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멕시코 7살 여아 살해에 ‘분노’ 들끓어…“하루 10명꼴 여성 살해”

입력 2020.02.21 (11:09) 수정 2020.02.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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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7세 여아 살해에 분노 시위 불길 (출처:CNN)

멕시코 7세 여아 살해에 분노 시위 불길 (출처:CNN)

지금 멕시코는 7세 여아 파티마가 납치 살해된 사건에 시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멕시코에 만연한 여성 살해로 무고한 7살짜리 여아까지 희생되자 분노가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파티마의 집 앞과 검찰청 경찰청 등 건물 앞에서 "파티마에게 정의를", "7살짜리다. 파티마는 늦게 나가지도, 야한 옷을 입지도 않았다."라고 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멕시코 전역에서도 이번 시위의 불길이 번지고 있다.

희생된 7살 파티마 (출처:ABC)희생된 7살 파티마 (출처:ABC)

멕시코 7세 파티마 납치·살해 후 시신 유기…'여성 살해'에 분노

실종 나흘 만에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온 7살 소녀의 이름은 파티마 알드리게트.
현지시간 지난 11일, 멕시코시티에 사는 파티마는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실종됐다. 유가족에 따르면 파티마의 엄마는 15~20분 늦게 파티마를 데리러 갔는데 아이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가족들은 파티마가 실종됐다고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곧바로 수색에 나섰지만, 파티마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파티마는 동네 골목에서 검은색 쓰레기봉투에 담긴 시신으로 발견됐다. 파티마의 시신에는 성적으로 학대당한 흔적이 있었다. 시신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여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파티마인 것을 겨우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파티마 납치 용의자 (출처:CNN)파티마 납치 용의자 (출처:CNN)

파티마 살해 용의자 부부 체포…피해자와 아는 사이

지난 19일 밤, 파티마의 납치 살해 용의자 부부가 경찰에 체포됐다. 파티마가 하교 도중 엄마가 아닌 다른 여성과 같이 걸어가는 모습이 CCTV에 잡혔다. 경찰은 이 영상을 공개하고 수배에 나섰고, 쏟아진 제보덕에 이 여성의 신원은 곧바로 특정할 수 있었다.

지오바니라는 이름의 이 여성 집에선 파티마의 옷과 신발 등이 발견됐다. 멕시코시티에 있던 자신의 월셋집을 버리고 달아났던 지오바니와 남편은 은신처에서 체포됐다. 이들의 체포 과정에는 드론의 도움이 컸다고 경찰은 밝혔다.

붙잡힌 용의자는 피해자와 아는 사이였다. 특히 용의자 가운데 여성은 한때 파티마의 집에 함께 살기도 했던 파티마 엄마의 친구인 것으로 밝혀져 주위를 경악하게 했다.

파티마 엄마는 지인의 소개로 지오바니를 알게 됐고, 그녀가 남편의 폭력을 피해 달아났을 때 자신의 집에서 몇 주간 머물게 해줬다고 말했다. 파티마가 지오바니의 손을 잡고 순순히 따라 나선 이유가 밝혀졌다. 파티마가 아는 사람이다.

경찰은 금전이 범행 동기는 아니라고 밝혔다. 현지언론은 용의자 부부의 딸들을 건드리겠다는 남편의 협박에 못 이겨 지오바니가 파티마를 납치해 남편에게 데려다 줬고, 범행 후 발각될 것이 두려워 파티마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고 보도했다.

희생된 6세 여아와 로블레로 (출처:CNN)희생된 6세 여아와 로블레로 (출처:CNN)

6살 여아 성폭행 살해 용의자, 주민들에 산채로 화형당해

지난달 10일, 멕시코 치아파스주 카카호아탄 인근 작은 마을에서는 알프레도 로블레로라는 이름으로 밝혀진 한 남성이 주민들에게 심하게 폭행을 당한 뒤 산 채로 몸에 불이 붙여져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사건 발생 얼마 전, 교도소에서 출소한 것으로 알려진 로블레로는 전날 실종됐다가 다음 날 길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자리드라는 이름의 6살 여아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일부 주민들이 로블레로를 붙잡아 주먹으로 때리고 발길질을 한 다음 밧줄로 꽁꽁 묶어놓고 기름을 붓고 불까지 질렀다. 로블레로가 비명을 지르는 동안 주변에선 일부 남성이 야유를 퍼붓고 휘파람을 부는 모습이 담긴 사건 당시 영상이 SNS에서 퍼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현지 경찰은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법을 집행할 수는 없다"면서 "용의자의 죽음에 관여한 사람들을 찾아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티마에게 정의를” 시위 (출처:CNN)“파티마에게 정의를” 시위 (출처:CNN)

"파티마에게 정의를"…'하루 10명꼴' 여성 살해

아직 파티마 살해사건의 동기가 명확히 드러나진 않았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만연한 여성 살해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 파티마의 죽음 이후 멕시코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인터넷에서는 "파티마에게 정의를"(#JusticiaParaFatima)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쏟아졌다.

'여성 살해'를 뜻하는 페미사이드(femicide)는 여성에 대한 혐오나 성폭행 등의 직접적인 살인사건 내지 넓은 의미로는 여성이 피해자가 된 모든 살인 사건을 의미한다.

