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절차 문제삼아 사직 통보”…비리 제보자 솎아내려?

입력 2020.03.02 (19:31) 수정 2020.03.0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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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가 직원들에게 무더기로 사직서를 쓰라고 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재단 측에서는 단순 행정 절차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해당 직원들은 재단 비리를 제보했기 때문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호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학교법인 일광학원이 운영하는 우촌초등학교 행정직원 12명은 올해 1월, 재단으로부터 '사직서를 쓰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채용 당시, 재단의 승인 절차가 빠졌다는 게 이유입니다.

길게는 20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일해온 직원들은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우촌초 행정직원 A 씨/음성변조 : "지금이라도 잘못됐으니까 교장 선생님이 모두 제청하라고 해서 법인(재단)에서 승인해주면 되지 않냐? 굳이 이렇게까지 왜 하시냐?"]

이사회 회의에서 그렇게 의결이 났다고 사직서뿐 아니라 각서까지 요구받았습니다.

재임용 시 보직이 변경되더라도 이의 제기를 일절 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실제로 재단 설립자는 일부 직원들을 그만두게 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이규태/일광학원 설립자/지난해 10월 : "직원들도 불법 채용됐기 때문에 다 신원 정리가 돼야 합니다. 그만두게 못 하면 다른 보직 가는 거죠. 다른 보직 가서 그 봉급 받습니까?"]

사직서 요구 배경은 교육청 공익제보 때문이라는 게 직원들 주장입니다.

지난해 운동장 공사에 쓰려던 교비 중 23억 원을 전용하려는 재단 측 시도가 교육청에 의해 무산됐는데 재단 측은 직원들의 공익제보를 문제 삼는다는 겁니다.

[우촌초 행정직원 B 씨/음성변조 : "공익제보를 하고 학교 교비가 아이들을 위해 쓰여지지 않는 걸 법인이랑 싸우는 입장인데, 사립이라는 특성으로 법인(재단)에서 계속 무자비하게 공격을 받고 있잖아요."]

재단 측은 그러나 사직서는 채용 당시 미비한 절차를 보완하기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하고 공익제보와는 관련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일광학원에선 올초 교사채용 과정에서 개신교 신도가 아니라는 이유로 합격자 명단에서 1명을 뺐다는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해당 탈락자/음성변조 : "(면접에서) "하나님을 안 믿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오늘 집에 가서 기도해봐라." 교직과는 상관없는 질문을 가지고 그런 식으로 공격을 받아야 되는지.."]

서울시 교육청은 감사 후 시정을 권고했지만, 재단은 교사수급에 변화가 있었다며 해당 응시자를 끝내 탈락시켰습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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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년 전 절차 문제삼아 사직 통보”…비리 제보자 솎아내려?
    • 입력 2020-03-02 19:33:31
    • 수정2020-03-02 20: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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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가 직원들에게 무더기로 사직서를 쓰라고 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재단 측에서는 단순 행정 절차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해당 직원들은 재단 비리를 제보했기 때문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호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학교법인 일광학원이 운영하는 우촌초등학교 행정직원 12명은 올해 1월, 재단으로부터 '사직서를 쓰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채용 당시, 재단의 승인 절차가 빠졌다는 게 이유입니다.

길게는 20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일해온 직원들은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우촌초 행정직원 A 씨/음성변조 : "지금이라도 잘못됐으니까 교장 선생님이 모두 제청하라고 해서 법인(재단)에서 승인해주면 되지 않냐? 굳이 이렇게까지 왜 하시냐?"]

이사회 회의에서 그렇게 의결이 났다고 사직서뿐 아니라 각서까지 요구받았습니다.

재임용 시 보직이 변경되더라도 이의 제기를 일절 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실제로 재단 설립자는 일부 직원들을 그만두게 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이규태/일광학원 설립자/지난해 10월 : "직원들도 불법 채용됐기 때문에 다 신원 정리가 돼야 합니다. 그만두게 못 하면 다른 보직 가는 거죠. 다른 보직 가서 그 봉급 받습니까?"]

사직서 요구 배경은 교육청 공익제보 때문이라는 게 직원들 주장입니다.

지난해 운동장 공사에 쓰려던 교비 중 23억 원을 전용하려는 재단 측 시도가 교육청에 의해 무산됐는데 재단 측은 직원들의 공익제보를 문제 삼는다는 겁니다.

[우촌초 행정직원 B 씨/음성변조 : "공익제보를 하고 학교 교비가 아이들을 위해 쓰여지지 않는 걸 법인이랑 싸우는 입장인데, 사립이라는 특성으로 법인(재단)에서 계속 무자비하게 공격을 받고 있잖아요."]

재단 측은 그러나 사직서는 채용 당시 미비한 절차를 보완하기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하고 공익제보와는 관련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일광학원에선 올초 교사채용 과정에서 개신교 신도가 아니라는 이유로 합격자 명단에서 1명을 뺐다는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해당 탈락자/음성변조 : "(면접에서) "하나님을 안 믿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오늘 집에 가서 기도해봐라." 교직과는 상관없는 질문을 가지고 그런 식으로 공격을 받아야 되는지.."]

서울시 교육청은 감사 후 시정을 권고했지만, 재단은 교사수급에 변화가 있었다며 해당 응시자를 끝내 탈락시켰습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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