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J 팩터뷰] 언론이 퇴출한 22살 여성…숙대 사건의 재구성
입력 2020.02.22 (08:01) 저널리즘 토크쇼 J
자동재생
동영상영역 시작
[J 팩터뷰] 언론이 퇴출한 22살 여성…숙대 사건의 재구성
동영상영역 끝
지난달 30일 오전, 기사 하나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왔다. '남→여' 성전환 20대, 여대생 된다’ 라는 단독 보도(뉴시스)였다. 지난해 8월 태국서 성전환 수술을 하고 성별도 이미 정정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숙명여대에 합격했다는 것. 기사의 주인공인 트렌스여성의 숙명여대 합격증 사진도 함께였다. 첫 보도가 나가자마자 이 여성을 향한 언론의 관심이 뜨거웠다. 포털사이트 다음(DAUM)기준으로, 보도 당일에만 115건의 관련 기사가 쏟아졌고, 지난 2월 16일까지를 기준으로 하면 누적 기사 건수는 430건에 이른다.

기사 제목들은 '트렌스젠더, 숙대 합격'→ '학생들 강력 반발...두 쪽 난 숙명여대'→'A 씨, 결국 입학 포기'로 바뀌었고,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됐다. 사안의 당사자인 A 씨는 언론이 보도한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지켜봤을까. A 씨는 '저널리즘 토크쇼 J(이하 J)' 제작진을 만나, 이번 사건을 겪으며 접한 언론, 그리고 성소수자를 대하는 언론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 A 씨의 숙명여대 합격, 어떻게 세상에 알려졌나

기자: 단독 보도를 통해 숙명여대 입학 소식이 세상에 알려졌어요.

트렌스여성 A 씨 : 트렌스젠더 여성도 평범한 이들과 함께 대학에 다닐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뜻에, 용기를 내서 취재에 응하게 됐어요. 그런데 '단독', '특종'을 달고 이렇게 크게 보도될 줄은 몰랐어요. 조그맣게 실려서 조용히 묻힐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마치 제가 처음부터 여대라는 공간에 들어가겠다는 의도를 굳게 가지고 원서를 쓰고 모든 걸 주도면밀하게 일을 벌인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그런 것 때문에 많은 비난이 쏟아진 것 같아요. 저는 수험생활을 마치고 점수대로 합격이 가능한 대학에 원서를 내고 공평하게 합격 과정을 거쳤는데, 그런 시선은 참 억울했어요.

# 동의 없이 보도된 사생활, 가십거리로 소비되다

기자: A 씨의 합격 소식 자체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많은 언론사에서 연락을 받았겠어요.

A 씨 : 네. 정말 많은 기자들이 제 연락처를 알아내 수없이 연락해왔어요. 가장 불쾌했던 경험은, 제가 별로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한 기자의 연락에 시달렸던 때에요.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하면서 ‘최근에 정신과도 다녀왔다. 너무 힘드니 연락을 더 하지 말아달라’고 이야기했거든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기자가 녹음해서 음성 변조해 사용하고, 제가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는 내용까지 기사에 나갔어요. 어떻게 인터뷰를 거절하면서 한 이야기를 녹음해서 보도할 수 있나요? 그 보도 이후 사람들이 ‘너가 뭐라고 정신과를 갔다오냐’라는 악성 댓글들이 이어졌어요. 당황스럽고 고통스러웠어요.

JTBC화면JTBC화면

트렌스젠더 여성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또 다른 이들과 어떻게 소통하기 위해 고민하는지 들여다보려는 보도라면 기꺼이 인터뷰에 응했겠지만, 대부분은 저의 이야기, 그리고 숙명여대 학생들이 제 입학에 반발한다는 사실에 대한 반응들이 궁금할 뿐이었습니다. 언론이 제 이야기를 가십거리로 소비하는 것은 어느 정도 스스로 감내할 수 있는데, 이렇게 단편적인 기사만 나가면 성소수자들의 이미지는 어떻게 비춰질까. 분명히 대부분은 그런 기사에 나온 단편적인 면만 보고, 이미지를 형성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트렌스젠더 여성은, 여학생들의 반발로 숙대 입학을 포기했다?

