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의 아파트는 얼마나 올랐나?

입력 2020.02.26 (18:06) 수정 2020.02.2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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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적 부동산 폭등...국회는 '무죄'인가?

회원이 100만 명에 육박하는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정치 관련 글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온다. 한때 운영자가 나서서 정치 관련 글의 업로드를 막아보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정부의 정책 기조가 부동산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치라는 주제를 빼놓고 부동산 문제를 논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다는 반증이다.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정치 관련 글은 대부분 정부를 비난하는 글이다. 이번 정부 들어 아파트값이 폭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이 나올 때마다 비난과 조롱, 냉소 등이 쏟아진다. 그런데 정부를 비난하는 글에 비해 국회를 비난하는 글은 상대적으로 적다.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는 것은 정부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관련 법안들이 쉽사리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회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오는 4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발의된 주택법 개정안이 여야 간 이견으로 계류 중이다.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적용주택 입주자에게는 최대 5년 이내에, 시행령에서 정하는 기간 동안 거주의무를 두는 내용이 핵심이다.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처벌 규정도 있다.

이와 함께 임차인을 보호하는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시행을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공시가격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부동산 가격공시법 등 각종 부동산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장기 계류 중이다. 심지어 지난해 발표된 12·16 규제대책 중 하나인 종합부동산세 인상 법안도 2개월째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20대 국회의원 소유 아파트값 4년 동안 43% 올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런 상황을 국회의 '미필적 고의' 또는 '고의'라고 의심한다. 국회의원들 가운데 다주택자와 고가 부동산 소유자들이 이른바 '자기 집값 깎기'에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그 근거로 오늘(26일) '국회의원 재산(아파트) 증감 분석자료'를 발표했다.


경실련은 20대 국회의원이 임기 시작점인 2016년과 지난해 각각 신고한 부동산 자산(아파트, 오피스텔)의 시세를 조사해 국회의원의 임기 중 재산 변화를 분석했다. 2016년과 2019년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재산을 신고한 국회의원은 300명 가운데 232명이었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재산만을 포함 시킨 것은 비교적 정확한 시세 파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세는 KB 부동산 시세를 활용했다. 시중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해줄 때 기준으로 삼는 지표다.


2016년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재산 평균은 11억 1천만 원으로 집계됐다. 4년 뒤 2019년에는 평균 4억 7천만 원씩 늘어 15억 8천만 원으로 나타났다. 43% 상승한 것이다. KB 부동산시세 기준으로 1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 1천만 원이고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은 3억 6천만 원이다. 중위가격은 주택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가격을 말한다. 국회의원들의 아파트 재산이 전국 아파트 중간값에 비해 4.4배 높은 것이다.

2016년에 신고한 아파트를 계속 보유 중인 의원은 186명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보유한 아파트값은 KB 부동산시세 기준으로 2016년 평균 10억 1천7백만 원에서 올해는 15억 3천7백만 원으로 올라 평균 5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2016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의 아파트 가격은 0.89% 올랐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18% 올랐지만, 의원들의 아파트값 상승률에는 한참 못 미친다.

"의원 상위 10% 아파트값은 평균 15억 원 상승"

의원들 가운데 시세 차익 상위 10% 30명을 추려 집계해보니 2016년 21억 6천3백만 원에서 올해 36억 8천8백만 원으로 평균 15억 2천4백만 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했다. 70%의 상승률이다.

아파트 재산이 가장 많은 의원은 미래통합당의 박덕흠 의원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와 잠실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 등을 소유하고 있다. 박 의원이 가진 아파트 시세는 현재 93억 원에 이른다고 경실련은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진영 의원은 대치동 아파트와 용산구 재개발 토지를 매입해 아파트와 상가 분양권으로 전환하면서, 현재 본인과 배우자의 아파트·오피스텔 재산이 71억 원에 이른다고 경실련은 분석했다.

그다음은 대안신당의 장병완 의원으로 일원동 아파트와 용산 한남더힐 아파트를 합한 시세가 65억 원에 달한다고 경실련은 밝혔다.

