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오프라인 유통…구조조정 우려까지

입력 2020.02.29 (10:01) 수정 2020.02.2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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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여파가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온·오프라인 유통업계 사이에 온도 차가 큰 가운데, 오프라인 유통가는 유례없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점심시간, 한 대형마트를 찾았습니다. 매장 안은 한산했습니다. 평소라면 붐볐을 시식 코너도 마찬가지. 아무도 시식 음식에 손을 대지 않습니다. 매장 직원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정말 심각할 정도로 사람이 없어요."

지난해 적자를 면치 못했던 대형마트를 비롯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사람들이 매장에 나와 물건을 사는 것을 꺼리니 타격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 위기는 유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고용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유통업은 대표적으로 고용창출 효과가 큰 업종입니다. 우리나라 유통업 종사자 숫자는 대략 317만여 명. 전체 고용의 15%를 차지합니다. 이 때문에 오프라인 유통업의 위기는 고용의 위기이기도 합니다.


내년까지 점포 200여 개 정리…요동치는 ‘롯데쇼핑’

롯데쇼핑은 최근 창사 이래 처음으로 대규모 구조 조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 적자가 1조 원을 넘어선 탓입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700여 개 점포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200여 개 점포를 정리할 예정입니다. 직원들은 동요하고 있습니다.

롯데마트에서 8년째 무기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이현숙 씨를 만났습니다. 현숙 씨는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점포가 폐점하면 어떻게 하지...나도 정리 대상에 올라가면 어떻게 하지... 요즘 모이면 전부 서로 걱정하는 거죠.” 회사는 다른 점포로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희망퇴직을 받는 등 고용 충격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한 것은 아닙니다. 구조조정이 본격화한다면 대규모 인력감축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롯데쇼핑 노조는 공식적으로 성명서를 내고 고용안정 없는 구조조정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인력 감축…물러설 곳이 없다

이런 상황은 다른 유통업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마트도 지난해 2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냈습니다. 3분기에 회복되는가 싶었지만 4분기에 또다시 백억 원 가량의 적자를 냈습니다. 이마트는 지난해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뒤 삐에로 쇼핑 등 적자가 지속되는 매장을 중심으로 59개 매장을 이미 정리했습니다. 고용도 줄였습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이마트의 직원 수는 2만 5천7백여 명, 3년 전에 비해 2천여 명 가량 줄었습니다.

홈플러스도 지난 2015년 2만 4천여 명 가량이던 직원 수를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줄여 3천 명 가량이 감소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소규모 슈퍼형 체인점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원은 아예 충원하지 않았습니다.


일자리 안정 원하는 노동자들, 하지만...

최근 홈플러스는 이런 방침을 반영한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마트 소속 직원 50여 명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로 전환 배치했습니다. 직원들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이번에 인사 대상이 된 직원들은 동의도 없이 마트 직원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로 보내는 파견 발령은 사실상의 구조조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몇 년 동안 충원을 하지 않고 계속 인원을 줄이고 있는 회사 방침 때문에 격무도 마다하지 않고 버텨왔는데, 원치 않는 파견 발령까지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겁니다.

반면 회사 측의 입장은 명확했습니다. '오프라인 유통업은 위기이고, 이 상황을 돌파하려면 전반적인 고용 축소는 피할 수 없다. 신규로 인력을 채용할 여력은 없다. 마트 직원을 다른 부서나 매장으로 전보를 보내는 방식으로 인력을 줄여나가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흔들리는 ‘고용'…위기의식 가중

오프라인 유통업의 위기는 심각합니다. 이 속에서 소속 노동자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합니다. 생계의 터전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형마트 한 개 점포에 직접 고용된 인원은 평균 150명에서 200명에 사이로, 협력업체와 파견업체 직원까지 합치면 3백 명에서 5백 명이 매장 한 곳에서 일합니다. 마트 2백 개가 사라지면 단순 계산으로만 6만 개에서 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사람이 필요 없는 쇼핑, 비대면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업계의 고용능력은 급격히 악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위기의식은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 구성원들은 고용안정 없는 구조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재벌들이 자구책을 마련하는 대신 경영 악화 책임을 노동자와 협력업체로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시대의 변화 흐름 속에, 그리고 이런 전 국민적인 위기 상황 속에 함께 살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노동 자구책을 강구하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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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오프라인 유통…구조조정 우려까지
    • 입력 2020-02-29 10:01:51
    • 수정2020-02-29 10:02:07
    취재K
 코로나19 여파가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온·오프라인 유통업계 사이에 온도 차가 큰 가운데, 오프라인 유통가는 유례없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점심시간, 한 대형마트를 찾았습니다. 매장 안은 한산했습니다. 평소라면 붐볐을 시식 코너도 마찬가지. 아무도 시식 음식에 손을 대지 않습니다. 매장 직원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정말 심각할 정도로 사람이 없어요."