기자: ‘숙대 성전환 합격, 두 쪽 난 여대···페미 단체 "1만 명 반대 서명"(중앙일보 2월 5일자) 등 교내에서 큰 갈등이 빚어지는 모습으로 보도됐는데요. 이 같은 기사들을 보면서 여러 감정이 들었을 것 같아요.

중앙일보중앙일보



연합뉴스연합뉴스

A 씨: 딱히 학교에 대한 서운한 감정은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를 싫어하셨던 분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저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도 많았으니 덕분에 감사하고 힘을 얻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언론을 통해서 비춰진 제 모습은 일부에 불과한 것이기에, 숙명여대 학생들의 이야기도 일부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과 접촉을 해본 적도 없기 때문에, 저 역시 저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을 언론을 통해서만 접했어요. 결국은 제가 일단 그 사회에 속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 커져 스스로 입학을 포기했고 한 짐을 내려놓은 것이긴 하죠. 개인적으로 입학 포기라는 방법으로 상황이 마무리됐지만,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제가 논의를 던졌으니, 이 사안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데까지는 시일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 성소수자 보도, 이런 점은 잘못됐다

A씨: 예를 들어, 어떤 범죄가 일어났는데 '알고 보니 동성애자', '알고 보니 게이'... 이런 식으로 쓰여진 기사들이 참 많아요. 더 자극적으로 읽히기 때문에 제목으로 뽑은 것이라는 것을 알아요. 그런데 범죄사실과 별개로 성적 정체성을 끌어다 쓰는 의도는 무엇일까요? ‘평범한 우리들과 다른 이들이 벌인 일’로 치부하면서 이른바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이죠. 언론이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는 행위입니다.

갈등은 여전히 있고 앞으로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갈등을 통해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지저분한 싸움의 현장들만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조장하는 역할을, 언론이 더는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기사에 쓰여진 사소한 문구들을 보면 ‘과연 이 기자는,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느껴집니다. ‘여성으로 성장하는 남성’, ‘여대생으로 변신한 남자’ 등, 성소수자들의 고민과 상황은 전혀 담기지 않은 채 쓰여진 문구들은 사회의 인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언론이 알았으면 합니다. 글은 기자의 생각을 비춰줄 뿐 아니라, 사회를 대변하는 것이기에 조심해주신다면 좋겠어요.

# ‘두 쪽 난 숙명여대?’…"갈등을 바란 건 언론"

그렇다면, 뜨거운 논란과 갈등의 장으로 표현된 숙명여대는 어떤 상황일까. 캠퍼스를 찾아간 취재진은 학생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고, 허락받지 않은 취재진은 캠퍼스 출입 자체가 금지된 상황임을 알게 됐다. 너무 많은 기자들이 찾아와 학생들을 붙잡고 찬, 반 의견을 물어 기사화하거나 재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는 온라인 채팅창까지 캡처해 보도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학교와 학생들이 모두 원한 조치라고 했다.

학생들은 "갈등을 바란 건 언론"이었다는 공통된 의견을 'J'에 전했다. 트렌스여성을 학우로 맞이하는 데에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 것은 당연하며, 현실적으로 마주할 문제들에 대해 해법을 논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극단적인 의견들을 중계 보도함으로써 학생들의 대화와 토론조차 막아버렸다고 비판했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공간에서조차 이 사건을 화두에 올리지 않는 분위기, 언론이 한몫을 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숙명여대 재학생 1 : 학생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기사화되는 분위기라니, 정말 불편해요. 취재진들이 캠퍼스를 돌아다니면서 찬성, 반대 의견을 묻고 크게 기사로 쓰거나 학생들만 들어가는 커뮤니티에 있는 글들을 ‘단독’ 타이틀과 함께 기사화하는 걸 보면, 언론이야말로 학생들이 양 갈래로 나뉘어 싸우길 간절히 바라는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일부 이런 의견들이 있을 수 있겠다는 것을 참고할 뿐, 막상 학생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그렇게 공개적으로 표현하며 싸우고 대립하지 않았거든요.

