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토크쇼J] “존재를 부정합니다” 언론이 퇴출한 22살 여대생

입력 2020.02.25 (00:20) 수정 2020.02.25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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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안녕하세요?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오늘 함께하실 분들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비평 끝판왕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님입니다.

[강유정] 안녕하세요? 강유정입니다.

[이상호] 팟캐스트 황태자 최욱 씨 나왔습니다.

[최욱] 일요일 잘 지내고 계시죠? 최욱입니다.

[이상호] 깊은 보조개만큼이나 깊은 시각을 가진 분이죠. 임자운 변호사입니다.

[임자운] 반갑습니다. 임자운입니다.

[이상호] ‘빛픽처’라고 팬들 사이에서 불리고 있습니다. KBS 김빛이라 기자도 함께했습니다.

[김빛이라] 안녕하세요? 김빛이라입니다.

[이상호] 오늘은 비평에 앞서서 <저널리즘 토크쇼 J> 앞으로 온 편지 한 통을 먼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코로나19 위기를 겪은 후 조국 현지에서 한 시민이 보내주신 편지인데요.

[이상호] “중국의 주류 언론은 대중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만 보도합니다. 다른 것은 보도하지 않습니다. 위챗(wechat, 微信, 중국의 SNS). 웨이보(Weibo, 微博, 중국의 SNS)에서 민감한 단어를 사용하면 그 글은 삭제되며 심한 경우에는 계정이 차단됩니다. 얼마 전 웨이보에 언론 자유를 요구하는 게시물이 있었지만 곧 삭제됐을 겁니다. 트위터나 유튜브를 통해 발언한 사람들은 ‘차 마시자’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거나 구류형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천추스(陳秋實ㆍ34) 씨는 시민 기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서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을 보도했습니다. 그는 중국의 법을 어기지 않았고 진실을 보여줬을 뿐입니다. 이런 행동은 중국에 좋은 일입니다. 제가 계속 하겠습니다. 중국의 언론 자유가 오는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라고 쓰여 있습니다.

[최욱] 그 편지 속에 등장하는 천추스라는 분은 최근에 우한에서 실종됐던 그분 아닙니까? 변호사이자 시민 기자.

[김빛이라] 맞습니다. 그러니까 최근에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우한의 사태를 알린다거나 아니면 정부 당국의 비판하는 그런 영상을 올린 시민 기자분인데 이분의 지인, 그러니까 천추스 SNS 관리하는 지인으로부터 온 편지입니다.

[이상호] 담담하게 썼는데 굉장히 절박함이 많이 느껴져요. 그 J 제작진과는 어떻게 연락이 닿은 거죠?

[김빛이라] 중국이 굉장히 언론 통제나 정부의 어떤 정보 통제 때문에 코로나 사태가 악화됐다는 거로 인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언론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굉장히 크거든요. 저희도 이제 시민 활동가들을 찾아서 차례차례 연락을 해봤는데 다 차단이 된 상태였어요. 그러니까 현지에서 보신 거처럼 웨이보라든지 위챗에 정부 차단이 돼서 저희도 포기를 해야겠다, 그런 찰나에 천추스 씨의 트위터 계정에서 답이 와서 가까스로 연락이 됐던 그런 상황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이 상황에서 한 가지 더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게 정말 저희 상상 이상으로 중국의 정보 통제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는 거를 이 편지를 번역해주신 분조차도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면 안 된다. 저희에게 계속 당부하셨어요.

[최욱] 위축될 정도로 두렵고 무서운데 아까 편지 속 내용 중에 ‘차 마시자’. 이런 표현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거는 어떤 의미죠?

[김빛이라] 어떤 뜻으로 생각하세요?

[최욱] 뭔가 좀 무서운데 그렇게 해서 딱 이렇게, 어디론가 데려가는 그런 과정 아닐까 싶은데요.

[강유정] 그러니까 이게 알고 보니까 공안들이 심문조사 하기 전에 어디 갑시다. 차 마시자.

[최욱] 무서워.

[강유정] 라고 얘기를 하거나 아니면 ‘수도 검침이 있습니다.’라고 문을 열게 하는 그런 말을 건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로 이야기하면 예전에 남산을 간다 하면 그 말 자체로 굉장한 내포를 가지고 있잖아요.

[이상호] 섬뜩하네요. 차 마시자.

[임자운] 중국에 있는 인권활동가들이 그런 식으로 노출됐을 때 굉장히 큰 위협이 된다고 저희가 또 들어가지고, 지금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서 그 상황이 조금 더 심화됐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상호] 이 중국의 사태를 지금 전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는 게 있거든요, 보도에서. 어떤 사람들이 있습니까?

[김빛이라] 지금 보시면 유튜브로 우한의 안팎의 상황을 알리는 시민 기자 팡빈(方斌)이라든지 정부 비판 글, SNS를 올린 칭와대 교수 쉬장룬(許章潤ㆍ58) 씨도 행방이 묘연한 상태라고 합니다.

[이상호] 쉬장룬 교수한테도 J에서 연락을 시도를 했었다면서요?

[김빛이라] 쉬장룬 교수의 여러 SNS 계정이나 이메일로도 연락을 취해봤지만 결국에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외신에서 찾아보니까 실제 최측근들이나 지인들까지도 쉬장룬 교수와 연락이 된 지는 오래됐다. 현재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저희도 파악을 하고 있습니다.

[임자운] 그 쉬장룬 교수가 가장 최근에 올린 글에 “내가 처벌당할 거라고 너무 쉽게 예견할 수 있다. 틀림없이 이건 내가 마지막 글이 될 것이다”라는 글을 올리고 그 후 지금 열흘 가까이 실종 상태라고 하는데요. 그 예견이 좀 틀렸으면 좋겠어요. 다음 글을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호] 어떻게 어디에 있을 거라고 아예 추정 자체도 불가능한 상황 아닙니까?

[강유정] 중국에서 지금 코로나와의 인민 전쟁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 감염병보다 더 무서운 걸 어떤 점에서는 진실이라고 생각하는지 이렇게 소셜 미디어 검열을 엄청나게 강화하고 있고 그래서 실제로 실종되었다는 거를 일부러 저는 더 보도가 된다고 생각을 해요. 결과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도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 기자 분들께서 실종을 감소하면서 까지도 진실을 알리고 있거든요. 그 부분을 좀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욱] 그러니까 중앙 언론에서 이런 것들을 다루지 않기 때문에 시민들이 직접 보도하듯이 진실을 알려서 그냥 시민기자라고 칭하나 보군요.

[강유정] 어떤 의제를 설정하고 팩트를 가지고 다시 내보내는 것, 데스킹을 해서 보여주는 게 기존 언론이라면 이렇게 1인 기자들, 시민기자들이 갖고 있는 힘은 사실성이 강하고 진실성이 강한 보도를 즉시 보여줄 수 있다는 건데 아무리 언론을 통제한다고 할지언정 결국은 이렇게 1인 미디어가 되었듯이 통제되지 않은 진실이라는 게 있다고 보여주는 듯합니다.

[임자운] 굉장히 올드한 중국 당국의 방식이 현대화된 미디어 시스템을 활용하는 시민들의 방식이 계속 싸우고 있는 상황인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어떤 상황이 초래될지 만들어질지 관심이 계속 가네요.

[최욱] 자신의 안전을 담보로 진실을 알리는 이분들이 진짜 기자네요. 같은 기자로서 부끄럽죠?

[김빛이라] 그렇습니다.

[이상호] 신변의 위협 속에서도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 용기를 내준 편지를 보내주신 당사자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요. 이 방송은 KBS 1TV, myK, 웨이브,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상호] 최근 우리 사회에 큰 화두를 던진 사건이 있었죠. 바로 여대 합격한 트랜스젠더를 둘러싼 논란인데 이 사건 관련한 언론 보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의 조소담 대표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조소담] 안녕하세요?

[최욱] <닷페이스>는 저는 살면서 처음 들어봤는데 우리

[임자운] 변호사는 팬이라고요? 뭐 하는 데입니까? <닷페이스>.

[임자운] 우연히 영상을 봤어요. 영상을 봤는데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이야기를 많이 다루시는데 그들의 어떤 저항하는 모습, 싸우는 모습이라기보다는 살아가는 모습, 존재하는 모습을 가만, 가만히 얘기를 하고 그런 콘텐츠는 사실 있습니다, 다른 데에도. 그런데 그런 콘텐츠에 가만히 귀 기울이게 하는 뛰어난 채널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최욱] 우리 변호사님은 실제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에요? 아니면 인기성 발언이에요? 거 참 희한하신 분이네.

[조소담] 좋으신 거 아닐까요?

[김빛이라] 질투가 너무 심한 거 같은데.

[이상호] 요즘 말로 정말 찐팬이신가 봐요, 찐팬.

[최욱] 저는 이제 젠더이슈, 그리고 소수자 관련해서 태생적으로 제가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라 저는 아무리 외우고 외워도 쉽지 않은데 정말 대단하신 분인 거 같습니다.

[이상호] 뭐가 그렇게 어려운 거예요, 외우고 외운다는 게?

[최욱] 쉬워요?

[이상호] 아니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말씀을 해주셔야지. 뭐가 어려운지 말해줘야지.

[최욱] 여러 가지 첨예한 이슈가 지금 우리 현실 세계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럴 때마다 사실 제가 뭔가 판단하고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외우죠.

[김빛이라] 언론에서 깊이 있게 알려주지 않다 보니까.

[최욱] 맞습니다.

[최욱] 그런 차원에서는 오늘 J가 굉장히 용기 있는 주제를 선정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호] 그럼 본격적인 비평 시작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월 30일 뉴시스 보도 내용부터 살펴볼게요. <남에서 여, 성전환 20대 여대생 된다... 숙명여대 합격>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단독 보도로 나갔거든요. 내용을 좀 전해드리죠.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가 올해 숙명여대에 최종 합격한 뒤 입학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대 합격한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8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A 씨는 최근 숙명여대 2020년도 신입학전형에 최종 합격했다.” 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보도가 나가자마자 트랜스 여성 A씨를 향한 언론의 관심이 어마어마했습니다.

[김빛이라] 포털 사이트 다음 기준으로 보면 이 보도 나간 당일에만 115건의 관련 기사가 쏟아졌고요. 2월 16일 기준으로 하면 누적된 건수가 430건에 이릅니다. 엄청났죠.

[이상호] 세계일보 기사들을 소개해드릴 텐데 1월 30일부터 2월 10일까지 12일 동안 A씨와 관련해서 총 13건의 기사를 작성을 했습니다. 1월 30일자 <성전환 남성, 숙명여대생 됐다>. 2월 2일자 <성전환 남성 합격, 숙대 입학 찬반 논쟁>, 2월 4일자 <여대 페미니스트 모임, “여대는 남자가 여자로 인정받기 위한 수단 아니다”> 2월 8일자 <“숙대 성소수자 입학 포기는 자칭 ‘페미니즘’ 집단적 반지성주의 광기·폭력 보여준 것”>. 어떻게 보셨습니까?

[강유정] 갈등의 현장만을 보여주는 겁니다. 그런데 갈등의 현장, 갈등이 있다는 사실을 굉장히 강조하다 보면 뭐를 놓치냐 되냐면 뭐 때문에 갈등하는지를 갈등의 원인과 갈등을 어떻게 풀고자 하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갈등 현장만 계속해서 중계하게 되는데 이번 경우도 저는 그랬다고 보는데요. 갈등 저는 굉장히 소중한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담론 현상을 위해서 갈등이 없을 수 없거든요. 그러면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서 사회적 인식이라는 게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거에 대한 역할은 전혀 하지 않고 거기는 언론사 나름의 입장이라든가 프레임이 필요하거든요. 그러니까 더더욱 위험한 문제다. 이거는 한편으로는 쉽게 내 입장으로 내세우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걸음 뒤로 빼고 갈등만 계속 보도하다 보니까 이 현장 자체가 의미 있는 갈등 현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저분한 싸움의 현장처럼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느끼게 한다는 거예요.

[임자운] 그러니까 흔히 하는 말로 제일 재미있는 게 불구경하고 싸움 구경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이거 보면 그냥 싸움 붙여놓고 구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말씀해주신 세계일보 기사들을 보면 최초 보도가 있잖아요. 세계일보에서 보도한. <성전환 남성 숙명여대생 됐다> 이거는 같은 날 뉴시스의 최초 보도를 베껴 썼어요. 보니까 내용이 거의 똑같습니다. 문장 순서도 비슷하고요. 심지어 제목은 훨씬 더 안 좋아졌어요. 성전환 남성. 정말 이건 해서는 안 될 표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나라 법원이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요건이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당사자분들도 굉장히 상처받거든요. 성전환 수술 그다음에 생식 능력 제거, 이런 것을 요구하고 있어요.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성별 정정을 하신 분이에요. 자신의 삶을 걸었어요, 거기다가. 그래서 트랜스젠더 여성이 됐어요. 그런데 언론이 성전환 남성이라고 표현한 거예요.

