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中 신규 환자 ‘11명’, 이 통계가 의심스러운 이유

입력 2020.03.03 (11:07) 수정 2020.03.0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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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 제외 신규 환자 '11명'

중국 당국이 오늘 후베이성을 제외한 30개 성·시(省·市)에서 나온 새 환자가 11명이라고 발표했다. 13억 4천만 명 중에서 단 11명밖에 새 환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말이다. 물론 인구 6천만 명 후베이성 상황은 아직도 엄중하다. 114명의 환자가 추가 발생했다.

그러나 오늘 한국에서 400명 넘는 환자가 나오고, 또 사스보다 전파력이 최대 1,000배나 높다는 코로나19를 이 정도 상황에서 수습해 나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중국당국 발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중국 안팎에서 제기되는 중국 통계에 대한 의문을 들여다보자.

中 통계가 의심스러운 세 가지 이유

① 이럴 땐 양성, 저럴 땐 음성…. 무증상 감염자는 왜 빠졌나?

국제사회가 중국 통계를 불신하는 가장 큰 이유는 통계 자체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환자 확진 기준이다. 중국 당국은 2월 13일 바이러스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지만, 전문의 임상 진단으로 코로나19 증세가 분명한 환자는 확진자에 포함하도록 했다. 발병 두 달 만에 확진 판정 기준을 바꾼 것이다.

그럼 앞서 있었던 환자는 어떡하지? 당장 이런 의문이 든다. 13일이면 이미 후베이성에서만 확진자 중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다. 확진 판정을 받지 못하고 숨진 수많은 일반 폐렴 환자 중 달라진 기준대로라면 확진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던 거다.

그런데 닷새 뒤인 2월 18일 이 임상 진단 기준이 슬그머니 취소된다. 그러더니 다음 날 또 기준에 포함된다. 확진 기준에 따라 하루 새 환자가 1만 명 넘게 차이 나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쳤다. 후베이성 잉융 서기는 당시 "이번 사안을 매우 중시한다"며 "이미 확진 환자로 판명된 사안에 대해 통계 수치를 줄이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주지시켰다"고 말했다. 중국 스스로 통계가 부실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무증상 감염자를 확진 통계에 빼는 것도 문제다. 무증상 감염자는 바이러스 검사에서는 양성이 나왔는데, 발열과 폐렴 같은 증상이 없는 환자를 말한다. 중국 매체 차이신은 지난 2월 26일 기사에서 이 문제를 짚었다. 기사를 요약하면 이렇다.

"2월 4일 중국 국가위건위는 코로나19 5차 진료방안에서 무증상 감염자도 전염력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무증상 감염자의 전염성과 감염 규모를 명확히 하는 것은 방역에 매우 중요하다.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도 5일 무증상 감염자를 확진자 통계에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중국에선 아직도 이 무증상 감염자가 확진자 통계에 빠져 있다.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유일한 자료는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가 2월 17일 '중화 유행병 잡지'에 발표한 논문이다. 2월 11일까지 확진 환자 44,672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보고서인데, 이 논문에 당시까지 무증상 감염자가 889명이라고 언급돼 있다. 물론 이때도 확진자 통계에는 빠져 있었다. 지금 누적 환자가 두 배 가까이 늘었으니, 아마도 중국 통계에 빠진 무증상 감염자도 2천 명에 육박할 것이다.


② 재소자는 감염됐는데, 군대 감염은 없다?

2월 20일 중국 교정 당국은 3개 성 5곳의 교도소에서 512명의 환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한 교도소에선 우한에 다녀온 교도관이 재소자를 전염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에선 철창 속 재소자가 감염되는데, 상대적으로 더 자유로운 군대에서 환자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의견이 있다.

중국이 정규군 규모를 처음 공개한 2013년 국방백서를 보면 인민해방군은 230만 명이다. 여기에다 150만 명 인민무장경찰도 있다. 무장경찰은 유사시 군사력으로 활용되지만, 평소에는 치안유지와 공공시설 방호 임무를 수행한다. 기자가 코로나19 취재를 위해 1월 우한을 찾았을 때도 우한역을 지키는 무장경찰을 목격할 수 있었다.

