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잘못됐으니 사직서 써”…사학재단의 갑질

입력 2020.02.23 (08:02) 수정 2020.02.2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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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의 한 사립 초등학교인 우촌초등학교 행정실 직원들은 사학재단으로부터 사직서를 쓰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전체 행정실 직원 14명 가운데 12명이 통보를 받았습니다.

직원들이 사직서를 내지 않자, 재단 관계자는 한 명씩 면담하면서 사직서 제출을 강요했습니다.

재단이 직원들에게 사직서를 받아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재단은 서류 절차가 빠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사학법을 보면 '학교 직원을 뽑을 때 교장이 제청해 재단이 임용'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생략됐다는 겁니다. 또한, '특별한 일'이 없으면 다시 임용하겠다고 직원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20년을 근무한 직원들은 갑자기 왜 자신들이 사직서를 써야 하냐며 분통을 터트립니다.

사직서를 강요받아 불안감을 호소하는 우촌초등학교 행정 직원들이 KBS 취재진과 만났다.사직서를 강요받아 불안감을 호소하는 우촌초등학교 행정 직원들이 KBS 취재진과 만났다.

우촌초 행정직원 A 씨
"'지금이라도 잘못됐으니까 교장 선생님이 모두 제청하라고 해서 법인(재단)에서 승인해주면 되지 않냐? 굳이 이렇게까지 왜 하시냐?'라고 했더니 본인(재단 관계자)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사회 회의에서 그렇게 의결이 났다고…"


■ 사직서에 '이의제기 않겠다' 각서까지 받아…직원 "직원 자르려는 작업"

우촌초 직원들은 사직 절차만 밟고 다시 임용하겠다는 재단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습니다. 사직서와 같이 받으려는 각서 때문입니다.

각서는 '다른 업무로 보직 변경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라는 내용입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업무를 맡겨 제 발로 학교를 떠나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보는 겁니다.

그리고 직원 사직서를 받아내는 재단 뒤에는 학교재단 설립자이자 전 이사장인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우촌초 행정직원 B 씨
"설립자인 이규태 회장이 학교 부장들과 모임에서 '학교에서 견디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보직변경을 해서 기존 받던 월급보다 줄이면 당연히 나가겠지'라고 말했어요."


■ '스마트스쿨' 사업으로 재단·학교직원 갈등…교육청 감사 끝에 사업 무산

직원들에게 사직서와 각서를 받으려는 재단, 재단 행동이 부당하다는 학교 직원.

이들의 갈등은 지난해부터 시작됐습니다. 재단은 태블릿PC와 디지털 교과서 등을 이용해 수업할 수 있는 '스마트스쿨'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문제는 사업 규모였습니다. 재단은 학교 교비 23억 원을 '스마트스쿨' 사업에 쓰겠다고 했는데, 그 비용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일반 공립학교에서 쓰는 비용보다 90배 이상 비쌌기 때문입니다.

결국, 학교 직원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서울시 교육청 감사가 이뤄졌습니다. 감사 결과, 무리한 사업이라는 지적과 함께 우촌초의 '스마트스쿨' 사업은 무산됐습니다.

지난해 재단이 추진한 '스마트스쿨' 사업 계약서. 사업 규모가 총 23억 원에 이르지만, 몇몇 항목의 사업비 책정 액수가 터무니 없이 많다는 논란이 있었다.지난해 재단이 추진한 '스마트스쿨' 사업 계약서. 사업 규모가 총 23억 원에 이르지만, 몇몇 항목의 사업비 책정 액수가 터무니 없이 많다는 논란이 있었다.

연관기사 : '스마트스쿨에 23억 원?…초등학교의 수상한 계약' (KBS1TV '뉴스7' 2019.7.19)

사업 무산 이후, 직원들은 재단이 학교에서 재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을 솎아내려는 의도로 사직서와 각서를 받아내려 한다고 주장합니다.

