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거짓말하면 감옥갑니다” 코로나 심각사태에 나온 법원의 경고

입력 2020.02.28 (11:23) 수정 2020.02.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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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대구 신천지갔다" 거짓말한 20대 구속
법원 "죄질 불량하다"며 철퇴
'메르스 거짓말'도 징역 6개월

"유튜버를 보고 따라 했다"
대구 신천지교회에 다녀왔다고 거짓말을 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실이 들통 난 28살 A 씨가 경찰에 한 말이다.

가벼운 생각으로 장난처럼 한 행동이었다는 얘긴데, 결과는 가볍지 않았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영장을 발부했다. A 씨 처지에서 보면 거짓말 한 번 했다고 감옥에 가게 돼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감염병 사태 때마다 법원은 항상 단호했다.


신천지는커녕 대구에도 간 적 없었다
유튜버를 따라 한 A 씨의 장난은 지난 21일 시작됐다. A 씨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보건소에 찾아가 "대구 신천지교회에 다녀왔다"고 했다.

보건소는 A 씨를 상대로 코로나19 검사를 했다. 이튿날인 22일 음성 판정이 나왔다. 한순간의 장난은 이렇게 A 씨만 아는 비밀로 넘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지난 23일 한 식당의 배달원으로 취업한 A 씨는 취업 첫날 경찰 조사를 받았다. 식당에서 오토바이 기름을 넣으라고 준 카드로 담배 등 개인 물건을 샀고, 동료가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최근 대구를 다녀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 격리 중"이라고 말했다. 조사자가 열만 나도 경찰서를 폐쇄하는 지금 분위기에서 자가 격리 중이라는 진술은 경찰이 놀랄만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경찰은 별다른 증상도 없이 멀쩡해 보이는 A 씨의 진술이 어딘가 의심스러웠다. 동선을 추적해보니 의심은 확신이 됐다. A 씨가 대구에 갔다고 한 시기에 다른 지역에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대구 신천지교회는커녕 대구에도 간 적이 없었던 A 씨가 보건소와 경찰서를 잇달아 속인 것이다.


법원 "죄질 불량…비슷한 사건 우려"
경찰은 A 씨에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횡령은 식당 카드를 사용한 부분에 적용됐다.

구속영장을 심사한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25일 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전담판사는 구속 결정을 하며 크게 3가지를 고려했다고 한다. 2가지는 도주 우려 등 통상적인 것이었고, 나머지 1가지가 코로나19 관련 판단이었다.

법원은 우선 A 씨의 장난을 죄질이 불량한 것으로 봤다. 코로나19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고, 서울·경기 등 전국 곳곳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한 장난도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법원은 A 씨가 구속이 안 되면 비슷한 사건이 또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감염병 사태에 심각한 상황에서는 사소한 장난도 큰 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이 A 씨 사례로 알려지면 앞으로 비슷한 사건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걸로 보인다.


메르스 사태 땐 '1심 벌금형→2심 실형'
감염병 사태에서 법원이 보여준 단호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 이른바 '메르스' 사태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전남 영광군에 사는 B 씨는 메르스가 한창 유행이던 2015년 6월 9일 전북도청 보건의료과에 전화를 했다. B 씨는 자신이 전북 고창군에 사는 C라고 신분을 속이고 "최근 서울에 병문안을 다녀왔는데 열이 나고 기침을 한다"고 말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전북도청은 고창군 보건소에 이 사실을 알렸고, 보건소 직원이 B 씨에게 전화해 방문 검사를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B 씨는 "열이 내렸으니 내일 아침에 다시 전화하겠다"며 검사를 거부했다.

다음날 보건소 직원과 경찰은 B 씨가 알려준 주소로 찾아갔지만, 가짜 주소라 B 씨를 찾을 수 없었다. 이들은 위치 추적 등을 한 끝에 B 씨를 찾아내 메르스 검사를 했다.

B 씨가 거짓말을 한 이유는 다른 범죄로 받은 벌금과 보호관찰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에 붙잡힌 B 씨는 구속돼 재판을 받았다. 1심은 3개월 동안 구속돼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2심은 그러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사건이 있었던 2015년 6월 초에는 전국에서 다수의 메르스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했고, 환자 다수 발생한 일부 지역의 경제 활동이 마비될 지경이 되는 등 메르스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국민 불안감이 극심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국민 불안감과 혼란을 해소하고 메르스 사태를 신속하게 종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벌금과 보호관찰을 피하려고 혼란을 악용해 허위신고를 한 건 죄질이 극히 나쁘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이렇게 감염병이 널리 퍼져 사회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는 작은 거짓말이라고 해도 엄벌한다는 일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거짓말하면 감옥 간다", 법원이 그리고 우리 사회가 거짓말쟁이들에게 보내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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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거짓말하면 감옥갑니다” 코로나 심각사태에 나온 법원의 경고
    • 입력 2020-02-28 11:23:04
    • 수정2020-02-28 11:23:17
    취재후·사건후
"대구 신천지갔다" 거짓말한 20대 구속<br />법원 "죄질 불량하다"며 철퇴<br />'메르스 거짓말'도 징역 6개월
"유튜버를 보고 따라 했다"
대구 신천지교회에 다녀왔다고 거짓말을 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실이 들통 난 28살 A 씨가 경찰에 한 말이다.

