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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K] “난 사실 신천지”…공무원의 뒤늦은 고백, 해임 사유될까?
입력 2020.02.26 (11:58) 수정 2020.02.26 (11:58) 팩트체크K
[팩트체크K] “난 사실 신천지”…공무원의 뒤늦은 고백, 해임 사유될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로 밝혀져 국민들을 놀라게 했던 대구 서구보건소의 감염병예방팀장, 기억하실 겁니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될 때까지 자신이 대구 신천지교회 교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보건소에 정상 출근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죠.

대구시는 팀장과 함께 근무했던 직원 50여 명을 즉시 자가격리 조치하고 검체 검사를 진행했는데, 어제(25일)는 같이 일한 직원 4명도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모두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을 숨겼던 팀장으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대구시는 설명했습니다.

국민들은 해당 팀장이 코로나19 대응 업무를 맡고 있던 공무원으로서 안이하고 위험한 행동을 했다며 질책하고 있습니다. 팀장에 대한 징계까지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이렇게 신천지 교인인 것을 숨기고 일상생활을 이어간 공무원, 과연 '늑장 고백'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을 수 있을까요? 과거 사례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 "성실의무·복종의무 위반"…메르스 때 늑장 신고한 공무원 '해임'

5년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비슷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대구 남구의 한 주민센터 공무원 김 모 씨가 있었습니다. 50대 남성 김 씨는 2015년 5월 27일과 28일, 메르스 집단감염 사태가 있었던 삼성서울병원에 다녀온 뒤 이를 알리지 않은 채 보름가량 정상 출근했습니다. 민원인들과 일상적으로 접촉한 것은 물론, 동료들과의 회식에도 참석했죠.

심지어 김 씨는 함께 병원에 갔던 누나가 6월 10일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주민센터에서 근무했습니다. 13일부터는 자신에게도 오한과 발열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났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이튿날 공중목욕탕까지 다녀왔습니다.

결국 김 씨는 뒤늦게 보건소에 자진 신고한 뒤 격리됐고, 16일 오전에야 메르스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주민센터는 일시 폐쇄됐고, 117명이 자가격리 조치를 당했습니다. 김 씨는 당시 대구시의 첫 메르스 확진 환자였습니다.


여론의 질타는 거셌습니다. '무개념 공무원'이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졌습니다. 대구 남구청은 김 씨가 병원 방문 사실을 뒤늦게 알려 지방공무원법상 성실의 의무와 복종의 의무, 품위유지의 의무를 어겼다며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구시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같은 해 8월 1일 김 씨에게 '해임' 처분을 내렸습니다.

대구시는 김 씨가 "감염병의 지역사회 전파 우려와 지역경제 침체 등 국민적 비난을 야기하는 등 대구시 공무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혐의자의 행위로 인한 부정적 파급효과를 고려해 '해임'으로 의결한다"고 밝혔습니다.

■ 법원 "즉시 격리됐어도 부정 영향 피할 수 없어"…해임 처분 취소

김 씨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2015년 8월 19일 소청심사를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법원에 해임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김 씨는 우선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발병 병원이라는 걸 몰랐다가, 6월 7일에야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누나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건 알았지만, 자신에겐 증상이 없었고 잠복기로 알려져 있던 14일이 지나 감염됐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도 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건당국으로부터 별다른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공무원에게 발송되는 메르스 확산 방지 조치 공문(신고 의무 기재)을 확인하긴 했지만 다른 업무가 많아서 공문 내용까지 꼼꼼하게 읽지 못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대구지방법원은 2015년 12월,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임처분을 취소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익적 목적을 감안하더라도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해임' 조치는 무차별적으로 이뤄져서는 안 되고, 직무상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했는데도 전혀 반성이 없을 때 등에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김 씨에게 아무런 증상이 없었고 삼성서울병원에 방문한 지 이미 15일이 지났기 때문에,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쉽게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게다가 김 씨가 즉시 격리됐더라도 결국 메르스에 걸렸다면, 김 씨 근무지에 대한 통제와 지역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김 씨가 25년간 여러 차례 표창과 감사패를 받으며 성실하게 공무원 생활을 했고, 김 씨로부터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김 씨와 가족이 이미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김 씨가 해임될 경우 자녀들이 입게 될 정신적·물질적 어려움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고도 말했습니다.

