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주민들, 악취로 식사 중 구토”…원인은 폐기물 공장?

입력 2020.02.21 (08:31) 수정 2020.02.2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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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밥을 먹다가 악취 때문에 도저히 밥을 못 먹을 정도라면, 그곳에서 살 수 있으시겠습니까?

전북 순창의 한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주민들은 인근의 폐기물 처리공장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데요,

대체 이 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현장으로 지금 바로 가보시죠.

[리포트]

전북 순창군의 한 마을입니다.

악취로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곳인데요.

한 어르신의 집으로 찾아가봤습니다.

자, 이렇게 1년 내내 2중창을 닫고 비닐까지 씌워야 겨우 살 수 있다고 호소합니다.

[신정순/마을 주민 : "문 사이로 그렇게 많이 나와요, 냄새가. 아주 그 사체 썩은 냄새가 나. 그래서 구역질이 나서 밥을 못 먹어요. 구역질이 울컥울컥 나와요."]

주민들은 공기청정기 없인 도저히 살 수가 없고, 밖에서 빨래를 말리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라고 합니다.

[마을 주민 :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빨래를 널 수가 없어요. (여름에는) 우리 계속 에어컨 틀어놓고 살아야 하고 문을 열 수가 없어. 문을 열면 구토가 나오고 못 살아요. 우리 며느리와 아들은 전주로 이사 간대. 못 살겠다고…."]

특산물인 된장과 고추장은 물론, 양봉 등 모든 생업은 지독한 악취 때문에 이미 멈춘 지 오래라고 합니다.

[김효선/마을 주민 : "양봉만 키우고 사는데 그 양봉이 나가면 죽어버려요. 나가면 죽어버리고 그래서 한 200통 이상 죽어버렸어요. 그래서 지금 내가 살림을 못 하고 살아요."]

[양귀주/마을 주민 : "인력공사에서 사람들이 오면 일을 안 해요. 여기 와서 일하다 냄새가 나면 10분도 못 있어서 가야 되겠다, 도저히 냄새 때문에 못 하겠다, 헛구역질하고."]

참다못한 주민들은 문제를 당장 해결하라며 전북 순창군청을 찾아 20여 일째,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양희철/순창군 악취대책위원장 : "동네에서 살 수가 없어서 이렇게 동네에서 나와서 군청에서 천막 치고 농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이 악취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주민들은 입을 모아 마을 인근의 폐기물 처리 공장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에 따르면 악취가 갑자기 심해진 건 5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원인으로 지목된 공장은 돼지 분뇨로 퇴비를 만들던 곳이었는데, 동물의 잔해와 하수 찌꺼기까지 한꺼번에 처리하는 종합폐기물 공장으로 허가가 나면서 악취가 심해졌다는 겁니다.

[양희철/순창군 악취대책위원장 : "닭을 잡아서 필요 없는 부분 있지 않습니까. 닭털이라든가 닭 머리, 내장, 거기서 필요 없는 껍질 같은 그런 것이 다 들어와서 (폐기)하는 거죠."]

주민 민원으로 2년 전부터는 동물의 잔해의 처리는 제외됐지만, 악취는 여전하다고 합니다.

취재진이 지난해 폐기물 목록을 확인해보니, 동물의 잔해가 들어올 여지가 있는 육가공업체의 폐기물이 처리되고 있었습니다.

[양귀주/마을 주민 : "제외된 이후에도 그보다 더 뭐 더 나쁜 무엇을 쓰는지는 몰라도 그때보다 (악취가) 더 안 좋은 지금 상태(예요)."]

주민들은 허가 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주장합니다.

주민들 주장은 이 건축물이 불법건축물인데 허가가 났다는 겁니다.

[양희철/순창군 악취대책위원장 : "동물성 잔재물을 들어올 경우에는 소각장 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그러한 시설도 없이 (허가) 해줬다는 거죠."]

지목된 폐기물업체는 현재 폐기물 보관량을 초과해서 다음달 초까지 한 달간 영업 정지를 당한 상태인데요.