시민들과 밀접하게 접촉한 상태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무장경찰은 물론 인민해방군 중에서도 감염자가 나왔다는 발표는 없다. 한국처럼 휴가나 외출을 금지했다는 말도 없다. 380만 군인 중 실제 감염자가 1명도 없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③ 중국이 가장 걱정했던 농촌, 그런데?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부주임 펑즈지엔(冯子健)은 1월 말 CCTV와의 인터뷰에서 농촌 지역 감염 확산을 우려했다. 펑즈지엔은 "농촌은 의료 여건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면서 "농촌에서 광범위한 확산이 일어난다면 타격이 매우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럼 중국 농촌지역 감염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 치료 중인 환자로 보면 스촨(四川)성이 146명으로 가장 많다. 다른 지역은 산시(陝西)성 28명, 구이저우(貴州)성 30명, 산시(山西)성 14명, 간쑤(甘肅)성 4명이다. 칭하이(靑海)성과 시장(西裝)은 환자가 아예 없다.

펑즈지엔 부주임의 걱정이 기우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에 신규 환자가 '0'명이거나 많아야 1~2명이던 베이징에서 2월 26일 갑자기 1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생산 재개로 베이징 공장에 복귀한 농촌 근로자가 문제였다. 고향에서 걸러지지 않은 이 환자가 공장에 돌아와 동료 직원 9명을 집단 감염시킨 것이었다. 중국 농촌에는 실제 환자가 없을까?


"전염병에서 통계는 숫자 이상의 의미다"

가천의대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전염병에서 통계는 숫자 이상의 의미"라면서 "현재 환자 발생 상황과 추이가 파악돼야 앞으로 진행 상황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염병 추이는 발생 데이터로 추정하는데, 그 데이터가 정확해야 유행 추이에 맞는 방역 자원 배치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환자 발생 추이를 보면 후베이성 외 환자가 갑자기 뚝 떨어져 감소했는데, 이런 경우는 유행병 특성상 보기 드문 사례라고 지적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주 중국공산당 상무위원회에서 기업의 생산 회복과 근로자 복귀, 교통 물류, 시장 공급 업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경제에 빨간 불이 켜지자, 생산 재개와 경제 정상화를 지시한 것이다.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의 중심이 경제로 옮겨간 것은 아닐까? 세계 각국이 한국 정부의 환자 통계를 더 신뢰하는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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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中 신규 환자 ‘11명’, 이 통계가 의심스러운 이유
    • 입력 2020-03-03 11:07:05
    • 수정2020-03-03 11:07:21
    특파원 리포트
중국 후베이 제외 신규 환자 '11명'

중국 당국이 오늘 후베이성을 제외한 30개 성·시(省·市)에서 나온 새 환자가 11명이라고 발표했다. 13억 4천만 명 중에서 단 11명밖에 새 환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말이다. 물론 인구 6천만 명 후베이성 상황은 아직도 엄중하다. 114명의 환자가 추가 발생했다.

그러나 오늘 한국에서 400명 넘는 환자가 나오고, 또 사스보다 전파력이 최대 1,000배나 높다는 코로나19를 이 정도 상황에서 수습해 나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중국당국 발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중국 안팎에서 제기되는 중국 통계에 대한 의문을 들여다보자.

中 통계가 의심스러운 세 가지 이유

① 이럴 땐 양성, 저럴 땐 음성…. 무증상 감염자는 왜 빠졌나?

국제사회가 중국 통계를 불신하는 가장 큰 이유는 통계 자체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환자 확진 기준이다. 중국 당국은 2월 13일 바이러스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지만, 전문의 임상 진단으로 코로나19 증세가 분명한 환자는 확진자에 포함하도록 했다. 발병 두 달 만에 확진 판정 기준을 바꾼 것이다.

그럼 앞서 있었던 환자는 어떡하지? 당장 이런 의문이 든다. 13일이면 이미 후베이성에서만 확진자 중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다. 확진 판정을 받지 못하고 숨진 수많은 일반 폐렴 환자 중 달라진 기준대로라면 확진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던 거다.

그런데 닷새 뒤인 2월 18일 이 임상 진단 기준이 슬그머니 취소된다. 그러더니 다음 날 또 기준에 포함된다. 확진 기준에 따라 하루 새 환자가 1만 명 넘게 차이 나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쳤다. 후베이성 잉융 서기는 당시 "이번 사안을 매우 중시한다"며 "이미 확진 환자로 판명된 사안에 대해 통계 수치를 줄이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주지시켰다"고 말했다. 중국 스스로 통계가 부실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무증상 감염자를 확진 통계에 빼는 것도 문제다. 무증상 감염자는 바이러스 검사에서는 양성이 나왔는데, 발열과 폐렴 같은 증상이 없는 환자를 말한다. 중국 매체 차이신은 지난 2월 26일 기사에서 이 문제를 짚었다. 기사를 요약하면 이렇다.