파티마 사건 등으로 '여성 살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의 불길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멕시코 하원은 지난 18일 '페미사이드' 형량을 종전 40~60년형에서 45~65년형으로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멕시코에서는 하루에 10명씩 여성이 살해되는 것으로 집계된다. 다른 살인사건과 마찬가지로 용의자 검거와 기소율은 극히 낮다. 지난해에만 3,800여 명의 여성이 살해됐으며 이 가운데 1,000여 명은 여성 혐오 살해의 희생자다. 특히 여아를 상대로 한 범죄도 크게 늘어 지난 5년 동안 여아 살해 사건은 96% 증가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여성 강력 범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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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멕시코 7살 여아 살해에 ‘분노’ 들끓어…“하루 10명꼴 여성 살해”
    • 입력 2020-02-21 11:09:26
    • 수정2020-02-21 11: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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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7세 여아 살해에 분노 시위 불길 (출처:CNN)

지금 멕시코는 7세 여아 파티마가 납치 살해된 사건에 시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멕시코에 만연한 여성 살해로 무고한 7살짜리 여아까지 희생되자 분노가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파티마의 집 앞과 검찰청 경찰청 등 건물 앞에서 "파티마에게 정의를", "7살짜리다. 파티마는 늦게 나가지도, 야한 옷을 입지도 않았다."라고 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멕시코 전역에서도 이번 시위의 불길이 번지고 있다.

희생된 7살 파티마 (출처:ABC)
멕시코 7세 파티마 납치·살해 후 시신 유기…'여성 살해'에 분노

실종 나흘 만에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온 7살 소녀의 이름은 파티마 알드리게트.
현지시간 지난 11일, 멕시코시티에 사는 파티마는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실종됐다. 유가족에 따르면 파티마의 엄마는 15~20분 늦게 파티마를 데리러 갔는데 아이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가족들은 파티마가 실종됐다고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곧바로 수색에 나섰지만, 파티마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파티마는 동네 골목에서 검은색 쓰레기봉투에 담긴 시신으로 발견됐다. 파티마의 시신에는 성적으로 학대당한 흔적이 있었다. 시신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여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파티마인 것을 겨우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파티마 납치 용의자 (출처:CNN)
파티마 살해 용의자 부부 체포…피해자와 아는 사이

지난 19일 밤, 파티마의 납치 살해 용의자 부부가 경찰에 체포됐다. 파티마가 하교 도중 엄마가 아닌 다른 여성과 같이 걸어가는 모습이 CCTV에 잡혔다. 경찰은 이 영상을 공개하고 수배에 나섰고, 쏟아진 제보덕에 이 여성의 신원은 곧바로 특정할 수 있었다.

지오바니라는 이름의 이 여성 집에선 파티마의 옷과 신발 등이 발견됐다. 멕시코시티에 있던 자신의 월셋집을 버리고 달아났던 지오바니와 남편은 은신처에서 체포됐다. 이들의 체포 과정에는 드론의 도움이 컸다고 경찰은 밝혔다.

붙잡힌 용의자는 피해자와 아는 사이였다. 특히 용의자 가운데 여성은 한때 파티마의 집에 함께 살기도 했던 파티마 엄마의 친구인 것으로 밝혀져 주위를 경악하게 했다.

파티마 엄마는 지인의 소개로 지오바니를 알게 됐고, 그녀가 남편의 폭력을 피해 달아났을 때 자신의 집에서 몇 주간 머물게 해줬다고 말했다. 파티마가 지오바니의 손을 잡고 순순히 따라 나선 이유가 밝혀졌다. 파티마가 아는 사람이다.

경찰은 금전이 범행 동기는 아니라고 밝혔다. 현지언론은 용의자 부부의 딸들을 건드리겠다는 남편의 협박에 못 이겨 지오바니가 파티마를 납치해 남편에게 데려다 줬고, 범행 후 발각될 것이 두려워 파티마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고 보도했다.

희생된 6세 여아와 로블레로 (출처:CNN)
6살 여아 성폭행 살해 용의자, 주민들에 산채로 화형당해

지난달 10일, 멕시코 치아파스주 카카호아탄 인근 작은 마을에서는 알프레도 로블레로라는 이름으로 밝혀진 한 남성이 주민들에게 심하게 폭행을 당한 뒤 산 채로 몸에 불이 붙여져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사건 발생 얼마 전, 교도소에서 출소한 것으로 알려진 로블레로는 전날 실종됐다가 다음 날 길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자리드라는 이름의 6살 여아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일부 주민들이 로블레로를 붙잡아 주먹으로 때리고 발길질을 한 다음 밧줄로 꽁꽁 묶어놓고 기름을 붓고 불까지 질렀다. 로블레로가 비명을 지르는 동안 주변에선 일부 남성이 야유를 퍼붓고 휘파람을 부는 모습이 담긴 사건 당시 영상이 SNS에서 퍼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현지 경찰은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법을 집행할 수는 없다"면서 "용의자의 죽음에 관여한 사람들을 찾아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티마에게 정의를” 시위 (출처:CNN)
"파티마에게 정의를"…'하루 10명꼴' 여성 살해

아직 파티마 살해사건의 동기가 명확히 드러나진 않았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만연한 여성 살해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 파티마의 죽음 이후 멕시코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인터넷에서는 "파티마에게 정의를"(#JusticiaParaFatima)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쏟아졌다.

'여성 살해'를 뜻하는 페미사이드(femicide)는 여성에 대한 혐오나 성폭행 등의 직접적인 살인사건 내지 넓은 의미로는 여성이 피해자가 된 모든 살인 사건을 의미한다.

파티마 사건 등으로 '여성 살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의 불길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멕시코 하원은 지난 18일 '페미사이드' 형량을 종전 40~60년형에서 45~65년형으로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멕시코에서는 하루에 10명씩 여성이 살해되는 것으로 집계된다. 다른 살인사건과 마찬가지로 용의자 검거와 기소율은 극히 낮다. 지난해에만 3,800여 명의 여성이 살해됐으며 이 가운데 1,000여 명은 여성 혐오 살해의 희생자다. 특히 여아를 상대로 한 범죄도 크게 늘어 지난 5년 동안 여아 살해 사건은 96% 증가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여성 강력 범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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