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받으면 OO할게요”…‘신천지 회사’ 직원들은 맹세했다!

입력 2020.02.2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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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신천지 예수교회'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대구 신천지교회와 관련이 있는 확진자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되는 만큼, 각 지방자치단체는 신천지 교인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까지 벌이고 있죠.

얼마 전 법정에서도 신천지를 둘러싼 치열한 다툼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신천지 2인자'로 불리는 김남희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삿돈 14억여 원을 횡령해 신천지 연수원과 박물관을 설립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건데요. 지난달 29일 김 씨가 대법원 상고를 취하함에 따라, 원심 형량인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습니다.

이 사건 판결문에는 김남희 씨가 운영했던 문제의 '방송 프로그램 제작 회사'가 사실상 신천지의 종교 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라는 사실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아무나 입사할 수 없다는 이 회사에서 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건지, 판결문을 통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받은 월급은 회사에 기부…입사 전 '확인맹세서'도 작성

회사 직원들을 임명한 건 신천지 교주 이만희 씨입니다. 당연히 직원은 모두 신천지 신도였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직원들은 입사에 앞서 아래와 같은 '확인맹세서'를 작성해 신천지교회에 제출했습니다. 회사 재산이 모두 신천지의 재산이고, 자발적으로 헌신해 책임을 다하겠다는 맹세입니다.


회사는 신천지 신도들의 헌금이나 기부로 운영됐습니다. 게다가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별도의 월급을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이를 후원금 형태로 회사에 반납했습니다. 사실상 '무료 봉사' 형태로 근무해온 겁니다.

회사의 대표이사 김남희 씨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세금 문제 때문에 형식적으로 급여가 책정된 걸 제외하면, 따로 월급을 받지 않았습니다. 또 신도들이 돈을 기부하면, 일단 김 씨 명의 계좌로 입금받은 다음 회사명의 계좌로 이체해 대표이사 가수금으로 회계 처리하는 식이었죠.

판결문을 보면, 이 회삿돈은 대부분 신천지를 위해 쓰였습니다. 김 씨는 회사명의 계좌에서 1억 원을 빼내 신천지 역사박물관을, 4억여 원을 빼내 신천지 연수원을 짓는 데 썼습니다. 그 밖에도 개인 채무를 갚고 증여세를 내는 데 사용해 모두 14차례에 걸쳐 14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김 씨 측은 "이 회사는 신천지의 지원을 받아 신천지 포교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신천지 연수원과 박물관 건축비용 등으로 사용한 건 회사의 이익과 사업목적에 부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회사에 가수금 채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변제를 받은 것이거나 대표이사 가지급금으로 빌린 돈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신천지 연수원·박물관도 회삿돈으로?…'2인자' 김남희, 횡령 유죄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는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가 돈을 인출해 사용할 때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며, 가수금 채권의 변제나 가지급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신천지와 회사는 어디까지나 별도의 독립된 법인인 만큼,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가 신천지 연수원과 박물관을 건립함으로써 이익을 볼 수는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신천지와 회사가 특수한 관계라고 해서, 사업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 곳에 회삿돈을 가져다 써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게다가 연수원의 경우 부동산등기부상 교주 이만희 씨와 2인자 김남희 씨가 각각 절반의 지분을 갖고 있고, 박물관의 경우 아예 김 씨 단독 소유라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형사11부도 같은 판단을 했습니다. 재판부는 "신천지 연수원과 역사박물관은 김 씨가 신천지 신도 자격으로 개인 재산을 출연해 헌납하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라며 "그런데 김 씨 재산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회사 자금을 인출해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이때 신천지 신도들이나 직원들은 해당 건축 사업이 여전히 김 씨 개인 재산으로 추진되는 줄 알고 있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결국, 김 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신천지를 둘러싼 재판, 이게 끝은 아닙니다. 앞서 신천지가 김 씨를 상대로 낸 주주권 확인 및 명의개서, 주주총회결의 무효 및 이사·감사 해임 청구 소송의 경우 지난해 11월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났습니다. 신천지 교주 이만희 씨는 소송을 통해 김 씨에게 명의신탁했던 회사 주식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지만, 김 씨의 항소로 오는 4월 7일 첫 항소심 재판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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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급 받으면 OO할게요”…‘신천지 회사’ 직원들은 맹세했다!
    • 입력 2020-02-29 07:04:32
    취재K
코로나19 확산으로 '신천지 예수교회'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대구 신천지교회와 관련이 있는 확진자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되는 만큼, 각 지방자치단체는 신천지 교인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까지 벌이고 있죠.