공장이 가동을 멈추자 악취가 좀 덜해졌다지만, 취재진이 갔을 땐 마을엔 악취가 여전했습니다.

주민들은 하필 마을에 암환자도 늘었다며 불안을 호소합니다.

[마을 주민 : "폐가 안 좋아서 지금 항암을 하고 있고 (폐암) 3기까지 왔다니까. 악취 때문에 이제 병이 온 것도 같고…"]

[신정순/마을 주민 : "췌장암 걸린 사람도 있고 폐암 걸린 사람도 있고 막 그래요. 3년도 안 됐고 올해 발견해서 올해 죽어버렸어요."]

특히 악취는 마을을 넘어 2km 떨어진 읍내에서도 민원이 제기될 만큼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종희/읍내 주민 : "5분 거리인데 그쪽에서 바람이 이쪽으로 몰려오기 때문에요. 저희 아파트 주민들은 난리예요."]

[읍내 주민 : "바로 앞이 학교여서 (학생들이) 진짜 복도만 나가면 (냄새나서) 쉬는 시간에 복도 못 나가고 반에 있고 계속 공기청정기 틀어놓고……."]

참다못한 주민들은 순창군수를 직무유기와 권한남용 등으로 고소했습니다.

순창군측은 일단 수사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업무 처리 절차가 미흡했던 공무원들은 이미 문책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폐기물업체의 건축법 위반에 대해선 적법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습니다.

[노홍균/순창군 환경수도과장 : "위법한 건축물 부분에서는 건축부서에서 강제금을 부과했고 또 사용 중지 명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저희가 그 업체를 강제로 폐쇄할 수는 없고요. 악취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그렇게 행정조치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현재 폐기물 업체는 영업정지로 폐쇄돼 업체 측 입장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순창군청측은 문제 해결을 위해 업체 부지를 매입해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노홍균/순창군 환경수도과장 : "예를 들어서 농공단지를 조성한다든지 시설을 구축한다든지 이런 것을 통해서 어떤 주민들과의 합의점(을 찾고) 관련 업체 대표자와의 협의(하는) 이런 절차들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고통에서 벗어나길, 주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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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1 08:34:34
    • 수정2020-02-21 08: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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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밥을 먹다가 악취 때문에 도저히 밥을 못 먹을 정도라면, 그곳에서 살 수 있으시겠습니까?

전북 순창의 한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주민들은 인근의 폐기물 처리공장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데요,

대체 이 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현장으로 지금 바로 가보시죠.

[리포트]

전북 순창군의 한 마을입니다.

악취로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곳인데요.

한 어르신의 집으로 찾아가봤습니다.

자, 이렇게 1년 내내 2중창을 닫고 비닐까지 씌워야 겨우 살 수 있다고 호소합니다.

[신정순/마을 주민 : "문 사이로 그렇게 많이 나와요, 냄새가. 아주 그 사체 썩은 냄새가 나. 그래서 구역질이 나서 밥을 못 먹어요. 구역질이 울컥울컥 나와요."]

주민들은 공기청정기 없인 도저히 살 수가 없고, 밖에서 빨래를 말리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라고 합니다.

[마을 주민 :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빨래를 널 수가 없어요. (여름에는) 우리 계속 에어컨 틀어놓고 살아야 하고 문을 열 수가 없어. 문을 열면 구토가 나오고 못 살아요. 우리 며느리와 아들은 전주로 이사 간대. 못 살겠다고…."]

특산물인 된장과 고추장은 물론, 양봉 등 모든 생업은 지독한 악취 때문에 이미 멈춘 지 오래라고 합니다.

[김효선/마을 주민 : "양봉만 키우고 사는데 그 양봉이 나가면 죽어버려요. 나가면 죽어버리고 그래서 한 200통 이상 죽어버렸어요. 그래서 지금 내가 살림을 못 하고 살아요."]

[양귀주/마을 주민 : "인력공사에서 사람들이 오면 일을 안 해요. 여기 와서 일하다 냄새가 나면 10분도 못 있어서 가야 되겠다, 도저히 냄새 때문에 못 하겠다, 헛구역질하고."]

