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민 요리사 “청년의 꿈 응원합니다”

입력 2020.02.29 (08:19) 수정 2020.02.2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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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작하기는 쉽지만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게 바로 음식점 창업입니다.

남쪽에 기댈 곳이 마땅치 않은 탈북민들이 창업에 나서는 모습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창업에 성공한 뒤에도 그 비결을 아낌없이 베푸는 탈북민이 있습니다.

남측, 북측을 가리지 않고 젊은 친구들이 꿈을 펼치는 것을 돕고 있다고 하는데요,

친정 엄마 같은 이웃이 되고 싶다는 탈북민 이신돈 씨의 이야기함께 들어보시죠.

[리포트]

전라남도 여수의 한 재래시장.

싱싱한 수산물과 제철 맞은 채소도 가득합니다.

매일 아침 여기서 장을 본다는 탈북민 이신돈 씨.

["이모 미나리 있어요? (네, 있어요.) 이게 대가 싱싱한거죠? 오늘 아침에 온 거죠?"]

가격이 비싸도 좋은 재료가 우선입니다.

["어떤 게 싱싱한 건지 한 번 골라보세요. (희끗희끗한 거 싱싱한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이런 거. (힘이 센 거?) 색깔은 이런 거. (짙은 거)"]

이 씨는 6년 전 이 곳에 식당을 열고 정착했습니다.

주된 메뉴는 남쪽 음식인 흑돼지 구이와 해물삼합.

물론 북한 음식도 내놓습니다.

["이게 뭐예요? (이건 아바이 순대, 이건 보쌈김치라는 거예요.) 제가 한 번 시식하겠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음식도 푸짐해서 지역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기도 했습니다.

[조희형/순천시 왕지동/50세 : "너무 맛있습니다. 북한의 손맛과 남한의 식자재가 얽혀져서 너무 맛있습니다."]

이신돈 씨는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합니다.

이 씨의 음식들은 아무래도 남쪽 손님들에게는 낯선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서 인지 요리 비법을 알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점심 장사를 끝내자 다른 손님들이 가게를 찾아왔습니다.

이 씨의 요리 비법을 배워 북한 음식점을 차리고 싶어하는 친구들인데요,

[김시온/27세 : "음식도 맛있고 비법을 배우고 싶어서 사장님께 졸라서 오게 됐습니다. 비법 배워서 나중에 창업하고 싶어요."]

이 친구들은 북한 음식이 독특하고 맛있어 이 씨 음식점의 단골 손님이 됐고, 음식 만드는 법까지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렇게 잘게 잘게 다진다는 심정으로 해봐. (왜 이렇게 안 되지?) 아니야. 네가 이걸 오늘 못하면 죽는다고 생각해봐라. 그러면 이거 할 수가 있어 이거."]

이 씨에게 차근차근 배운 솜씨로 3년 내로 북한 음식점을 차리는게 꿈이라고 하네요.

18가지 약초가 들어간다는 북한식 아바이순대와 해산물이 특징이라는 북한식 보쌈김치가 오늘의 전수 대상입니다.

[오은지/23세 : "무료로 가르쳐주시고 챙겨주시는 분 없는데 되게 감사하고 딸처럼 네가 잘 컸으면 좋겠다는 그런 느낌이 와닿아서 너무 감사드려요."]

이 씨는 창업을 먼저 겪어본 선배로써 조금이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나온다고 하네요.

[이신돈/탈북민 요리사 : "내 호주머니 덜 들어오더라도 나눠 먹는 심정으로 해야 만이 그보다 더 뿌듯하고 좋은 게 어딨겠는가."]

사실 북한에 있을 때는 요리사가 될 거란 꿈은 꿔본 적도 없다는데요.

남쪽에 식당을 차리고 뿌리 내리기 까지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젠 같은 처지의 이웃들에게 든든한 버팀목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이 씨.

["아기야. (오셨어요. 고생 많으셨어요.)"]

딸과 동료 탈북민 나민희 씨가 반겨줍니다.

["너무 반갑다. 여기는 우리 딸이고 서로 닮았어요? (붕어빵 같아요.) 붕어빵 같아요? 근데 우리 아기는 그렇게 하면 안 좋아하는데..."]

