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이 ‘성매매 업주’와 함께 성매매 단속

입력 2020.02.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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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몇 번 얘기했잖아. 단속을 내가 다하고 내 구역인데, 왜 못 믿어. 참고로 내가 걸리면 난 뉴스에 나와야 해. 나는 여기 다 연관돼있고 여기 형들이랑 다 친해서, 그런 단속은 걱정하지 말라고."

"동대문경찰서에 아는 사람 있어서 안전하게 하려고 여기에 온 거야. 위험한 건 하나도 안 해. 경찰들도 오고 그런단 말이야. 내가 잡히면 다 X 되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

■ 경찰 성매매 단속 함께한 '민간 정보원'?

단속, 구역, 경찰, 연관, 친분…다 무슨 말일까요?

사건은 이번 달 11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KBS에 제보한 A 씨는 11일 서울 송파구 근처에서 조건 만남 성매매를 알선하다 경찰 단속에 걸렸습니다. 단속은 동대문경찰서에서 했는데, 경찰로 보이는 사람 4명이 있었다고 합니다.

A 씨는 경찰서 임의동행을 B 씨와 함께했는데, 이때 B 씨가 은밀한 제안을 합니다. B 씨는 사실 경찰이 아니라 경찰 단속을 도와주는 '민간 정보원'이고, 사실은 자신도 같은 일을 하는 성매매 알선 업주라는 거였습니다. 자신 밑에 있으면 '안전하게'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유일하게 여기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으면서 하는 거야"

이후 A 씨는 B 씨로부터 지속적인 연락을 받습니다. B 씨는 동업을 제안하며 지속해서 경찰과의 친분을 내세웁니다. 다음은 B 씨가 A 씨에게 전화로 말했던 내용 일부입니다.

"형이 원래 경찰들, 이건 아무한테도 얘기하면 안 돼 큰일 난다. 경찰들 저기 팀장이나 아가씨를…형은 유일하게 여기서 안전하게 보호받으면서 하는 게 형이야. 만약 네가 할 거면 형 밑에서 일을 해야 해. 그래야지 커버가 가능해. 장안동 쪽에서 해야지만 그거를 안 건드려. 그리고 일을 하게 되면, (오피스텔) 방을 줄 거야."

단속을 걱정하는 A 씨에게 B 씨는 "단속을 내가 단속하는데 단속이 어딨어. 거기 너 단속했던 그 사람들 (동대문 경찰서) 생활질서계에서 모든 단속을 다 한다"며 안심시키고, A 씨가 단속에 걸렸을 때 봤던 동대문서 풍속팀장에 대해선 "엄청 절친이야, 그 형이랑 지분 놓고 뭘 하려고 했었는데…그 팀장, 언니들(성매매 여성) 새로 들어오면 언니들도 많이 봐. 내가 걸리면 X 되는 거야"라고 말합니다.

또 B 씨는 "그날(11일) 입건되면서 카톡으로 너희 정보 다 들어왔다"면서 입건자의 개인 정보와 연락처를 줄줄이 읽은 뒤 "신기하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제보자 "나를 단속했던 경찰도 깨끗하지 않았다는 점에 화나 제보"

A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B 씨가 말하는 경찰과의 친분, 혹은 연루에 대해서 믿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말하는 내용이 허풍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B 씨의 말이 진짜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합니다. 경찰 풍속팀장의 실명은 물론이고, 풍속 팀원의 이름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경찰 내부망인 '폴넷'에서도 전국 풍속반의 얼굴 사진과 전화번호는 검색되지 않을 정도로 비밀에 부쳐져 있습니다.

A 씨는 B 씨가 말하는 경찰과의 연루가 진짜라고 생각했고, 동시에 자신을 단속했던 사람들 역시 깨끗하지 않은 사람들이란 사실에 화가 났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자신 역시 성매매를 알선했던 점에 대해 "많은 후회와 반성을 하고 있고, 다시는 그쪽 일에 손을 안 대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경찰이 업소 운영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얘기를 듣다 보니 화가 났고, 경찰이 이런 일을 한다는 것에 개인적으로는 혼자서 참기 힘들어 알려져야 한다는 마음에 제보했다"며 "나쁜 일은 절대 하지 않고 살려고 다짐했고, 이 다짐이 제보에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덧붙였습니다.

