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코로나19’가 세계 산업의 질서를 뒤흔든다

입력 2020.02.26 (08:02) 수정 2020.02.2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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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메트로폴호텔 911호의 슈퍼스프레더...그러나 코로나19는 사스보다 훨씬 빠르다.

2003년 2월 21일 홍콩 메트로폴호텔에 투숙한 한 손님이 크게 앓고 있었다. 증세가 매우 심각했다. 그는 피트니스센터와 식당과 술집 및 수영장까지 있는 평균 이상의 호텔인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 하룻밤만 투숙했을 뿐이었다. 지금은 악명 높아진 911호실에! 그리고 그는 현대사에서 가장 유명한 ‘슈퍼 스프레더’가 되었다.

그가 걸린 병은 ‘사스’였고, 바이러스는 적어도 16명에게 전염되었다. 그들은 또 유럽과 아시아, 북아메리카 등 세계 곳곳으로 돌아다니며 수백 명의 다른 사람들에게 옮겼다. 석 달 후 조사관들은 911호실 근처의 카펫에서 그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끌어낼 수 있었다. 문제의 손님이 기침이나 재채기, 혹은 토하면서 그곳에 남겼을 가능성이 높은 정보였다.

911호실 손님의 감염경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사스에 감염된 동물과 접촉하면서 옮겨졌으리라 여겨질 뿐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사스 바이러스의 기원은 박쥐이다. 광동성 사람들은 야생동물을 즐겨 먹고, 살아있는 동물을 거래하는 시장, 즉 재래시장에서 야생동물을 구입한다. 따라서 그런 시장에서 구입한 박쥐가 이미 감염되었을 테고, 911호실 손님이 바로 그 박쥐를 만지작거렸을 가능성이 크다.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네이선 울프)'

박쥐가 과연 직접 전파자인지는 불확실하지만, 기원이 박쥐에 있다는 점에서 사스와 코로나19는 유사하다. 차이는 전파 속도다. 코로나19는 불과 두 달여 만에 중국에서만 확진자가 7만 명이 넘고 사망자는 2,500명 수준이다. 사스는 첫 넉 달 동안 (불과) 1,000명의 확진자가 나왔을 뿐이다.

(대외경제연구원) 치사율이 사스보다 훨씬 낮은데도(사스는 8천여 명이 발병해 7백여 명이 사망했다) 그 전파속도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르다. 전례 없는 속도에, 전례 없는 지역사회 감염이 지속되자 전 세계 금융시장이 동시에 반응하고 있다.

또 다른 차이는 '연결된 세계' 그리고 더 커진 중국의 경제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밸류체인의 크기는 2003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펴낸 자료를 보면 세계 국내 총생산, 즉 세계 GDP 대비 중국의 비중은 2003년 4.3%에서 지난해 16.3%로 네 배 가까이 커졌다.

교역량도 급증했다. 세계 상품 교역량 대비 중국 상품 교역 비중은 당시 5%에서 2018년 기준 10% 초반으로 늘었다. 이렇게 되자 전 세계의 상품과 서비스 소비량 가운데 중국이 생산한 부가가치의 비중은 3.8%에서 11.3%로(2015년) 늘었다.


산업별로 보면 중국의 크기가 더 커진다. 철강은 2003년 22.9%에서 51.1%다. 자동차는 7.3%에서 29.2%(2018년)로 늘었다. 글로벌 원유 소비량에서 중국 소비의 비율은 7.3%에서 13.5%로 늘었다. 현대나 닛산 같은 자동차 업계가 가장 먼저 생산 차질을 빚고, 국제원유 가격이 급락하는 이유다.


그 커다란 중국에 가장 많이 연결된 나라는 우리나라

중국의 중간재 수출 의존도를 대외경제연구원이 분석했다. 의존 순서는 미국/한국/일본/독일/타이완/베트남 순이다. 우리 경제규모가 일본과 독일에 비하면 한참 작은 점을 감안했을 때, 우리나라의 경제 의존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분야별 의존도, 1차 금속 산업 중간재는 우리가 1위이고, 전자제품이나 화학 중간재는 2위, 기계와 자동차 운송산업은 3위, 섬유의류는 4위다.


