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개 넘는 마스크…“다 어디로 갔나?”

입력 2020.02.25 (08: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천만 개가 넘는 마스크…"다 어디로 갔나?"

1,295만 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집계한 지난 21일 하루 보건용 마스크 생산량입니다. 그날 1,379만 개가 국내에 풀렸고, 55만 개는 수출길에 올랐습니다. 하루 출하량이 생산량보다 139만 개 더 많습니다. 물론 재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스크 생산, 하루 '천만 개'

그렇다면 국내에 풀린 1,379만 개는 어디로 갔을까요? KBS 취재팀은 일반인이 마스크를 살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형마트로, 편의점으로, 약국으로 가봤습니다.

10시에 문을 여는 대형마트엔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하루 200여 개를 확보했다는 이 대형마트, 결국 3분 만에 동났습니다. 1인당 10개 뿐이어서 이날 행운(?)의 여신은 20여 명에게만 손을 내밀 수 있기 때문입니다. 3시간을 기다렸다는 한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립니다. 허탈함만 남습니다. 매장별로 그날그날 풀리는 물량이 다르기는 하지만, 많아야 천 개 안팎, 1인당 최대 30개 정도로 수량을 제한한다고 해도 수요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대형마트에도, 약국에도, 편의점에도 '하늘에 별 따기'

약국이나 편의점은 어떨까요? 가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왜 몇 시간을 기다려서 대형마트에 가는 지 말입니다. 진열대가 텅 비었습니다. KF94든 KF80이든, 부직포 마스크든 찾아볼 수 없습니다. 몇 군데를 가도 똑같았습니다. 남아있는 건 어린이용 소형마스크와 방한용 마스크뿐입니다. 심지어 어른들이 소형 마스크를 사는 진풍경도 볼 수 있습니다. 얼굴이 작은 사람이면 사용할 수 있다면서 말이죠. 봄이 다가오고 있지만, 방한용 마스크도 팔려 나갑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면서 말이죠.


그래서 보건용 마스크가 언제 들어오는지 물어봤습니다. 돌아온 답은 '알 수 없다'입니다. 오늘 온다고 했다고 안 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들어오는지 물어봤습니다. 당연히 아니라고 합니다. 지난 주말에 들어온 게 마지막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헛걸음만 하는 시민들은 부지기수입니다. 하는 수 없이 소형이나 방한용 마스크를 사는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예약을 받는 곳까지 등장했습니다. 주변에 사는 단골손님들이 마스크가 들어오면 조금이라도 맡아 달라며 예약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지나가다가 급하게 들른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마스크가 있을 수 있을까요? 정말 운 좋게 마음씨 좋은 약사님을 만나면 한두 개를 그 자리에서 살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구하기 힘든 마스크, 어디로 갔을까

유통업체들은 최근 마스크 공급이 크게 줄었거나 심지어 아예 없다고 말합니다. 평일 기준 하루 1,200만 개 이상 생산되는 데 말이죠. 유통업체들은 '대기업 쪽에 계약돼 있다', '관공서에서 많이 가져간다', '중국 쪽 주문자들이 많이 발주한다'는 얘기들을 들려줍니다.


제조업체에 확인해봤습니다. 실제 관공서와 기업 등 큰 손(?)의 주문이 급증했다고 말합니다. 대기업은 물론 시청, 운수업체, 보건소까지 언급됩니다.

대기업·관공서는 '큰 손'…수출도 부담

수출량도 적지 않습니다. 하루 최대 230만 개까지 집계됐던 수출량은 최근 25만 개 정도까지 줄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100만 개 이상 수출될 것이란 얘기도 있습니다. 3백 개 이하는 여행객이나 보따리상을 통해 가져갈 수 있어 수출 물량에는 잡히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사재기도 근절되지 않았습니다. 단속반에 적발된 사례가 잇따라 보도됐지만 다 잡아내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불안 심리에 시간 있을 때마다 마스크를 사두는 분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문제입니다. 마스크 생산에 필요한 자재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급이 막힐 경우 생산 자체가 중단될 수 있습니다. 일부 생산업체는 원자재 수급 문제 때문에 지금 상황이 계속되면 다음 달에는 휴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마스크 품귀현상이 심해지자 정부는 수출량을 제한하고 생산량 절반을 공적 유통망을 통해 실수요자에게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를 믿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앞서 홈쇼핑을 통해서도 잇따라 마스크를 판매했지만, 채 10분을 버티지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기습' 판매까지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6배 비싸…생산 차질도 우려

마스크 가격이 개당 3천 원을 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소비자단체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주 온라인에서 판매된 KF94 성인용 마스크 가격은 평균 3,575원입니다. 최저가 730원에서 최고가 6,900원으로 최대 9.5배 차이가 났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전과 비교하면 6배 가까이 오른 겁니다. 이마저도 지금은 구하기도 힘듭니다. 물론 홈쇼핑에서는 600원에 파는 때도 있고, 대형마트에 가면 한 개에 2,000~2,500원 정도에 살 수 있습니다. 아직은 운이 아주 좋다면 말이죠.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천만 개 넘는 마스크…“다 어디로 갔나?”
    • 입력 2020-02-25 08:00:01
    취재K
천만 개가 넘는 마스크…"다 어디로 갔나?"

