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전에 장례 치르도록”…청와대 108배 돌입

입력 2020.02.2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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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24일) 故 문중원 기수가 한국마사회 내부 비리를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88일이 지났습니다.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빈소와 함께 고인을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신 지도 두 달째입니다.

마사회 측과 교섭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자 시민대책위원회는 정부를 상대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투쟁 노선을 전환했습니다. 당초 그제(22일) 전국 각지에서 모이는 '고 문중원 열사 희망 버스'도 준비했는데 코로나19의 확진자가 많이 증가하면서 감염 우려로 불가피하게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문 기수의 유가족들은 대신 오늘(24일) 청와대를 찾았습니다. 문 기수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방지책이 나올 때까지 매일 청와대 앞에서 108배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 "100일 되기 전에 장례를 치르게 해주세요"

오늘 낮 12시 청와대 사랑채 앞에 문 기수의 유가족 등 10여 명이 모였습니다. 유가족들은 곧 문 기수가 세상을 떠난 지 100일이 다가오는데 그 전에 장례를 치르게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문 기수의 장인 오준식 씨가 청와대 앞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문 기수의 장인 오준식 씨가 청와대 앞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기수의 장인인 오준식 씨는 "손녀가 하늘나라로 간 아빠라고 말하며 슬퍼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며 "손녀가 대통령 할아버지 우리 아빠 좀 따뜻한 하늘나라로 보내달라는 편지도 남겼다"고 말했습니다.

오 씨는 "중원이가 유서에 남긴 불법 행위자는 아직 마사회의 처벌도 받지 않았다"며 "죽음의 원인이라도 밝혀야 장례를 치를 텐데 대통령께서 100일 전에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꼭 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108번의 절을 할 때마다 구호를 외치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습니다.

108배를 진행하고 있는 문 기수의 유가족과 관계자들.108배를 진행하고 있는 문 기수의 유가족과 관계자들.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을 요구합니다”
“한국마사회의 제대로 된 적폐청산을 촉구합니다”
“죽음의 경마를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합니다”
“한국마사회 전면개혁, 대통령이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일터에서 죽지 않고 차별받지 않는 정부 역할을 촉구합니다”


■ "정부에게 더 큰 책임 있어" 매일 108배 진행

문 기수가 숨진 부산·경남 경마공원에서는 지금까지 7명의 기수와 말 관리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는 상황, 불안한 고용과 적은 급여 등 열악한 환경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진기영 시민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초반이던 지난 2017년 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말 관리사 두 명이 갑질 피해로 사망했다"며 "당시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정부·여당과 한국마사회 공공운수노조가 제도개선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두 명의 기수가 또 죽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진 위원장은 "공공기관의 관리 책임은 정부에게 있고, 공공기관에서 반복되는 노동자들의 죽음은 (정부에) 더 큰 책임이 있다"며 "100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기 전에 정부와 여당이 자기 역할을 다해서 문 기수의 장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는 3월 7일이면 문 기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 100일이 됩니다. 시민대책위는 그 전에 문 기수의 장례를 치르게 하려고 총력 대응을 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이렇다 할 단체 행동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민대책위는 지난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마사회의 처벌과 제도 개선, 집권당 원내대표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대안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이낙연 전 총리에게도 면담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시민대책위는 코로나19의 확산 세로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이대로 해결되지 않은 채 묻힐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단체행동은 힘들지만, 문 기수의 유가족들은 내일도 청와대 앞에서 108배를 하며 문을 두드릴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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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일 전에 장례 치르도록”…청와대 108배 돌입
    • 입력 2020-02-24 16:12:25
    취재K
오늘로(24일) 故 문중원 기수가 한국마사회 내부 비리를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88일이 지났습니다.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빈소와 함께 고인을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신 지도 두 달째입니다.

마사회 측과 교섭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자 시민대책위원회는 정부를 상대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투쟁 노선을 전환했습니다. 당초 그제(22일) 전국 각지에서 모이는 '고 문중원 열사 희망 버스'도 준비했는데 코로나19의 확진자가 많이 증가하면서 감염 우려로 불가피하게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문 기수의 유가족들은 대신 오늘(24일) 청와대를 찾았습니다. 문 기수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방지책이 나올 때까지 매일 청와대 앞에서 108배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 "100일 되기 전에 장례를 치르게 해주세요"

오늘 낮 12시 청와대 사랑채 앞에 문 기수의 유가족 등 10여 명이 모였습니다. 유가족들은 곧 문 기수가 세상을 떠난 지 100일이 다가오는데 그 전에 장례를 치르게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문 기수의 장인 오준식 씨가 청와대 앞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기수의 장인인 오준식 씨는 "손녀가 하늘나라로 간 아빠라고 말하며 슬퍼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며 "손녀가 대통령 할아버지 우리 아빠 좀 따뜻한 하늘나라로 보내달라는 편지도 남겼다"고 말했습니다.

오 씨는 "중원이가 유서에 남긴 불법 행위자는 아직 마사회의 처벌도 받지 않았다"며 "죽음의 원인이라도 밝혀야 장례를 치를 텐데 대통령께서 100일 전에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꼭 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108번의 절을 할 때마다 구호를 외치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습니다.

108배를 진행하고 있는 문 기수의 유가족과 관계자들.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을 요구합니다”
“한국마사회의 제대로 된 적폐청산을 촉구합니다”
“죽음의 경마를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합니다”
“한국마사회 전면개혁, 대통령이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일터에서 죽지 않고 차별받지 않는 정부 역할을 촉구합니다”


■ "정부에게 더 큰 책임 있어" 매일 108배 진행

문 기수가 숨진 부산·경남 경마공원에서는 지금까지 7명의 기수와 말 관리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는 상황, 불안한 고용과 적은 급여 등 열악한 환경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진기영 시민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초반이던 지난 2017년 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말 관리사 두 명이 갑질 피해로 사망했다"며 "당시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정부·여당과 한국마사회 공공운수노조가 제도개선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두 명의 기수가 또 죽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진 위원장은 "공공기관의 관리 책임은 정부에게 있고, 공공기관에서 반복되는 노동자들의 죽음은 (정부에) 더 큰 책임이 있다"며 "100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기 전에 정부와 여당이 자기 역할을 다해서 문 기수의 장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는 3월 7일이면 문 기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 100일이 됩니다. 시민대책위는 그 전에 문 기수의 장례를 치르게 하려고 총력 대응을 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이렇다 할 단체 행동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민대책위는 지난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마사회의 처벌과 제도 개선, 집권당 원내대표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대안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이낙연 전 총리에게도 면담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시민대책위는 코로나19의 확산 세로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이대로 해결되지 않은 채 묻힐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단체행동은 힘들지만, 문 기수의 유가족들은 내일도 청와대 앞에서 108배를 하며 문을 두드릴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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