나 씨는 남쪽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이 씨가 준 도움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 씨는 나씨가 행여 굶을까 만날 때마다 밥과 반찬을 챙겨주고 용돈도 쥐어줬다고 합니다.

오늘도 이 씨는 나 씨에게 줄 음식을 한가득 꺼내놓습니다.

["이거 다 가져가요? (응) 뭐예요? (보쌈김치하고 순대다.) 순대 일 년 동안 먹을 거 같은데."]

이 씨는 남측 북측을 가리지 않고 주변의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있습니다.

대학 등록금을 빌려주기도 하는데, 이 씨는 괜히 생색내는 것 같다며 말하기를 꺼려합니다.

[김향이/26세/이신돈 씨 딸 : "어떤 남한 학생이 있었는데 대학생이 등록금 없어서 학교를 못 들어갈 그럴 임박이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돈 빌려주셔서 대학교도 보내고 되게 멋지고..."]

이 씨의 남한 정착 역시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딸을 탈북시키는 과정에서 큰 빚을 졌고, 이를 갚기 위해 호주에서 7년 동안 일을 했는데요,

당시 한 호텔에서 요리사로 일하면서 배웠던 것들이 음식점 차리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딸이 옆에 있으니까 데리고 왔으니 행복하지. (딸 얘기만 나와도 행복하신 것 같아요.) 근데 쟤는 잘 몰라요. (제가 표현을 잘 못 해서 엄마한테...) 남자친구한테는 표현을 잘하더라."]

가족, 친구들과 함께 알콩달콩 사는 자신의 생활에 만족한다는 이 씨.

이제는 남쪽이든 북쪽이든 주변의 청년들이 꿈을 이루는데 마치 엄마처럼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하네요.

[이신돈/탈북민 요리사 : "아이들이 꿈을 실어서 빨리 자기 일에 착수해서 성공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최고의 바램이에요.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게끔 내 능력이 다하는 데까지 도와주고 싶어요."]

남과 북이 서로 어우러지는 이 씨의 음식처럼, 함께 어울려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날이 오길 이 씨와 함께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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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탈북민 요리사 “청년의 꿈 응원합니다”
    • 입력 2020-02-29 08:20:59
    • 수정2020-02-29 08:31:01
    남북의 창
[앵커]

시작하기는 쉽지만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게 바로 음식점 창업입니다.

남쪽에 기댈 곳이 마땅치 않은 탈북민들이 창업에 나서는 모습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창업에 성공한 뒤에도 그 비결을 아낌없이 베푸는 탈북민이 있습니다.

남측, 북측을 가리지 않고 젊은 친구들이 꿈을 펼치는 것을 돕고 있다고 하는데요,

친정 엄마 같은 이웃이 되고 싶다는 탈북민 이신돈 씨의 이야기함께 들어보시죠.

[리포트]

전라남도 여수의 한 재래시장.

싱싱한 수산물과 제철 맞은 채소도 가득합니다.

매일 아침 여기서 장을 본다는 탈북민 이신돈 씨.

["이모 미나리 있어요? (네, 있어요.) 이게 대가 싱싱한거죠? 오늘 아침에 온 거죠?"]

가격이 비싸도 좋은 재료가 우선입니다.

["어떤 게 싱싱한 건지 한 번 골라보세요. (희끗희끗한 거 싱싱한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이런 거. (힘이 센 거?) 색깔은 이런 거. (짙은 거)"]

이 씨는 6년 전 이 곳에 식당을 열고 정착했습니다.

주된 메뉴는 남쪽 음식인 흑돼지 구이와 해물삼합.

물론 북한 음식도 내놓습니다.

["이게 뭐예요? (이건 아바이 순대, 이건 보쌈김치라는 거예요.) 제가 한 번 시식하겠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음식도 푸짐해서 지역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기도 했습니다.

[조희형/순천시 왕지동/50세 : "너무 맛있습니다. 북한의 손맛과 남한의 식자재가 얽혀져서 너무 맛있습니다."]

이신돈 씨는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합니다.

이 씨의 음식들은 아무래도 남쪽 손님들에게는 낯선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서 인지 요리 비법을 알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점심 장사를 끝내자 다른 손님들이 가게를 찾아왔습니다.

