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봉준호와 오찬…“점심 메뉴엔 아내 헌정 짜파구리도”

입력 2020.02.2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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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등 제작진과 출연진을 오늘(20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습니다. 오찬에는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봉 감독을 비롯해 제작자인 바른손 E&A 대표, 한진원 작가 등 제작진 12명과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이선균 등 배우 10명이 참석했는데요, 어떤 대화가 오갔을까요?


문 대통령 "기생충이 보여준 사회의식, 깊이 공감"

문 대통령은 "기생충이 보여준 사회의식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불평등이 견고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최고의 국정 목표로 삼는데, 그게 반대도 많이 있고 속 시원하게 금방금방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매우 애가 탄다"고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영화 산업과 관련해서도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요, 봉 감독과 제작사가 표준근로시간제와 주52시간 등이 지켜지도록 솔선수범 해줬다며 경의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또 "영화 작업이란 게 늘 단속적인 것이라서 일이 없는 기간 동안 영화 산업 종사하는 분들의 복지가 잘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영화 유통 구조에서 있어도 독과점을 막을 스크린 상한제가 빨리 되도록 최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의식한 듯, 영화 아카데미 등 지원을 확실히 하되, "간섭을 절대 없을 것"이라며 '뼈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우리 영화 100년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이 아주 자랑스럽다" "오스카의 역사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쓰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아주 자랑스럽다"며, "오스카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최고 영화제이지만 봉 감독이 핵심을 찔렀다시피 로컬 영화제라는 비판이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봉 감독이 지난해 10월 미국 매체 '벌처'와 인터뷰에서 '지난 20년간 한국 영화가 한 번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라는 질문에 "별로 큰일은 아니다."라며 "오스카상은 그저 로컬일 뿐"이라고 답한 것에 착안한 겁니다.

문 대통령은 "그 자랑스러움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우리 국민에게 큰 자부심이 됐고, 아주 많은 용기를 줬다"며 "특별히 감사드린다"고도 했습니다.


봉준호 감독 "대통령 말씀, 충격의 도가니"

봉 감독은 답사에서 "바로 옆에서 대통령님이 길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서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는 말로 운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저나 송강호 선배, 최우식 씨 모두 스피치라면 다 한 스피치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인데 지금 작품 축하부터 한국 대중문화를 거쳐, 영화 산업 전반에 걸친, 결국 짜파구리 이르기까지 거의 말씀하신 게 거의 시나리오 2페이지 분량"이라며, "이걸 분명히 암기하신 것 같진 않고 평소 체화된 어떤 이슈에 대한 주제의식이 있기에 줄줄줄 풀어내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어 "너무나 조리 있게 정연한 논리 흐름과 완벽한 어휘를 선택하시면서 기승전결로 마무리하는 것을 보며 저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격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도 했습니다.

봉 감독은 "근래 많이 모인 적이 별로 없었다. 오랜만에 보는 스텝도 있고, 정연준, 다송이는 우리조차도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면서 "영광스럽게 청와대에서 이렇게 대통령 내외분과 함께 좋은 자리에서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돼 기쁘다"고 마무리했습니다.

배우 송강호 씨는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이렇게 대장정의 마무리를 짓는다는 게 특별하다"며 "뜻깊은 자리가 자연스레 된 것 같아 더 뭉클한 감동이 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 봉준호에 "아내가 팬"…메뉴에 짜파구리

오찬에 앞서 청와대 본관에 도착한 봉 감독 등은 사전 환담 장소인 충무 전실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사진을 찍는 여유를 보였습니다.

환담에는 봉 감독의 대학 동기로 재학 중에 봉 감독에게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육성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도 동석했습니다.

어떤 인연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봉 감독은 웃으면서 "제가 결혼하고 충무로에서 연출부를 할 때 쌀도 한 포대 갖다 주고 했다"고 말했고, 육 행정관은 "제가 결혼할 때 봉 감독이 결혼식을 찍어줬다"고 전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봉 감독에게 "아내가 특별한 팬"이라고 말하자 김 여사는 "남편과 영화를 봤다"고 거들기도 했습니다.