[최욱] 세계일보보다 더 심각한 데도 많아요. 뉴데일리 같은 경우는요. 헤드라인이 <“숙명여대 ‘내시’가 입학했다”> 이건 진짜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싶어요. 뉴시스 같은 경우에는 <숙대생들 ‘성전환 합격자’ 있는 단톡방에서 대놓고 조롱>이라는 제목으로 신입생 익명 단체 대화방 내용을 입수해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조소담] 이 숙명여대 내시가 입학했다는 헤드라인 같은 경우에는 자보 제목을 그대로 따와서 쓴 거거든요. 그래서 숙명여대에서 이런 자보가 나왔다고 했을 때 지금 기사 제목들을 보면 대부분 따옴표가 붙어 있어서 ‘여기서 이랬대’ 그리고 ‘저쪽에서 저랬대’라고 하면서 계속 싸움을 붙이는 양상으로 이야기를 하는 거 같아요. 뉴시스에서 나왔던 단톡방 안에 있는 대화 내용을 캡처해서 보도한 것 같은 경우에는 제목에서는 단톡방에서 조롱을 했다 그리고 반대하는 의견이 이렇게 세다라는 것을 되게 크게 비춰서 제목으로 냈는데 실제로 내용을 보면 기사 후반부에서는 이런 조롱하는 목소리에 대해서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단톡방 안에 있었거든요. 사실 이 두 가지가 카톡방 안에서 같이 이루어졌는데 제목 같은 경우에는 반대하거나 조롱하는 것만 조명해서 내게 된 거죠. 오히려 혐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그 단톡방 안에 있었다라는 게 제목이 될 수도 있었던 거잖아요.

[이상호] 저희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언론의 집중 조명 이후에 A씨, 그리고 숙명여대 재학생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거든요. 화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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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합격자 트랜스젠더 여성 A씨

# A씨의 숙명여대 합격, 어떻게 세상에 알려졌나

[A씨] 단독, 특종을 달고서 저렇게 나올 줄은 몰랐죠. 조용히 어디 조그마하게 실려서 묻힐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마치 내가 처음부터 그런 의도를 굳게 가지고서 원서를 쓰고 내가 이 모든 걸 주도면민하게 벌인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보다보니까. 그런 것 때문에 욕도 많이 먹고. 인터넷에서.

# 동의 없이 보도된 사생활, 가십거리로 소비되다

[A씨] 불쾌했던 게 모 언론사에서 제가 별로 인터뷰를 하기 싫어가지고서. 하도 시달리니까. "내가 최근에 정신과도 갔다 왔다. 너무 힘들다. 별로 연락하지 말아달라" 이런 식으로 말 했거든요. 녹음을 떠서 음성변조해서 방송에서 내고 정신과 갔다 왔다는 소리를 쓰더라고요. 당황스럽더라고요. 나간걸 보고서. 인터뷰 안 된다고 했는데 그걸 그런 식으로 내니까. 그래서 그거 나가고서 사람들이 막 너가 뭐라고 정신과도 갔다오냐, 막.. 뭐라 하고 이런 걸 봤었거든요, 가십거리에 소비되는 걸 바라고 쓰는 면이 없잖아 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단편적인 기사만 나가면 또 우리 이미지가 어떻게 보일까, 분명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기사에 나온 단편적인 면만 보고서 이미지를 형성한단 말이죠.

# 트렌스젠더 여성은, 여학생들의 반발로 숙대 입학을 포기했다?

[A씨] 딱히 학교에 대한 감정은 안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를 싫어하셨던 분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저를 챙겨주시고 그렇게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이 많았으니까 그걸 통해서 만족하고 덕분에 감사한다고 하고 싶고. 일단 제 개인적인 측으로 보면 이제 한 짐을 내려놓은 거긴 하죠, 일단은 이것이 포기라는 방법으로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그렇지만 사회적인 측으로 본다면 이 제가 논의를 던졌으니까 이제 그걸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데까지 시일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 '‘두 쪽 난 숙명여대?’ ‘극한 찬반 대립’… 정말 그럴까?

[기자] 혹시 (기사들) 어떻게 보셨어요?

[학생 1] 죄송해요. 이거 약간 좀 말하기가 불편해가지고

[학생 2] 아, 또 저희가 이런 거 말하면 이게 뭔가

[학생 3] 맞아, 또 기사화가 돼가지고 모든 사람의 그 의견이 되어버릴까 봐. 보도가 어떻게 되든 간에 제 의견인데 '숙대생 의견’이라고 생각을 하고 숙대생 내에서도 '얘는 이렇게 생각할순 있는데, 왜 숙대 전체 의견을 대변하나' 이런 식으로 말이 나올 수도 있어서 그런 점이 불편해요.

[기자] 그럼 보도를 보시면서는 실제 그런 생각이 드셨겠네요? 여러 의견들이 있을 수 있는데 뭔가 굉장한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학생 4] 근데 그게 숙대에서만이 아니라 그냥 한국 전체에서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 있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너무 이쪽에만 편중돼서 보도되는 것도 많이 있고 근데 이제 그게 좀 이 숙대 자체가 여대이기도 하고 좀 작은 사회이니까 의견이 대변되면서 그렇게 나누어지는 게 좀 더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것 같아요. 언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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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지나친 취재 경쟁에 꽤나 시달렸던 것 같은데 직접 보시니까 어떤가요?

[김빛이라] A씨에게 왜 언론을 통해서 자신의 입학을 공개했느냐고 물어봤을 때 인상 깊었던 말이 평범한 여러분의 일상 가운데 트랜스젠더 여성이 있을 수 있다,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걸 통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싶었다, 그뿐이었다고 하는데 결국 이 보도 이후에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조각난 채로 계속해서 보도가 됐고 사례로 나왔지만 한 매체의 경우에는 인터뷰를 하지 않기 위해서 얘기한 거조차도 편집돼서 보도 되었고 거기에 동의 없이 ‘정신과를 다닌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와서 굉장히 문제가 있는 상황이었죠.

[이상호] 그 트랜스 여성 A씨의 동의 없는 인터뷰, 이 부분은 공익적 목적에서 보도를 한 걸까요? 아니면 어떤 의도였을까요, 저는 그게 좀 궁금합니다.

[임자운] 저는 JTBC 뉴스는 사실 변명의 여지가 없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기자의 취재력이 뛰어나서 이 화재의 인물을 직접 목소리를 땄다. 이거를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 인터뷰 내용에도 이분은 자신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불안을 표현하고 있는데 거기에는 정말 단 1의 공감도 하지 않았던 거죠, 기자는.

[최욱] 그런데 이렇게 전화를 해서 그냥 대화하는 거 같이 하면서 이거를 녹취를 해서 언론에 내보내는 경우가 굉장히 많지 않습니까? 이거는 좀 문제 있는 거 아닌가 싶은데 어떻습니까?

[김빛이라] 공익적인 목적이 있었을 때는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이거 역시 기본적으로는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고 하는 거는 임 변호사님 말씀하셨던 거처럼 나는 취재를 했다. 그리고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 기자가 어떻게 보면 자랑하는 거 이외에는 시청자들도 별다른 감흥을 전혀 받을 수 없는, 고쳐야 하는 문제죠. [조소담] 이런 갈등을 중심에 두고 엄청나게 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잖아요. 그런데 이 기사를 보는 대중들이 아니라 이 기사를 보고 있는 당사자들을 생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내 존재 자체가 논란거리구나, 내 존재 자체가 사람들이 이렇게 찬반을 하는구나. 내 존재가 어떻게 사람들한테 뭔가 동의하지 못할 만큼 큰 소리를 내고 싸워야 하는 이슈구나라는 생각을 계속 사람들이 하게 된다는 거죠. 이 당사자들이 쏟아져 나오는 보도를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없거든요.

[이상호] 트랜스젠더 여성 A 씨 입학 논란 이후에 온라인상에서 숙명여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숙명여대 연관으로 분석한 결과 특히 2월 6일자 뉴시스의 단톡방 보도 직후에 비판하다, 욕하다, 혐오, 폐쇄적, 이런 부정적인 표현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거를 확인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김빛이라] 지금 허락받지 않은 취재진은 캠퍼스 자체 출입이 금지됐을 정도로 굉장히 예민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취재진들이 들어가서 학생들을 잡고 찬성이세요, 반대세요, 물어본 다음에 그걸 기사화하거나 학생들만 들어가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채팅창까지 하나하나 기사화를 시켰기 때문에 사실은 의견을 밝힌 적이 없는 다수의 학생들은 그 보도만을 보고서 상처를 받은 것이죠.

[최욱] 제가 궁금한 게 있는데 가령 숙명여대 내에서 혐오하는 목소리가 있고 혐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가정을 하겠습니다. 그러면 언론이라는 것은 잘못을 또 지적하는 역할을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그럴 때는 이 혐오에 대한 부분을 지적하는 것, 그것 역시 잘못된 것입니까?

[강유정] 저는 혐오에 대한 지적은 분명 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그런데 그게 혐오를 위한 혐오의 지적이냐. 아니면 좀 더 다른 담론장을 만들기 위해서 이렇게 극단적 의견은 별로 담론장, 공론장을 만드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라는 언론의 태도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고 보는데.

[강유정] 사실 제가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니까 런던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머레이 애드워드 컬리지(Murray Edwards College)라는 데에서 처음으로 트랜스젠더 학생을 입학을 허용했어요. 이게 바로 뉴욕타임즈에도 실렸고, 가디언즈에도 실렸고 텔레그레프에도 실렸습니다. 반대하는 논리도 그냥 단순 반대가 아니라 이런 식으로 생긴 여대이기 때문에 트랜스젠더 여학생 입학이라는 건 어떤 점에서 저항으로서의 의미를 가진 여대와는 상충된다고 해서 굉장히 합리적인 논쟁들이 일간지에서 보도되고 있었던 겁니다.

[조소담] 교수님 의견에 굉장히 공감을 하는 게 뉴욕타임즈에서 미국에 있는 어떤 대학에서 비슷한 사례를 다뤘는데 트랜스 남성의 경우였어요. 그러니까 여성으로 입학을 했는데 중간에 이제 본인이 호르몬 치료를 하면서 나는 남성으로서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 이 상황에 대해서 일단 입학을 한 뒤에 이런 변화가 일어난 거죠. 그러면 이 이후에 급우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혹은 여기에서 이 사람이 여성 학생회 회장으로 출마한다고 했을 때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여대의 의미는,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 여성 리더십을 길러내는 것인가 혹은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인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 세세하게 짚으면서 이 안에 있는 대개 구체적인 갈등들을 다루거든요. 그런데 이 갈등을 갈등으로 다룰 것이냐, 아니면 갈등을 풀어가는 방법에 대해서 다루거나 혹은 성중립 화장실 같은 새로운 개념을 다루거나. 이런 방식으로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이상호] 결국 트랜스 여성 A씨가 숙대 입학을 포기한다라고 밝히면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나는 비록 여기에서 멈추지만 앞으로 다른 분들이 더 멀리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숙대 논란에서 언론이 좀 제시했어야 하는 방향, 어떤 것일지 짧게 나눠보죠.

[조소담] 일단 저는 기본적인 거부터 했어야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팩트를 바로 잡고 충분한 정보를 주는 것, 약간 위협을 느낀다고 이야기하면서 하는 말 중 하나가 이제 트랜스젠더랑 남자가 여장을 하고 여대에 침입하는 사람들, 그런 범죄자랑 구분을 못 하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그 둘이 완전히 다른 거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복장에 집착을 해서 복장 도착증이 있는 사람이랑 그리고 성별 불쾌감을 느껴서 자기 몸을 어떤 방식으로 정체감을 형성해서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이랑 둘이 다른 건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좀 더 설명이 필요하고 바로 잡는 그게 필요했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래서 이번이 그런 것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러면 내 옆에 있는 동료가 성소수자라고 했을 때 직장에서는 차별 없이 같이 일하기 위해서 무슨 롤이 필요한가.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성소수자인데 학교에서 같이 교육을 받는다고 했을 때 어떤 롤이 필요한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상호] 과거의 보도를 통해 언론의 태도를 돌아보는 ‘뉴스 강제 소환 시간’, 오늘은 뉴스 소환에 앞서서 한 사람의 기억을 소환해 보겠습니다. 영상으로 함께 만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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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뉴스 강제소환] 20년 전, 홍석천의 기억을 소환하다

지난 18일, 서울시 용산구

# 20년 전 홍석천의 기억을 소환하다

[홍석천/텔런트] 벌써 20년이 됐다는 게, 사실 저도 좀 안 믿기길 정도로, 시간이 좀 빨리 지나가는 거 같아요. 기자 분들께서 소문을 듣고 서로 앞 다투어서 이제 속 내용 잘, 모르고 그냥 한 줄로만 ‘난 호모다’ 이런 자극적인 기사로 스포츠 신문에 그때 아마 메인 기사로 실렸던 기억이 있다.

[김빛이라 기자] 당시 이제 커밍아웃을 하시고 나서 가장 사람들에게 많이 남는 영상은, 그 이의정씨 옆에 앉아계시고, 울고 계셨던 그런 영상이었어요.

