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식 사라진 유통가…주말 종교 행사는 어쩌나

입력 2020.02.21 (08:18) 수정 2020.02.2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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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의 즐거움 중 하나라면, 무료 시식 코너를 빼 놓을 수 없죠.

그런데 코로나 19 확산으로 이런 소소한 즐거움마저 사라졌습니다.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시식용 빵이 담긴 접시가 자취를 감추고 서비스 중단 안내문도 내걸렸습니다.

이 노인복지센터에서는 점심 급식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마스크를 쓴 어르신들이 센터에 모여앉아 식사를 하는 대신, 도시락을 받아가고 있습니다.

먹는 즐거움만 사라진 게 아닙니다.

코로나 19는 석별의 정을 나눌 공간조차 허락지 않습니다.

한창 졸업 시즌인 지금, 대학가 한 번 보시죠.

학사모를 쓰고 단체 사진을 찍던 모습이 이렇게 셀프 기념 샷으로 바뀌었습니다.

가족들은 졸업식장으로 향하는 대신, 집에서 컴퓨터 화면에 귀를 기울입니다.

["졸업생 여러분께 가슴 깊이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학교측이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졸업식을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하며 벌어진 풍경입니다.

졸업식 현장엔 학교 관계자와 졸업생 일부만 나와 생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졸업 특수가 사라진 남대문 꽃 시장은 말그대로 울상입니다.

꽃은 잔뜩 준비해놨는데 사가는 사람들 보기가 힘듭니다.

[남대문 꽃시장 상인/음성변조 : "특히 2월 같은 경우는 큰 행사가 졸업식. 졸업식이 지금 거의 전멸이라고 봐야 해요. 매출이 거의 한 70% 떨어졌다고 봐야죠."]

무엇보다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접근 자체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일부 은행 지점에는 '돈도 소독하느냐'라는 문의가 들어올 정도로 감염 공포가 커져있습니다.

실제 중국에서는 화폐 소독에 나섰다고 하니 이걸 기우라고 볼 수 만도 없을 듯 합니다.

중국 신화통신은 중국 정부가 시중에서 회수한 화폐를 자외선이나 고온으로 소독하고, 일정 기간 유통시키지 않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장 이번 주말이 걱정이 되는 분들, 대표적으로 종교를 가진 분들이실텐데, 성당 미사, 교회 예배, 사찰 법회 등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되실 겁니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확인되면서 이런 망설임은 더 커졌습니다.

실제로 종교 행사는 밀집된 공간에서 장시간 이뤄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런 우려에서였을텐데, 최근 경기 구리시가 관내 종교단체에 감염병 예방을 위해 당분간 종교행사 중단을 요청한다, 이렇게 공문을 보냈다가 일부 단체가 종교 탄압을 하는 거냐 반발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표현을 '종교행사 제한과 방역계획을 요청한다'로 고쳐서 공문을 다시 보내는 해프닝까지 벌어졌습니다.

물론 지자체의 이같은 요구, 근거가 없진 않습니다.

감염병 예방법 제49조를 보면 보건복지부장관이나 지자체장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한다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다만 그 대상에 주례적인 종교행사까지 포함시킬것인지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 정부도 상당히 조심스럽다는 입장입니다.

종교 행사에 참석하더라도 멀리 떨어져 앉고 마스크 쓰면 괜찮지 않을까 하실 수 있습니다.

일단 2m 이상 거리를 두면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은 낮아진다는 게 학계의 정설입니다.

침방울이 이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마스크 착용은 거리와 상관없이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할 순 없기에 전문가들은 호흡기 증상을 가진 신도의 참석을 미리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다녀오신 분들은 아시겠습니다만 요즘 여러 교회에서 예배 후 인사를 악수 대신 목례로 대신하고 있죠.

다른 사람과 밀접 접촉할 수 있는 행위는 이렇게 자제하는 것이 낫습니다.

가톨릭의 경우, 예수의 몸이라며 입에 넣어주는 성체도 손으로 대신 받는 게 좋다고 하고요.

고해성사와 같은 성직자와의 면담도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서 해야 한단 지적도 들립니다.

홍콩의 한 가톨릭교회는 찬송가도 부르지 말라고 권하다, 다음 주까지 2주간 모든 미사를 중단했단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국내에서도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다음달 5일까지 2주 동안 미사를 중단하기로 했죠.

종교 시설에 비치된 공용 성경책 이것도 다소 꺼려지실까요?

요즘 같은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가급적 개인 성경책이나 성가집을 쓰는 걸 권합니다.

만에 하나 표면에 남은 바이러스가 손을 통해 점막에 닿는 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또 헌금함 등 의식에 쓰이는 공용 물품은 자주 소독하는 게 좋습니다.