이 씨의 요리 비법을 배워 북한 음식점을 차리고 싶어하는 친구들인데요,

[김시온/27세 : "음식도 맛있고 비법을 배우고 싶어서 사장님께 졸라서 오게 됐습니다. 비법 배워서 나중에 창업하고 싶어요."]

이 친구들은 북한 음식이 독특하고 맛있어 이 씨 음식점의 단골 손님이 됐고, 음식 만드는 법까지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렇게 잘게 잘게 다진다는 심정으로 해봐. (왜 이렇게 안 되지?) 아니야. 네가 이걸 오늘 못하면 죽는다고 생각해봐라. 그러면 이거 할 수가 있어 이거."]

이 씨에게 차근차근 배운 솜씨로 3년 내로 북한 음식점을 차리는게 꿈이라고 하네요.

18가지 약초가 들어간다는 북한식 아바이순대와 해산물이 특징이라는 북한식 보쌈김치가 오늘의 전수 대상입니다.

[오은지/23세 : "무료로 가르쳐주시고 챙겨주시는 분 없는데 되게 감사하고 딸처럼 네가 잘 컸으면 좋겠다는 그런 느낌이 와닿아서 너무 감사드려요."]

이 씨는 창업을 먼저 겪어본 선배로써 조금이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나온다고 하네요.

[이신돈/탈북민 요리사 : "내 호주머니 덜 들어오더라도 나눠 먹는 심정으로 해야 만이 그보다 더 뿌듯하고 좋은 게 어딨겠는가."]

사실 북한에 있을 때는 요리사가 될 거란 꿈은 꿔본 적도 없다는데요.

남쪽에 식당을 차리고 뿌리 내리기 까지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젠 같은 처지의 이웃들에게 든든한 버팀목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이 씨.

["아기야. (오셨어요. 고생 많으셨어요.)"]

딸과 동료 탈북민 나민희 씨가 반겨줍니다.

["너무 반갑다. 여기는 우리 딸이고 서로 닮았어요? (붕어빵 같아요.) 붕어빵 같아요? 근데 우리 아기는 그렇게 하면 안 좋아하는데..."]

나 씨는 남쪽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이 씨가 준 도움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 씨는 나씨가 행여 굶을까 만날 때마다 밥과 반찬을 챙겨주고 용돈도 쥐어줬다고 합니다.

오늘도 이 씨는 나 씨에게 줄 음식을 한가득 꺼내놓습니다.

["이거 다 가져가요? (응) 뭐예요? (보쌈김치하고 순대다.) 순대 일 년 동안 먹을 거 같은데."]

이 씨는 남측 북측을 가리지 않고 주변의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있습니다.

대학 등록금을 빌려주기도 하는데, 이 씨는 괜히 생색내는 것 같다며 말하기를 꺼려합니다.

[김향이/26세/이신돈 씨 딸 : "어떤 남한 학생이 있었는데 대학생이 등록금 없어서 학교를 못 들어갈 그럴 임박이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돈 빌려주셔서 대학교도 보내고 되게 멋지고..."]

이 씨의 남한 정착 역시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딸을 탈북시키는 과정에서 큰 빚을 졌고, 이를 갚기 위해 호주에서 7년 동안 일을 했는데요,

당시 한 호텔에서 요리사로 일하면서 배웠던 것들이 음식점 차리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딸이 옆에 있으니까 데리고 왔으니 행복하지. (딸 얘기만 나와도 행복하신 것 같아요.) 근데 쟤는 잘 몰라요. (제가 표현을 잘 못 해서 엄마한테...) 남자친구한테는 표현을 잘하더라."]

가족, 친구들과 함께 알콩달콩 사는 자신의 생활에 만족한다는 이 씨.

이제는 남쪽이든 북쪽이든 주변의 청년들이 꿈을 이루는데 마치 엄마처럼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하네요.

[이신돈/탈북민 요리사 : "아이들이 꿈을 실어서 빨리 자기 일에 착수해서 성공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최고의 바램이에요.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게끔 내 능력이 다하는 데까지 도와주고 싶어요."]

남과 북이 서로 어우러지는 이 씨의 음식처럼, 함께 어울려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날이 오길 이 씨와 함께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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