[홍석천] 정말 수많은 기자분들께서 오셔서 또 자극적인 그런 이슈로 몰아가실 수도 있을 거 같아서 친한 감독님이 그냥 영상으로 만들어서 동시에 배포를 하자, 그러면 좀 객관적이 어떤 저의 의도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한 두 시간짜리로 인터뷰를 만들었어요. 굉장히 편하게, 뭐 유쾌하고 편하고 제가 어떻게 살았고 어떤 고민을 했고, 왜 이걸 커밍아웃을 하는지에 대한 굉장히 그 재밌는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었는데. 대중들이 저를 받아들여주지 않고 보기 싫어하신다면, 제가 뭐, 공부하는 시간을 갖든지, 뭐 이런 식으로 이제 인터뷰를 하면서 눈물을 흘렸던 거 같아요. 근데 고 부분만 계속 나가니까 제가 무슨 커밍아웃을 하면서 뭔가 뒤에 억지로 하는 거 아니야, 어떤 기자한테 들킨 게 아니냐, 여러 가지 의심 섞인, 후속 기사들이 몇 개 또 달리더라고요. 뭐 그런 식으로 좀 저의 진정성이 폄하되는 그런 보도가 많이 나왔었죠.

[홍석천] 지금 찾아봐도 아마 굉장히 많을텐데요. ‘나가면 엄마 아빠 못 사니까 농약 먹고 죽어야 돼’ 이런 에피소드를 얘길 했더니, 어떤 기사에 부모님은 농약 먹고 같이 죽자! 이런 식으로 뭐, 뭐 이렇게 굉장히 자극적으로, 제목을 뽑아서 사실, 오늘도 이제 인터뷰를 하면서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해야 될까, 또 자극적인 제목이 또 나가지 않을까. 동성애자들에 대한 이미지를 굉장히 나쁘게 하는 뭐 기사와 댓글이 지금까지도 굉장히 많이 괴롭히고.

[홍석천] 항상 제 앞에는 커밍아웃이 붙어 있고, 뭐 동성애자가 붙어 있어요. 왜 언론은 나를 바라보고 소개하고 대중하고 이어놓을 때, 그거에 저를 이렇게 가둬놓을까? 이런 생각을 좀 많이 해서 한동안은 제가 방송활동 하면서도 어떤 뭐 드라마나 영화나 이런 제가 연기를 할 때, 약간 동성애 코드가 있는 것들이 들어오면 제가 좀, 고사하는 경우도 일부러 고사하는 경우도 꽤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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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홍석천 씨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지난 2000년이죠. 동성애자로서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최욱] 당시에는 OO스포츠, 이런 데에서 많이 다루었었거든요. 그때 헤드라인이 나는 호모다. 나는 남자가 좋다, 이런 식으로 달렸던 것 같은데 그렇게 보도가 되면 우리 반응은 크게 두 가지 아니겠습니까? 하나는 거부감, 또는 희화화. 결국은 이 언론이 우리의 이미지를 그런 식으로 만들어갔던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좀 해봅니다.

[김빛이라] 막상 이번에 영상을 찾고 또 신문 자료를 찾다 보니까 종합 일간지라거나 지상파 뉴스에서 홍석천 씨 커밍아웃을 다룬 기사가 거의 없습니다. 이 사안을 홍석천 개인의 어떤 화제거리로 삼아서 연예지나 스포츠지에서 이슈로 다뤘을 뿐, 그때 당시에는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모두의 머릿속에 충격 고백, 나는 남자가 좋아요, 이런 것들만 남아 있는 거죠.

[조소담] 얼굴을 찌푸리면서 봤는데

[조소담] 언론사가 왜 사과를 하지 않죠? 이건 사과를 받으셔야 하는 문제라는 생각도 들고 KBS도 사과를 해야 할 거 같고요, 영상을 보고 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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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김빛이라] KBS도 20년 전의 자기반성을 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에 짧은 영상을 하나 저희가 갖고 왔거든요.
[홍석천] 뭐가 있어요?

04.02.08> 영상

[사회자] 토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오늘은 사례자 한 분을 모셨습니다. 성적 지향성이 동성애다, 라고 밝히신 이른바 커밍아웃이라고 하죠. 이것을 하신 탤런트 홍석천 씨 모셨습니다.

[홍석천] 안녕하십니까 홍석천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자리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원책] 이걸 의학적으로는 성 대상 도착증이라고 보는 것이거든요.


[홍승기] 정상 비정상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수냐 소수냐 문제이죠.

[전원책] 아니 비정상이라면 청소년에게는 막아야죠.

[전원책] 동성애가 그러면 정상입니까? 그건 정말 편견입니다. 그런 편견 갖고 있다면 정말 버려야 합니다. [사회자] 종교 생물학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전원책] 아니 동성애를 정상으로 보고 있는 사람하고 무슨 얘기를 하겠습니까? 그건 정상은 아니에요.

#생방송 내내 방청석에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들어야만 했던 홍석천 씨

[홍석천] 그래서 제가 저 분을 방송 나올 때 마다 가슴이 뜨끔 뜨끔한 게 이 이유였군요. 트라우마가 있었네. 방송은 항상 자극적으로 말을 하는 분들을 모셔다가 서로 이렇게 티격태격 하는 그런 거를 보여줘야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좀 쎈 분들을 모시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지금 잠깐 봤는데 진짜 세게 말씀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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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욱] 과거 영상이긴 합니다만. 물론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생방이기때문에 가감없이 나올 수 있지만 거의 막말에 가까운 비정상이라고. 비정상이라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거. 이거는 괜찮은 겁니까?

[강유정] 전원책 씨 지금도 활동하시잖아요. 수많은 주요 토론 프로그램에 여전히 주요 패널로 등장하고 있고 심지어 뉴스, 앵커까지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게 우리나라 언론의 수준이라는 겁니다. 최소한의 필터링이라는 게 기성 미디어가 가지고 있다면 과도한 막말을 쓰는 사람들은 자정 능력에만 기댈 게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할지언정 적어도 기성 미디어라면 써야 할 공용어가 있어야 하는 여기는 일종의 규칙의 세계 아닙니까? 그런데 여전히 살아남아서 여전히 그분이 주요 무대를 활동하고 있다는 건 언론이 오히려 더 반성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임자운] 아까 한 발언 중에 너무 자신 있게 마치 자기가 그 분야의 전문가인 것처럼 이것은 병이라고 이야기했잖아요. 국제 사회에서 이미 동성애는 정신 질환이 아닌 것으로 전문가들이 판단한 이후의 일이라는 거죠.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저렇게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놀라운데 그걸 카메라가 담아냈다는 거도 굉장히 놀랍죠.

[이상호]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 홍석천 씨가 꼽은 단어가 동성애자라는 수식어였습니다. 지난 뉴스를 강제 소환에서 살펴본 결과 언론이 동성애자라는 수식어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꽤 많았거든요.

[임자운] 2006년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제목이 ‘마약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마약과 동성애가 연결되어 있고 또 ‘에이즈 무방비’이기 때문에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인 것처럼 돼 있는데 기사 내용을 보면 주사기를 돌려쓴 게 문제라고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팩트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제목을 이렇게 뽑았다는 것은 데스크의 관점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이고 전형적인 낙인 효과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 가장 환영받지 못하는 소수자들에게 항상 이 범죄자 낙인 효과가 들어가요. 난민, 외국인 노동자, 비슷한 맥락이라고 저는 보여집니다.

[김빛이라] 이런 기사들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까 한국기자협회에서 인권보도 준칙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성적 소수자에 대한 기사를 쓸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다룬 것들이 있는데요.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경우에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 또 에이즈 등의 특정 질환이나 성매매, 마약 등 사회 병리현상과 연결 짓지 않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최욱] 조성호 살인사건. 아주 끔찍한 사건이었는데 그때도 이런 일이 좀 있었던 거 같아요. 이 사람에 대한 어떤 성적 지향, 이런 이야기만 계속 나왔던 걸로 저는 기억이 나네요.

[임자운] 사건 자체도 끔찍한데 저는 기사 제목 중 가령 한국경제 <토막살인 배경엔 동성애>, 굉장히 끔찍한 타이틀이잖아요.

[최욱] 이거 위험한 거 같아요.

[임자운] 이거 정말 기자가 직접 우리 사회 성소수자를 가해한 거라고 봐요. 제목으로, 글로 가해를 한 건데. 2016년 6월이면 그렇게 오래 되지도 않았던 거잖아요. 토막 살인이라는 아주 예외적이고 끔찍한 사건의 어떤 배경이 뭐라고 단정할 수 있는 게 대체 뭐가 있을까요? 동성애 말고, 다른 뭐를 넣을 수 있을까요? 무슨 단어를 넣어도 되게 불편하고 어색하고 싫어요. 그런데 동성애는 넣어도 된다고 기자들은 생각했던 거 같아요. 동성애 자체에 대한 뿌리 깊은 혐오가 있지 않고는 정말 이런 기사는 못 쓸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강유정] 하나 더 있습니다. 아주경제 10월 6일자 기사를 보면 <동성애 옹호하는 인간들 입을 찢고 싶다>는 극단적인 이 글을 트위터에서 따옴표로 가져와서 제목으로 삼고 있는 글인데요. 실어야 할 것과 실어야 하지 않을 것을 필터링하는 기능을 저는 마비한 기사라고 봐요. 이런 것을 실존하더라도, ‘실제 하니까 옮길 수 있어’라고 하는 건 상당히 포르노그래피적인 접근이죠. 이런 접근을 하지 않아야 하는 게 오히려 기성 언론이 갖고 있는 오래된 역사와 시스템이라고 보는데 이건 데스킹도 거치지 않고 결국 마지막에 아무도 감시하지 않은 채 나오지 않았다고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봐요. 아주경제 16년 6월 2일자입니다. 모든 분이 책임져야 할 혐오 표현 중 하나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욱] 결론적으로는 알 수 없는 거죠.

[김빛이라] 당시 경찰이 발표한 결론은 두 사람이 긴밀한 관계였지만 동성애자인지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휴대전화나 SNS로 분석해도 그런 징후도 나오지 않았다고 나왔지만 이미 나온 기사들은 고쳐지지 않았죠.

[이상호]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성소수자 분들한테 직접 물어봤거든요. 이런 얘기들을 좀 했어요. 이런 기사 때문에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힘들고 높은 자살 시도율과도 무관하지 않았다고 생각을 한다. 혐오를 부축이거나 선동하는 느낌이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한 의인, 알고 보니 동성애자였다 같은 기사는 없다. 이런 답변이 있었는데. 전혀 관련 없는 사건에 이렇게 동성애자라는 정보를 끼워 넣는 심리는 어떻게 봐야 됩니까?

[강유정] 제가 이번 거를 준비를 하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2018년에 가장 흥행했던 영화 중에 하나가 <보헤미안 랩소디>였어요. 1000만 관객 이상이 봤거든요. 인구의 5분의 1 이상이 본 겁니다. 거기에 주인공은 성적 지향으로 보나 여러 가지로 우리가 소위 말하는 동성애자고 소수자예요. 그래서 다 보고 주요 언론에서도 중요한 기사로 다룹니다. 그런데 말하자면 홍석천 씨 문제라거나 실제 우리를 눈앞에 있는 내 앞의 소수자에 대해서는 이원적인 기준을 갖다 대는 거죠. 그런데 저는 이게 대개의 일반 사람들도 크게 자유롭지 않다고 여겼어요. 그리고 그 자유롭지 않음을 언론은 또 너무 잘 활용하고 있는 거죠. 사람들은 작품 속에 나와 있는 것들은 남의 일이니까 재미있게 보지만 실제로 내 삶에 들어오는 것들은 사실 사회적 약자 이상으로 추방하고 싶어하는 이탈자로 취급을 하거든요. 그런데 이거를 언론이 그러면 점점 이 간격을 좁혀가느냐, 오히려 더 넓혀감으로써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자운] 저는 어떤 생각이 오히려 드냐면 우리 사회는 나아가고 있는데를 언론이 뒷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차별 혐오 배제, 이거는 이제는 옛날 이야기야 이제 그건 좀 아니지’ 하고 왔는데 언론이 자꾸 ‘우리 다시 참여부터 해보자. 우리 다시 혐오부터 해 보자’, 뒷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김빛이라] 성소수자 분들도 그렇고 얘기를 똑같이 궁금증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왜 대안 언론이나 실제 생활은 많이 바뀌었는데 기성 언론들은 옛날 모습을 갖고 있느냐. 우리는 사실은 기성 언론에게 기대하는 점이 가장 많다. 기성 언론이야말로 넓은 독자층에게 넓은 시청층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조금만 더 많이 해준다면 긍정적인 효과가 큰데 왜 그러느냐, 그런데 그분들도 마찬가지로 기성 언론들의 기존의 어떤 수직적인 구조라든지 보수적인 것들 때문에 못한다는 거를 알고 계시더라고요. 왜냐하면 종합일간지나 KBS 기자들 만나봐도 저 이거 취재해서 데스크와 싸워야 해요, 먼저 하신다고 하더라고요. [조소담] 저는 그 넓은 독자층이라는 걸 핑계로 기자들이 어떤 자신의 편견이나 차별을 그대로 드러내는 질문을 소수자한테 하거나 하면서 취재한다고도 생각해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이건 대중이 흥미 있어야 할 부분이 아니에요. 혹은 이거는 소수자 당사자의 이야기여도 이건 제가 이해시킬 자신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독자층은 굉장히 넓기 때문에 국민 정서에 맞지 않아요, 이런 말들을 계속 하는 거죠. 그런데 실제로 그게 국민 정서인가? 그게 실제로 넓은 독자층이 이해 못할 만한 수준인가라고 했을 때 저는 안 그럴 수 있는데 기자들이 뭔가 보수적으로 계속 그거를 핑계로 대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상호] 퀴어 행사 관련 보도도 좀 짚어봐야 할 거 같아요.