1,295만 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집계한 지난 21일 하루 보건용 마스크 생산량입니다. 그날 1,379만 개가 국내에 풀렸고, 55만 개는 수출길에 올랐습니다. 하루 출하량이 생산량보다 139만 개 더 많습니다. 물론 재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스크 생산, 하루 '천만 개'

그렇다면 국내에 풀린 1,379만 개는 어디로 갔을까요? KBS 취재팀은 일반인이 마스크를 살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형마트로, 편의점으로, 약국으로 가봤습니다.

10시에 문을 여는 대형마트엔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하루 200여 개를 확보했다는 이 대형마트, 결국 3분 만에 동났습니다. 1인당 10개 뿐이어서 이날 행운(?)의 여신은 20여 명에게만 손을 내밀 수 있기 때문입니다. 3시간을 기다렸다는 한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립니다. 허탈함만 남습니다. 매장별로 그날그날 풀리는 물량이 다르기는 하지만, 많아야 천 개 안팎, 1인당 최대 30개 정도로 수량을 제한한다고 해도 수요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대형마트에도, 약국에도, 편의점에도 '하늘에 별 따기'

약국이나 편의점은 어떨까요? 가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왜 몇 시간을 기다려서 대형마트에 가는 지 말입니다. 진열대가 텅 비었습니다. KF94든 KF80이든, 부직포 마스크든 찾아볼 수 없습니다. 몇 군데를 가도 똑같았습니다. 남아있는 건 어린이용 소형마스크와 방한용 마스크뿐입니다. 심지어 어른들이 소형 마스크를 사는 진풍경도 볼 수 있습니다. 얼굴이 작은 사람이면 사용할 수 있다면서 말이죠. 봄이 다가오고 있지만, 방한용 마스크도 팔려 나갑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면서 말이죠.


그래서 보건용 마스크가 언제 들어오는지 물어봤습니다. 돌아온 답은 '알 수 없다'입니다. 오늘 온다고 했다고 안 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들어오는지 물어봤습니다. 당연히 아니라고 합니다. 지난 주말에 들어온 게 마지막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헛걸음만 하는 시민들은 부지기수입니다. 하는 수 없이 소형이나 방한용 마스크를 사는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예약을 받는 곳까지 등장했습니다. 주변에 사는 단골손님들이 마스크가 들어오면 조금이라도 맡아 달라며 예약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지나가다가 급하게 들른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마스크가 있을 수 있을까요? 정말 운 좋게 마음씨 좋은 약사님을 만나면 한두 개를 그 자리에서 살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구하기 힘든 마스크, 어디로 갔을까

유통업체들은 최근 마스크 공급이 크게 줄었거나 심지어 아예 없다고 말합니다. 평일 기준 하루 1,200만 개 이상 생산되는 데 말이죠. 유통업체들은 '대기업 쪽에 계약돼 있다', '관공서에서 많이 가져간다', '중국 쪽 주문자들이 많이 발주한다'는 얘기들을 들려줍니다.


제조업체에 확인해봤습니다. 실제 관공서와 기업 등 큰 손(?)의 주문이 급증했다고 말합니다. 대기업은 물론 시청, 운수업체, 보건소까지 언급됩니다.

대기업·관공서는 '큰 손'…수출도 부담

수출량도 적지 않습니다. 하루 최대 230만 개까지 집계됐던 수출량은 최근 25만 개 정도까지 줄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100만 개 이상 수출될 것이란 얘기도 있습니다. 3백 개 이하는 여행객이나 보따리상을 통해 가져갈 수 있어 수출 물량에는 잡히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사재기도 근절되지 않았습니다. 단속반에 적발된 사례가 잇따라 보도됐지만 다 잡아내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불안 심리에 시간 있을 때마다 마스크를 사두는 분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문제입니다. 마스크 생산에 필요한 자재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급이 막힐 경우 생산 자체가 중단될 수 있습니다. 일부 생산업체는 원자재 수급 문제 때문에 지금 상황이 계속되면 다음 달에는 휴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마스크 품귀현상이 심해지자 정부는 수출량을 제한하고 생산량 절반을 공적 유통망을 통해 실수요자에게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를 믿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앞서 홈쇼핑을 통해서도 잇따라 마스크를 판매했지만, 채 10분을 버티지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기습' 판매까지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6배 비싸…생산 차질도 우려

마스크 가격이 개당 3천 원을 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소비자단체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주 온라인에서 판매된 KF94 성인용 마스크 가격은 평균 3,575원입니다. 최저가 730원에서 최고가 6,900원으로 최대 9.5배 차이가 났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전과 비교하면 6배 가까이 오른 겁니다. 이마저도 지금은 구하기도 힘듭니다. 물론 홈쇼핑에서는 600원에 파는 때도 있고, 대형마트에 가면 한 개에 2,000~2,500원 정도에 살 수 있습니다. 아직은 운이 아주 좋다면 말이죠.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