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따뜻했던 이번 겨울, 올봄도 이른 더위?

입력 2020.02.21 (10:06) 수정 2020.02.2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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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전 세계 기온이 과거와 비교해 얼마나 높거나 낮았는지 보여주는 지도입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온통 붉은색인데,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동남아시아, 유럽, 중남미 지역은 '최고로 따뜻한'(Record Warmest) 1월을 보냈습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분석으로는 전 세계 1월 평균기온은 20세기 평균(12℃)보다 1.14℃ 높아 관측 141년 만에 최고였습니다. 기존 1위였던 지난 2016년 1월에 세워진 기록보다 0.02℃ 높았는데요. 우리나라 역시 1월 평균기온과 평균 최저기온, 평균 최고기온 모두 관측 이후 가장 높았고 한파 일수 역시 '0'일로 가장 적어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영화 '기생충'처럼 오스카 4관왕을 하면 기쁘기라도 할 텐데요.


최근 며칠 동안은 서풍이 눈구름을 몰고 오며 눈이 잦았지만, 지난해 12월과 올 1월은 적설량 역시 최소였습니다. 워낙 대기가 따뜻해서 눈구름이 만들어질 수 없었는데 대신 비가 많이 내렸죠. 특히 1월 초에는 장마처럼 굵은 비가 내렸고 1월 강수량은 관측 이후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이례적으로 따뜻한 겨울, 원인은 북극의 '변심'?

지난해 12월과 올 1월이 이렇게 따뜻했기 때문에 아직 2월이 아직 남아있지만, 이번 겨울은 기록적으로 따뜻하고 비가 잦은 겨울이 될 전망입니다. 온난화로 겨울이 전반적으로 따뜻해진다고는 하지만 최근 북극한파를 자주 겪었기 때문에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번 겨울에는 왜 북극이 유난히 조용했을까요?

사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상황이 달랐습니다. 북극해 얼음 면적이 위성 관측을 시작한 이후 두 번째로 많이 녹아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북극의 얼음이 많이 녹으면 그해 겨울 북극 상공을 도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며 찬 공기가 둑이 터진 듯 중위도로 쏟아져 내리게 됩니다. 바로 북극한파가 찾아오는 메커니즘인데요.


이번에는 북극의 얼음이 많이 녹았지만, 겨울이 춥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141년 만에 가장 따뜻한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정 반대의 현상이 일어난 겁니다. 기후학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김동준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이번 겨울에는 북극 지역에 강한 극 소용돌이와 제트기류가 발달해 찬 공기를 가둬두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해마다 북극에서 일어나는 격년 변동성과 함께 지난해 말부터 북극의 해빙 면적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강력한 한기를 몰고 오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서부와 캐나다는 일부 북극 한기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과거처럼 강도가 크고 지속 시간이 길지 못했습니다. 북극 대신 남쪽의 아열대 서태평양에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올라와 자주 영향을 줬습니다.

다가오는 봄...3월은 변덕, 5월은 덥고 건조


이번 겨울의 따뜻한 입김은 다가오는 봄까지도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기상청의 봄철 전망에 따르면 북쪽 찬 공기의 세력이 유난히 약하기 때문에 올봄에도 전반적으로 평년보다 따뜻한 날이 이어지겠습니다.

3월부터 4월 초까지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따뜻하고 건조한 공기와 습한 공기의 영향을 주기적으로 받으며 기온의 변동성이 크겠습니다. 갑작스러운 꽃샘추위는 두세 차례 정도 나타나겠습니다. 남쪽으로 비를 품은 저기압이 통과하면서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여 봄 가뭄 걱정은 일단 덜었습니다.