[최욱] 퀴어 축제 다루는 방식도 언론사마다 다른 거 같아요. 2018년에 뉴데일리와 경향신문을 사진을 비교해 보면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뉴데일리 같은 경우는 퇴폐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고요. 그리고 경향신문 같은 기사는 전혀 그런 느낌이 없죠.

[최욱] 제가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뉴데일리 사진 있지 않습니까? 이거는 실제 있는 것을 찍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여기 이게 축제에 참가하는 참가자들은 이런 사진이 찍히는 걸 꼭 싫어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가요?

[조소담] 어떻게 쓸 사진인가에 따라서 다르겠죠.

[최욱] 목적에 따라서?

[조소담] 제가 아까 최욱 님이 이야기를 물어보셔서 이야기했던 게 최욱 님 친구가 최욱 님은 이렇게 콧구멍이 크게 나오게 사진을 아래에서 찍는다고 했을 때 그걸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최욱 님을 싫어하는 어떤 커뮤니티에서 최욱 님 못생기게 나온 사진을 가져다가 이 사진을 품평하면서 역시 못생기지 않았느냐고 하면 싫어하는 게 당연하다, 이런 얘기를 했었거든요. 저는 사실.

[최욱] 바로 이해가 가더라고요.

[강유정] 그러니까 이게 프레임이죠. 사진을 찍을 때 어떻게 액자를 만드느냐, 사실 이 사진은 그냥 아무런 사진이 아닌 것으로 보여요. 밑에 만약 퀴어 축제라고 붙이지 않으면 록 페스티벌이나 다를 바 없어 보이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밑에 있는 기사에 문구들 자체가 이미지를 형성하도록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언론사는 성공한 거죠.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을 한 거니까요.

[최욱] 이 의도에 이끌려서 제가 이 사진을 보고 퇴폐적으로 느꼈다는 거군요.

[임자운] 저는 사실 매년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가거든요. 그게 그 성소수자들의 어떤 인권운동을 지지하고 연대한다는 마음이 아니라 재미있어서 가요. 되게 재밌어요. 유쾌하고 재미있고 뭔가 신선하다는 느낌도 계속 받고 밝아요. 어둡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거기서 항상 느끼는 이미지는 축제고요, 일단. 축제, 사랑, 포용, 이런 이미지를 느끼거든요. 제가 가장 인상적으로 계속 보는 건 또 항상 보고 싶은 것은 어떤 게 있냐면 성소수자 부모 모임이 프리 허그 이벤트를 하는데 그 모습은 제가 멀리서 보면서 계속 지켜보게 되는 그런 이미지. 되게 뭉클한 이미지거든요. 그런 것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었고 그런 것을 담아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조소담] 저희가 했죠.

[최욱] 본인이 하셨다고. 우리가 했소이다.

[김빛이라] 저도 놀랐던 게 <닷페이스> 영상 속에 담긴 축제 같은 현장들이 저희 KBS 화면 속에서는 정말 없었거든요. 저도 <닷페이스>를 보고 퀴어 축제가 이런 역사가 있었고 이런 의미들을 가지고 이들이 나오는구나, 이제서야 좀 알 수가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프레임이 완전히 달랐다는 거죠.

[조소담] 저희가 사실 <닷페이스> 입장에서는 안심되는 일이기도 하죠. 뭔가 언론사들이 계속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저희가 가지고 있는 차별성과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2016년에 취재를 하고 돌아가서 영상을 편집하고 나서 제일 먼저 봤던 게 지상파 3사는 퀴어 문화 축제를 어떻게 봤는가 KBS 같은 경우에는 그때 곳곳에서 실랑이라는 기사를 하나 내고 그다음에 심층 리포트를 내서 또 다뤘어요. MBC는 아예 리포트가 없었고 SBS는 또 충돌 부른 퍼레이드, 이렇게 냈었거든요.

[강유정] 그러니까 언론의 기계적 중립성을 의심하게 되는 거예요. 뭐냐 하면 다수의 편을 들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식이든, 언제든. 그래서 편한 길을 가는 거를 기계적 중립성으로 이야기하는 건 아닌지, 지금 보면 마치 막 맞불집회처럼 퀴어 축제, 그리고 퀴어 반대축제 이런 게 갈등이 팽팽한 것처럼 그려지고 있거든요. 사회적 구도에서 보자면 분명히 퀴어 축제가 소수자 맞잖아요. 그런데 왜 마치 되게 대등하게 거의 인구수도 반반인 것 같고 갈등 양상이나 주장도 아주 동등한 위치에 있는 거처럼 그렇게 보도를 하느냐, 그때. 그리고 그거를 왜 기계적 중립성이라고 이야기하느냐라고 할 때 저는 다수의 말을 듣기 좋은 게 어떤 점에서는 기계적 중립성이라고 얘기를 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조소담] 저희는 그렇게 다룬 적이 없고요. 20년 동안 퀴어축제가 있었고 그 안에서 얼마나 다양한 어떤 기쁨들이 있었겠어요? 그런데 그런 것들은 보도가 안 됐고 계속 밖에서 싸우는 것들, 광장 밖에 있는 어떤 갈등들만 보도가 됐던 거죠. 그러니까 사실 언론이 계속 조감도처럼 우리는 손 떼고 그냥 멀리서 봤을 때 이렇게 보여라고 하는데 그 축제 안으로 들어간 언론은 없었는지, 그 축제 안에서 자긍심과 기쁨을 담아내는 언론은 없었는지 의구심이 드는 거죠.

[강유정] 저는 숙대에서 일어난 사건과 동일한 맥락이라고 봐요. 그들이 느끼는 기쁨이라든가 정당성도 안 들여다보니까 그들이 느끼는 고통과 갈등도 다 바깥에서 보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은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재미있는 뉴스적으로 가치가 있어 보이는 불구경할 수 있는 것들만 계속해서 얻어가겠다, 일종의 담론장에서 쫓아내고 아예 아웃사이더 취급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호] 기성 언론들은 왜 이걸 못하는 겁니까? 제3자 입장에서 왜 계속 마치 남의 일처럼 보도를 하고 들어가지 못한다고 생각을 하세요, 김빛이라 기자?

[김빛이라] 기성 언론에서는 성소수자 이슈를 다룬다. 그러면 사건사고 보도를 다룰 때예요. 지속성도 없고 그리고 사건 기자의 시각에서 벗어나기가 참 힘든 상황이에요. 반대 의견이 있으면 이걸 같이 다루는 마치 사건 보도를 중계하듯이, 그러다 보니까 이것을 계속 이 시각으로만 바라보다 보니까 그냥 찬반 양립적인 태도를 모두 다루는 게 그냥 내가 해야 하는 일이구나. 이렇게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가장 심각한 경우가 아닌가라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강유정] 보도에 위계라는 게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거죠. 주요 일간지들에서 이 문제들을 다 함구한 이유들도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일간지들이 정치적인 것들과 지금 벌써 총선과 관련된 보도들은 넘쳐나고 있거든요. 그런데 왜 이런 뉴스들은 작은 꼭지 하나도 못 얻느냐, 그런 부분에서 말 그대로 자신과의 이익 관계가 굉장히 떨어지기 때문에, 어떤 점에서는. 그런 전파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위계에서 밀리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상호]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색이 무지개입니다, 무지개. 다양성을 추구하는 거죠. 그런데 대다수 언론이 심층적으로 보도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나름, 흑과 백으로 결국에는 갈리거든요. 조금 더 어떻게 좀 들어갈 수 있을까요?

[임자운] 2020년 2월 5일자 이런 문구를 봤어요. “아무도 전하지 않은 소식을 다루는 게 언론의 역할이지만 누구라도 다루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도 있다. 개인이 가진 수많은 정체성 중에 하나를 이용해 그사람을 규정하고 같은 집단성에 있는 집단 전체를 공격하는 혐오 차별이 그렇다.” 하나의 원칙을 갖자고 우리가 제안할 수 있다면 저는 혐오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앞에도 잠깐 그런 말씀을 드렸지만 있어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기자가 선택한 거예요. 그것을 공론의 장에 선택한 겁니다. 혐오는 토론에 있어서 아무런 도움이 안 되잖아요. 나아갈 수 있는 아무런 영향, 기능을 하지 못하거든요. 그러면 그 표현만큼은 없애자 라는 원칙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조소담] 저는 언론이 본인들이 소수자의 목소리를 다룰 때는 혐오와 배제를 부추기는 보도를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거를 인지하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기자가 계속 그런 걸 물어보는 거예요. 유년기에 분홍색을 좋아했다는 에피소드를 꺼낸다든가. 이 사람이 치마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꺼낸다든가. 그런데 트랜스 여성들 같은 경우에도 굉장히 다양한 삶을 살고 있고 분홍색을 싫어할 수도 있고 당연히 운동을 더 좋아할 수도 있고 의도가 나쁜 질문은 아니지만 예전에 5년 전에 봤던 기사에서도 이 질문을 했는데 3년 전에도 이 질문을 했는데 아직도 이 질문을 똑같이 하는구나고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최욱] 분홍색은 여성을 대표하는 색이 아니라 미래통합당을 대표하는 색입니다.

[강유정] 맞아요. 밀레니얼 핑크라고 하더라고요.

[이상호] 이런 민감한 주제를 다룰 때는 정말 진짜 생각지도 못한 고질적 편견들이 툭툭 튀어나올 때 보면 저도 깜짝깜짝 놀라거든요. 그건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된다고 보세요. 아니면 어떻게 해결책을,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보세요?

[김빛이라] 절대 개인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인 거 같아요. 그러니까 기자들에게도 사실 취재 경험이라는 게 진짜 중요하거든요. ‘우리 이런 보도 해봅시다’라고 했을 때 모두의 의견은 이렇지 않아, 반대 의견도 꼭 담아, 이런 식으로 하면 결국 그런 트라우마들이 쌓이게 되는 거죠, 취재에서. 그러다 보면 발전하기보다는 앞서 성소수자들이 정확히 짚었던 기자들의 핑계, 우리는 모두의 의견을 담아야 해. KBS도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다는 걸 제가 이제 사내에서 경험합니다.

[조소담] 소수자 마이너리티라고 불리는 분들 인터뷰를 많이 하게 되거든요. 그럴 때 내부에서 가지고 있는 어떤 원칙들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다수가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는 수준에 맞춰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편집하지 말자는 게 저희의 원칙이에요. 사실 다른 사람들보다 어떤 소수자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언론 앞에서 목소리를 내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용기를 내서 언론에 목소리를 내는데 그 목소리가 안전한 상황에서 나올 수 있도록 언론이 보장하지 않으면 이거는 이 사람을 공격하라고 그냥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안전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언론사들이 고려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이상호] 이번 주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성소수자 당사자분들한테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냐,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공통된 답변이 성소수자가 이미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계속 이야기한다.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난민, 장애인 같은 대부분의 소수자에 대해서도 비슷하다고 지적을 했는데 어떻게 바꿔가야 할지 임자운 변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임자운] 저는 소수자 인권의 문제를 다루는 언론에 아주 나쁜 습성 중에 하나가 사안을 납작하게 만든다는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분들이 얼마나 간절한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기호·취향? 할 수 있으면 좋고 아니면 그만인 문제라는 것이죠. 한 번 생각해보죠. 우리 사회에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배제가 얼마나 큰지는 그 분들이 제일 잘 압니다. 일상에서 겪어 왔거든요. 그것을 극복해서라도 드러내고 싶은 거에요. 그거를 극복해서라도 성별정정을 받아낸 거고, 그것을 극복해서라도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집단에 가고 싶은 거에요. 그만큼 간절하다는 거죠. 결국 기호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라는 그 메시지에 공감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고요. 또 하나는 제가 팬으로서 <닷페이스> 홈페이지에 그런 말이 있어요. 우리는 마이너리티는, 성소수자,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할지 먼저 나서서 말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상식이 필요한 지적을 가르키는 사람들입니다. 저도 그런 경험을 사실 했어요. 그러니까 저에게도 뿌리 깊은 관념이라는 게 있습니다. 특히 성에 대한 젠더에 대한 관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거 같아요. 그런데 그것이 소수자들을 만났을 때 되게 깨어져 나가는 유쾌한 경험들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사회가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게끔 사실 만들어주는 분들이에요. 그분들과 소통의 면적이 넓어질수록 저는 가능하다고 보거든요. 그게 가능하도록 사실 언론이 이끌어야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고요.

[강유정] 언론은 사실 안경을 제공을 하죠. 안경을 제공하는데 어떨 때는 우리가 색안경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고 어떨 때는 뿌연 시선, 어떤 시각 능력을 교정할 수도 있게 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언론은 힘이 있다는 거예요. 언론은 어떤 거냐면 갈등의 당사자를 호의적으로 보이게도 할 수 있고 부정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국의 언론들이 이 역할이라는 거, 힘이라는 걸 어떻게 사용해 왔는가라고 물어봤을 때 모든 사람이 다 공히 대답할 수 있는 건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하지 않은 것 이런 무책임이 다시 한 번 얘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상호]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방송은 KBS1TV, myK, 웨이브,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언론 개혁,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다음 주 일요일 밤 9시 40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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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널리즘토크쇼J] “존재를 부정합니다” 언론이 퇴출한 22살 여대생
    • 입력 2020-02-25 00:28:28
    • 수정2020-02-25 06:19:48
    저널리즘 토크쇼 J
[이상호] 안녕하세요?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오늘 함께하실 분들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비평 끝판왕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님입니다.