가벼운 생각으로 장난처럼 한 행동이었다는 얘긴데, 결과는 가볍지 않았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영장을 발부했다. A 씨 처지에서 보면 거짓말 한 번 했다고 감옥에 가게 돼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감염병 사태 때마다 법원은 항상 단호했다.


신천지는커녕 대구에도 간 적 없었다
유튜버를 따라 한 A 씨의 장난은 지난 21일 시작됐다. A 씨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보건소에 찾아가 "대구 신천지교회에 다녀왔다"고 했다.

보건소는 A 씨를 상대로 코로나19 검사를 했다. 이튿날인 22일 음성 판정이 나왔다. 한순간의 장난은 이렇게 A 씨만 아는 비밀로 넘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지난 23일 한 식당의 배달원으로 취업한 A 씨는 취업 첫날 경찰 조사를 받았다. 식당에서 오토바이 기름을 넣으라고 준 카드로 담배 등 개인 물건을 샀고, 동료가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최근 대구를 다녀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 격리 중"이라고 말했다. 조사자가 열만 나도 경찰서를 폐쇄하는 지금 분위기에서 자가 격리 중이라는 진술은 경찰이 놀랄만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경찰은 별다른 증상도 없이 멀쩡해 보이는 A 씨의 진술이 어딘가 의심스러웠다. 동선을 추적해보니 의심은 확신이 됐다. A 씨가 대구에 갔다고 한 시기에 다른 지역에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대구 신천지교회는커녕 대구에도 간 적이 없었던 A 씨가 보건소와 경찰서를 잇달아 속인 것이다.


법원 "죄질 불량…비슷한 사건 우려"
경찰은 A 씨에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횡령은 식당 카드를 사용한 부분에 적용됐다.

구속영장을 심사한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25일 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전담판사는 구속 결정을 하며 크게 3가지를 고려했다고 한다. 2가지는 도주 우려 등 통상적인 것이었고, 나머지 1가지가 코로나19 관련 판단이었다.

법원은 우선 A 씨의 장난을 죄질이 불량한 것으로 봤다. 코로나19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고, 서울·경기 등 전국 곳곳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한 장난도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법원은 A 씨가 구속이 안 되면 비슷한 사건이 또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감염병 사태에 심각한 상황에서는 사소한 장난도 큰 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이 A 씨 사례로 알려지면 앞으로 비슷한 사건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걸로 보인다.


메르스 사태 땐 '1심 벌금형→2심 실형'
감염병 사태에서 법원이 보여준 단호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 이른바 '메르스' 사태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전남 영광군에 사는 B 씨는 메르스가 한창 유행이던 2015년 6월 9일 전북도청 보건의료과에 전화를 했다. B 씨는 자신이 전북 고창군에 사는 C라고 신분을 속이고 "최근 서울에 병문안을 다녀왔는데 열이 나고 기침을 한다"고 말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전북도청은 고창군 보건소에 이 사실을 알렸고, 보건소 직원이 B 씨에게 전화해 방문 검사를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B 씨는 "열이 내렸으니 내일 아침에 다시 전화하겠다"며 검사를 거부했다.

다음날 보건소 직원과 경찰은 B 씨가 알려준 주소로 찾아갔지만, 가짜 주소라 B 씨를 찾을 수 없었다. 이들은 위치 추적 등을 한 끝에 B 씨를 찾아내 메르스 검사를 했다.

B 씨가 거짓말을 한 이유는 다른 범죄로 받은 벌금과 보호관찰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에 붙잡힌 B 씨는 구속돼 재판을 받았다. 1심은 3개월 동안 구속돼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2심은 그러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사건이 있었던 2015년 6월 초에는 전국에서 다수의 메르스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했고, 환자 다수 발생한 일부 지역의 경제 활동이 마비될 지경이 되는 등 메르스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국민 불안감이 극심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국민 불안감과 혼란을 해소하고 메르스 사태를 신속하게 종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벌금과 보호관찰을 피하려고 혼란을 악용해 허위신고를 한 건 죄질이 극히 나쁘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이렇게 감염병이 널리 퍼져 사회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는 작은 거짓말이라고 해도 엄벌한다는 일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거짓말하면 감옥 간다", 법원이 그리고 우리 사회가 거짓말쟁이들에게 보내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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