A 씨는 11일 단속에 걸린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허풍'이지 않을까…실제로 근무 중인 풍속팀장

제보자 A 씨는 B 씨의 말이 진짜라고 느낀 시점부터 언론사 제보와 상위 기관의 신고를 염두에 두고 미리 증거자료 확보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지난 17일, B 씨가 성매매 알선을 하는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오피스텔 사무실에 일하려는 것처럼 해서 몇 시간을 머물렀습니다. 이때 관련 영상을 확보하고 음성 등을 녹음했습니다.

이 녹음에는 '민간 정보원'이자 성매매 알선 업자인 B 씨와 동대문경찰서 생활질서계 풍속팀장 강 모 경위의 통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단속과 관련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단속 동행 후에는 "고생했다"며 서로 인사도 건넵니다.

KBS 취재진도 실제 강 모 경위가 동대문경찰서 풍속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고, 관련 사실을 물었습니다. 경찰 성매매 단속 수사에 민간인이 함께해도 되는 건지, 사실은 이 민간인도 단속 대상인 성매매 업주인 것은 알고 있었는지? 투자와 관련해 제안을 받았다는 것은 무엇인지 등등….

강 모 경위는 "정보원을 활용했다는 점은 인정하고 통상 필요한 수사에 있어서 도움을 받고 밥도 먹는다."라면서도 "B 씨가 성매매 알선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B 씨가 투자 제안을 해 거절했고 대신 지인을 소개해준 적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성매매 업자와 함께 성매매 단속을 한 경찰…. 정말 경찰은 업자인지 모르고 단순히 수사에 도움만 받았을까요? 도움만 받았다면서 투자 제안에 지인을 소개해줬다는 건 또 뭘까요? 취재진이 확보할 수 없었던 다른 '대가성'은 없었을까요?

KBS 취재가 시작된 후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과 동대문경찰서 청문감사실은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습니다. 강 경위는 오늘(20일) 자로 대기발령 조치됐고, 감찰조사도 함께 받고 있습니다. 또 고발장을 접수한 대검찰청도 관할 검찰청에 사건을 배당할 예정입니다. A 씨가 확보한 B 씨와 강 모 경위의 통화녹취, A 씨의 인터뷰, 경찰의 입장 등은 오늘 밤 KBS1TV '뉴스9'에서 보다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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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경찰이 ‘성매매 업주’와 함께 성매매 단속
    • 입력 2020-02-20 17:54:24
    취재K
"내가 몇 번 얘기했잖아. 단속을 내가 다하고 내 구역인데, 왜 못 믿어. 참고로 내가 걸리면 난 뉴스에 나와야 해. 나는 여기 다 연관돼있고 여기 형들이랑 다 친해서, 그런 단속은 걱정하지 말라고."

"동대문경찰서에 아는 사람 있어서 안전하게 하려고 여기에 온 거야. 위험한 건 하나도 안 해. 경찰들도 오고 그런단 말이야. 내가 잡히면 다 X 되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

■ 경찰 성매매 단속 함께한 '민간 정보원'?

단속, 구역, 경찰, 연관, 친분…다 무슨 말일까요?

사건은 이번 달 11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KBS에 제보한 A 씨는 11일 서울 송파구 근처에서 조건 만남 성매매를 알선하다 경찰 단속에 걸렸습니다. 단속은 동대문경찰서에서 했는데, 경찰로 보이는 사람 4명이 있었다고 합니다.

A 씨는 경찰서 임의동행을 B 씨와 함께했는데, 이때 B 씨가 은밀한 제안을 합니다. B 씨는 사실 경찰이 아니라 경찰 단속을 도와주는 '민간 정보원'이고, 사실은 자신도 같은 일을 하는 성매매 알선 업주라는 거였습니다. 자신 밑에 있으면 '안전하게'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유일하게 여기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으면서 하는 거야"

이후 A 씨는 B 씨로부터 지속적인 연락을 받습니다. B 씨는 동업을 제안하며 지속해서 경찰과의 친분을 내세웁니다. 다음은 B 씨가 A 씨에게 전화로 말했던 내용 일부입니다.

"형이 원래 경찰들, 이건 아무한테도 얘기하면 안 돼 큰일 난다. 경찰들 저기 팀장이나 아가씨를…형은 유일하게 여기서 안전하게 보호받으면서 하는 게 형이야. 만약 네가 할 거면 형 밑에서 일을 해야 해. 그래야지 커버가 가능해. 장안동 쪽에서 해야지만 그거를 안 건드려. 그리고 일을 하게 되면, (오피스텔) 방을 줄 거야."