참다못한 주민들은 문제를 당장 해결하라며 전북 순창군청을 찾아 20여 일째,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양희철/순창군 악취대책위원장 : "동네에서 살 수가 없어서 이렇게 동네에서 나와서 군청에서 천막 치고 농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이 악취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주민들은 입을 모아 마을 인근의 폐기물 처리 공장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에 따르면 악취가 갑자기 심해진 건 5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원인으로 지목된 공장은 돼지 분뇨로 퇴비를 만들던 곳이었는데, 동물의 잔해와 하수 찌꺼기까지 한꺼번에 처리하는 종합폐기물 공장으로 허가가 나면서 악취가 심해졌다는 겁니다.

[양희철/순창군 악취대책위원장 : "닭을 잡아서 필요 없는 부분 있지 않습니까. 닭털이라든가 닭 머리, 내장, 거기서 필요 없는 껍질 같은 그런 것이 다 들어와서 (폐기)하는 거죠."]

주민 민원으로 2년 전부터는 동물의 잔해의 처리는 제외됐지만, 악취는 여전하다고 합니다.

취재진이 지난해 폐기물 목록을 확인해보니, 동물의 잔해가 들어올 여지가 있는 육가공업체의 폐기물이 처리되고 있었습니다.

[양귀주/마을 주민 : "제외된 이후에도 그보다 더 뭐 더 나쁜 무엇을 쓰는지는 몰라도 그때보다 (악취가) 더 안 좋은 지금 상태(예요)."]

주민들은 허가 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주장합니다.

주민들 주장은 이 건축물이 불법건축물인데 허가가 났다는 겁니다.

[양희철/순창군 악취대책위원장 : "동물성 잔재물을 들어올 경우에는 소각장 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그러한 시설도 없이 (허가) 해줬다는 거죠."]

지목된 폐기물업체는 현재 폐기물 보관량을 초과해서 다음달 초까지 한 달간 영업 정지를 당한 상태인데요.

공장이 가동을 멈추자 악취가 좀 덜해졌다지만, 취재진이 갔을 땐 마을엔 악취가 여전했습니다.

주민들은 하필 마을에 암환자도 늘었다며 불안을 호소합니다.

[마을 주민 : "폐가 안 좋아서 지금 항암을 하고 있고 (폐암) 3기까지 왔다니까. 악취 때문에 이제 병이 온 것도 같고…"]

[신정순/마을 주민 : "췌장암 걸린 사람도 있고 폐암 걸린 사람도 있고 막 그래요. 3년도 안 됐고 올해 발견해서 올해 죽어버렸어요."]

특히 악취는 마을을 넘어 2km 떨어진 읍내에서도 민원이 제기될 만큼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종희/읍내 주민 : "5분 거리인데 그쪽에서 바람이 이쪽으로 몰려오기 때문에요. 저희 아파트 주민들은 난리예요."]

[읍내 주민 : "바로 앞이 학교여서 (학생들이) 진짜 복도만 나가면 (냄새나서) 쉬는 시간에 복도 못 나가고 반에 있고 계속 공기청정기 틀어놓고……."]

참다못한 주민들은 순창군수를 직무유기와 권한남용 등으로 고소했습니다.

순창군측은 일단 수사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업무 처리 절차가 미흡했던 공무원들은 이미 문책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폐기물업체의 건축법 위반에 대해선 적법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습니다.

[노홍균/순창군 환경수도과장 : "위법한 건축물 부분에서는 건축부서에서 강제금을 부과했고 또 사용 중지 명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저희가 그 업체를 강제로 폐쇄할 수는 없고요. 악취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그렇게 행정조치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현재 폐기물 업체는 영업정지로 폐쇄돼 업체 측 입장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순창군청측은 문제 해결을 위해 업체 부지를 매입해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노홍균/순창군 환경수도과장 : "예를 들어서 농공단지를 조성한다든지 시설을 구축한다든지 이런 것을 통해서 어떤 주민들과의 합의점(을 찾고) 관련 업체 대표자와의 협의(하는) 이런 절차들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고통에서 벗어나길, 주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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