[강유정] 안녕하세요? 강유정입니다.

[이상호] 팟캐스트 황태자 최욱 씨 나왔습니다.

[최욱] 일요일 잘 지내고 계시죠? 최욱입니다.

[이상호] 깊은 보조개만큼이나 깊은 시각을 가진 분이죠. 임자운 변호사입니다.

[임자운] 반갑습니다. 임자운입니다.

[이상호] ‘빛픽처’라고 팬들 사이에서 불리고 있습니다. KBS 김빛이라 기자도 함께했습니다.

[김빛이라] 안녕하세요? 김빛이라입니다.

[이상호] 오늘은 비평에 앞서서 <저널리즘 토크쇼 J> 앞으로 온 편지 한 통을 먼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코로나19 위기를 겪은 후 조국 현지에서 한 시민이 보내주신 편지인데요.

[이상호] “중국의 주류 언론은 대중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만 보도합니다. 다른 것은 보도하지 않습니다. 위챗(wechat, 微信, 중국의 SNS). 웨이보(Weibo, 微博, 중국의 SNS)에서 민감한 단어를 사용하면 그 글은 삭제되며 심한 경우에는 계정이 차단됩니다. 얼마 전 웨이보에 언론 자유를 요구하는 게시물이 있었지만 곧 삭제됐을 겁니다. 트위터나 유튜브를 통해 발언한 사람들은 ‘차 마시자’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거나 구류형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천추스(陳秋實ㆍ34) 씨는 시민 기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서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을 보도했습니다. 그는 중국의 법을 어기지 않았고 진실을 보여줬을 뿐입니다. 이런 행동은 중국에 좋은 일입니다. 제가 계속 하겠습니다. 중국의 언론 자유가 오는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라고 쓰여 있습니다.

[최욱] 그 편지 속에 등장하는 천추스라는 분은 최근에 우한에서 실종됐던 그분 아닙니까? 변호사이자 시민 기자.

[김빛이라] 맞습니다. 그러니까 최근에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우한의 사태를 알린다거나 아니면 정부 당국의 비판하는 그런 영상을 올린 시민 기자분인데 이분의 지인, 그러니까 천추스 SNS 관리하는 지인으로부터 온 편지입니다.

[이상호] 담담하게 썼는데 굉장히 절박함이 많이 느껴져요. 그 J 제작진과는 어떻게 연락이 닿은 거죠?

[김빛이라] 중국이 굉장히 언론 통제나 정부의 어떤 정보 통제 때문에 코로나 사태가 악화됐다는 거로 인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언론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굉장히 크거든요. 저희도 이제 시민 활동가들을 찾아서 차례차례 연락을 해봤는데 다 차단이 된 상태였어요. 그러니까 현지에서 보신 거처럼 웨이보라든지 위챗에 정부 차단이 돼서 저희도 포기를 해야겠다, 그런 찰나에 천추스 씨의 트위터 계정에서 답이 와서 가까스로 연락이 됐던 그런 상황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이 상황에서 한 가지 더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게 정말 저희 상상 이상으로 중국의 정보 통제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는 거를 이 편지를 번역해주신 분조차도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면 안 된다. 저희에게 계속 당부하셨어요.

[최욱] 위축될 정도로 두렵고 무서운데 아까 편지 속 내용 중에 ‘차 마시자’. 이런 표현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거는 어떤 의미죠?

[김빛이라] 어떤 뜻으로 생각하세요?

[최욱] 뭔가 좀 무서운데 그렇게 해서 딱 이렇게, 어디론가 데려가는 그런 과정 아닐까 싶은데요.

[강유정] 그러니까 이게 알고 보니까 공안들이 심문조사 하기 전에 어디 갑시다. 차 마시자.

[최욱] 무서워.

[강유정] 라고 얘기를 하거나 아니면 ‘수도 검침이 있습니다.’라고 문을 열게 하는 그런 말을 건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로 이야기하면 예전에 남산을 간다 하면 그 말 자체로 굉장한 내포를 가지고 있잖아요.

[이상호] 섬뜩하네요. 차 마시자.

[임자운] 중국에 있는 인권활동가들이 그런 식으로 노출됐을 때 굉장히 큰 위협이 된다고 저희가 또 들어가지고, 지금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서 그 상황이 조금 더 심화됐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상호] 이 중국의 사태를 지금 전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는 게 있거든요, 보도에서. 어떤 사람들이 있습니까?

[김빛이라] 지금 보시면 유튜브로 우한의 안팎의 상황을 알리는 시민 기자 팡빈(方斌)이라든지 정부 비판 글, SNS를 올린 칭와대 교수 쉬장룬(許章潤ㆍ58) 씨도 행방이 묘연한 상태라고 합니다.

[이상호] 쉬장룬 교수한테도 J에서 연락을 시도를 했었다면서요?

[김빛이라] 쉬장룬 교수의 여러 SNS 계정이나 이메일로도 연락을 취해봤지만 결국에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외신에서 찾아보니까 실제 최측근들이나 지인들까지도 쉬장룬 교수와 연락이 된 지는 오래됐다. 현재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저희도 파악을 하고 있습니다.

[임자운] 그 쉬장룬 교수가 가장 최근에 올린 글에 “내가 처벌당할 거라고 너무 쉽게 예견할 수 있다. 틀림없이 이건 내가 마지막 글이 될 것이다”라는 글을 올리고 그 후 지금 열흘 가까이 실종 상태라고 하는데요. 그 예견이 좀 틀렸으면 좋겠어요. 다음 글을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호] 어떻게 어디에 있을 거라고 아예 추정 자체도 불가능한 상황 아닙니까?

[강유정] 중국에서 지금 코로나와의 인민 전쟁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 감염병보다 더 무서운 걸 어떤 점에서는 진실이라고 생각하는지 이렇게 소셜 미디어 검열을 엄청나게 강화하고 있고 그래서 실제로 실종되었다는 거를 일부러 저는 더 보도가 된다고 생각을 해요. 결과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도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 기자 분들께서 실종을 감소하면서 까지도 진실을 알리고 있거든요. 그 부분을 좀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욱] 그러니까 중앙 언론에서 이런 것들을 다루지 않기 때문에 시민들이 직접 보도하듯이 진실을 알려서 그냥 시민기자라고 칭하나 보군요.

[강유정] 어떤 의제를 설정하고 팩트를 가지고 다시 내보내는 것, 데스킹을 해서 보여주는 게 기존 언론이라면 이렇게 1인 기자들, 시민기자들이 갖고 있는 힘은 사실성이 강하고 진실성이 강한 보도를 즉시 보여줄 수 있다는 건데 아무리 언론을 통제한다고 할지언정 결국은 이렇게 1인 미디어가 되었듯이 통제되지 않은 진실이라는 게 있다고 보여주는 듯합니다.

[임자운] 굉장히 올드한 중국 당국의 방식이 현대화된 미디어 시스템을 활용하는 시민들의 방식이 계속 싸우고 있는 상황인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어떤 상황이 초래될지 만들어질지 관심이 계속 가네요.

[최욱] 자신의 안전을 담보로 진실을 알리는 이분들이 진짜 기자네요. 같은 기자로서 부끄럽죠?

[김빛이라] 그렇습니다.

[이상호] 신변의 위협 속에서도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 용기를 내준 편지를 보내주신 당사자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요. 이 방송은 KBS 1TV, myK, 웨이브,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상호] 최근 우리 사회에 큰 화두를 던진 사건이 있었죠. 바로 여대 합격한 트랜스젠더를 둘러싼 논란인데 이 사건 관련한 언론 보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의 조소담 대표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조소담] 안녕하세요?

[최욱] <닷페이스>는 저는 살면서 처음 들어봤는데 우리

[임자운] 변호사는 팬이라고요? 뭐 하는 데입니까? <닷페이스>.

[임자운] 우연히 영상을 봤어요. 영상을 봤는데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이야기를 많이 다루시는데 그들의 어떤 저항하는 모습, 싸우는 모습이라기보다는 살아가는 모습, 존재하는 모습을 가만, 가만히 얘기를 하고 그런 콘텐츠는 사실 있습니다, 다른 데에도. 그런데 그런 콘텐츠에 가만히 귀 기울이게 하는 뛰어난 채널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최욱] 우리 변호사님은 실제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에요? 아니면 인기성 발언이에요? 거 참 희한하신 분이네.

[조소담] 좋으신 거 아닐까요?

[김빛이라] 질투가 너무 심한 거 같은데.

[이상호] 요즘 말로 정말 찐팬이신가 봐요, 찐팬.

[최욱] 저는 이제 젠더이슈, 그리고 소수자 관련해서 태생적으로 제가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라 저는 아무리 외우고 외워도 쉽지 않은데 정말 대단하신 분인 거 같습니다.

[이상호] 뭐가 그렇게 어려운 거예요, 외우고 외운다는 게?

[최욱] 쉬워요?

[이상호] 아니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말씀을 해주셔야지. 뭐가 어려운지 말해줘야지.

[최욱] 여러 가지 첨예한 이슈가 지금 우리 현실 세계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럴 때마다 사실 제가 뭔가 판단하고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외우죠.

[김빛이라] 언론에서 깊이 있게 알려주지 않다 보니까.

[최욱] 맞습니다.

[최욱] 그런 차원에서는 오늘 J가 굉장히 용기 있는 주제를 선정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호] 그럼 본격적인 비평 시작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월 30일 뉴시스 보도 내용부터 살펴볼게요. <남에서 여, 성전환 20대 여대생 된다... 숙명여대 합격>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단독 보도로 나갔거든요. 내용을 좀 전해드리죠.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가 올해 숙명여대에 최종 합격한 뒤 입학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대 합격한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8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A 씨는 최근 숙명여대 2020년도 신입학전형에 최종 합격했다.” 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보도가 나가자마자 트랜스 여성 A씨를 향한 언론의 관심이 어마어마했습니다.

[김빛이라] 포털 사이트 다음 기준으로 보면 이 보도 나간 당일에만 115건의 관련 기사가 쏟아졌고요. 2월 16일 기준으로 하면 누적된 건수가 430건에 이릅니다. 엄청났죠.

[이상호] 세계일보 기사들을 소개해드릴 텐데 1월 30일부터 2월 10일까지 12일 동안 A씨와 관련해서 총 13건의 기사를 작성을 했습니다. 1월 30일자 <성전환 남성, 숙명여대생 됐다>. 2월 2일자 <성전환 남성 합격, 숙대 입학 찬반 논쟁>, 2월 4일자 <여대 페미니스트 모임, “여대는 남자가 여자로 인정받기 위한 수단 아니다”> 2월 8일자 <“숙대 성소수자 입학 포기는 자칭 ‘페미니즘’ 집단적 반지성주의 광기·폭력 보여준 것”>. 어떻게 보셨습니까?

[강유정] 갈등의 현장만을 보여주는 겁니다. 그런데 갈등의 현장, 갈등이 있다는 사실을 굉장히 강조하다 보면 뭐를 놓치냐 되냐면 뭐 때문에 갈등하는지를 갈등의 원인과 갈등을 어떻게 풀고자 하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갈등 현장만 계속해서 중계하게 되는데 이번 경우도 저는 그랬다고 보는데요. 갈등 저는 굉장히 소중한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담론 현상을 위해서 갈등이 없을 수 없거든요. 그러면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서 사회적 인식이라는 게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거에 대한 역할은 전혀 하지 않고 거기는 언론사 나름의 입장이라든가 프레임이 필요하거든요. 그러니까 더더욱 위험한 문제다. 이거는 한편으로는 쉽게 내 입장으로 내세우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걸음 뒤로 빼고 갈등만 계속 보도하다 보니까 이 현장 자체가 의미 있는 갈등 현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저분한 싸움의 현장처럼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느끼게 한다는 거예요.

[임자운] 그러니까 흔히 하는 말로 제일 재미있는 게 불구경하고 싸움 구경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이거 보면 그냥 싸움 붙여놓고 구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말씀해주신 세계일보 기사들을 보면 최초 보도가 있잖아요. 세계일보에서 보도한. <성전환 남성 숙명여대생 됐다> 이거는 같은 날 뉴시스의 최초 보도를 베껴 썼어요. 보니까 내용이 거의 똑같습니다. 문장 순서도 비슷하고요. 심지어 제목은 훨씬 더 안 좋아졌어요. 성전환 남성. 정말 이건 해서는 안 될 표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나라 법원이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요건이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당사자분들도 굉장히 상처받거든요. 성전환 수술 그다음에 생식 능력 제거, 이런 것을 요구하고 있어요.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성별 정정을 하신 분이에요. 자신의 삶을 걸었어요, 거기다가. 그래서 트랜스젠더 여성이 됐어요. 그런데 언론이 성전환 남성이라고 표현한 거예요.