재단 측은 채용 과정상 하자를 바로잡는 조치로 사직서를 받으려는 것일 뿐,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재단은 종교를 이유로 교사 채용을 안 한 사건도 시 교육청의 감사에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우촌초에서 벌어진 사학재단의 '고용과 채용' 갑질 문제는 KBS 1TV 방송 뉴스를 통해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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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류 잘못됐으니 사직서 써”…사학재단의 갑질
    • 입력 2020-02-23 08:02:29
    • 수정2020-02-23 16:56:16
    취재K
지난달 서울의 한 사립 초등학교인 우촌초등학교 행정실 직원들은 사학재단으로부터 사직서를 쓰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전체 행정실 직원 14명 가운데 12명이 통보를 받았습니다.

직원들이 사직서를 내지 않자, 재단 관계자는 한 명씩 면담하면서 사직서 제출을 강요했습니다.

재단이 직원들에게 사직서를 받아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재단은 서류 절차가 빠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사학법을 보면 '학교 직원을 뽑을 때 교장이 제청해 재단이 임용'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생략됐다는 겁니다. 또한, '특별한 일'이 없으면 다시 임용하겠다고 직원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20년을 근무한 직원들은 갑자기 왜 자신들이 사직서를 써야 하냐며 분통을 터트립니다.

사직서를 강요받아 불안감을 호소하는 우촌초등학교 행정 직원들이 KBS 취재진과 만났다.
우촌초 행정직원 A 씨
"'지금이라도 잘못됐으니까 교장 선생님이 모두 제청하라고 해서 법인(재단)에서 승인해주면 되지 않냐? 굳이 이렇게까지 왜 하시냐?'라고 했더니 본인(재단 관계자)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사회 회의에서 그렇게 의결이 났다고…"


■ 사직서에 '이의제기 않겠다' 각서까지 받아…직원 "직원 자르려는 작업"

우촌초 직원들은 사직 절차만 밟고 다시 임용하겠다는 재단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습니다. 사직서와 같이 받으려는 각서 때문입니다.

각서는 '다른 업무로 보직 변경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라는 내용입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업무를 맡겨 제 발로 학교를 떠나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보는 겁니다.

그리고 직원 사직서를 받아내는 재단 뒤에는 학교재단 설립자이자 전 이사장인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우촌초 행정직원 B 씨
"설립자인 이규태 회장이 학교 부장들과 모임에서 '학교에서 견디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보직변경을 해서 기존 받던 월급보다 줄이면 당연히 나가겠지'라고 말했어요."


■ '스마트스쿨' 사업으로 재단·학교직원 갈등…교육청 감사 끝에 사업 무산

직원들에게 사직서와 각서를 받으려는 재단, 재단 행동이 부당하다는 학교 직원.

이들의 갈등은 지난해부터 시작됐습니다. 재단은 태블릿PC와 디지털 교과서 등을 이용해 수업할 수 있는 '스마트스쿨'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문제는 사업 규모였습니다. 재단은 학교 교비 23억 원을 '스마트스쿨' 사업에 쓰겠다고 했는데, 그 비용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일반 공립학교에서 쓰는 비용보다 90배 이상 비쌌기 때문입니다.

결국, 학교 직원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서울시 교육청 감사가 이뤄졌습니다. 감사 결과, 무리한 사업이라는 지적과 함께 우촌초의 '스마트스쿨' 사업은 무산됐습니다.

지난해 재단이 추진한 '스마트스쿨' 사업 계약서. 사업 규모가 총 23억 원에 이르지만, 몇몇 항목의 사업비 책정 액수가 터무니 없이 많다는 논란이 있었다.
연관기사 : '스마트스쿨에 23억 원?…초등학교의 수상한 계약' (KBS1TV '뉴스7' 2019.7.19)

사업 무산 이후, 직원들은 재단이 학교에서 재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을 솎아내려는 의도로 사직서와 각서를 받아내려 한다고 주장합니다.

재단 측은 채용 과정상 하자를 바로잡는 조치로 사직서를 받으려는 것일 뿐,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재단은 종교를 이유로 교사 채용을 안 한 사건도 시 교육청의 감사에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우촌초에서 벌어진 사학재단의 '고용과 채용' 갑질 문제는 KBS 1TV 방송 뉴스를 통해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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