"대부분 공시가격으로 신고...실제 시세보다 낮아"

국회의원들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을 신고하게 돼 있다. 각자가 신고한 가격이 있지만, 경실련이 KB 부동산시세를 기준으로 다시 시세를 분석한 이유는 따로 있다. 실거래가(취득금액)로 신고한 의원도 있지만, 대부분 의원이 실제 시세와는 차이가 있는 공시가격으로 신고했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공시가격으로 부동산 재산을 신고한 근거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4조 2항의 "재산 가액은 재산등록기준일의 평가액과 실거래가격 중 높은 금액으로 산정한다"는 조항이다. 평가액 즉,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 중 높은 가격으로 산정한다는 것이다. 통상 실거래가격이 공시가격보다 높지만, 여기서 말하는 실거래가격은 실제 부동산 시장의 시세가 아니다. 본인이 실제 부동산을 사들인 가격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래전에 5억 원에 산 아파트가 시세 10억 원까지 올랐고 공시가격은 6억 원 정도가 되었다고 가정하면, 본인의 실제 매입가격 5억 원보다 공시가격 6억 원이 높기 때문에 공시가격으로 신고하면 되는 것이다. 최초 신고는 무조건 평가액(공시가격)으로 하게 돼 있었으나, 그나마 2018년 시행령이 개정돼 최초 신고도 평가액과 실거래가격 중 높은 금액으로 신고하게 바뀌었다.

"신고액은 4년 동안 1억 2천 상승...실제로는 4억 7천 상승"

경실련은 이런 법의 허점 때문에 국회의원들의 신고 재산 규모가 축소됐다고 주장한다. 20대 국회의원이 신고한 아파트와 오피스텔 재산은 2016년 기준 총 1,607억 원(207명)으로 1인당 평균 7억 8천만 원이다. 2019년은 전체 2,005억 원(223명)으로 1인당 평균 9억 원이다. 신고액 기준으로만 보면 4년 동안 평균 1억 2천 만원(16%) 오른 것이다. 경실련이 KB 시세로 자체 조사한 2016년 1인당 평균 11억 1천만 원, 2019년 15억 8천만 원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실련은 공시가격을 시세에 맞게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현재 부동산 가격 공시법에는 공시지가를 '통상적 시장에서 정상적 거래가 이루어질 경우의 가격' 즉, 시장가격으로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시지가를 왜곡하고 있다"며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모두 80% 이상 반영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또 실거래가의 개념을 본인의 취득가격이 아니라 현재 시세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위공직자의 부정한 재산증식 방지를 위한다는 공직자윤리법 개정 취지에 맞으려면 재임 기간의 재산 변동 내역을 실제 시세에 맞게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는 실거래가를 인사혁신처에서는 취득가격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취득가격은 시점이 오래되면 의미가 없고 공시가격은 시세에 비해 낮아서 현재 시세를 반영하기에는 둘 다 역부족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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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원님의 아파트는 얼마나 올랐나?
    • 입력 2020-02-26 18:06:31
    • 수정2020-02-26 18:07:23
    취재K
비상식적 부동산 폭등...국회는 '무죄'인가?

회원이 100만 명에 육박하는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정치 관련 글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온다. 한때 운영자가 나서서 정치 관련 글의 업로드를 막아보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정부의 정책 기조가 부동산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치라는 주제를 빼놓고 부동산 문제를 논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다는 반증이다.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정치 관련 글은 대부분 정부를 비난하는 글이다. 이번 정부 들어 아파트값이 폭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이 나올 때마다 비난과 조롱, 냉소 등이 쏟아진다. 그런데 정부를 비난하는 글에 비해 국회를 비난하는 글은 상대적으로 적다.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는 것은 정부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관련 법안들이 쉽사리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회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오는 4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발의된 주택법 개정안이 여야 간 이견으로 계류 중이다.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적용주택 입주자에게는 최대 5년 이내에, 시행령에서 정하는 기간 동안 거주의무를 두는 내용이 핵심이다.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처벌 규정도 있다.

이와 함께 임차인을 보호하는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시행을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공시가격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부동산 가격공시법 등 각종 부동산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장기 계류 중이다. 심지어 지난해 발표된 12·16 규제대책 중 하나인 종합부동산세 인상 법안도 2개월째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20대 국회의원 소유 아파트값 4년 동안 43% 올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런 상황을 국회의 '미필적 고의' 또는 '고의'라고 의심한다. 국회의원들 가운데 다주택자와 고가 부동산 소유자들이 이른바 '자기 집값 깎기'에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그 근거로 오늘(26일) '국회의원 재산(아파트) 증감 분석자료'를 발표했다.


경실련은 20대 국회의원이 임기 시작점인 2016년과 지난해 각각 신고한 부동산 자산(아파트, 오피스텔)의 시세를 조사해 국회의원의 임기 중 재산 변화를 분석했다. 2016년과 2019년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재산을 신고한 국회의원은 300명 가운데 232명이었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재산만을 포함 시킨 것은 비교적 정확한 시세 파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세는 KB 부동산 시세를 활용했다. 시중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해줄 때 기준으로 삼는 지표다.


