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단꿈이 악몽으로”…모리셔스 고립 여행객 상황은?

입력 2020.02.24 (17:10) 수정 2020.02.24 (17:1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아프리카 모리셔스로 신혼여행을 간 부부 17쌍, 34명이 입국이 보류돼 인근 시설에 격리됐습니다.

모리셔스 정부는 현지시간 어제(23일) 두바이를 거쳐 도착한 한국인 관광객 34명 중에 감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발견됨에 따라 34명 전원에 대한 입국 허가를 보류하고, 이들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모리셔스에 고립된 신혼여행객의 모습모리셔스에 고립된 신혼여행객의 모습

이들은 비행기 편이 확보되는 대로 한국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교부는 모리셔스 정부 측에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입국 보류 조치에 대해 엄중히 항의하고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신혼여행을 갔다가 모리셔스 현지에 고립된 36살 회사원 이 모 씨에게 당시 상황을 들어 봤습니다.

모리셔스에 고립된 신혼 여행객의 모습모리셔스에 고립된 신혼 여행객의 모습

■ 비행기 내리자마자 '한국인 입국 안 된다'며 격리 조치

Q. 모리셔스에 도착한 뒤 어떻게 됐는지 상황을 알려주세요.

A. 현지시간 일요일 오후 4시 30분, 두바이를 거쳐 모리셔스로 입국했습니다. 그런데 공항에 들어오자마자 한국인만 한 곳으로 부르더라고요. 그리고 열을 재고, 따로따로 불러 중국 다녀온 적 있느냐 조사를 했습니다. 그러더니 모리셔스는 코로나 19 때문에 한국인 입국이 안 된다면서, 다시 나가거나 아니면 여기에서 격리 조치당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영사관과 통화하려고 했었는데 일요일이라서 잘 안 됐습니다. 또 모리셔스에는 영사관이 없고 마다가스카르에서 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저희가 공항에서 나가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격리 시설로 끌려왔습니다. 현지 시각으로 어제 오후 5시 반부터 지금까지 12시간 이상 고립돼 있어요.

하루 정도 검사받으면 바로 한국으로 보내주겠다는 조건으로 저희가 다 움직였거든요. 근데 여기에 오니까 그런 이야기는 없고, 14일 동안 격리된다는 이야기밖에 못 들었어요. 현지 사람들은 말이 계속 바뀌고 있어요.

신혼여행객 34명이 고립된 모리셔스 시설신혼여행객 34명이 고립된 모리셔스 시설

■ 임신부도 한 명 포함…병원 시설로 이동

Q. 임신부도 있다고 하던데요?

A. 한 분이 임신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부부 2명과 다른 부부 2명, 총 4명은 이곳 말고 다른 병원으로 이동했습니다. 그곳도 시설은 그렇게 좋지는 않아서, 보건소보다 못한 곳이라고 들었어요.

Q. 어떻게 이동했나요?

A. 승합차 3대에 서른 명이 나눠 타고 한 시간가량 이동했습니다.

신혼여행객 34명이 고립된 모리셔스 시설신혼여행객 34명이 고립된 모리셔스 시설

■ "쥐 나오는 열악한 시설에 없던 병 생길 지경"

Q. 시설은 어떤가요?

A. 병원이 아니고요, 이곳은 스카우트 훈련하는 곳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린아이들이 이용하는 곳인데, 그렇게 좋은 시설이 아닙니다. 쥐도 많고, 방충망 문도 없어서 벌레가 다 들어오고, 이런 곳에서 자다 보니까 오히려 없던 병이 생길 것 같아요.

마다가스카르 대사관에서 제공한 컵라면마다가스카르 대사관에서 제공한 컵라면

Q. 식사는 제공됐나요?

A. 아침에 대사관에서 컵라면이랑 물만 가져왔고요, 그 후에 모리셔스 쪽에서 바나나 한 개와 빵 한 개를 전달해줬습니다.

Q. 의료진은 어떤 조치를 취했나요?

A. 의료진이라고 왔었는데, 키트는 없었고, 그냥 열만 재고 갔습니다.

Q. 이동은 자유롭나요?

A. 움직이려고 하면 다른 시설로 따로따로 보내겠다 협박을 하더라고요. 특별한 행동을 취하는 사람은 따로 격리시키겠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신혼여행객 34명이 고립된 모리셔스 시설신혼여행객 34명이 고립된 모리셔스 시설

■ "신혼여행 단꿈이 악몽으로…빠른 귀국 희망"

Q. 귀국을 희망하시는 거죠?

A. 여기 계신 분들 100% 다 빨리 귀국하길 희망하고 있어요. 비용은 환불을 못 받는 것처럼 얘기하시더라고요. 미리 코로나에 대해 알고 왔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래도 문제 없다고 들어서 온 건데, 입국하는 순간부터 이렇게 되니까 힘듭니다. 신혼여행이라 너무 기다렸던 순간인데, 이렇게 격리돼서 너무 아쉽습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 ‘코로나19 팩트체크’ 제대로 알아야 이긴다 바로가기
http://news.kbs.co.kr/issue/IssueView.do?icd=19589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신혼여행 단꿈이 악몽으로”…모리셔스 고립 여행객 상황은?
    • 입력 2020-02-24 17:10:21
    • 수정2020-02-24 17:10:56
    취재K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아프리카 모리셔스로 신혼여행을 간 부부 17쌍, 34명이 입국이 보류돼 인근 시설에 격리됐습니다.

