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중 우연히 만난 확진자…혼잣말 놓쳤다면

입력 2020.03.03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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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확진자인데 마스크도 안 팔고 말이야" … 한 남성의 혼잣말

어제(2일) 오전 11시 대구우체국 앞에서 시작한 마스크 판매가 33분 만에 동났습니다. 헛걸음 한 시민들의 탄식 속에 우연히 누군가의 혼잣말이 들렸습니다. "나 확진자인데 마스크도 안 팔고 말이야".

취재를 마치고 현장을 떠나려던 차에 들은 섬뜩한 혼잣말. 고개를 돌리니 한 남성이 서 있었습니다. '마스크 못 샀다고 화나서 아무 말이나 하는 것 아냐', '밖에 나오면 처벌되는데 설마' 순간 온갖 생각이 오갔습니다. 그래도 확인은 해보자 마음먹고 거리를 둔 채 말을 걸었습니다.


확진 통보받고 마스크 사러 나와?

"저 KBS 기자인데요. 방금 확진자라고 말씀하셨나요?" 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남성은 "오늘 아침에 확진자라고 전화를 받았다. 꼼짝 말고 들어앉자 있으라는데 마스크는 사러 나와야 할 것 아니냐. 안 그러냐"고 반문했습니다.

집에 격리됐는데 왜 마스크를 사러 나왔냐고 묻자 "마트도 가야 할 것 아니냐"라고 답했습니다. 믿기 힘든 답변의 진위를 따지기에 앞서 최대한 빨리 남성을 격리시키기로 했습니다. 주변 사람에게 병이 전염될 수 있으니 마트는 물론 집 밖으로 나오면 절대 안 되고,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라고 전했습니다. 또 이 주변에 거주한다고 하기에 집에 갈 때도 대중교통은 절대 이용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남성은 진짜 확진자일까?…확인해보니

다소 언성이 높아진 저의 반응에 남성은 서둘러 자리를 떴습니다. 남성이 떠난 뒤 취재진은 착용한 마스크를 즉시 폐기하고 준비해 둔 소독제로 겉옷을 소독했습니다. 아저씨의 말이 거짓말이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확진자의 자가격리 조치 위반은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엄연한 범죄행위입니다. 우선 남성이 진짜 확진자가 맞는지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남성이 사라진 상태에서 추적을 위한 단서는 남성의 영상과 오늘 아침 확진통보를 받고, 대구우체국 주변에 거주한다는 남성의 진술이었습니다.

우선 대구 중구청에 남성을 촬영한 영상과 취재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당일 아침 코로나19 확진 통보를 받은 사람 중 대구 중구에 거주하는 60대 이상의 남성을 추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결과 해당 조건에 맞는 사람은 딱 2명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내용은 경찰을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알고 보니 진짜 확진자 … 우체국 앞 배회하다 적발

경찰 조사 결과, 문제의 남성은 확진자였습니다. 구청을 통해 확인한 2명 중 1명이었습니다. 경찰이 현장 조사를 위해 대구우체국을 갔을 때 근처에 그 남성이 서 있었습니다. 경찰은 KBS 영상을 토대로 남성을 알아봤고, 남성은 순순히 확진자임을 인정했습니다. 경찰은 즉시 119에 연락해 남성을 강제 격리 조치했고, 치료가 끝나면 형사처벌을 위한 조사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확진자가 격리 지침 어기면 관할 보건소에 신고

확진자를 만났을 때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을지 질병관리본부 상담센터 '1339'에 물어봤습니다. 상담센터에서는 관할 구청이 매일 2번 확진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택 격리 여부를 확인한다며, 관할 구청에 신고해달라고 안내했습니다.

코로나 19가 전염성이 특히 높은만큼 확진자에 대한 보다 강도 높은 관리·감독이 필요합니다. 확진자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함께 격리 조치 위반시 짊어질 법적 책임을 강조하는 엄격한 안내도 중요합니다.

이와 별개로 우체국 앞에 많은 사람들이 섞여 줄을 서야하는 정부의 마스크 공급 방식은 위험성이 있는만큼 다른 방안이 필요해보입니다.