얼마 전 법정에서도 신천지를 둘러싼 치열한 다툼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신천지 2인자'로 불리는 김남희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삿돈 14억여 원을 횡령해 신천지 연수원과 박물관을 설립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건데요. 지난달 29일 김 씨가 대법원 상고를 취하함에 따라, 원심 형량인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습니다.

이 사건 판결문에는 김남희 씨가 운영했던 문제의 '방송 프로그램 제작 회사'가 사실상 신천지의 종교 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라는 사실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아무나 입사할 수 없다는 이 회사에서 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건지, 판결문을 통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받은 월급은 회사에 기부…입사 전 '확인맹세서'도 작성

회사 직원들을 임명한 건 신천지 교주 이만희 씨입니다. 당연히 직원은 모두 신천지 신도였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직원들은 입사에 앞서 아래와 같은 '확인맹세서'를 작성해 신천지교회에 제출했습니다. 회사 재산이 모두 신천지의 재산이고, 자발적으로 헌신해 책임을 다하겠다는 맹세입니다.


회사는 신천지 신도들의 헌금이나 기부로 운영됐습니다. 게다가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별도의 월급을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이를 후원금 형태로 회사에 반납했습니다. 사실상 '무료 봉사' 형태로 근무해온 겁니다.

회사의 대표이사 김남희 씨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세금 문제 때문에 형식적으로 급여가 책정된 걸 제외하면, 따로 월급을 받지 않았습니다. 또 신도들이 돈을 기부하면, 일단 김 씨 명의 계좌로 입금받은 다음 회사명의 계좌로 이체해 대표이사 가수금으로 회계 처리하는 식이었죠.

판결문을 보면, 이 회삿돈은 대부분 신천지를 위해 쓰였습니다. 김 씨는 회사명의 계좌에서 1억 원을 빼내 신천지 역사박물관을, 4억여 원을 빼내 신천지 연수원을 짓는 데 썼습니다. 그 밖에도 개인 채무를 갚고 증여세를 내는 데 사용해 모두 14차례에 걸쳐 14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김 씨 측은 "이 회사는 신천지의 지원을 받아 신천지 포교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신천지 연수원과 박물관 건축비용 등으로 사용한 건 회사의 이익과 사업목적에 부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회사에 가수금 채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변제를 받은 것이거나 대표이사 가지급금으로 빌린 돈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신천지 연수원·박물관도 회삿돈으로?…'2인자' 김남희, 횡령 유죄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는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가 돈을 인출해 사용할 때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며, 가수금 채권의 변제나 가지급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신천지와 회사는 어디까지나 별도의 독립된 법인인 만큼,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가 신천지 연수원과 박물관을 건립함으로써 이익을 볼 수는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신천지와 회사가 특수한 관계라고 해서, 사업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 곳에 회삿돈을 가져다 써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게다가 연수원의 경우 부동산등기부상 교주 이만희 씨와 2인자 김남희 씨가 각각 절반의 지분을 갖고 있고, 박물관의 경우 아예 김 씨 단독 소유라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형사11부도 같은 판단을 했습니다. 재판부는 "신천지 연수원과 역사박물관은 김 씨가 신천지 신도 자격으로 개인 재산을 출연해 헌납하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라며 "그런데 김 씨 재산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회사 자금을 인출해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이때 신천지 신도들이나 직원들은 해당 건축 사업이 여전히 김 씨 개인 재산으로 추진되는 줄 알고 있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결국, 김 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신천지를 둘러싼 재판, 이게 끝은 아닙니다. 앞서 신천지가 김 씨를 상대로 낸 주주권 확인 및 명의개서, 주주총회결의 무효 및 이사·감사 해임 청구 소송의 경우 지난해 11월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났습니다. 신천지 교주 이만희 씨는 소송을 통해 김 씨에게 명의신탁했던 회사 주식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지만, 김 씨의 항소로 오는 4월 7일 첫 항소심 재판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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