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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거부 명확히 없더라도 신체 촬영 동의한 것 아냐”
입력 2020.03.01 (09:01) 취재K
자고 있던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남성이 재판을 다시 받게 됐습니다. 전 심급에서 각각 유죄와 무죄가 갈렸는데, 쟁점은 촬영에 상호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대법원은 유죄 취지로 재판을 파기 환송했습니다.

대법원 제1부는 자고 있는 여성의 신체 사진을 촬영해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성폭력처벌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을 열고 재판을 유죄 취지로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앞서 A씨는 B씨가 운영하는 유흥업소에 출입하며 B씨와 친분을 유지해 왔습니다. 2017년 4월 A씨는 그 동안의 외상 술값을 변제하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B씨를 데리고 가, B씨가 잠들어 있는 동안 자신의 휴대전화로 B씨의 몸을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핵심 쟁점은 A씨가 '의사에 반해' B씨의 신체를 촬영했는지 여부였습니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줄곧 사진을 찍기 전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의를 받은 경우, 의사에 반해 촬영한것이 아니어서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1,2,3심의 판단은 서로 갈렸습니다.

1심 법원은 A씨가 유죄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진들은 피해자에게 큰 성적 수치심을 주는 것인데다가 유포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없어 성관계 자체에 대한 동의 유무와 관계없이 이러한 사진을 촬영하는 것에 관한 동의는 별개의 문제"라며 "사진촬영에 동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그 동의는 명확한 것이어야 하는데, 촬영 당시 피해자는 잠들거나 잠들기 직전으로서 술에 상당히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여 분명한 의식을 가지고 사진 촬영에 동의하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피해자가 촬영을 허락한 사실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점 △촬영물 중 하나는 피해자가 잠든 상태에서 찍은 것이므로 잠든 피해자는 그 촬영에 동의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점 △피고인이 촬영물들을 피해자에게 카카오톡으로 처음 전송하려 할 때 피해자는 사진이 존재하는지 알지 못했고 왜 그런 것을 찍느냐는 취지로 응답했고, 사진을 전송받은 이후 사진이 찍힌 것에 황당해하면서 피고인을 비난하는 투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유죄 근거로 들었습니다.

판결은 2심에서 뒤집혔습니다. 2심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 사건 각 사진을 촬영하였다거나 촬영 당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실을 피고인이 인식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사진을 몰래 촬영한 것이라면, 사진들을 전송해 보여줄 경우 피해자가 촬영 사실에 대해 강력히 항의할 것은 물론 형사적인 책임까지 물으려 할 가능성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피고인은 대화 도중 자연스럽게 이 사건 각 사진의 존재를 말했고, 스스로 피해자에게 전송했다"며 "피해자는 사진을 전송받은 후 비난하는 투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으나, 피고인은 이를 사과하거나 은폐하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가 동의했다는 취지의 답문을 보냈다"며 의사에 반한 촬영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2심과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가질만한 사정을 찾기 어려운데도, 2심이 합리적 근거가 없는 의심만으로 무죄를 선고한 잘못이 있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의하면, 피해자가 피고인에 의하여 이 사건 각 사진이 촬영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음이 분명하다"면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이 사건 각 사진을 촬영하였다고 주장하나 사진은 피해자가 잠든 상태에서 찍은 것이어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촬영에 동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A씨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대법원은 또 수사기관에서 한 A씨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술에 만취하여 판단능력이나 대처능력을 결여한 상태'였고, 피고인은 피해자가 이러한 상태에 있음을 알았으므로 사진을 촬영하는 행위가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에 반한다는 사실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가 촬영행위에 대해 거부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하여 동의를 한 것으로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유죄 취지로 재판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 대법, “거부 명확히 없더라도 신체 촬영 동의한 것 아냐”
    • 입력 2020-03-01 09:01:53
    취재K
자고 있던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남성이 재판을 다시 받게 됐습니다. 전 심급에서 각각 유죄와 무죄가 갈렸는데, 쟁점은 촬영에 상호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대법원은 유죄 취지로 재판을 파기 환송했습니다.

대법원 제1부는 자고 있는 여성의 신체 사진을 촬영해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성폭력처벌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을 열고 재판을 유죄 취지로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앞서 A씨는 B씨가 운영하는 유흥업소에 출입하며 B씨와 친분을 유지해 왔습니다. 2017년 4월 A씨는 그 동안의 외상 술값을 변제하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B씨를 데리고 가, B씨가 잠들어 있는 동안 자신의 휴대전화로 B씨의 몸을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핵심 쟁점은 A씨가 '의사에 반해' B씨의 신체를 촬영했는지 여부였습니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줄곧 사진을 찍기 전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의를 받은 경우, 의사에 반해 촬영한것이 아니어서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1,2,3심의 판단은 서로 갈렸습니다.

1심 법원은 A씨가 유죄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진들은 피해자에게 큰 성적 수치심을 주는 것인데다가 유포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없어 성관계 자체에 대한 동의 유무와 관계없이 이러한 사진을 촬영하는 것에 관한 동의는 별개의 문제"라며 "사진촬영에 동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그 동의는 명확한 것이어야 하는데, 촬영 당시 피해자는 잠들거나 잠들기 직전으로서 술에 상당히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여 분명한 의식을 가지고 사진 촬영에 동의하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피해자가 촬영을 허락한 사실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점 △촬영물 중 하나는 피해자가 잠든 상태에서 찍은 것이므로 잠든 피해자는 그 촬영에 동의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점 △피고인이 촬영물들을 피해자에게 카카오톡으로 처음 전송하려 할 때 피해자는 사진이 존재하는지 알지 못했고 왜 그런 것을 찍느냐는 취지로 응답했고, 사진을 전송받은 이후 사진이 찍힌 것에 황당해하면서 피고인을 비난하는 투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유죄 근거로 들었습니다.

판결은 2심에서 뒤집혔습니다. 2심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 사건 각 사진을 촬영하였다거나 촬영 당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실을 피고인이 인식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사진을 몰래 촬영한 것이라면, 사진들을 전송해 보여줄 경우 피해자가 촬영 사실에 대해 강력히 항의할 것은 물론 형사적인 책임까지 물으려 할 가능성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피고인은 대화 도중 자연스럽게 이 사건 각 사진의 존재를 말했고, 스스로 피해자에게 전송했다"며 "피해자는 사진을 전송받은 후 비난하는 투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으나, 피고인은 이를 사과하거나 은폐하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가 동의했다는 취지의 답문을 보냈다"며 의사에 반한 촬영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2심과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가질만한 사정을 찾기 어려운데도, 2심이 합리적 근거가 없는 의심만으로 무죄를 선고한 잘못이 있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의하면, 피해자가 피고인에 의하여 이 사건 각 사진이 촬영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음이 분명하다"면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이 사건 각 사진을 촬영하였다고 주장하나 사진은 피해자가 잠든 상태에서 찍은 것이어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촬영에 동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A씨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대법원은 또 수사기관에서 한 A씨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술에 만취하여 판단능력이나 대처능력을 결여한 상태'였고, 피고인은 피해자가 이러한 상태에 있음을 알았으므로 사진을 촬영하는 행위가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에 반한다는 사실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가 촬영행위에 대해 거부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하여 동의를 한 것으로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유죄 취지로 재판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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