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구하기 스트레스 ‘한 달’…이제 끝날까?

입력 2020.02.26 (19:53) 수정 2020.02.2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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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마스크 수급 '특단의 대책'을 내놨습니다. 26일부터 마스크 생산업자가 하루 생산량의 50%를 공적 판매처에 출고하도록 강제한다는 것입니다. 식약처가 집계한 국내 마스크 하루 생산량이 총 1200만 장이니, 공적 판매처로 500만 장 이상이 풀리는 것입니다. 빠르면 27일 오후부터, 늦어도 28일부터는 이 물량이 본격적으로 유통되도록 할 것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마스크 구하기 스트레스, 이제는 끝날까요?

구하기 어려운 곳부터 먼저 배분… 나머지 '공적 쇼핑몰'에 푼다

500만 장이 한꺼번에 인터넷으로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전국 2만 4천여 곳의 약국에 한 곳당 100장씩 240만 장이 갑니다. 남녀노소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약국 수가 적은 곳엔 한 곳당 더 많은 물량이 배분됩니다.

읍·면 지역의 우체국과 농협으로도 매일 110만 장이 공급됩니다. 특히 마스크 구하기 힘든 곳, 대구·경북 지역에는 하루 백 만장이 우선 공급되고, 의료기관과 대구의사회에도 50만장 씩 갑니다. 이런 순위에 따라 배분이 끝나고 남는 물량을 우체국쇼핑몰, 공영홈쇼핑 등 온라인으로 공급한다는 겁니다.


하루 1천만 장 국내 풀린다…'생산량이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정부는 이와함께 하루 생산량의 10%만 수출할 수 있다는 제한도 걸었습니다. 1200만 장 가운데 해외로 갈 수 있는 건 120만 장, 원칙적으로 1000만 장 이상은 국내로 출고되는 겁니다. 적지 않은 양입니다. 단, 이 계산이 맞으려면 전제가 있습니다. 하루 1200만 장이라는 생산량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일각에서는 중국산 원자재가 부족해져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확인해봤습니다. 마스크 핵심 원자재는 필터 역할을 하는 'MB(멜트블로운:melt-blown) 부직포'입니다. 이 원자재는 공기청정기나 에어컨 등에도 쓰입니다. 따라서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 양도 상당합니다. 하지만 마스크용은 국내에서 대부분 생산되고, 수급에도 문제가 없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입니다. 산업부가 120여개 마스크 생산업체를 확인해봤더니, 100개 업체는 국내산을 쓰고 있었고, 국내산 MB 부직포의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원부자재, 행정 지원 통해서라도 충분히 공급되어야"

그런데 현장의 얘기는 조금 다릅니다. KBS 취재한 상당 수의 마스크 생산업체는 "중국산 필터가 부족해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KBS 뉴스 9] 마스크 하루 생산 1,200만 개…왜 부족할까?

누구 말이 맞을까요? 원가를 올리지 않아 '착한 마스크 업체'로 알려진 '웰킵스' 박종한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국내 MB(멜트블로운) 필터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생산하는 양을 전량 마스크 용도로 공급한다면 국민들이 기대하는 수준 만큼의 양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다른 필터 용도로 사용되는 필터를 단기간 행정 지원을 통해서라도 마스크 쪽으로 전용하게 해준다면 원부자재가 심각한 부족 상황에 이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매점매석' 방지 등 유통 질서 확립되어야

생산량이 유지된다 해도 또 하나의 우려는 남습니다. 과연 유통 질서가 제대로 잡힐 것이냐는 점이죠. 이게 괜한 걱정이 아니라는 통계를 하나 보겠습니다.


보건용 마스크 신고가 의무화된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식약처가 집계한 마스크 생산과 출고 실적입니다. 5일 동안의 출고량은 4475만 장이고, 이 가운데 수출량은 527만 장입니다. 해외로 나간게 전체 출고량의 약 12%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5일 동안 총 3948만 장, 하루 789만 장이 국내로 출고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마스크 구하기는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매점매석 등 유통 상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정부가 '수출 제한' 조치 이후 국내에 풀릴 마스크는 하루 1000만 장입니다. 12~16일 사이의 일평균 국내 출고량과 200만 장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습니다. 1000만 장이 국내에 풀리더라도, 유통 질서가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일반인들이 구하기는 또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공적 판매의 철저한 준비도 필수입니다. 공적 판매가 시작된 26일, 대표적인 공적 판매처로 알려진 '우체국쇼핑몰'은 거의 하루 종일 열리지않았습니다. 접속이 폭주했기 때문이지요.

