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중국, 인천발 승객 정보 유출 ‘파문’

입력 2020.02.28 (07:00) 수정 2020.02.2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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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발 항공기에 대해 강화된 방역조치가 시행된 첫 날인 지난 25일. 중국 선양 타오셴(桃仙) 국제공항에는 두 편의 항공편이 한국에서 날아왔다. 승객 260명(한국인 27명)을 태우고 인천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KE831편과 승객 153명(한국인 22명)을 태우고 부산에서 출발한 아시아나 OZ 346편이다. 이들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예전에 보지 못한 생경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마스크와 하얀 가운을 차려입은 방역요원이 입국장을 가득 메운 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발 항공기 탑승객들은 1대 1로 따라 붙은 방역 요원의 인도에 따라 입국장을 빠져나오자 마자 공항 홀에 마련된 간이 데스크로 가 특별한 자기 신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자신의 이름과 여권 번호, 연락처, 집 주소, 마중 나온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 차량번호를 꼼꼼히 작성한 것이다. 또 최근 대구나 남부지역을 방문했는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신고서 작성이 마무리되면 방역요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중국 내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 입국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상세하게 기록된 탑승객 개인 정보가 담긴 파일이 '한국 선양 복귀인원 20명 명단'이란 이름으로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을 통해 그대로 유출됐다. 25일 인천에서 선양으로 온 승객 21명의 명단이다. 한국에서 선양으로 온 사람들 통계표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이름과 성별, 신분증 번호(여권 번호), 구체적인 주소, 연락처, 탑승 시간 등의 기록이다. 입국하면서 공항 작성대에서 작성한 서류 그대로이다. 개인정보가 누출된 승객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한 탑승객 피해자는 자신이 사는 선양시 황구구(皇姑區)와 선허구(沈河區) 사람들이 제 개인정보 유출을 모두 알 정도라며 자신의 딸 친구로부터 여러 통의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탑승객은 개인 연락처까지 유출되면서 밤 12시 가 넘도록 전화가 걸려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끊는다든지, 수화기만 들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아 두려워 잠을 설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밤새 스팸 문자가 쏟아져 괴로웠다고 한다. 인터넷에서도 개인 정보 유출이 논란이 됐다. "아무리 비상시기라 해도 타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일은 하지 말자"는 댓글부터 "개인정보 유출이 전염병보다 무섭다"며 자제를 촉구하는 글도 이어졌다.


현재 중국 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런 개인정보 유출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산시성(陕西省) 한중시(汉中市)의 한 질병예방통제센터 부주임 진 모 씨는 코로나19 의심병례 보고서를 유출해, 경찰의 조사를 받았고 윈난성에서는 확진자 정보를 인터넷에 퍼져 4명이 행정구류 10일과 벌금 처분을 받았다. 최근 중앙 인터넷 안전과 정보화위원회 판공실(中央网信办)은 개인정보에 관한 통지문(关于做好个人信息保护利用大数据支撑联防联控工作的通知) 통해 코로나19 방역사업을 위해 수집한 개인정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엄금한다고 밝혔다. 모든 단위와 개인은 당사자의 허가 없이 이름이나 나이, 신분증 번호, 전화번호, 가정주소 등 개인정보를 고의로 유출하거나 확산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국에서는 한국 내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개인 정보 유출을 넘어 과도하게 한국인을 백안시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한국을 다녀온 자가 격리자의 집에 방역 당국이 빨간 봉인 딱지를 붙이면서 한국을 다녀왔다는 주홍글씨를 새기고 있다. 낙인효과를 주려는 의도일까. 현재 한국과 중국 국민 모두 코로나 때문에 피로감이 깊고 예민해져 있다. 이럴 때일 수록 양국 국민이 냉정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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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중국, 인천발 승객 정보 유출 ‘파문’
    • 입력 2020-02-28 07:00:47
    • 수정2020-02-28 07:01:28
    특파원 리포트
한국발 항공기에 대해 강화된 방역조치가 시행된 첫 날인 지난 25일. 중국 선양 타오셴(桃仙) 국제공항에는 두 편의 항공편이 한국에서 날아왔다. 승객 260명(한국인 27명)을 태우고 인천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KE831편과 승객 153명(한국인 22명)을 태우고 부산에서 출발한 아시아나 OZ 346편이다. 이들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예전에 보지 못한 생경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마스크와 하얀 가운을 차려입은 방역요원이 입국장을 가득 메운 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발 항공기 탑승객들은 1대 1로 따라 붙은 방역 요원의 인도에 따라 입국장을 빠져나오자 마자 공항 홀에 마련된 간이 데스크로 가 특별한 자기 신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자신의 이름과 여권 번호, 연락처, 집 주소, 마중 나온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 차량번호를 꼼꼼히 작성한 것이다. 또 최근 대구나 남부지역을 방문했는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신고서 작성이 마무리되면 방역요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중국 내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 입국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상세하게 기록된 탑승객 개인 정보가 담긴 파일이 '한국 선양 복귀인원 20명 명단'이란 이름으로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을 통해 그대로 유출됐다. 25일 인천에서 선양으로 온 승객 21명의 명단이다. 한국에서 선양으로 온 사람들 통계표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이름과 성별, 신분증 번호(여권 번호), 구체적인 주소, 연락처, 탑승 시간 등의 기록이다. 입국하면서 공항 작성대에서 작성한 서류 그대로이다. 개인정보가 누출된 승객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한 탑승객 피해자는 자신이 사는 선양시 황구구(皇姑區)와 선허구(沈河區) 사람들이 제 개인정보 유출을 모두 알 정도라며 자신의 딸 친구로부터 여러 통의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탑승객은 개인 연락처까지 유출되면서 밤 12시 가 넘도록 전화가 걸려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끊는다든지, 수화기만 들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아 두려워 잠을 설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밤새 스팸 문자가 쏟아져 괴로웠다고 한다. 인터넷에서도 개인 정보 유출이 논란이 됐다. "아무리 비상시기라 해도 타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일은 하지 말자"는 댓글부터 "개인정보 유출이 전염병보다 무섭다"며 자제를 촉구하는 글도 이어졌다.


현재 중국 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런 개인정보 유출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산시성(陕西省) 한중시(汉中市)의 한 질병예방통제센터 부주임 진 모 씨는 코로나19 의심병례 보고서를 유출해, 경찰의 조사를 받았고 윈난성에서는 확진자 정보를 인터넷에 퍼져 4명이 행정구류 10일과 벌금 처분을 받았다. 최근 중앙 인터넷 안전과 정보화위원회 판공실(中央网信办)은 개인정보에 관한 통지문(关于做好个人信息保护利用大数据支撑联防联控工作的通知) 통해 코로나19 방역사업을 위해 수집한 개인정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엄금한다고 밝혔다. 모든 단위와 개인은 당사자의 허가 없이 이름이나 나이, 신분증 번호, 전화번호, 가정주소 등 개인정보를 고의로 유출하거나 확산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국에서는 한국 내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개인 정보 유출을 넘어 과도하게 한국인을 백안시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한국을 다녀온 자가 격리자의 집에 방역 당국이 빨간 봉인 딱지를 붙이면서 한국을 다녀왔다는 주홍글씨를 새기고 있다. 낙인효과를 주려는 의도일까. 현재 한국과 중국 국민 모두 코로나 때문에 피로감이 깊고 예민해져 있다. 이럴 때일 수록 양국 국민이 냉정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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