[최욱] 세계일보보다 더 심각한 데도 많아요. 뉴데일리 같은 경우는요. 헤드라인이 <“숙명여대 ‘내시’가 입학했다”> 이건 진짜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싶어요. 뉴시스 같은 경우에는 <숙대생들 ‘성전환 합격자’ 있는 단톡방에서 대놓고 조롱>이라는 제목으로 신입생 익명 단체 대화방 내용을 입수해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조소담] 이 숙명여대 내시가 입학했다는 헤드라인 같은 경우에는 자보 제목을 그대로 따와서 쓴 거거든요. 그래서 숙명여대에서 이런 자보가 나왔다고 했을 때 지금 기사 제목들을 보면 대부분 따옴표가 붙어 있어서 ‘여기서 이랬대’ 그리고 ‘저쪽에서 저랬대’라고 하면서 계속 싸움을 붙이는 양상으로 이야기를 하는 거 같아요. 뉴시스에서 나왔던 단톡방 안에 있는 대화 내용을 캡처해서 보도한 것 같은 경우에는 제목에서는 단톡방에서 조롱을 했다 그리고 반대하는 의견이 이렇게 세다라는 것을 되게 크게 비춰서 제목으로 냈는데 실제로 내용을 보면 기사 후반부에서는 이런 조롱하는 목소리에 대해서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단톡방 안에 있었거든요. 사실 이 두 가지가 카톡방 안에서 같이 이루어졌는데 제목 같은 경우에는 반대하거나 조롱하는 것만 조명해서 내게 된 거죠. 오히려 혐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그 단톡방 안에 있었다라는 게 제목이 될 수도 있었던 거잖아요.

[이상호] 저희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언론의 집중 조명 이후에 A씨, 그리고 숙명여대 재학생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거든요. 화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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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합격자 트랜스젠더 여성 A씨

# A씨의 숙명여대 합격, 어떻게 세상에 알려졌나

[A씨] 단독, 특종을 달고서 저렇게 나올 줄은 몰랐죠. 조용히 어디 조그마하게 실려서 묻힐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마치 내가 처음부터 그런 의도를 굳게 가지고서 원서를 쓰고 내가 이 모든 걸 주도면민하게 벌인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보다보니까. 그런 것 때문에 욕도 많이 먹고. 인터넷에서.

# 동의 없이 보도된 사생활, 가십거리로 소비되다

[A씨] 불쾌했던 게 모 언론사에서 제가 별로 인터뷰를 하기 싫어가지고서. 하도 시달리니까. "내가 최근에 정신과도 갔다 왔다. 너무 힘들다. 별로 연락하지 말아달라" 이런 식으로 말 했거든요. 녹음을 떠서 음성변조해서 방송에서 내고 정신과 갔다 왔다는 소리를 쓰더라고요. 당황스럽더라고요. 나간걸 보고서. 인터뷰 안 된다고 했는데 그걸 그런 식으로 내니까. 그래서 그거 나가고서 사람들이 막 너가 뭐라고 정신과도 갔다오냐, 막.. 뭐라 하고 이런 걸 봤었거든요, 가십거리에 소비되는 걸 바라고 쓰는 면이 없잖아 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단편적인 기사만 나가면 또 우리 이미지가 어떻게 보일까, 분명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기사에 나온 단편적인 면만 보고서 이미지를 형성한단 말이죠.

# 트렌스젠더 여성은, 여학생들의 반발로 숙대 입학을 포기했다?

[A씨] 딱히 학교에 대한 감정은 안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를 싫어하셨던 분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저를 챙겨주시고 그렇게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이 많았으니까 그걸 통해서 만족하고 덕분에 감사한다고 하고 싶고. 일단 제 개인적인 측으로 보면 이제 한 짐을 내려놓은 거긴 하죠, 일단은 이것이 포기라는 방법으로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그렇지만 사회적인 측으로 본다면 이 제가 논의를 던졌으니까 이제 그걸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데까지 시일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 '‘두 쪽 난 숙명여대?’ ‘극한 찬반 대립’… 정말 그럴까?

[기자] 혹시 (기사들) 어떻게 보셨어요?

[학생 1] 죄송해요. 이거 약간 좀 말하기가 불편해가지고

[학생 2] 아, 또 저희가 이런 거 말하면 이게 뭔가

[학생 3] 맞아, 또 기사화가 돼가지고 모든 사람의 그 의견이 되어버릴까 봐. 보도가 어떻게 되든 간에 제 의견인데 '숙대생 의견’이라고 생각을 하고 숙대생 내에서도 '얘는 이렇게 생각할순 있는데, 왜 숙대 전체 의견을 대변하나' 이런 식으로 말이 나올 수도 있어서 그런 점이 불편해요.

[기자] 그럼 보도를 보시면서는 실제 그런 생각이 드셨겠네요? 여러 의견들이 있을 수 있는데 뭔가 굉장한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학생 4] 근데 그게 숙대에서만이 아니라 그냥 한국 전체에서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 있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너무 이쪽에만 편중돼서 보도되는 것도 많이 있고 근데 이제 그게 좀 이 숙대 자체가 여대이기도 하고 좀 작은 사회이니까 의견이 대변되면서 그렇게 나누어지는 게 좀 더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것 같아요. 언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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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지나친 취재 경쟁에 꽤나 시달렸던 것 같은데 직접 보시니까 어떤가요?

[김빛이라] A씨에게 왜 언론을 통해서 자신의 입학을 공개했느냐고 물어봤을 때 인상 깊었던 말이 평범한 여러분의 일상 가운데 트랜스젠더 여성이 있을 수 있다,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걸 통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싶었다, 그뿐이었다고 하는데 결국 이 보도 이후에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조각난 채로 계속해서 보도가 됐고 사례로 나왔지만 한 매체의 경우에는 인터뷰를 하지 않기 위해서 얘기한 거조차도 편집돼서 보도 되었고 거기에 동의 없이 ‘정신과를 다닌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와서 굉장히 문제가 있는 상황이었죠.

[이상호] 그 트랜스 여성 A씨의 동의 없는 인터뷰, 이 부분은 공익적 목적에서 보도를 한 걸까요? 아니면 어떤 의도였을까요, 저는 그게 좀 궁금합니다.

[임자운] 저는 JTBC 뉴스는 사실 변명의 여지가 없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기자의 취재력이 뛰어나서 이 화재의 인물을 직접 목소리를 땄다. 이거를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 인터뷰 내용에도 이분은 자신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불안을 표현하고 있는데 거기에는 정말 단 1의 공감도 하지 않았던 거죠, 기자는.

[최욱] 그런데 이렇게 전화를 해서 그냥 대화하는 거 같이 하면서 이거를 녹취를 해서 언론에 내보내는 경우가 굉장히 많지 않습니까? 이거는 좀 문제 있는 거 아닌가 싶은데 어떻습니까?

[김빛이라] 공익적인 목적이 있었을 때는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이거 역시 기본적으로는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고 하는 거는 임 변호사님 말씀하셨던 거처럼 나는 취재를 했다. 그리고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 기자가 어떻게 보면 자랑하는 거 이외에는 시청자들도 별다른 감흥을 전혀 받을 수 없는, 고쳐야 하는 문제죠. [조소담] 이런 갈등을 중심에 두고 엄청나게 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잖아요. 그런데 이 기사를 보는 대중들이 아니라 이 기사를 보고 있는 당사자들을 생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내 존재 자체가 논란거리구나, 내 존재 자체가 사람들이 이렇게 찬반을 하는구나. 내 존재가 어떻게 사람들한테 뭔가 동의하지 못할 만큼 큰 소리를 내고 싸워야 하는 이슈구나라는 생각을 계속 사람들이 하게 된다는 거죠. 이 당사자들이 쏟아져 나오는 보도를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없거든요.

[이상호] 트랜스젠더 여성 A 씨 입학 논란 이후에 온라인상에서 숙명여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숙명여대 연관으로 분석한 결과 특히 2월 6일자 뉴시스의 단톡방 보도 직후에 비판하다, 욕하다, 혐오, 폐쇄적, 이런 부정적인 표현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거를 확인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김빛이라] 지금 허락받지 않은 취재진은 캠퍼스 자체 출입이 금지됐을 정도로 굉장히 예민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취재진들이 들어가서 학생들을 잡고 찬성이세요, 반대세요, 물어본 다음에 그걸 기사화하거나 학생들만 들어가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채팅창까지 하나하나 기사화를 시켰기 때문에 사실은 의견을 밝힌 적이 없는 다수의 학생들은 그 보도만을 보고서 상처를 받은 것이죠.

[최욱] 제가 궁금한 게 있는데 가령 숙명여대 내에서 혐오하는 목소리가 있고 혐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가정을 하겠습니다. 그러면 언론이라는 것은 잘못을 또 지적하는 역할을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그럴 때는 이 혐오에 대한 부분을 지적하는 것, 그것 역시 잘못된 것입니까?

[강유정] 저는 혐오에 대한 지적은 분명 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그런데 그게 혐오를 위한 혐오의 지적이냐. 아니면 좀 더 다른 담론장을 만들기 위해서 이렇게 극단적 의견은 별로 담론장, 공론장을 만드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라는 언론의 태도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고 보는데.

[강유정] 사실 제가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니까 런던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머레이 애드워드 컬리지(Murray Edwards College)라는 데에서 처음으로 트랜스젠더 학생을 입학을 허용했어요. 이게 바로 뉴욕타임즈에도 실렸고, 가디언즈에도 실렸고 텔레그레프에도 실렸습니다. 반대하는 논리도 그냥 단순 반대가 아니라 이런 식으로 생긴 여대이기 때문에 트랜스젠더 여학생 입학이라는 건 어떤 점에서 저항으로서의 의미를 가진 여대와는 상충된다고 해서 굉장히 합리적인 논쟁들이 일간지에서 보도되고 있었던 겁니다.

[조소담] 교수님 의견에 굉장히 공감을 하는 게 뉴욕타임즈에서 미국에 있는 어떤 대학에서 비슷한 사례를 다뤘는데 트랜스 남성의 경우였어요. 그러니까 여성으로 입학을 했는데 중간에 이제 본인이 호르몬 치료를 하면서 나는 남성으로서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 이 상황에 대해서 일단 입학을 한 뒤에 이런 변화가 일어난 거죠. 그러면 이 이후에 급우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혹은 여기에서 이 사람이 여성 학생회 회장으로 출마한다고 했을 때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여대의 의미는,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 여성 리더십을 길러내는 것인가 혹은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인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 세세하게 짚으면서 이 안에 있는 대개 구체적인 갈등들을 다루거든요. 그런데 이 갈등을 갈등으로 다룰 것이냐, 아니면 갈등을 풀어가는 방법에 대해서 다루거나 혹은 성중립 화장실 같은 새로운 개념을 다루거나. 이런 방식으로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이상호] 결국 트랜스 여성 A씨가 숙대 입학을 포기한다라고 밝히면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나는 비록 여기에서 멈추지만 앞으로 다른 분들이 더 멀리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숙대 논란에서 언론이 좀 제시했어야 하는 방향, 어떤 것일지 짧게 나눠보죠.

[조소담] 일단 저는 기본적인 거부터 했어야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팩트를 바로 잡고 충분한 정보를 주는 것, 약간 위협을 느낀다고 이야기하면서 하는 말 중 하나가 이제 트랜스젠더랑 남자가 여장을 하고 여대에 침입하는 사람들, 그런 범죄자랑 구분을 못 하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그 둘이 완전히 다른 거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복장에 집착을 해서 복장 도착증이 있는 사람이랑 그리고 성별 불쾌감을 느껴서 자기 몸을 어떤 방식으로 정체감을 형성해서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이랑 둘이 다른 건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좀 더 설명이 필요하고 바로 잡는 그게 필요했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래서 이번이 그런 것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러면 내 옆에 있는 동료가 성소수자라고 했을 때 직장에서는 차별 없이 같이 일하기 위해서 무슨 롤이 필요한가.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성소수자인데 학교에서 같이 교육을 받는다고 했을 때 어떤 롤이 필요한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상호] 과거의 보도를 통해 언론의 태도를 돌아보는 ‘뉴스 강제 소환 시간’, 오늘은 뉴스 소환에 앞서서 한 사람의 기억을 소환해 보겠습니다. 영상으로 함께 만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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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뉴스 강제소환] 20년 전, 홍석천의 기억을 소환하다

지난 18일, 서울시 용산구

# 20년 전 홍석천의 기억을 소환하다

[홍석천/텔런트] 벌써 20년이 됐다는 게, 사실 저도 좀 안 믿기길 정도로, 시간이 좀 빨리 지나가는 거 같아요. 기자 분들께서 소문을 듣고 서로 앞 다투어서 이제 속 내용 잘, 모르고 그냥 한 줄로만 ‘난 호모다’ 이런 자극적인 기사로 스포츠 신문에 그때 아마 메인 기사로 실렸던 기억이 있다.

[김빛이라 기자] 당시 이제 커밍아웃을 하시고 나서 가장 사람들에게 많이 남는 영상은, 그 이의정씨 옆에 앉아계시고, 울고 계셨던 그런 영상이었어요.