재학생 2: 트렌스젠더 여성의 입학에 대한 의견을 밝힌 한두 사람의 의견이 ‘숙명여대생’ 전체 의견으로 보도되는 건 잘못된 거죠. 그런 보도가 오히려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막는 것 아닐까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입학 소식을 듣고, 어떻게 함께 지낼 수 있을까 등을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구체적인 공론장이 마련되기도 전에 입학을 포기했다고 하니 안타까웠습니다.

재학생 3: 비단 숙대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를 놓고 봐도 저마다 생각이 다른 사안인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기사들보다는 한쪽에만 편중돼서 갈등을 보도한 기사들이 많았어요. 숙대가 여대이고, 사회에 비하면 작은 공동체이다 보니 소수의 의견들이 과대 포장돼 표출되는 것처럼 언론이 보도한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데, 언론은 제대로 된 공론장 역할을 하지 못했어요.



저널리즘토크쇼J'(이하 J)가 시즌2를 맞아 〈J팩터뷰〉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언론 보도로 논란이 된 인물을 직접 만나 언론에 보도된 이야기와 다른 진실은 무엇이 있는지, 왜곡과 맥락은 없었는지를 취재해 기사 뒤에 숨겨졌던 '팩트'를 전달하려 합니다. 언론이 보도한 단편적인 현상들 이면의 진짜 이야기들도 함께 전달합니다.

J 78회 <"존재를 부정합니다" 언론이 퇴출한 22살 여대생>
'저널리즘토크쇼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J 78회는 〈"존재를 부정합니다" 언론이 퇴출한 22살 여대생 〉이라는 주제로 오는 23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이상호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 김빛이라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 [J 팩터뷰] 언론이 퇴출한 22살 여성…숙대 사건의 재구성
    • 입력 2020.02.22 (08:01)
    저널리즘 토크쇼 J
[J 팩터뷰] 언론이 퇴출한 22살 여성…숙대 사건의 재구성
지난달 30일 오전, 기사 하나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왔다. '남→여' 성전환 20대, 여대생 된다’ 라는 단독 보도(뉴시스)였다. 지난해 8월 태국서 성전환 수술을 하고 성별도 이미 정정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숙명여대에 합격했다는 것. 기사의 주인공인 트렌스여성의 숙명여대 합격증 사진도 함께였다. 첫 보도가 나가자마자 이 여성을 향한 언론의 관심이 뜨거웠다. 포털사이트 다음(DAUM)기준으로, 보도 당일에만 115건의 관련 기사가 쏟아졌고, 지난 2월 16일까지를 기준으로 하면 누적 기사 건수는 430건에 이른다.

기사 제목들은 '트렌스젠더, 숙대 합격'→ '학생들 강력 반발...두 쪽 난 숙명여대'→'A 씨, 결국 입학 포기'로 바뀌었고,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됐다. 사안의 당사자인 A 씨는 언론이 보도한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지켜봤을까. A 씨는 '저널리즘 토크쇼 J(이하 J)' 제작진을 만나, 이번 사건을 겪으며 접한 언론, 그리고 성소수자를 대하는 언론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 A 씨의 숙명여대 합격, 어떻게 세상에 알려졌나

기자: 단독 보도를 통해 숙명여대 입학 소식이 세상에 알려졌어요.

트렌스여성 A 씨 : 트렌스젠더 여성도 평범한 이들과 함께 대학에 다닐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뜻에, 용기를 내서 취재에 응하게 됐어요. 그런데 '단독', '특종'을 달고 이렇게 크게 보도될 줄은 몰랐어요. 조그맣게 실려서 조용히 묻힐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마치 제가 처음부터 여대라는 공간에 들어가겠다는 의도를 굳게 가지고 원서를 쓰고 모든 걸 주도면밀하게 일을 벌인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그런 것 때문에 많은 비난이 쏟아진 것 같아요. 저는 수험생활을 마치고 점수대로 합격이 가능한 대학에 원서를 내고 공평하게 합격 과정을 거쳤는데, 그런 시선은 참 억울했어요.