그러나 4월 중반부터 5월로 갈수록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이른 더위가 찾아오겠습니다. 비가 많았던 봄철 전반과 달리 건조한 날들이 계속되면서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을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미세먼지는 '빨간불'? 황사는 '녹색불'

봄 날씨가 이렇게 따뜻하면 대기가 정체되며 최악의 미세먼지를 몰고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지난해 3월 초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강력한 스모그가 발생해 닷새 넘게 걷히지 않았죠. 3월은 기상학적 요인으로 연중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아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황사는 뜸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 황사를 유입시키는 북서기류가 평년보다 약하기 때문인데요. 황사 발원지의 강수량도 평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올봄 황사 발생일수는 평년(5.4일)보다 적을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했습니다. 황사가 찾아온다면 봄철 전반보다는 후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온난화로 겨울 빨리 끝나고, 빨라지는 봄

춥고 길었던 겨울이 지나고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모두 비슷합니다. 그런데 최근 봄 다운 봄을 느낄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초봄은 눈비에 꽃샘추위까지 변덕스럽고 늦봄은 봄이라기보다는 여름과 비슷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봄철 기온을 월별로 분석했더니 3월과 5월의 고온 경향이 가장 심했습니다. 지난 47년간 3월 기온은 1.9℃, 5월은 1.5℃ 상승했습니다. 해마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변동성은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 봄이 점점 더 따뜻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봄이 빨리 시작되고 짧아지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30년간 봄의 시작 시점은 3월 11일로 과거 30년과 비교해 2일 더 빨라졌습니다. 봄의 길이는 85일로 하루 더 짧아졌습니다. 온난화로 겨울이 짧아지고 빨리 끝나기 때문인데 동시에 여름의 길이는 6일 늘어나고 길이도 3일 더 빨라졌습니다. 기후위기로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엄청난 혼동 속에 변화하고 있는 겁니다.


여름에 내려지던 폭염특보도 시기가 5월로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2008년 폭염특보제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7월에 첫 발령됐지만, 이듬해 6월로 당겨졌고 2014년에는 5월 31일에 처음으로 내려졌습니다. 지난해에는 5월 15일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면서 가장 빠른 폭염특보가 됐습니다.

올봄도 5월부터 이른 더위가 예보된 만큼 폭염특보 가능성이 높은데요. 기후위기가 더욱 가속화되면 지금 자라고 있는 어린 세대들의 기억 속에 5월은 '어린이날'이나 '봄 소풍' 같은 싱그러운 봄날이 아닌, 힘겨운 폭염의 시간들로 남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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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대 가장 따뜻했던 이번 겨울, 올봄도 이른 더위?
    • 입력 2020-02-21 10:06:56
    • 수정2020-02-21 10:25:17
    취재K
지난 1월 전 세계 기온이 과거와 비교해 얼마나 높거나 낮았는지 보여주는 지도입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온통 붉은색인데,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동남아시아, 유럽, 중남미 지역은 '최고로 따뜻한'(Record Warmest) 1월을 보냈습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분석으로는 전 세계 1월 평균기온은 20세기 평균(12℃)보다 1.14℃ 높아 관측 141년 만에 최고였습니다. 기존 1위였던 지난 2016년 1월에 세워진 기록보다 0.02℃ 높았는데요. 우리나라 역시 1월 평균기온과 평균 최저기온, 평균 최고기온 모두 관측 이후 가장 높았고 한파 일수 역시 '0'일로 가장 적어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영화 '기생충'처럼 오스카 4관왕을 하면 기쁘기라도 할 텐데요.


최근 며칠 동안은 서풍이 눈구름을 몰고 오며 눈이 잦았지만, 지난해 12월과 올 1월은 적설량 역시 최소였습니다. 워낙 대기가 따뜻해서 눈구름이 만들어질 수 없었는데 대신 비가 많이 내렸죠. 특히 1월 초에는 장마처럼 굵은 비가 내렸고 1월 강수량은 관측 이후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이례적으로 따뜻한 겨울, 원인은 북극의 '변심'?

지난해 12월과 올 1월이 이렇게 따뜻했기 때문에 아직 2월이 아직 남아있지만, 이번 겨울은 기록적으로 따뜻하고 비가 잦은 겨울이 될 전망입니다. 온난화로 겨울이 전반적으로 따뜻해진다고는 하지만 최근 북극한파를 자주 겪었기 때문에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번 겨울에는 왜 북극이 유난히 조용했을까요?

사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상황이 달랐습니다. 북극해 얼음 면적이 위성 관측을 시작한 이후 두 번째로 많이 녹아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북극의 얼음이 많이 녹으면 그해 겨울 북극 상공을 도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며 찬 공기가 둑이 터진 듯 중위도로 쏟아져 내리게 됩니다. 바로 북극한파가 찾아오는 메커니즘인데요.