또 "오늘 점심 메뉴는 전문적인 분들이 준비한 메뉴 외에도 제 아내가 우리 봉 감독을 비롯해 여러분에게 헌정하는 짜파구리가 맛보기로 포함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강호 씨는 문 대통령 부부에게 봉 감독이 쓴 각본집 2권을 선물로 증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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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0 1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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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등 제작진과 출연진을 오늘(20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습니다. 오찬에는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봉 감독을 비롯해 제작자인 바른손 E&A 대표, 한진원 작가 등 제작진 12명과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이선균 등 배우 10명이 참석했는데요, 어떤 대화가 오갔을까요?


문 대통령 "기생충이 보여준 사회의식, 깊이 공감"

문 대통령은 "기생충이 보여준 사회의식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불평등이 견고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최고의 국정 목표로 삼는데, 그게 반대도 많이 있고 속 시원하게 금방금방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매우 애가 탄다"고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영화 산업과 관련해서도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요, 봉 감독과 제작사가 표준근로시간제와 주52시간 등이 지켜지도록 솔선수범 해줬다며 경의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또 "영화 작업이란 게 늘 단속적인 것이라서 일이 없는 기간 동안 영화 산업 종사하는 분들의 복지가 잘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영화 유통 구조에서 있어도 독과점을 막을 스크린 상한제가 빨리 되도록 최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의식한 듯, 영화 아카데미 등 지원을 확실히 하되, "간섭을 절대 없을 것"이라며 '뼈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우리 영화 100년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이 아주 자랑스럽다" "오스카의 역사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쓰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아주 자랑스럽다"며, "오스카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최고 영화제이지만 봉 감독이 핵심을 찔렀다시피 로컬 영화제라는 비판이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봉 감독이 지난해 10월 미국 매체 '벌처'와 인터뷰에서 '지난 20년간 한국 영화가 한 번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라는 질문에 "별로 큰일은 아니다."라며 "오스카상은 그저 로컬일 뿐"이라고 답한 것에 착안한 겁니다.

문 대통령은 "그 자랑스러움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우리 국민에게 큰 자부심이 됐고, 아주 많은 용기를 줬다"며 "특별히 감사드린다"고도 했습니다.


봉준호 감독 "대통령 말씀, 충격의 도가니"

봉 감독은 답사에서 "바로 옆에서 대통령님이 길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서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는 말로 운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저나 송강호 선배, 최우식 씨 모두 스피치라면 다 한 스피치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인데 지금 작품 축하부터 한국 대중문화를 거쳐, 영화 산업 전반에 걸친, 결국 짜파구리 이르기까지 거의 말씀하신 게 거의 시나리오 2페이지 분량"이라며, "이걸 분명히 암기하신 것 같진 않고 평소 체화된 어떤 이슈에 대한 주제의식이 있기에 줄줄줄 풀어내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어 "너무나 조리 있게 정연한 논리 흐름과 완벽한 어휘를 선택하시면서 기승전결로 마무리하는 것을 보며 저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격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도 했습니다.

봉 감독은 "근래 많이 모인 적이 별로 없었다. 오랜만에 보는 스텝도 있고, 정연준, 다송이는 우리조차도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면서 "영광스럽게 청와대에서 이렇게 대통령 내외분과 함께 좋은 자리에서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돼 기쁘다"고 마무리했습니다.

배우 송강호 씨는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이렇게 대장정의 마무리를 짓는다는 게 특별하다"며 "뜻깊은 자리가 자연스레 된 것 같아 더 뭉클한 감동이 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 봉준호에 "아내가 팬"…메뉴에 짜파구리

오찬에 앞서 청와대 본관에 도착한 봉 감독 등은 사전 환담 장소인 충무 전실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사진을 찍는 여유를 보였습니다.

환담에는 봉 감독의 대학 동기로 재학 중에 봉 감독에게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육성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도 동석했습니다.

어떤 인연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봉 감독은 웃으면서 "제가 결혼하고 충무로에서 연출부를 할 때 쌀도 한 포대 갖다 주고 했다"고 말했고, 육 행정관은 "제가 결혼할 때 봉 감독이 결혼식을 찍어줬다"고 전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봉 감독에게 "아내가 특별한 팬"이라고 말하자 김 여사는 "남편과 영화를 봤다"고 거들기도 했습니다.

또 "오늘 점심 메뉴는 전문적인 분들이 준비한 메뉴 외에도 제 아내가 우리 봉 감독을 비롯해 여러분에게 헌정하는 짜파구리가 맛보기로 포함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강호 씨는 문 대통령 부부에게 봉 감독이 쓴 각본집 2권을 선물로 증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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