우리는 지리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중국과 너무나 긴밀한 영향을 맺고 있다. 달리 설명하면 덩샤오핑 이후 중국의 급속한 성장에서 넘쳐나는 부(富)의 낙수효과를 가장 많이 누린 것이 우리나라다. 그동안 '곁불'을 많이 쬐었다. 그래서 그 영향도 심대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중간재 의존도가 1위인 미국은 처지가 좀 다르다. 상대적인 영향력이 줄어들긴 했지만 전 세계 명목 GDP 비율 1위는 여전히 미국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다.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가 아니다.

산업 구조도 제조업 가치사슬보다는 첨단 산업, 서비스업 쪽으로 앞서나가 있다. 미국의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자신감 넘치게도 이번 코로나19의 영향력이 '최소한 수준(Minimal Effect)'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트럼프 당선 이후 수년간 노골적으로 진행되는 '미·중 무역분쟁'의 목적을 살펴보면 어쩌면 코로나 19는 장기적으로 미국에 호재일 수도 있다. 트럼프는 중국을 중심으로 연결된 전 세계가 못마땅하다. 미국에서 팔 물건이면 중국 말고, 한국 말고 미국에서 생산해라. 하다못해 북미에서 생산하라는 게 트럼프의 전략이다. 북미 제조업 가치사슬의 강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일본은 물론 우리보다 영향이 적겠지만,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을 것이다. 일본 관광업계의 급성장이 중국 관광객의 급증에 따른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타격이다. 게다가 일본은 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 경제 심리의 위축은 아베노믹스의 근간인 '엔저' 환율을 다시 한 번 뒤흔들 것이다.

'장기화 시 매출은 8%, 수출은 9% 감소 전망'...한국의 기업 전망이 어둡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기업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금융사를 제외하고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152개 기업이 응답했다. 일단 악영향 초래한다는 응답이 62%였다. 중국에 생산시설을 보유한 기업의 경우 그 비율이 84%로 훨씬 높았다.


단기 이슈이냐(6개월), 장기 이슈가 되느냐에 따라 매출과 수출 감소에 대한 전망은 달랐다. 단기 이슈로 그칠 경우 매출과 수출이 각각 3.3%, 5.1%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분야별로는 매출액 기준으로 무선통신기기(8%), 자동차(7%), 석유, 일반기계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수출액 기준으로는 섬유제품,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순이었다.


장기 이슈가 되면 전체적으로 매출은 8%, 수출은 9.1%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업계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매출 기준으로 자동차가 14%, 자동차 부품이 13%, 석유제품이 12%로 하락 폭이 컸다. 수출액 감소 기준으로는 석유, 자동차, 일반기계 순이었다.

이 전망은 코로나19가 '중국 변수'에 그칠 때 따져본 것이다. 만약 국내에서 확산되는 코로나19가 우리나라 산업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친다면 그 충격의 깊이와 지속성은 배가 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 "코로나19가 전 세계 다국적 기업들의 전략을 바꿔놓을 것이다"

애플의 1분기 아이폰 생산량이 10%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폭스콘의 타격 탓이다. 이 영향이 얼마나 지속될까. 섣불리 생산을 재개했다가 생산 라인 상에서 코로나19 이슈가 불거진다면 장기 지속 가능성도 존재한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선전 폭스콘 공장 노동자 8명이 한 방을 사용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같은 코로나19 이슈라 해도 개별 다국적 기업이 받는 영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의 S&P500 지수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한다. 2011년 지진해일 당시나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당시나 지금의 중국발 코로나19 사태가 공통적으로 '다국적 기업'이 노출한 전략적 문제를 보여준단 것이다.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우선은 생산시스템 효율화가 위기에 처했다. 도요타 방식으로 알려진 JIT(Just in time)다. 즉시 생산방식, 특히 이 가운데 재고 효율화를 주목한다. 세계적으로 제조업 생산의 가치사슬이 긴밀히 묶이면서 다국적 기업은 가장 싸고 가장 효율적인 부품 조달을 전 세계에서 수행하게 되었다.