국민들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원가 대비 터무니없이 비싸게 부르는 마스크 가격을 더 이상은 견디기 어렵습니다. 마스크를 '전략물자' 처럼 전량 국가가 사서 배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완벽한 해답은 찾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다만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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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스크 구하기 스트레스 ‘한 달’…이제 끝날까?
    • 입력 2020-02-26 19:53:47
    • 수정2020-02-26 19:55:09
    취재K
정부가 마스크 수급 '특단의 대책'을 내놨습니다. 26일부터 마스크 생산업자가 하루 생산량의 50%를 공적 판매처에 출고하도록 강제한다는 것입니다. 식약처가 집계한 국내 마스크 하루 생산량이 총 1200만 장이니, 공적 판매처로 500만 장 이상이 풀리는 것입니다. 빠르면 27일 오후부터, 늦어도 28일부터는 이 물량이 본격적으로 유통되도록 할 것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마스크 구하기 스트레스, 이제는 끝날까요?

구하기 어려운 곳부터 먼저 배분… 나머지 '공적 쇼핑몰'에 푼다

500만 장이 한꺼번에 인터넷으로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전국 2만 4천여 곳의 약국에 한 곳당 100장씩 240만 장이 갑니다. 남녀노소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약국 수가 적은 곳엔 한 곳당 더 많은 물량이 배분됩니다.

읍·면 지역의 우체국과 농협으로도 매일 110만 장이 공급됩니다. 특히 마스크 구하기 힘든 곳, 대구·경북 지역에는 하루 백 만장이 우선 공급되고, 의료기관과 대구의사회에도 50만장 씩 갑니다. 이런 순위에 따라 배분이 끝나고 남는 물량을 우체국쇼핑몰, 공영홈쇼핑 등 온라인으로 공급한다는 겁니다.


하루 1천만 장 국내 풀린다…'생산량이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정부는 이와함께 하루 생산량의 10%만 수출할 수 있다는 제한도 걸었습니다. 1200만 장 가운데 해외로 갈 수 있는 건 120만 장, 원칙적으로 1000만 장 이상은 국내로 출고되는 겁니다. 적지 않은 양입니다. 단, 이 계산이 맞으려면 전제가 있습니다. 하루 1200만 장이라는 생산량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일각에서는 중국산 원자재가 부족해져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확인해봤습니다. 마스크 핵심 원자재는 필터 역할을 하는 'MB(멜트블로운:melt-blown) 부직포'입니다. 이 원자재는 공기청정기나 에어컨 등에도 쓰입니다. 따라서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 양도 상당합니다. 하지만 마스크용은 국내에서 대부분 생산되고, 수급에도 문제가 없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입니다. 산업부가 120여개 마스크 생산업체를 확인해봤더니, 100개 업체는 국내산을 쓰고 있었고, 국내산 MB 부직포의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원부자재, 행정 지원 통해서라도 충분히 공급되어야"

그런데 현장의 얘기는 조금 다릅니다. KBS 취재한 상당 수의 마스크 생산업체는 "중국산 필터가 부족해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KBS 뉴스 9] 마스크 하루 생산 1,200만 개…왜 부족할까?

누구 말이 맞을까요? 원가를 올리지 않아 '착한 마스크 업체'로 알려진 '웰킵스' 박종한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국내 MB(멜트블로운) 필터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생산하는 양을 전량 마스크 용도로 공급한다면 국민들이 기대하는 수준 만큼의 양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다른 필터 용도로 사용되는 필터를 단기간 행정 지원을 통해서라도 마스크 쪽으로 전용하게 해준다면 원부자재가 심각한 부족 상황에 이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매점매석' 방지 등 유통 질서 확립되어야

생산량이 유지된다 해도 또 하나의 우려는 남습니다. 과연 유통 질서가 제대로 잡힐 것이냐는 점이죠. 이게 괜한 걱정이 아니라는 통계를 하나 보겠습니다.


보건용 마스크 신고가 의무화된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식약처가 집계한 마스크 생산과 출고 실적입니다. 5일 동안의 출고량은 4475만 장이고, 이 가운데 수출량은 527만 장입니다. 해외로 나간게 전체 출고량의 약 12%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5일 동안 총 3948만 장, 하루 789만 장이 국내로 출고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마스크 구하기는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매점매석 등 유통 상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정부가 '수출 제한' 조치 이후 국내에 풀릴 마스크는 하루 1000만 장입니다. 12~16일 사이의 일평균 국내 출고량과 200만 장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습니다. 1000만 장이 국내에 풀리더라도, 유통 질서가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일반인들이 구하기는 또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공적 판매의 철저한 준비도 필수입니다. 공적 판매가 시작된 26일, 대표적인 공적 판매처로 알려진 '우체국쇼핑몰'은 거의 하루 종일 열리지않았습니다. 접속이 폭주했기 때문이지요.

국민들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원가 대비 터무니없이 비싸게 부르는 마스크 가격을 더 이상은 견디기 어렵습니다. 마스크를 '전략물자' 처럼 전량 국가가 사서 배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완벽한 해답은 찾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다만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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