"2월 4일 중국 국가위건위는 코로나19 5차 진료방안에서 무증상 감염자도 전염력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무증상 감염자의 전염성과 감염 규모를 명확히 하는 것은 방역에 매우 중요하다.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도 5일 무증상 감염자를 확진자 통계에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중국에선 아직도 이 무증상 감염자가 확진자 통계에 빠져 있다.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유일한 자료는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가 2월 17일 '중화 유행병 잡지'에 발표한 논문이다. 2월 11일까지 확진 환자 44,672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보고서인데, 이 논문에 당시까지 무증상 감염자가 889명이라고 언급돼 있다. 물론 이때도 확진자 통계에는 빠져 있었다. 지금 누적 환자가 두 배 가까이 늘었으니, 아마도 중국 통계에 빠진 무증상 감염자도 2천 명에 육박할 것이다.


② 재소자는 감염됐는데, 군대 감염은 없다?

2월 20일 중국 교정 당국은 3개 성 5곳의 교도소에서 512명의 환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한 교도소에선 우한에 다녀온 교도관이 재소자를 전염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에선 철창 속 재소자가 감염되는데, 상대적으로 더 자유로운 군대에서 환자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의견이 있다.

중국이 정규군 규모를 처음 공개한 2013년 국방백서를 보면 인민해방군은 230만 명이다. 여기에다 150만 명 인민무장경찰도 있다. 무장경찰은 유사시 군사력으로 활용되지만, 평소에는 치안유지와 공공시설 방호 임무를 수행한다. 기자가 코로나19 취재를 위해 1월 우한을 찾았을 때도 우한역을 지키는 무장경찰을 목격할 수 있었다.

시민들과 밀접하게 접촉한 상태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무장경찰은 물론 인민해방군 중에서도 감염자가 나왔다는 발표는 없다. 한국처럼 휴가나 외출을 금지했다는 말도 없다. 380만 군인 중 실제 감염자가 1명도 없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③ 중국이 가장 걱정했던 농촌, 그런데?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부주임 펑즈지엔(冯子健)은 1월 말 CCTV와의 인터뷰에서 농촌 지역 감염 확산을 우려했다. 펑즈지엔은 "농촌은 의료 여건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면서 "농촌에서 광범위한 확산이 일어난다면 타격이 매우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럼 중국 농촌지역 감염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 치료 중인 환자로 보면 스촨(四川)성이 146명으로 가장 많다. 다른 지역은 산시(陝西)성 28명, 구이저우(貴州)성 30명, 산시(山西)성 14명, 간쑤(甘肅)성 4명이다. 칭하이(靑海)성과 시장(西裝)은 환자가 아예 없다.

펑즈지엔 부주임의 걱정이 기우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에 신규 환자가 '0'명이거나 많아야 1~2명이던 베이징에서 2월 26일 갑자기 1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생산 재개로 베이징 공장에 복귀한 농촌 근로자가 문제였다. 고향에서 걸러지지 않은 이 환자가 공장에 돌아와 동료 직원 9명을 집단 감염시킨 것이었다. 중국 농촌에는 실제 환자가 없을까?


"전염병에서 통계는 숫자 이상의 의미다"

가천의대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전염병에서 통계는 숫자 이상의 의미"라면서 "현재 환자 발생 상황과 추이가 파악돼야 앞으로 진행 상황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염병 추이는 발생 데이터로 추정하는데, 그 데이터가 정확해야 유행 추이에 맞는 방역 자원 배치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환자 발생 추이를 보면 후베이성 외 환자가 갑자기 뚝 떨어져 감소했는데, 이런 경우는 유행병 특성상 보기 드문 사례라고 지적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주 중국공산당 상무위원회에서 기업의 생산 회복과 근로자 복귀, 교통 물류, 시장 공급 업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경제에 빨간 불이 켜지자, 생산 재개와 경제 정상화를 지시한 것이다.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의 중심이 경제로 옮겨간 것은 아닐까? 세계 각국이 한국 정부의 환자 통계를 더 신뢰하는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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