빠르고 안정적인 조달이 가능해지면서 경쟁력은 더 강해졌다. 그 과정에서 재고를 최소한의 수준으로 유지하게 됐는데 코로나19가 이 시스템의 위험성을 노출시켰다.

'와이어링 하네스'라는 부품 하나 때문에 멈춰선 현대차의 공장, 유사한 가동중단 사태에 직면한 닛산, 그리고 게임기 생산에 차질을 빚는 닌텐도는 같은 위험을 경험한다. 안정적일 줄 알았고 신뢰도 높을 줄로만 알았던 세계의 공장 중국 자체가 리스크였다.

두 번째 문제는 이미 설명한 산업별 중국 의존도 차이다. 이것이 개별 다국적 기업이 겪는 파급력의 차이가 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의 진앙 후베이 성의 특성이다. 후베이는 중국 내 특정 산업의 허브다. 중국의 광학 밸리라고 불리고, 통신네트워크 산업 허브이기도 하다. 내륙의 1선 도시들에서 중국이 2선, 3선으로 생산기지를 옮긴 영향이다. 중국의 균형발전 전략이 세계의 리스크가 되었다. 플래시 메모리 역시 마찬가지. 글로벌 스마트폰 물류의 10%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위기를 경험한 다국적 기업의 전략은 달라질 것이다. 기업가들은 비용 절감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조정해왔는데 이제 더는 비용 최소화가 안정적 기업 경영과 동의어가 되기 힘들어졌다. 원자재 수요가 줄어든 만큼 이 또한 영향 있을 것이다. 기업은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다국적 기업과 중국이 맺는 일종의 '밀월관계'는 지금까지와는 질적으로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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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발 ‘코로나19’가 세계 산업의 질서를 뒤흔든다
    • 입력 2020-02-26 08:02:30
    • 수정2020-02-26 14:10:38
    취재K
홍콩 메트로폴호텔 911호의 슈퍼스프레더...그러나 코로나19는 사스보다 훨씬 빠르다.

2003년 2월 21일 홍콩 메트로폴호텔에 투숙한 한 손님이 크게 앓고 있었다. 증세가 매우 심각했다. 그는 피트니스센터와 식당과 술집 및 수영장까지 있는 평균 이상의 호텔인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 하룻밤만 투숙했을 뿐이었다. 지금은 악명 높아진 911호실에! 그리고 그는 현대사에서 가장 유명한 ‘슈퍼 스프레더’가 되었다.

그가 걸린 병은 ‘사스’였고, 바이러스는 적어도 16명에게 전염되었다. 그들은 또 유럽과 아시아, 북아메리카 등 세계 곳곳으로 돌아다니며 수백 명의 다른 사람들에게 옮겼다. 석 달 후 조사관들은 911호실 근처의 카펫에서 그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끌어낼 수 있었다. 문제의 손님이 기침이나 재채기, 혹은 토하면서 그곳에 남겼을 가능성이 높은 정보였다.

911호실 손님의 감염경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사스에 감염된 동물과 접촉하면서 옮겨졌으리라 여겨질 뿐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사스 바이러스의 기원은 박쥐이다. 광동성 사람들은 야생동물을 즐겨 먹고, 살아있는 동물을 거래하는 시장, 즉 재래시장에서 야생동물을 구입한다. 따라서 그런 시장에서 구입한 박쥐가 이미 감염되었을 테고, 911호실 손님이 바로 그 박쥐를 만지작거렸을 가능성이 크다.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네이선 울프)'

박쥐가 과연 직접 전파자인지는 불확실하지만, 기원이 박쥐에 있다는 점에서 사스와 코로나19는 유사하다. 차이는 전파 속도다. 코로나19는 불과 두 달여 만에 중국에서만 확진자가 7만 명이 넘고 사망자는 2,500명 수준이다. 사스는 첫 넉 달 동안 (불과) 1,000명의 확진자가 나왔을 뿐이다.