# 동의 없이 보도된 사생활, 가십거리로 소비되다

기자: A 씨의 합격 소식 자체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많은 언론사에서 연락을 받았겠어요.

A 씨 : 네. 정말 많은 기자들이 제 연락처를 알아내 수없이 연락해왔어요. 가장 불쾌했던 경험은, 제가 별로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한 기자의 연락에 시달렸던 때에요.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하면서 ‘최근에 정신과도 다녀왔다. 너무 힘드니 연락을 더 하지 말아달라’고 이야기했거든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기자가 녹음해서 음성 변조해 사용하고, 제가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는 내용까지 기사에 나갔어요. 어떻게 인터뷰를 거절하면서 한 이야기를 녹음해서 보도할 수 있나요? 그 보도 이후 사람들이 ‘너가 뭐라고 정신과를 갔다오냐’라는 악성 댓글들이 이어졌어요. 당황스럽고 고통스러웠어요.

JTBC화면JTBC화면

트렌스젠더 여성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또 다른 이들과 어떻게 소통하기 위해 고민하는지 들여다보려는 보도라면 기꺼이 인터뷰에 응했겠지만, 대부분은 저의 이야기, 그리고 숙명여대 학생들이 제 입학에 반발한다는 사실에 대한 반응들이 궁금할 뿐이었습니다. 언론이 제 이야기를 가십거리로 소비하는 것은 어느 정도 스스로 감내할 수 있는데, 이렇게 단편적인 기사만 나가면 성소수자들의 이미지는 어떻게 비춰질까. 분명히 대부분은 그런 기사에 나온 단편적인 면만 보고, 이미지를 형성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트렌스젠더 여성은, 여학생들의 반발로 숙대 입학을 포기했다?

기자: ‘숙대 성전환 합격, 두 쪽 난 여대···페미 단체 "1만 명 반대 서명"(중앙일보 2월 5일자) 등 교내에서 큰 갈등이 빚어지는 모습으로 보도됐는데요. 이 같은 기사들을 보면서 여러 감정이 들었을 것 같아요.

중앙일보중앙일보



연합뉴스연합뉴스

A 씨: 딱히 학교에 대한 서운한 감정은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를 싫어하셨던 분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저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도 많았으니 덕분에 감사하고 힘을 얻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언론을 통해서 비춰진 제 모습은 일부에 불과한 것이기에, 숙명여대 학생들의 이야기도 일부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과 접촉을 해본 적도 없기 때문에, 저 역시 저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을 언론을 통해서만 접했어요. 결국은 제가 일단 그 사회에 속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 커져 스스로 입학을 포기했고 한 짐을 내려놓은 것이긴 하죠. 개인적으로 입학 포기라는 방법으로 상황이 마무리됐지만,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제가 논의를 던졌으니, 이 사안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데까지는 시일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 성소수자 보도, 이런 점은 잘못됐다

A씨: 예를 들어, 어떤 범죄가 일어났는데 '알고 보니 동성애자', '알고 보니 게이'... 이런 식으로 쓰여진 기사들이 참 많아요. 더 자극적으로 읽히기 때문에 제목으로 뽑은 것이라는 것을 알아요. 그런데 범죄사실과 별개로 성적 정체성을 끌어다 쓰는 의도는 무엇일까요? ‘평범한 우리들과 다른 이들이 벌인 일’로 치부하면서 이른바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이죠. 언론이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는 행위입니다.