모리셔스 정부는 현지시간 어제(23일) 두바이를 거쳐 도착한 한국인 관광객 34명 중에 감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발견됨에 따라 34명 전원에 대한 입국 허가를 보류하고, 이들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모리셔스에 고립된 신혼여행객의 모습
이들은 비행기 편이 확보되는 대로 한국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교부는 모리셔스 정부 측에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입국 보류 조치에 대해 엄중히 항의하고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신혼여행을 갔다가 모리셔스 현지에 고립된 36살 회사원 이 모 씨에게 당시 상황을 들어 봤습니다.

모리셔스에 고립된 신혼 여행객의 모습
■ 비행기 내리자마자 '한국인 입국 안 된다'며 격리 조치

Q. 모리셔스에 도착한 뒤 어떻게 됐는지 상황을 알려주세요.

A. 현지시간 일요일 오후 4시 30분, 두바이를 거쳐 모리셔스로 입국했습니다. 그런데 공항에 들어오자마자 한국인만 한 곳으로 부르더라고요. 그리고 열을 재고, 따로따로 불러 중국 다녀온 적 있느냐 조사를 했습니다. 그러더니 모리셔스는 코로나 19 때문에 한국인 입국이 안 된다면서, 다시 나가거나 아니면 여기에서 격리 조치당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영사관과 통화하려고 했었는데 일요일이라서 잘 안 됐습니다. 또 모리셔스에는 영사관이 없고 마다가스카르에서 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저희가 공항에서 나가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격리 시설로 끌려왔습니다. 현지 시각으로 어제 오후 5시 반부터 지금까지 12시간 이상 고립돼 있어요.

하루 정도 검사받으면 바로 한국으로 보내주겠다는 조건으로 저희가 다 움직였거든요. 근데 여기에 오니까 그런 이야기는 없고, 14일 동안 격리된다는 이야기밖에 못 들었어요. 현지 사람들은 말이 계속 바뀌고 있어요.

신혼여행객 34명이 고립된 모리셔스 시설
■ 임신부도 한 명 포함…병원 시설로 이동

Q. 임신부도 있다고 하던데요?

A. 한 분이 임신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부부 2명과 다른 부부 2명, 총 4명은 이곳 말고 다른 병원으로 이동했습니다. 그곳도 시설은 그렇게 좋지는 않아서, 보건소보다 못한 곳이라고 들었어요.

Q. 어떻게 이동했나요?

A. 승합차 3대에 서른 명이 나눠 타고 한 시간가량 이동했습니다.

신혼여행객 34명이 고립된 모리셔스 시설
■ "쥐 나오는 열악한 시설에 없던 병 생길 지경"

Q. 시설은 어떤가요?

A. 병원이 아니고요, 이곳은 스카우트 훈련하는 곳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린아이들이 이용하는 곳인데, 그렇게 좋은 시설이 아닙니다. 쥐도 많고, 방충망 문도 없어서 벌레가 다 들어오고, 이런 곳에서 자다 보니까 오히려 없던 병이 생길 것 같아요.

마다가스카르 대사관에서 제공한 컵라면
Q. 식사는 제공됐나요?

A. 아침에 대사관에서 컵라면이랑 물만 가져왔고요, 그 후에 모리셔스 쪽에서 바나나 한 개와 빵 한 개를 전달해줬습니다.

Q. 의료진은 어떤 조치를 취했나요?

A. 의료진이라고 왔었는데, 키트는 없었고, 그냥 열만 재고 갔습니다.

Q. 이동은 자유롭나요?

A. 움직이려고 하면 다른 시설로 따로따로 보내겠다 협박을 하더라고요. 특별한 행동을 취하는 사람은 따로 격리시키겠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신혼여행객 34명이 고립된 모리셔스 시설
■ "신혼여행 단꿈이 악몽으로…빠른 귀국 희망"

Q. 귀국을 희망하시는 거죠?

A. 여기 계신 분들 100% 다 빨리 귀국하길 희망하고 있어요. 비용은 환불을 못 받는 것처럼 얘기하시더라고요. 미리 코로나에 대해 알고 왔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래도 문제 없다고 들어서 온 건데, 입국하는 순간부터 이렇게 되니까 힘듭니다. 신혼여행이라 너무 기다렸던 순간인데, 이렇게 격리돼서 너무 아쉽습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 ‘코로나19 팩트체크’ 제대로 알아야 이긴다 바로가기
http://news.kbs.co.kr/issue/IssueView.do?icd=19589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