지난해 적자를 면치 못했던 대형마트를 비롯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사람들이 매장에 나와 물건을 사는 것을 꺼리니 타격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 위기는 유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고용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유통업은 대표적으로 고용창출 효과가 큰 업종입니다. 우리나라 유통업 종사자 숫자는 대략 317만여 명. 전체 고용의 15%를 차지합니다. 이 때문에 오프라인 유통업의 위기는 고용의 위기이기도 합니다.


내년까지 점포 200여 개 정리…요동치는 ‘롯데쇼핑’

롯데쇼핑은 최근 창사 이래 처음으로 대규모 구조 조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 적자가 1조 원을 넘어선 탓입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700여 개 점포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200여 개 점포를 정리할 예정입니다. 직원들은 동요하고 있습니다.

롯데마트에서 8년째 무기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이현숙 씨를 만났습니다. 현숙 씨는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점포가 폐점하면 어떻게 하지...나도 정리 대상에 올라가면 어떻게 하지... 요즘 모이면 전부 서로 걱정하는 거죠.” 회사는 다른 점포로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희망퇴직을 받는 등 고용 충격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한 것은 아닙니다. 구조조정이 본격화한다면 대규모 인력감축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롯데쇼핑 노조는 공식적으로 성명서를 내고 고용안정 없는 구조조정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인력 감축…물러설 곳이 없다

이런 상황은 다른 유통업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마트도 지난해 2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냈습니다. 3분기에 회복되는가 싶었지만 4분기에 또다시 백억 원 가량의 적자를 냈습니다. 이마트는 지난해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뒤 삐에로 쇼핑 등 적자가 지속되는 매장을 중심으로 59개 매장을 이미 정리했습니다. 고용도 줄였습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이마트의 직원 수는 2만 5천7백여 명, 3년 전에 비해 2천여 명 가량 줄었습니다.

홈플러스도 지난 2015년 2만 4천여 명 가량이던 직원 수를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줄여 3천 명 가량이 감소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소규모 슈퍼형 체인점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원은 아예 충원하지 않았습니다.


일자리 안정 원하는 노동자들, 하지만...

최근 홈플러스는 이런 방침을 반영한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마트 소속 직원 50여 명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로 전환 배치했습니다. 직원들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이번에 인사 대상이 된 직원들은 동의도 없이 마트 직원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로 보내는 파견 발령은 사실상의 구조조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몇 년 동안 충원을 하지 않고 계속 인원을 줄이고 있는 회사 방침 때문에 격무도 마다하지 않고 버텨왔는데, 원치 않는 파견 발령까지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겁니다.

반면 회사 측의 입장은 명확했습니다. '오프라인 유통업은 위기이고, 이 상황을 돌파하려면 전반적인 고용 축소는 피할 수 없다. 신규로 인력을 채용할 여력은 없다. 마트 직원을 다른 부서나 매장으로 전보를 보내는 방식으로 인력을 줄여나가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흔들리는 ‘고용'…위기의식 가중

오프라인 유통업의 위기는 심각합니다. 이 속에서 소속 노동자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합니다. 생계의 터전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형마트 한 개 점포에 직접 고용된 인원은 평균 150명에서 200명에 사이로, 협력업체와 파견업체 직원까지 합치면 3백 명에서 5백 명이 매장 한 곳에서 일합니다. 마트 2백 개가 사라지면 단순 계산으로만 6만 개에서 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사람이 필요 없는 쇼핑, 비대면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업계의 고용능력은 급격히 악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위기의식은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 구성원들은 고용안정 없는 구조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재벌들이 자구책을 마련하는 대신 경영 악화 책임을 노동자와 협력업체로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시대의 변화 흐름 속에, 그리고 이런 전 국민적인 위기 상황 속에 함께 살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노동 자구책을 강구하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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