이번에는 북극의 얼음이 많이 녹았지만, 겨울이 춥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141년 만에 가장 따뜻한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정 반대의 현상이 일어난 겁니다. 기후학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김동준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이번 겨울에는 북극 지역에 강한 극 소용돌이와 제트기류가 발달해 찬 공기를 가둬두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해마다 북극에서 일어나는 격년 변동성과 함께 지난해 말부터 북극의 해빙 면적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강력한 한기를 몰고 오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서부와 캐나다는 일부 북극 한기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과거처럼 강도가 크고 지속 시간이 길지 못했습니다. 북극 대신 남쪽의 아열대 서태평양에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올라와 자주 영향을 줬습니다.

다가오는 봄...3월은 변덕, 5월은 덥고 건조


이번 겨울의 따뜻한 입김은 다가오는 봄까지도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기상청의 봄철 전망에 따르면 북쪽 찬 공기의 세력이 유난히 약하기 때문에 올봄에도 전반적으로 평년보다 따뜻한 날이 이어지겠습니다.

3월부터 4월 초까지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따뜻하고 건조한 공기와 습한 공기의 영향을 주기적으로 받으며 기온의 변동성이 크겠습니다. 갑작스러운 꽃샘추위는 두세 차례 정도 나타나겠습니다. 남쪽으로 비를 품은 저기압이 통과하면서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여 봄 가뭄 걱정은 일단 덜었습니다.

그러나 4월 중반부터 5월로 갈수록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이른 더위가 찾아오겠습니다. 비가 많았던 봄철 전반과 달리 건조한 날들이 계속되면서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을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미세먼지는 '빨간불'? 황사는 '녹색불'

봄 날씨가 이렇게 따뜻하면 대기가 정체되며 최악의 미세먼지를 몰고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지난해 3월 초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강력한 스모그가 발생해 닷새 넘게 걷히지 않았죠. 3월은 기상학적 요인으로 연중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아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황사는 뜸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 황사를 유입시키는 북서기류가 평년보다 약하기 때문인데요. 황사 발원지의 강수량도 평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올봄 황사 발생일수는 평년(5.4일)보다 적을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했습니다. 황사가 찾아온다면 봄철 전반보다는 후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온난화로 겨울 빨리 끝나고, 빨라지는 봄

춥고 길었던 겨울이 지나고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모두 비슷합니다. 그런데 최근 봄 다운 봄을 느낄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초봄은 눈비에 꽃샘추위까지 변덕스럽고 늦봄은 봄이라기보다는 여름과 비슷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봄철 기온을 월별로 분석했더니 3월과 5월의 고온 경향이 가장 심했습니다. 지난 47년간 3월 기온은 1.9℃, 5월은 1.5℃ 상승했습니다. 해마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변동성은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 봄이 점점 더 따뜻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봄이 빨리 시작되고 짧아지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30년간 봄의 시작 시점은 3월 11일로 과거 30년과 비교해 2일 더 빨라졌습니다. 봄의 길이는 85일로 하루 더 짧아졌습니다. 온난화로 겨울이 짧아지고 빨리 끝나기 때문인데 동시에 여름의 길이는 6일 늘어나고 길이도 3일 더 빨라졌습니다. 기후위기로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엄청난 혼동 속에 변화하고 있는 겁니다.


여름에 내려지던 폭염특보도 시기가 5월로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2008년 폭염특보제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7월에 첫 발령됐지만, 이듬해 6월로 당겨졌고 2014년에는 5월 31일에 처음으로 내려졌습니다. 지난해에는 5월 15일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면서 가장 빠른 폭염특보가 됐습니다.

올봄도 5월부터 이른 더위가 예보된 만큼 폭염특보 가능성이 높은데요. 기후위기가 더욱 가속화되면 지금 자라고 있는 어린 세대들의 기억 속에 5월은 '어린이날'이나 '봄 소풍' 같은 싱그러운 봄날이 아닌, 힘겨운 폭염의 시간들로 남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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