남성을 접촉한 저를 비롯한 취재진 4명은 현재 자가격리 중입니다. 아울러 감염 확인을 위한 검사도 받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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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 중 우연히 만난 확진자…혼잣말 놓쳤다면
    • 입력 2020-03-03 07:52:37
    취재K
"나 확진자인데 마스크도 안 팔고 말이야" … 한 남성의 혼잣말

어제(2일) 오전 11시 대구우체국 앞에서 시작한 마스크 판매가 33분 만에 동났습니다. 헛걸음 한 시민들의 탄식 속에 우연히 누군가의 혼잣말이 들렸습니다. "나 확진자인데 마스크도 안 팔고 말이야".

취재를 마치고 현장을 떠나려던 차에 들은 섬뜩한 혼잣말. 고개를 돌리니 한 남성이 서 있었습니다. '마스크 못 샀다고 화나서 아무 말이나 하는 것 아냐', '밖에 나오면 처벌되는데 설마' 순간 온갖 생각이 오갔습니다. 그래도 확인은 해보자 마음먹고 거리를 둔 채 말을 걸었습니다.


확진 통보받고 마스크 사러 나와?

"저 KBS 기자인데요. 방금 확진자라고 말씀하셨나요?" 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남성은 "오늘 아침에 확진자라고 전화를 받았다. 꼼짝 말고 들어앉자 있으라는데 마스크는 사러 나와야 할 것 아니냐. 안 그러냐"고 반문했습니다.

집에 격리됐는데 왜 마스크를 사러 나왔냐고 묻자 "마트도 가야 할 것 아니냐"라고 답했습니다. 믿기 힘든 답변의 진위를 따지기에 앞서 최대한 빨리 남성을 격리시키기로 했습니다. 주변 사람에게 병이 전염될 수 있으니 마트는 물론 집 밖으로 나오면 절대 안 되고,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라고 전했습니다. 또 이 주변에 거주한다고 하기에 집에 갈 때도 대중교통은 절대 이용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남성은 진짜 확진자일까?…확인해보니

다소 언성이 높아진 저의 반응에 남성은 서둘러 자리를 떴습니다. 남성이 떠난 뒤 취재진은 착용한 마스크를 즉시 폐기하고 준비해 둔 소독제로 겉옷을 소독했습니다. 아저씨의 말이 거짓말이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확진자의 자가격리 조치 위반은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엄연한 범죄행위입니다. 우선 남성이 진짜 확진자가 맞는지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남성이 사라진 상태에서 추적을 위한 단서는 남성의 영상과 오늘 아침 확진통보를 받고, 대구우체국 주변에 거주한다는 남성의 진술이었습니다.

우선 대구 중구청에 남성을 촬영한 영상과 취재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당일 아침 코로나19 확진 통보를 받은 사람 중 대구 중구에 거주하는 60대 이상의 남성을 추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결과 해당 조건에 맞는 사람은 딱 2명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내용은 경찰을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알고 보니 진짜 확진자 … 우체국 앞 배회하다 적발

경찰 조사 결과, 문제의 남성은 확진자였습니다. 구청을 통해 확인한 2명 중 1명이었습니다. 경찰이 현장 조사를 위해 대구우체국을 갔을 때 근처에 그 남성이 서 있었습니다. 경찰은 KBS 영상을 토대로 남성을 알아봤고, 남성은 순순히 확진자임을 인정했습니다. 경찰은 즉시 119에 연락해 남성을 강제 격리 조치했고, 치료가 끝나면 형사처벌을 위한 조사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확진자가 격리 지침 어기면 관할 보건소에 신고

확진자를 만났을 때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을지 질병관리본부 상담센터 '1339'에 물어봤습니다. 상담센터에서는 관할 구청이 매일 2번 확진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택 격리 여부를 확인한다며, 관할 구청에 신고해달라고 안내했습니다.

코로나 19가 전염성이 특히 높은만큼 확진자에 대한 보다 강도 높은 관리·감독이 필요합니다. 확진자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함께 격리 조치 위반시 짊어질 법적 책임을 강조하는 엄격한 안내도 중요합니다.

이와 별개로 우체국 앞에 많은 사람들이 섞여 줄을 서야하는 정부의 마스크 공급 방식은 위험성이 있는만큼 다른 방안이 필요해보입니다.

남성을 접촉한 저를 비롯한 취재진 4명은 현재 자가격리 중입니다. 아울러 감염 확인을 위한 검사도 받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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