단속을 걱정하는 A 씨에게 B 씨는 "단속을 내가 단속하는데 단속이 어딨어. 거기 너 단속했던 그 사람들 (동대문 경찰서) 생활질서계에서 모든 단속을 다 한다"며 안심시키고, A 씨가 단속에 걸렸을 때 봤던 동대문서 풍속팀장에 대해선 "엄청 절친이야, 그 형이랑 지분 놓고 뭘 하려고 했었는데…그 팀장, 언니들(성매매 여성) 새로 들어오면 언니들도 많이 봐. 내가 걸리면 X 되는 거야"라고 말합니다.

또 B 씨는 "그날(11일) 입건되면서 카톡으로 너희 정보 다 들어왔다"면서 입건자의 개인 정보와 연락처를 줄줄이 읽은 뒤 "신기하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제보자 "나를 단속했던 경찰도 깨끗하지 않았다는 점에 화나 제보"

A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B 씨가 말하는 경찰과의 친분, 혹은 연루에 대해서 믿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말하는 내용이 허풍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B 씨의 말이 진짜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합니다. 경찰 풍속팀장의 실명은 물론이고, 풍속 팀원의 이름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경찰 내부망인 '폴넷'에서도 전국 풍속반의 얼굴 사진과 전화번호는 검색되지 않을 정도로 비밀에 부쳐져 있습니다.

A 씨는 B 씨가 말하는 경찰과의 연루가 진짜라고 생각했고, 동시에 자신을 단속했던 사람들 역시 깨끗하지 않은 사람들이란 사실에 화가 났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자신 역시 성매매를 알선했던 점에 대해 "많은 후회와 반성을 하고 있고, 다시는 그쪽 일에 손을 안 대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경찰이 업소 운영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얘기를 듣다 보니 화가 났고, 경찰이 이런 일을 한다는 것에 개인적으로는 혼자서 참기 힘들어 알려져야 한다는 마음에 제보했다"며 "나쁜 일은 절대 하지 않고 살려고 다짐했고, 이 다짐이 제보에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덧붙였습니다.

A 씨는 11일 단속에 걸린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허풍'이지 않을까…실제로 근무 중인 풍속팀장

제보자 A 씨는 B 씨의 말이 진짜라고 느낀 시점부터 언론사 제보와 상위 기관의 신고를 염두에 두고 미리 증거자료 확보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지난 17일, B 씨가 성매매 알선을 하는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오피스텔 사무실에 일하려는 것처럼 해서 몇 시간을 머물렀습니다. 이때 관련 영상을 확보하고 음성 등을 녹음했습니다.

이 녹음에는 '민간 정보원'이자 성매매 알선 업자인 B 씨와 동대문경찰서 생활질서계 풍속팀장 강 모 경위의 통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단속과 관련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단속 동행 후에는 "고생했다"며 서로 인사도 건넵니다.

KBS 취재진도 실제 강 모 경위가 동대문경찰서 풍속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고, 관련 사실을 물었습니다. 경찰 성매매 단속 수사에 민간인이 함께해도 되는 건지, 사실은 이 민간인도 단속 대상인 성매매 업주인 것은 알고 있었는지? 투자와 관련해 제안을 받았다는 것은 무엇인지 등등….

강 모 경위는 "정보원을 활용했다는 점은 인정하고 통상 필요한 수사에 있어서 도움을 받고 밥도 먹는다."라면서도 "B 씨가 성매매 알선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B 씨가 투자 제안을 해 거절했고 대신 지인을 소개해준 적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성매매 업자와 함께 성매매 단속을 한 경찰…. 정말 경찰은 업자인지 모르고 단순히 수사에 도움만 받았을까요? 도움만 받았다면서 투자 제안에 지인을 소개해줬다는 건 또 뭘까요? 취재진이 확보할 수 없었던 다른 '대가성'은 없었을까요?

KBS 취재가 시작된 후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과 동대문경찰서 청문감사실은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습니다. 강 경위는 오늘(20일) 자로 대기발령 조치됐고, 감찰조사도 함께 받고 있습니다. 또 고발장을 접수한 대검찰청도 관할 검찰청에 사건을 배당할 예정입니다. A 씨가 확보한 B 씨와 강 모 경위의 통화녹취, A 씨의 인터뷰, 경찰의 입장 등은 오늘 밤 KBS1TV '뉴스9'에서 보다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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