갈등은 여전히 있고 앞으로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갈등을 통해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지저분한 싸움의 현장들만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조장하는 역할을, 언론이 더는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기사에 쓰여진 사소한 문구들을 보면 ‘과연 이 기자는,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느껴집니다. ‘여성으로 성장하는 남성’, ‘여대생으로 변신한 남자’ 등, 성소수자들의 고민과 상황은 전혀 담기지 않은 채 쓰여진 문구들은 사회의 인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언론이 알았으면 합니다. 글은 기자의 생각을 비춰줄 뿐 아니라, 사회를 대변하는 것이기에 조심해주신다면 좋겠어요.

# ‘두 쪽 난 숙명여대?’…"갈등을 바란 건 언론"

그렇다면, 뜨거운 논란과 갈등의 장으로 표현된 숙명여대는 어떤 상황일까. 캠퍼스를 찾아간 취재진은 학생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고, 허락받지 않은 취재진은 캠퍼스 출입 자체가 금지된 상황임을 알게 됐다. 너무 많은 기자들이 찾아와 학생들을 붙잡고 찬, 반 의견을 물어 기사화하거나 재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는 온라인 채팅창까지 캡처해 보도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학교와 학생들이 모두 원한 조치라고 했다.

학생들은 "갈등을 바란 건 언론"이었다는 공통된 의견을 'J'에 전했다. 트렌스여성을 학우로 맞이하는 데에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 것은 당연하며, 현실적으로 마주할 문제들에 대해 해법을 논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극단적인 의견들을 중계 보도함으로써 학생들의 대화와 토론조차 막아버렸다고 비판했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공간에서조차 이 사건을 화두에 올리지 않는 분위기, 언론이 한몫을 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숙명여대 재학생 1 : 학생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기사화되는 분위기라니, 정말 불편해요. 취재진들이 캠퍼스를 돌아다니면서 찬성, 반대 의견을 묻고 크게 기사로 쓰거나 학생들만 들어가는 커뮤니티에 있는 글들을 ‘단독’ 타이틀과 함께 기사화하는 걸 보면, 언론이야말로 학생들이 양 갈래로 나뉘어 싸우길 간절히 바라는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일부 이런 의견들이 있을 수 있겠다는 것을 참고할 뿐, 막상 학생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그렇게 공개적으로 표현하며 싸우고 대립하지 않았거든요.

재학생 2: 트렌스젠더 여성의 입학에 대한 의견을 밝힌 한두 사람의 의견이 ‘숙명여대생’ 전체 의견으로 보도되는 건 잘못된 거죠. 그런 보도가 오히려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막는 것 아닐까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입학 소식을 듣고, 어떻게 함께 지낼 수 있을까 등을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구체적인 공론장이 마련되기도 전에 입학을 포기했다고 하니 안타까웠습니다.

재학생 3: 비단 숙대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를 놓고 봐도 저마다 생각이 다른 사안인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기사들보다는 한쪽에만 편중돼서 갈등을 보도한 기사들이 많았어요. 숙대가 여대이고, 사회에 비하면 작은 공동체이다 보니 소수의 의견들이 과대 포장돼 표출되는 것처럼 언론이 보도한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데, 언론은 제대로 된 공론장 역할을 하지 못했어요.



저널리즘토크쇼J'(이하 J)가 시즌2를 맞아 〈J팩터뷰〉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언론 보도로 논란이 된 인물을 직접 만나 언론에 보도된 이야기와 다른 진실은 무엇이 있는지, 왜곡과 맥락은 없었는지를 취재해 기사 뒤에 숨겨졌던 '팩트'를 전달하려 합니다. 언론이 보도한 단편적인 현상들 이면의 진짜 이야기들도 함께 전달합니다.

J 78회 <"존재를 부정합니다" 언론이 퇴출한 22살 여대생>
'저널리즘토크쇼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J 78회는 〈"존재를 부정합니다" 언론이 퇴출한 22살 여대생 〉이라는 주제로 오는 23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이상호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 김빛이라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

    KBS사이트에서 소셜계정으로 로그인한 이용자는 댓글 이용시 KBS회원으로 표시되고
    댓글창을 통해 소셜계정으로 로그인한 이용자는 소셜회원으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