(대외경제연구원) 치사율이 사스보다 훨씬 낮은데도(사스는 8천여 명이 발병해 7백여 명이 사망했다) 그 전파속도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르다. 전례 없는 속도에, 전례 없는 지역사회 감염이 지속되자 전 세계 금융시장이 동시에 반응하고 있다.

또 다른 차이는 '연결된 세계' 그리고 더 커진 중국의 경제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밸류체인의 크기는 2003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펴낸 자료를 보면 세계 국내 총생산, 즉 세계 GDP 대비 중국의 비중은 2003년 4.3%에서 지난해 16.3%로 네 배 가까이 커졌다.

교역량도 급증했다. 세계 상품 교역량 대비 중국 상품 교역 비중은 당시 5%에서 2018년 기준 10% 초반으로 늘었다. 이렇게 되자 전 세계의 상품과 서비스 소비량 가운데 중국이 생산한 부가가치의 비중은 3.8%에서 11.3%로(2015년) 늘었다.


산업별로 보면 중국의 크기가 더 커진다. 철강은 2003년 22.9%에서 51.1%다. 자동차는 7.3%에서 29.2%(2018년)로 늘었다. 글로벌 원유 소비량에서 중국 소비의 비율은 7.3%에서 13.5%로 늘었다. 현대나 닛산 같은 자동차 업계가 가장 먼저 생산 차질을 빚고, 국제원유 가격이 급락하는 이유다.


그 커다란 중국에 가장 많이 연결된 나라는 우리나라

중국의 중간재 수출 의존도를 대외경제연구원이 분석했다. 의존 순서는 미국/한국/일본/독일/타이완/베트남 순이다. 우리 경제규모가 일본과 독일에 비하면 한참 작은 점을 감안했을 때, 우리나라의 경제 의존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분야별 의존도, 1차 금속 산업 중간재는 우리가 1위이고, 전자제품이나 화학 중간재는 2위, 기계와 자동차 운송산업은 3위, 섬유의류는 4위다.


우리는 지리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중국과 너무나 긴밀한 영향을 맺고 있다. 달리 설명하면 덩샤오핑 이후 중국의 급속한 성장에서 넘쳐나는 부(富)의 낙수효과를 가장 많이 누린 것이 우리나라다. 그동안 '곁불'을 많이 쬐었다. 그래서 그 영향도 심대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중간재 의존도가 1위인 미국은 처지가 좀 다르다. 상대적인 영향력이 줄어들긴 했지만 전 세계 명목 GDP 비율 1위는 여전히 미국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다.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가 아니다.

산업 구조도 제조업 가치사슬보다는 첨단 산업, 서비스업 쪽으로 앞서나가 있다. 미국의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자신감 넘치게도 이번 코로나19의 영향력이 '최소한 수준(Minimal Effect)'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트럼프 당선 이후 수년간 노골적으로 진행되는 '미·중 무역분쟁'의 목적을 살펴보면 어쩌면 코로나 19는 장기적으로 미국에 호재일 수도 있다. 트럼프는 중국을 중심으로 연결된 전 세계가 못마땅하다. 미국에서 팔 물건이면 중국 말고, 한국 말고 미국에서 생산해라. 하다못해 북미에서 생산하라는 게 트럼프의 전략이다. 북미 제조업 가치사슬의 강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일본은 물론 우리보다 영향이 적겠지만,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을 것이다. 일본 관광업계의 급성장이 중국 관광객의 급증에 따른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타격이다. 게다가 일본은 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 경제 심리의 위축은 아베노믹스의 근간인 '엔저' 환율을 다시 한 번 뒤흔들 것이다.