최근 신천지 교인인 사실을 숨겼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대구 보건소 팀장 사례와는 구체적인 내용에서 차이가 있지만, 공무원이 감염 가능성을 숨긴 채 일상 업무를 이어왔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팀장으로부터 추가 확진자가 여러 명 발생한 만큼 더욱 엄중한 조처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민 불안감을 높인 '늑장 고백' 사태, 이번엔 어떤 결론이 날 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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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6 (11:58)
    • 수정 2020.02.26 (11:58)
    팩트체크K
[팩트체크K] “난 사실 신천지”…공무원의 뒤늦은 고백, 해임 사유될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로 밝혀져 국민들을 놀라게 했던 대구 서구보건소의 감염병예방팀장, 기억하실 겁니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될 때까지 자신이 대구 신천지교회 교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보건소에 정상 출근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죠.

대구시는 팀장과 함께 근무했던 직원 50여 명을 즉시 자가격리 조치하고 검체 검사를 진행했는데, 어제(25일)는 같이 일한 직원 4명도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모두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을 숨겼던 팀장으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대구시는 설명했습니다.

국민들은 해당 팀장이 코로나19 대응 업무를 맡고 있던 공무원으로서 안이하고 위험한 행동을 했다며 질책하고 있습니다. 팀장에 대한 징계까지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이렇게 신천지 교인인 것을 숨기고 일상생활을 이어간 공무원, 과연 '늑장 고백'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을 수 있을까요? 과거 사례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 "성실의무·복종의무 위반"…메르스 때 늑장 신고한 공무원 '해임'

5년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비슷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대구 남구의 한 주민센터 공무원 김 모 씨가 있었습니다. 50대 남성 김 씨는 2015년 5월 27일과 28일, 메르스 집단감염 사태가 있었던 삼성서울병원에 다녀온 뒤 이를 알리지 않은 채 보름가량 정상 출근했습니다. 민원인들과 일상적으로 접촉한 것은 물론, 동료들과의 회식에도 참석했죠.

심지어 김 씨는 함께 병원에 갔던 누나가 6월 10일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주민센터에서 근무했습니다. 13일부터는 자신에게도 오한과 발열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났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이튿날 공중목욕탕까지 다녀왔습니다.

결국 김 씨는 뒤늦게 보건소에 자진 신고한 뒤 격리됐고, 16일 오전에야 메르스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주민센터는 일시 폐쇄됐고, 117명이 자가격리 조치를 당했습니다. 김 씨는 당시 대구시의 첫 메르스 확진 환자였습니다.


여론의 질타는 거셌습니다. '무개념 공무원'이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졌습니다. 대구 남구청은 김 씨가 병원 방문 사실을 뒤늦게 알려 지방공무원법상 성실의 의무와 복종의 의무, 품위유지의 의무를 어겼다며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구시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같은 해 8월 1일 김 씨에게 '해임' 처분을 내렸습니다.

대구시는 김 씨가 "감염병의 지역사회 전파 우려와 지역경제 침체 등 국민적 비난을 야기하는 등 대구시 공무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혐의자의 행위로 인한 부정적 파급효과를 고려해 '해임'으로 의결한다"고 밝혔습니다.

■ 법원 "즉시 격리됐어도 부정 영향 피할 수 없어"…해임 처분 취소

김 씨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2015년 8월 19일 소청심사를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법원에 해임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김 씨는 우선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발병 병원이라는 걸 몰랐다가, 6월 7일에야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누나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건 알았지만, 자신에겐 증상이 없었고 잠복기로 알려져 있던 14일이 지나 감염됐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도 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건당국으로부터 별다른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공무원에게 발송되는 메르스 확산 방지 조치 공문(신고 의무 기재)을 확인하긴 했지만 다른 업무가 많아서 공문 내용까지 꼼꼼하게 읽지 못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대구지방법원은 2015년 12월,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임처분을 취소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익적 목적을 감안하더라도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해임' 조치는 무차별적으로 이뤄져서는 안 되고, 직무상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했는데도 전혀 반성이 없을 때 등에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김 씨에게 아무런 증상이 없었고 삼성서울병원에 방문한 지 이미 15일이 지났기 때문에,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쉽게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게다가 김 씨가 즉시 격리됐더라도 결국 메르스에 걸렸다면, 김 씨 근무지에 대한 통제와 지역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김 씨가 25년간 여러 차례 표창과 감사패를 받으며 성실하게 공무원 생활을 했고, 김 씨로부터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김 씨와 가족이 이미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김 씨가 해임될 경우 자녀들이 입게 될 정신적·물질적 어려움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고도 말했습니다.

최근 신천지 교인인 사실을 숨겼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대구 보건소 팀장 사례와는 구체적인 내용에서 차이가 있지만, 공무원이 감염 가능성을 숨긴 채 일상 업무를 이어왔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팀장으로부터 추가 확진자가 여러 명 발생한 만큼 더욱 엄중한 조처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민 불안감을 높인 '늑장 고백' 사태, 이번엔 어떤 결론이 날 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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