2016년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재산 평균은 11억 1천만 원으로 집계됐다. 4년 뒤 2019년에는 평균 4억 7천만 원씩 늘어 15억 8천만 원으로 나타났다. 43% 상승한 것이다. KB 부동산시세 기준으로 1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 1천만 원이고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은 3억 6천만 원이다. 중위가격은 주택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가격을 말한다. 국회의원들의 아파트 재산이 전국 아파트 중간값에 비해 4.4배 높은 것이다.

2016년에 신고한 아파트를 계속 보유 중인 의원은 186명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보유한 아파트값은 KB 부동산시세 기준으로 2016년 평균 10억 1천7백만 원에서 올해는 15억 3천7백만 원으로 올라 평균 5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2016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의 아파트 가격은 0.89% 올랐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18% 올랐지만, 의원들의 아파트값 상승률에는 한참 못 미친다.

"의원 상위 10% 아파트값은 평균 15억 원 상승"

의원들 가운데 시세 차익 상위 10% 30명을 추려 집계해보니 2016년 21억 6천3백만 원에서 올해 36억 8천8백만 원으로 평균 15억 2천4백만 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했다. 70%의 상승률이다.

아파트 재산이 가장 많은 의원은 미래통합당의 박덕흠 의원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와 잠실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 등을 소유하고 있다. 박 의원이 가진 아파트 시세는 현재 93억 원에 이른다고 경실련은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진영 의원은 대치동 아파트와 용산구 재개발 토지를 매입해 아파트와 상가 분양권으로 전환하면서, 현재 본인과 배우자의 아파트·오피스텔 재산이 71억 원에 이른다고 경실련은 분석했다.

그다음은 대안신당의 장병완 의원으로 일원동 아파트와 용산 한남더힐 아파트를 합한 시세가 65억 원에 달한다고 경실련은 밝혔다.

"대부분 공시가격으로 신고...실제 시세보다 낮아"

국회의원들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을 신고하게 돼 있다. 각자가 신고한 가격이 있지만, 경실련이 KB 부동산시세를 기준으로 다시 시세를 분석한 이유는 따로 있다. 실거래가(취득금액)로 신고한 의원도 있지만, 대부분 의원이 실제 시세와는 차이가 있는 공시가격으로 신고했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공시가격으로 부동산 재산을 신고한 근거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4조 2항의 "재산 가액은 재산등록기준일의 평가액과 실거래가격 중 높은 금액으로 산정한다"는 조항이다. 평가액 즉,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 중 높은 가격으로 산정한다는 것이다. 통상 실거래가격이 공시가격보다 높지만, 여기서 말하는 실거래가격은 실제 부동산 시장의 시세가 아니다. 본인이 실제 부동산을 사들인 가격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래전에 5억 원에 산 아파트가 시세 10억 원까지 올랐고 공시가격은 6억 원 정도가 되었다고 가정하면, 본인의 실제 매입가격 5억 원보다 공시가격 6억 원이 높기 때문에 공시가격으로 신고하면 되는 것이다. 최초 신고는 무조건 평가액(공시가격)으로 하게 돼 있었으나, 그나마 2018년 시행령이 개정돼 최초 신고도 평가액과 실거래가격 중 높은 금액으로 신고하게 바뀌었다.

"신고액은 4년 동안 1억 2천 상승...실제로는 4억 7천 상승"

경실련은 이런 법의 허점 때문에 국회의원들의 신고 재산 규모가 축소됐다고 주장한다. 20대 국회의원이 신고한 아파트와 오피스텔 재산은 2016년 기준 총 1,607억 원(207명)으로 1인당 평균 7억 8천만 원이다. 2019년은 전체 2,005억 원(223명)으로 1인당 평균 9억 원이다. 신고액 기준으로만 보면 4년 동안 평균 1억 2천 만원(16%) 오른 것이다. 경실련이 KB 시세로 자체 조사한 2016년 1인당 평균 11억 1천만 원, 2019년 15억 8천만 원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실련은 공시가격을 시세에 맞게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현재 부동산 가격 공시법에는 공시지가를 '통상적 시장에서 정상적 거래가 이루어질 경우의 가격' 즉, 시장가격으로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시지가를 왜곡하고 있다"며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모두 80% 이상 반영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또 실거래가의 개념을 본인의 취득가격이 아니라 현재 시세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위공직자의 부정한 재산증식 방지를 위한다는 공직자윤리법 개정 취지에 맞으려면 재임 기간의 재산 변동 내역을 실제 시세에 맞게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는 실거래가를 인사혁신처에서는 취득가격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취득가격은 시점이 오래되면 의미가 없고 공시가격은 시세에 비해 낮아서 현재 시세를 반영하기에는 둘 다 역부족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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