'장기화 시 매출은 8%, 수출은 9% 감소 전망'...한국의 기업 전망이 어둡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기업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금융사를 제외하고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152개 기업이 응답했다. 일단 악영향 초래한다는 응답이 62%였다. 중국에 생산시설을 보유한 기업의 경우 그 비율이 84%로 훨씬 높았다.


단기 이슈이냐(6개월), 장기 이슈가 되느냐에 따라 매출과 수출 감소에 대한 전망은 달랐다. 단기 이슈로 그칠 경우 매출과 수출이 각각 3.3%, 5.1%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분야별로는 매출액 기준으로 무선통신기기(8%), 자동차(7%), 석유, 일반기계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수출액 기준으로는 섬유제품,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순이었다.


장기 이슈가 되면 전체적으로 매출은 8%, 수출은 9.1%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업계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매출 기준으로 자동차가 14%, 자동차 부품이 13%, 석유제품이 12%로 하락 폭이 컸다. 수출액 감소 기준으로는 석유, 자동차, 일반기계 순이었다.

이 전망은 코로나19가 '중국 변수'에 그칠 때 따져본 것이다. 만약 국내에서 확산되는 코로나19가 우리나라 산업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친다면 그 충격의 깊이와 지속성은 배가 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 "코로나19가 전 세계 다국적 기업들의 전략을 바꿔놓을 것이다"

애플의 1분기 아이폰 생산량이 10%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폭스콘의 타격 탓이다. 이 영향이 얼마나 지속될까. 섣불리 생산을 재개했다가 생산 라인 상에서 코로나19 이슈가 불거진다면 장기 지속 가능성도 존재한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선전 폭스콘 공장 노동자 8명이 한 방을 사용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같은 코로나19 이슈라 해도 개별 다국적 기업이 받는 영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의 S&P500 지수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한다. 2011년 지진해일 당시나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당시나 지금의 중국발 코로나19 사태가 공통적으로 '다국적 기업'이 노출한 전략적 문제를 보여준단 것이다.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우선은 생산시스템 효율화가 위기에 처했다. 도요타 방식으로 알려진 JIT(Just in time)다. 즉시 생산방식, 특히 이 가운데 재고 효율화를 주목한다. 세계적으로 제조업 생산의 가치사슬이 긴밀히 묶이면서 다국적 기업은 가장 싸고 가장 효율적인 부품 조달을 전 세계에서 수행하게 되었다.

빠르고 안정적인 조달이 가능해지면서 경쟁력은 더 강해졌다. 그 과정에서 재고를 최소한의 수준으로 유지하게 됐는데 코로나19가 이 시스템의 위험성을 노출시켰다.

'와이어링 하네스'라는 부품 하나 때문에 멈춰선 현대차의 공장, 유사한 가동중단 사태에 직면한 닛산, 그리고 게임기 생산에 차질을 빚는 닌텐도는 같은 위험을 경험한다. 안정적일 줄 알았고 신뢰도 높을 줄로만 알았던 세계의 공장 중국 자체가 리스크였다.

두 번째 문제는 이미 설명한 산업별 중국 의존도 차이다. 이것이 개별 다국적 기업이 겪는 파급력의 차이가 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의 진앙 후베이 성의 특성이다. 후베이는 중국 내 특정 산업의 허브다. 중국의 광학 밸리라고 불리고, 통신네트워크 산업 허브이기도 하다. 내륙의 1선 도시들에서 중국이 2선, 3선으로 생산기지를 옮긴 영향이다. 중국의 균형발전 전략이 세계의 리스크가 되었다. 플래시 메모리 역시 마찬가지. 글로벌 스마트폰 물류의 10%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위기를 경험한 다국적 기업의 전략은 달라질 것이다. 기업가들은 비용 절감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조정해왔는데 이제 더는 비용 최소화가 안정적 기업 경영과 동의어가 되기 힘들어졌다. 원자재 수요가 줄어든 만큼 이 또한 영향 있을 것이다. 기업은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다국적 기업과 중국이 맺는 일종의 '밀월관계'는 지금까지와는 질적으로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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