코로나 19가 국내에서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주변의 여러 풍경까지 바꿔놓은 바이러스 앞에서 평범했던 일상을 되찾는 날은 언제 올지, 안타까운 그리움이 스쳐가는 건 저만의 일은 아니겠지요.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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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식 사라진 유통가…주말 종교 행사는 어쩌나
    • 입력 2020-02-21 08:24:32
    • 수정2020-02-21 09: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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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의 즐거움 중 하나라면, 무료 시식 코너를 빼 놓을 수 없죠. 그런데 코로나 19 확산으로 이런 소소한 즐거움마저 사라졌습니다.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시식용 빵이 담긴 접시가 자취를 감추고 서비스 중단 안내문도 내걸렸습니다. 이 노인복지센터에서는 점심 급식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마스크를 쓴 어르신들이 센터에 모여앉아 식사를 하는 대신, 도시락을 받아가고 있습니다. 먹는 즐거움만 사라진 게 아닙니다. 코로나 19는 석별의 정을 나눌 공간조차 허락지 않습니다. 한창 졸업 시즌인 지금, 대학가 한 번 보시죠. 학사모를 쓰고 단체 사진을 찍던 모습이 이렇게 셀프 기념 샷으로 바뀌었습니다. 가족들은 졸업식장으로 향하는 대신, 집에서 컴퓨터 화면에 귀를 기울입니다. ["졸업생 여러분께 가슴 깊이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학교측이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졸업식을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하며 벌어진 풍경입니다. 졸업식 현장엔 학교 관계자와 졸업생 일부만 나와 생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졸업 특수가 사라진 남대문 꽃 시장은 말그대로 울상입니다. 꽃은 잔뜩 준비해놨는데 사가는 사람들 보기가 힘듭니다. [남대문 꽃시장 상인/음성변조 : "특히 2월 같은 경우는 큰 행사가 졸업식. 졸업식이 지금 거의 전멸이라고 봐야 해요. 매출이 거의 한 70% 떨어졌다고 봐야죠."] 무엇보다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접근 자체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일부 은행 지점에는 '돈도 소독하느냐'라는 문의가 들어올 정도로 감염 공포가 커져있습니다. 실제 중국에서는 화폐 소독에 나섰다고 하니 이걸 기우라고 볼 수 만도 없을 듯 합니다. 중국 신화통신은 중국 정부가 시중에서 회수한 화폐를 자외선이나 고온으로 소독하고, 일정 기간 유통시키지 않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장 이번 주말이 걱정이 되는 분들, 대표적으로 종교를 가진 분들이실텐데, 성당 미사, 교회 예배, 사찰 법회 등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되실 겁니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확인되면서 이런 망설임은 더 커졌습니다. 실제로 종교 행사는 밀집된 공간에서 장시간 이뤄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런 우려에서였을텐데, 최근 경기 구리시가 관내 종교단체에 감염병 예방을 위해 당분간 종교행사 중단을 요청한다, 이렇게 공문을 보냈다가 일부 단체가 종교 탄압을 하는 거냐 반발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표현을 '종교행사 제한과 방역계획을 요청한다'로 고쳐서 공문을 다시 보내는 해프닝까지 벌어졌습니다. 물론 지자체의 이같은 요구, 근거가 없진 않습니다. 감염병 예방법 제49조를 보면 보건복지부장관이나 지자체장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한다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다만 그 대상에 주례적인 종교행사까지 포함시킬것인지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 정부도 상당히 조심스럽다는 입장입니다. 종교 행사에 참석하더라도 멀리 떨어져 앉고 마스크 쓰면 괜찮지 않을까 하실 수 있습니다. 일단 2m 이상 거리를 두면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은 낮아진다는 게 학계의 정설입니다. 침방울이 이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마스크 착용은 거리와 상관없이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할 순 없기에 전문가들은 호흡기 증상을 가진 신도의 참석을 미리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다녀오신 분들은 아시겠습니다만 요즘 여러 교회에서 예배 후 인사를 악수 대신 목례로 대신하고 있죠. 다른 사람과 밀접 접촉할 수 있는 행위는 이렇게 자제하는 것이 낫습니다. 가톨릭의 경우, 예수의 몸이라며 입에 넣어주는 성체도 손으로 대신 받는 게 좋다고 하고요. 고해성사와 같은 성직자와의 면담도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서 해야 한단 지적도 들립니다. 홍콩의 한 가톨릭교회는 찬송가도 부르지 말라고 권하다, 다음 주까지 2주간 모든 미사를 중단했단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국내에서도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다음달 5일까지 2주 동안 미사를 중단하기로 했죠. 종교 시설에 비치된 공용 성경책 이것도 다소 꺼려지실까요? 요즘 같은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가급적 개인 성경책이나 성가집을 쓰는 걸 권합니다. 만에 하나 표면에 남은 바이러스가 손을 통해 점막에 닿는 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또 헌금함 등 의식에 쓰이는 공용 물품은 자주 소독하는 게 좋습니다. 코로나 19가 국내에서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주변의 여러 풍경까지 바꿔놓은 바이러스 앞에서 평범했던 일상을 되찾는 날은 언제 올지, 안타까운 그리움이 스쳐가는 건 저만의 일은 아니겠지요.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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