[홍석천] 정말 수많은 기자분들께서 오셔서 또 자극적인 그런 이슈로 몰아가실 수도 있을 거 같아서 친한 감독님이 그냥 영상으로 만들어서 동시에 배포를 하자, 그러면 좀 객관적이 어떤 저의 의도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한 두 시간짜리로 인터뷰를 만들었어요. 굉장히 편하게, 뭐 유쾌하고 편하고 제가 어떻게 살았고 어떤 고민을 했고, 왜 이걸 커밍아웃을 하는지에 대한 굉장히 그 재밌는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었는데. 대중들이 저를 받아들여주지 않고 보기 싫어하신다면, 제가 뭐, 공부하는 시간을 갖든지, 뭐 이런 식으로 이제 인터뷰를 하면서 눈물을 흘렸던 거 같아요. 근데 고 부분만 계속 나가니까 제가 무슨 커밍아웃을 하면서 뭔가 뒤에 억지로 하는 거 아니야, 어떤 기자한테 들킨 게 아니냐, 여러 가지 의심 섞인, 후속 기사들이 몇 개 또 달리더라고요. 뭐 그런 식으로 좀 저의 진정성이 폄하되는 그런 보도가 많이 나왔었죠.

[홍석천] 지금 찾아봐도 아마 굉장히 많을텐데요. ‘나가면 엄마 아빠 못 사니까 농약 먹고 죽어야 돼’ 이런 에피소드를 얘길 했더니, 어떤 기사에 부모님은 농약 먹고 같이 죽자! 이런 식으로 뭐, 뭐 이렇게 굉장히 자극적으로, 제목을 뽑아서 사실, 오늘도 이제 인터뷰를 하면서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해야 될까, 또 자극적인 제목이 또 나가지 않을까. 동성애자들에 대한 이미지를 굉장히 나쁘게 하는 뭐 기사와 댓글이 지금까지도 굉장히 많이 괴롭히고.

[홍석천] 항상 제 앞에는 커밍아웃이 붙어 있고, 뭐 동성애자가 붙어 있어요. 왜 언론은 나를 바라보고 소개하고 대중하고 이어놓을 때, 그거에 저를 이렇게 가둬놓을까? 이런 생각을 좀 많이 해서 한동안은 제가 방송활동 하면서도 어떤 뭐 드라마나 영화나 이런 제가 연기를 할 때, 약간 동성애 코드가 있는 것들이 들어오면 제가 좀, 고사하는 경우도 일부러 고사하는 경우도 꽤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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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홍석천 씨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지난 2000년이죠. 동성애자로서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최욱] 당시에는 OO스포츠, 이런 데에서 많이 다루었었거든요. 그때 헤드라인이 나는 호모다. 나는 남자가 좋다, 이런 식으로 달렸던 것 같은데 그렇게 보도가 되면 우리 반응은 크게 두 가지 아니겠습니까? 하나는 거부감, 또는 희화화. 결국은 이 언론이 우리의 이미지를 그런 식으로 만들어갔던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좀 해봅니다.

[김빛이라] 막상 이번에 영상을 찾고 또 신문 자료를 찾다 보니까 종합 일간지라거나 지상파 뉴스에서 홍석천 씨 커밍아웃을 다룬 기사가 거의 없습니다. 이 사안을 홍석천 개인의 어떤 화제거리로 삼아서 연예지나 스포츠지에서 이슈로 다뤘을 뿐, 그때 당시에는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모두의 머릿속에 충격 고백, 나는 남자가 좋아요, 이런 것들만 남아 있는 거죠.

[조소담] 얼굴을 찌푸리면서 봤는데

[조소담] 언론사가 왜 사과를 하지 않죠? 이건 사과를 받으셔야 하는 문제라는 생각도 들고 KBS도 사과를 해야 할 거 같고요, 영상을 보고 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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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김빛이라] KBS도 20년 전의 자기반성을 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에 짧은 영상을 하나 저희가 갖고 왔거든요.
[홍석천] 뭐가 있어요?

04.02.08> 영상

[사회자] 토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오늘은 사례자 한 분을 모셨습니다. 성적 지향성이 동성애다, 라고 밝히신 이른바 커밍아웃이라고 하죠. 이것을 하신 탤런트 홍석천 씨 모셨습니다.

[홍석천] 안녕하십니까 홍석천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자리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원책] 이걸 의학적으로는 성 대상 도착증이라고 보는 것이거든요.


[홍승기] 정상 비정상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수냐 소수냐 문제이죠.

[전원책] 아니 비정상이라면 청소년에게는 막아야죠.

[전원책] 동성애가 그러면 정상입니까? 그건 정말 편견입니다. 그런 편견 갖고 있다면 정말 버려야 합니다. [사회자] 종교 생물학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전원책] 아니 동성애를 정상으로 보고 있는 사람하고 무슨 얘기를 하겠습니까? 그건 정상은 아니에요.

#생방송 내내 방청석에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들어야만 했던 홍석천 씨

[홍석천] 그래서 제가 저 분을 방송 나올 때 마다 가슴이 뜨끔 뜨끔한 게 이 이유였군요. 트라우마가 있었네. 방송은 항상 자극적으로 말을 하는 분들을 모셔다가 서로 이렇게 티격태격 하는 그런 거를 보여줘야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좀 쎈 분들을 모시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지금 잠깐 봤는데 진짜 세게 말씀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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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욱] 과거 영상이긴 합니다만. 물론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생방이기때문에 가감없이 나올 수 있지만 거의 막말에 가까운 비정상이라고. 비정상이라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거. 이거는 괜찮은 겁니까?

[강유정] 전원책 씨 지금도 활동하시잖아요. 수많은 주요 토론 프로그램에 여전히 주요 패널로 등장하고 있고 심지어 뉴스, 앵커까지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게 우리나라 언론의 수준이라는 겁니다. 최소한의 필터링이라는 게 기성 미디어가 가지고 있다면 과도한 막말을 쓰는 사람들은 자정 능력에만 기댈 게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할지언정 적어도 기성 미디어라면 써야 할 공용어가 있어야 하는 여기는 일종의 규칙의 세계 아닙니까? 그런데 여전히 살아남아서 여전히 그분이 주요 무대를 활동하고 있다는 건 언론이 오히려 더 반성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임자운] 아까 한 발언 중에 너무 자신 있게 마치 자기가 그 분야의 전문가인 것처럼 이것은 병이라고 이야기했잖아요. 국제 사회에서 이미 동성애는 정신 질환이 아닌 것으로 전문가들이 판단한 이후의 일이라는 거죠.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저렇게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놀라운데 그걸 카메라가 담아냈다는 거도 굉장히 놀랍죠.

[이상호]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 홍석천 씨가 꼽은 단어가 동성애자라는 수식어였습니다. 지난 뉴스를 강제 소환에서 살펴본 결과 언론이 동성애자라는 수식어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꽤 많았거든요.

[임자운] 2006년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제목이 ‘마약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마약과 동성애가 연결되어 있고 또 ‘에이즈 무방비’이기 때문에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인 것처럼 돼 있는데 기사 내용을 보면 주사기를 돌려쓴 게 문제라고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팩트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제목을 이렇게 뽑았다는 것은 데스크의 관점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이고 전형적인 낙인 효과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 가장 환영받지 못하는 소수자들에게 항상 이 범죄자 낙인 효과가 들어가요. 난민, 외국인 노동자, 비슷한 맥락이라고 저는 보여집니다.

[김빛이라] 이런 기사들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까 한국기자협회에서 인권보도 준칙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성적 소수자에 대한 기사를 쓸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다룬 것들이 있는데요.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경우에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 또 에이즈 등의 특정 질환이나 성매매, 마약 등 사회 병리현상과 연결 짓지 않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최욱] 조성호 살인사건. 아주 끔찍한 사건이었는데 그때도 이런 일이 좀 있었던 거 같아요. 이 사람에 대한 어떤 성적 지향, 이런 이야기만 계속 나왔던 걸로 저는 기억이 나네요.

[임자운] 사건 자체도 끔찍한데 저는 기사 제목 중 가령 한국경제 <토막살인 배경엔 동성애>, 굉장히 끔찍한 타이틀이잖아요.

[최욱] 이거 위험한 거 같아요.

[임자운] 이거 정말 기자가 직접 우리 사회 성소수자를 가해한 거라고 봐요. 제목으로, 글로 가해를 한 건데. 2016년 6월이면 그렇게 오래 되지도 않았던 거잖아요. 토막 살인이라는 아주 예외적이고 끔찍한 사건의 어떤 배경이 뭐라고 단정할 수 있는 게 대체 뭐가 있을까요? 동성애 말고, 다른 뭐를 넣을 수 있을까요? 무슨 단어를 넣어도 되게 불편하고 어색하고 싫어요. 그런데 동성애는 넣어도 된다고 기자들은 생각했던 거 같아요. 동성애 자체에 대한 뿌리 깊은 혐오가 있지 않고는 정말 이런 기사는 못 쓸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강유정] 하나 더 있습니다. 아주경제 10월 6일자 기사를 보면 <동성애 옹호하는 인간들 입을 찢고 싶다>는 극단적인 이 글을 트위터에서 따옴표로 가져와서 제목으로 삼고 있는 글인데요. 실어야 할 것과 실어야 하지 않을 것을 필터링하는 기능을 저는 마비한 기사라고 봐요. 이런 것을 실존하더라도, ‘실제 하니까 옮길 수 있어’라고 하는 건 상당히 포르노그래피적인 접근이죠. 이런 접근을 하지 않아야 하는 게 오히려 기성 언론이 갖고 있는 오래된 역사와 시스템이라고 보는데 이건 데스킹도 거치지 않고 결국 마지막에 아무도 감시하지 않은 채 나오지 않았다고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봐요. 아주경제 16년 6월 2일자입니다. 모든 분이 책임져야 할 혐오 표현 중 하나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욱] 결론적으로는 알 수 없는 거죠.

[김빛이라] 당시 경찰이 발표한 결론은 두 사람이 긴밀한 관계였지만 동성애자인지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휴대전화나 SNS로 분석해도 그런 징후도 나오지 않았다고 나왔지만 이미 나온 기사들은 고쳐지지 않았죠.

[이상호]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성소수자 분들한테 직접 물어봤거든요. 이런 얘기들을 좀 했어요. 이런 기사 때문에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힘들고 높은 자살 시도율과도 무관하지 않았다고 생각을 한다. 혐오를 부축이거나 선동하는 느낌이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한 의인, 알고 보니 동성애자였다 같은 기사는 없다. 이런 답변이 있었는데. 전혀 관련 없는 사건에 이렇게 동성애자라는 정보를 끼워 넣는 심리는 어떻게 봐야 됩니까?

[강유정] 제가 이번 거를 준비를 하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2018년에 가장 흥행했던 영화 중에 하나가 <보헤미안 랩소디>였어요. 1000만 관객 이상이 봤거든요. 인구의 5분의 1 이상이 본 겁니다. 거기에 주인공은 성적 지향으로 보나 여러 가지로 우리가 소위 말하는 동성애자고 소수자예요. 그래서 다 보고 주요 언론에서도 중요한 기사로 다룹니다. 그런데 말하자면 홍석천 씨 문제라거나 실제 우리를 눈앞에 있는 내 앞의 소수자에 대해서는 이원적인 기준을 갖다 대는 거죠. 그런데 저는 이게 대개의 일반 사람들도 크게 자유롭지 않다고 여겼어요. 그리고 그 자유롭지 않음을 언론은 또 너무 잘 활용하고 있는 거죠. 사람들은 작품 속에 나와 있는 것들은 남의 일이니까 재미있게 보지만 실제로 내 삶에 들어오는 것들은 사실 사회적 약자 이상으로 추방하고 싶어하는 이탈자로 취급을 하거든요. 그런데 이거를 언론이 그러면 점점 이 간격을 좁혀가느냐, 오히려 더 넓혀감으로써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자운] 저는 어떤 생각이 오히려 드냐면 우리 사회는 나아가고 있는데를 언론이 뒷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차별 혐오 배제, 이거는 이제는 옛날 이야기야 이제 그건 좀 아니지’ 하고 왔는데 언론이 자꾸 ‘우리 다시 참여부터 해보자. 우리 다시 혐오부터 해 보자’, 뒷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김빛이라] 성소수자 분들도 그렇고 얘기를 똑같이 궁금증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왜 대안 언론이나 실제 생활은 많이 바뀌었는데 기성 언론들은 옛날 모습을 갖고 있느냐. 우리는 사실은 기성 언론에게 기대하는 점이 가장 많다. 기성 언론이야말로 넓은 독자층에게 넓은 시청층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조금만 더 많이 해준다면 긍정적인 효과가 큰데 왜 그러느냐, 그런데 그분들도 마찬가지로 기성 언론들의 기존의 어떤 수직적인 구조라든지 보수적인 것들 때문에 못한다는 거를 알고 계시더라고요. 왜냐하면 종합일간지나 KBS 기자들 만나봐도 저 이거 취재해서 데스크와 싸워야 해요, 먼저 하신다고 하더라고요. [조소담] 저는 그 넓은 독자층이라는 걸 핑계로 기자들이 어떤 자신의 편견이나 차별을 그대로 드러내는 질문을 소수자한테 하거나 하면서 취재한다고도 생각해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이건 대중이 흥미 있어야 할 부분이 아니에요. 혹은 이거는 소수자 당사자의 이야기여도 이건 제가 이해시킬 자신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독자층은 굉장히 넓기 때문에 국민 정서에 맞지 않아요, 이런 말들을 계속 하는 거죠. 그런데 실제로 그게 국민 정서인가? 그게 실제로 넓은 독자층이 이해 못할 만한 수준인가라고 했을 때 저는 안 그럴 수 있는데 기자들이 뭔가 보수적으로 계속 그거를 핑계로 대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상호] 퀴어 행사 관련 보도도 좀 짚어봐야 할 거 같아요.

