인 당시 후보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국민들은 선거 때 투표권만 행사하는 간접 민주주의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직접 주권자로서 의사표현하고 행동하고자 한 것이 지난번에 촛불집회이지 않느냐"며 "마찬가지로 SNS를 통해서 주권자로서 의사를 활발히 표출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때 문 당시 후보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다만 과도하게 상대를 욕설한다든지 과도한 비방을 한다든지,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든지, 또는 조직화돼서 집단공격을 하는 건 도를 넘어서는 일이다."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입니다.

문 대통령은 시장 상인에 대한 이번 공격이 "안타깝다"라고 했습니다. 이 '안타깝다'에서 더 나아가지는 않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상인에 대한 비난 댓글, 그리고 전화번호 공개 등 '신상털기'식 비난이 도를 넘어선 행위라고는 보지 않았던 걸까요? 문 대통령이 '안타깝다'라고만 말한 것에, 과연 강성 지지자들은 '응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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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 상인 비난에 文 “안타깝다”…지지자들 응답할까?
    • 입력 2020-02-20 07:00:57
    취재K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던 한 시장 상인이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아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 9일 '코로나' 현장 점검차 시장을 방문했던 문 대통령이 이 상인에게 '경기가 어떻느냐'고 물었는데 이 상인은 "거지 같아요. 장사가 너무 안 돼요"라고 답했습니다.

일부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 장면이 담긴 영상을 온라인에서 공유하며, 해당 상인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가게 상호와 전화번호가 온라인에 공개됐습니다. 이 상인은 졸지에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문 대통령 "안타깝다"…지지층에 자제 요청?

논란이 일자 문 대통령이 오늘 강민석 대변인을 통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아래 내용은 강 대변인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한 것입니다.

"그분이 공격받는 게 안타깝다"
"('거지 같다'는 표현은) 장사가 안되는 걸 요즘 사람들이 쉽게 하는 표현이다. 오히려 서민적이고 소탈한 표현이다."
"(당시 분위기는) 전혀 악의가 없었다. 오히려 당시 분위기가 좋았다"


이후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소위 '문빠'라고 지칭되는 강성 지지자들에게 문 대통령이 사실상 '행동 자제'를 요청한 것이냐는 질문이었습니다.

靑 "지지층 반응은 상황을 오해한 것"

이에 강 대변인은 "그분들에 대해 하신 말씀이 아니다", "지지층에 대한 반응이나 이런 것은 전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분(시장 상인)에게 비난을 하시는 분들 같은 경우는 오해를 한 것이다. 오해이기 때문에 오해를 한 것을 풀어드리려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강성 지지자들이 이 상인의 '거지 같다'는 발언을 단순히 활자로만 읽었다면 상황을 오해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최초 이 발언이 알려진 건 동영상을 통해서입니다. 이 영상에는 문 대통령과 상인 간에 대화가 이뤄진 전후 상황이 담겨 있어 앞뒤 맥락을 알 수 있습니다.


댓글들은 이랬습니다. "매사 삐뚤어진 심보를 가진 덜된 인간. 무식의 극치네요" "장사할 줄 모르면 접으세요." 상인을 모욕하는 글뿐 아니라, "경제가 거지 같아서 장사하기 싫으시다는데 푹 쉬게 해드렸으면 한다" "안 좋다는데 바라는 대로 안 좋게 해 드려야지"라며 어떤 행동을 유도하는 듯한 댓글들도 있었습니다.

실제 한 트위터에는 이 가게의 상호와 주소, 전화번호가 공개됐습니다. 이 상인은 한 언론에 "며칠 전부터 '발신자번호 표시 제한'으로 하루 4~5통의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면서 "보이스피싱일까 봐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 밤 11시에도 전화가 오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강성 지지자들 공격에 의견 말하기도 부담스럽다"는 의원들

그런데 사실, 일부 대통령 지지자들의 이런 모습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닙니다.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대상에게는 보수와 진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문자 폭탄과 항의 전화, 악성 댓글을 보내왔습니다.

심지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조차도 이를 부담스러워 할 정도입니다. 금태섭 의원은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에 시달려 왔음을 최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금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쓴소리를 하고, 공수처 설치법안 투표 때도 소신이라며 기권표를 던졌었죠.

여당 의원들은 과거 조국 사태 때 현안에 대해 의견을 물으면 "자칫 집중 공격을 받을 수도 있어서 말하기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곤 했습니다. 이런 '실력 행사'에 당내 민주주의가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 게 벌써 오래입니다.

청와대 참모들 중 상당수도 이 같은 지지자들의 과도한 행동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되레 부담이 될 것이라며 걱정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팬'들인 만큼 대통령의 메시지가 아니고서는 이들에게 자제를 요청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유권자의 의사 표시?

문 대통령은 2018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지자들의 격한 댓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민국에서 저보다 많은, 그런 악플이나 문자를 통한 비난이나 트윗을 많이 당한 정치인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저와 생각이 같건 다르건 상관없이 '유권자인 국민의 의사표시다' 그렇게 받아들인다"고 답한 적이 있습니다. 또 "기자들도 그 부분에 대해 좀 담담하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예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부탁한다는 언급은 없었습니다.

2017년 대선후보 시절에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문재인 당시 후보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국민들은 선거 때 투표권만 행사하는 간접 민주주의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직접 주권자로서 의사표현하고 행동하고자 한 것이 지난번에 촛불집회이지 않느냐"며 "마찬가지로 SNS를 통해서 주권자로서 의사를 활발히 표출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때 문 당시 후보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다만 과도하게 상대를 욕설한다든지 과도한 비방을 한다든지,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든지, 또는 조직화돼서 집단공격을 하는 건 도를 넘어서는 일이다."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입니다.

문 대통령은 시장 상인에 대한 이번 공격이 "안타깝다"라고 했습니다. 이 '안타깝다'에서 더 나아가지는 않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상인에 대한 비난 댓글, 그리고 전화번호 공개 등 '신상털기'식 비난이 도를 넘어선 행위라고는 보지 않았던 걸까요? 문 대통령이 '안타깝다'라고만 말한 것에, 과연 강성 지지자들은 '응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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