[최욱] 퀴어 축제 다루는 방식도 언론사마다 다른 거 같아요. 2018년에 뉴데일리와 경향신문을 사진을 비교해 보면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뉴데일리 같은 경우는 퇴폐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고요. 그리고 경향신문 같은 기사는 전혀 그런 느낌이 없죠.

[최욱] 제가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뉴데일리 사진 있지 않습니까? 이거는 실제 있는 것을 찍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여기 이게 축제에 참가하는 참가자들은 이런 사진이 찍히는 걸 꼭 싫어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가요?

[조소담] 어떻게 쓸 사진인가에 따라서 다르겠죠.

[최욱] 목적에 따라서?

[조소담] 제가 아까 최욱 님이 이야기를 물어보셔서 이야기했던 게 최욱 님 친구가 최욱 님은 이렇게 콧구멍이 크게 나오게 사진을 아래에서 찍는다고 했을 때 그걸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최욱 님을 싫어하는 어떤 커뮤니티에서 최욱 님 못생기게 나온 사진을 가져다가 이 사진을 품평하면서 역시 못생기지 않았느냐고 하면 싫어하는 게 당연하다, 이런 얘기를 했었거든요. 저는 사실.

[최욱] 바로 이해가 가더라고요.

[강유정] 그러니까 이게 프레임이죠. 사진을 찍을 때 어떻게 액자를 만드느냐, 사실 이 사진은 그냥 아무런 사진이 아닌 것으로 보여요. 밑에 만약 퀴어 축제라고 붙이지 않으면 록 페스티벌이나 다를 바 없어 보이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밑에 있는 기사에 문구들 자체가 이미지를 형성하도록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언론사는 성공한 거죠.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을 한 거니까요.

[최욱] 이 의도에 이끌려서 제가 이 사진을 보고 퇴폐적으로 느꼈다는 거군요.

[임자운] 저는 사실 매년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가거든요. 그게 그 성소수자들의 어떤 인권운동을 지지하고 연대한다는 마음이 아니라 재미있어서 가요. 되게 재밌어요. 유쾌하고 재미있고 뭔가 신선하다는 느낌도 계속 받고 밝아요. 어둡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거기서 항상 느끼는 이미지는 축제고요, 일단. 축제, 사랑, 포용, 이런 이미지를 느끼거든요. 제가 가장 인상적으로 계속 보는 건 또 항상 보고 싶은 것은 어떤 게 있냐면 성소수자 부모 모임이 프리 허그 이벤트를 하는데 그 모습은 제가 멀리서 보면서 계속 지켜보게 되는 그런 이미지. 되게 뭉클한 이미지거든요. 그런 것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었고 그런 것을 담아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조소담] 저희가 했죠.

[최욱] 본인이 하셨다고. 우리가 했소이다.

[김빛이라] 저도 놀랐던 게 <닷페이스> 영상 속에 담긴 축제 같은 현장들이 저희 KBS 화면 속에서는 정말 없었거든요. 저도 <닷페이스>를 보고 퀴어 축제가 이런 역사가 있었고 이런 의미들을 가지고 이들이 나오는구나, 이제서야 좀 알 수가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프레임이 완전히 달랐다는 거죠.

[조소담] 저희가 사실 <닷페이스> 입장에서는 안심되는 일이기도 하죠. 뭔가 언론사들이 계속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저희가 가지고 있는 차별성과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2016년에 취재를 하고 돌아가서 영상을 편집하고 나서 제일 먼저 봤던 게 지상파 3사는 퀴어 문화 축제를 어떻게 봤는가 KBS 같은 경우에는 그때 곳곳에서 실랑이라는 기사를 하나 내고 그다음에 심층 리포트를 내서 또 다뤘어요. MBC는 아예 리포트가 없었고 SBS는 또 충돌 부른 퍼레이드, 이렇게 냈었거든요.

[강유정] 그러니까 언론의 기계적 중립성을 의심하게 되는 거예요. 뭐냐 하면 다수의 편을 들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식이든, 언제든. 그래서 편한 길을 가는 거를 기계적 중립성으로 이야기하는 건 아닌지, 지금 보면 마치 막 맞불집회처럼 퀴어 축제, 그리고 퀴어 반대축제 이런 게 갈등이 팽팽한 것처럼 그려지고 있거든요. 사회적 구도에서 보자면 분명히 퀴어 축제가 소수자 맞잖아요. 그런데 왜 마치 되게 대등하게 거의 인구수도 반반인 것 같고 갈등 양상이나 주장도 아주 동등한 위치에 있는 거처럼 그렇게 보도를 하느냐, 그때. 그리고 그거를 왜 기계적 중립성이라고 이야기하느냐라고 할 때 저는 다수의 말을 듣기 좋은 게 어떤 점에서는 기계적 중립성이라고 얘기를 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조소담] 저희는 그렇게 다룬 적이 없고요. 20년 동안 퀴어축제가 있었고 그 안에서 얼마나 다양한 어떤 기쁨들이 있었겠어요? 그런데 그런 것들은 보도가 안 됐고 계속 밖에서 싸우는 것들, 광장 밖에 있는 어떤 갈등들만 보도가 됐던 거죠. 그러니까 사실 언론이 계속 조감도처럼 우리는 손 떼고 그냥 멀리서 봤을 때 이렇게 보여라고 하는데 그 축제 안으로 들어간 언론은 없었는지, 그 축제 안에서 자긍심과 기쁨을 담아내는 언론은 없었는지 의구심이 드는 거죠.

[강유정] 저는 숙대에서 일어난 사건과 동일한 맥락이라고 봐요. 그들이 느끼는 기쁨이라든가 정당성도 안 들여다보니까 그들이 느끼는 고통과 갈등도 다 바깥에서 보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은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재미있는 뉴스적으로 가치가 있어 보이는 불구경할 수 있는 것들만 계속해서 얻어가겠다, 일종의 담론장에서 쫓아내고 아예 아웃사이더 취급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호] 기성 언론들은 왜 이걸 못하는 겁니까? 제3자 입장에서 왜 계속 마치 남의 일처럼 보도를 하고 들어가지 못한다고 생각을 하세요, 김빛이라 기자?

[김빛이라] 기성 언론에서는 성소수자 이슈를 다룬다. 그러면 사건사고 보도를 다룰 때예요. 지속성도 없고 그리고 사건 기자의 시각에서 벗어나기가 참 힘든 상황이에요. 반대 의견이 있으면 이걸 같이 다루는 마치 사건 보도를 중계하듯이, 그러다 보니까 이것을 계속 이 시각으로만 바라보다 보니까 그냥 찬반 양립적인 태도를 모두 다루는 게 그냥 내가 해야 하는 일이구나. 이렇게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가장 심각한 경우가 아닌가라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강유정] 보도에 위계라는 게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거죠. 주요 일간지들에서 이 문제들을 다 함구한 이유들도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일간지들이 정치적인 것들과 지금 벌써 총선과 관련된 보도들은 넘쳐나고 있거든요. 그런데 왜 이런 뉴스들은 작은 꼭지 하나도 못 얻느냐, 그런 부분에서 말 그대로 자신과의 이익 관계가 굉장히 떨어지기 때문에, 어떤 점에서는. 그런 전파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위계에서 밀리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상호]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색이 무지개입니다, 무지개. 다양성을 추구하는 거죠. 그런데 대다수 언론이 심층적으로 보도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나름, 흑과 백으로 결국에는 갈리거든요. 조금 더 어떻게 좀 들어갈 수 있을까요?

[임자운] 2020년 2월 5일자 이런 문구를 봤어요. “아무도 전하지 않은 소식을 다루는 게 언론의 역할이지만 누구라도 다루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도 있다. 개인이 가진 수많은 정체성 중에 하나를 이용해 그사람을 규정하고 같은 집단성에 있는 집단 전체를 공격하는 혐오 차별이 그렇다.” 하나의 원칙을 갖자고 우리가 제안할 수 있다면 저는 혐오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앞에도 잠깐 그런 말씀을 드렸지만 있어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기자가 선택한 거예요. 그것을 공론의 장에 선택한 겁니다. 혐오는 토론에 있어서 아무런 도움이 안 되잖아요. 나아갈 수 있는 아무런 영향, 기능을 하지 못하거든요. 그러면 그 표현만큼은 없애자 라는 원칙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조소담] 저는 언론이 본인들이 소수자의 목소리를 다룰 때는 혐오와 배제를 부추기는 보도를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거를 인지하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기자가 계속 그런 걸 물어보는 거예요. 유년기에 분홍색을 좋아했다는 에피소드를 꺼낸다든가. 이 사람이 치마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꺼낸다든가. 그런데 트랜스 여성들 같은 경우에도 굉장히 다양한 삶을 살고 있고 분홍색을 싫어할 수도 있고 당연히 운동을 더 좋아할 수도 있고 의도가 나쁜 질문은 아니지만 예전에 5년 전에 봤던 기사에서도 이 질문을 했는데 3년 전에도 이 질문을 했는데 아직도 이 질문을 똑같이 하는구나고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최욱] 분홍색은 여성을 대표하는 색이 아니라 미래통합당을 대표하는 색입니다.

[강유정] 맞아요. 밀레니얼 핑크라고 하더라고요.

[이상호] 이런 민감한 주제를 다룰 때는 정말 진짜 생각지도 못한 고질적 편견들이 툭툭 튀어나올 때 보면 저도 깜짝깜짝 놀라거든요. 그건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된다고 보세요. 아니면 어떻게 해결책을,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보세요?

[김빛이라] 절대 개인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인 거 같아요. 그러니까 기자들에게도 사실 취재 경험이라는 게 진짜 중요하거든요. ‘우리 이런 보도 해봅시다’라고 했을 때 모두의 의견은 이렇지 않아, 반대 의견도 꼭 담아, 이런 식으로 하면 결국 그런 트라우마들이 쌓이게 되는 거죠, 취재에서. 그러다 보면 발전하기보다는 앞서 성소수자들이 정확히 짚었던 기자들의 핑계, 우리는 모두의 의견을 담아야 해. KBS도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다는 걸 제가 이제 사내에서 경험합니다.

[조소담] 소수자 마이너리티라고 불리는 분들 인터뷰를 많이 하게 되거든요. 그럴 때 내부에서 가지고 있는 어떤 원칙들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다수가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는 수준에 맞춰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편집하지 말자는 게 저희의 원칙이에요. 사실 다른 사람들보다 어떤 소수자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언론 앞에서 목소리를 내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용기를 내서 언론에 목소리를 내는데 그 목소리가 안전한 상황에서 나올 수 있도록 언론이 보장하지 않으면 이거는 이 사람을 공격하라고 그냥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안전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언론사들이 고려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이상호] 이번 주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성소수자 당사자분들한테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냐,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공통된 답변이 성소수자가 이미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계속 이야기한다.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난민, 장애인 같은 대부분의 소수자에 대해서도 비슷하다고 지적을 했는데 어떻게 바꿔가야 할지 임자운 변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임자운] 저는 소수자 인권의 문제를 다루는 언론에 아주 나쁜 습성 중에 하나가 사안을 납작하게 만든다는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분들이 얼마나 간절한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기호·취향? 할 수 있으면 좋고 아니면 그만인 문제라는 것이죠. 한 번 생각해보죠. 우리 사회에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배제가 얼마나 큰지는 그 분들이 제일 잘 압니다. 일상에서 겪어 왔거든요. 그것을 극복해서라도 드러내고 싶은 거에요. 그거를 극복해서라도 성별정정을 받아낸 거고, 그것을 극복해서라도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집단에 가고 싶은 거에요. 그만큼 간절하다는 거죠. 결국 기호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라는 그 메시지에 공감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고요. 또 하나는 제가 팬으로서 <닷페이스> 홈페이지에 그런 말이 있어요. 우리는 마이너리티는, 성소수자,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할지 먼저 나서서 말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상식이 필요한 지적을 가르키는 사람들입니다. 저도 그런 경험을 사실 했어요. 그러니까 저에게도 뿌리 깊은 관념이라는 게 있습니다. 특히 성에 대한 젠더에 대한 관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거 같아요. 그런데 그것이 소수자들을 만났을 때 되게 깨어져 나가는 유쾌한 경험들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사회가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게끔 사실 만들어주는 분들이에요. 그분들과 소통의 면적이 넓어질수록 저는 가능하다고 보거든요. 그게 가능하도록 사실 언론이 이끌어야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고요.

[강유정] 언론은 사실 안경을 제공을 하죠. 안경을 제공하는데 어떨 때는 우리가 색안경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고 어떨 때는 뿌연 시선, 어떤 시각 능력을 교정할 수도 있게 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언론은 힘이 있다는 거예요. 언론은 어떤 거냐면 갈등의 당사자를 호의적으로 보이게도 할 수 있고 부정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국의 언론들이 이 역할이라는 거, 힘이라는 걸 어떻게 사용해 왔는가라고 물어봤을 때 모든 사람이 다 공히 대답할 수 있는 건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하지 않은 것 이런 무책임이 다시 한 번 얘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상호]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방송은 KBS1TV, myK, 웨이브,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언론 개혁,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다음 주 일요일 밤 9시 40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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